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390
강철의 열제 390화
“이것들을 치우고…… 아니, 그보다 통신마법사를 불러라. 루키아 후작님께 직접 보고를 올릴 것이라고 알려라.”
“예.”
* * *
세 번째 정찰조가 조심스럽게 출발했다.
투먼성을 빠져나오는 부분부터 극도로 조심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 두 번의 정찰조들이 실종되었다 함은 모두 사로잡혔다거나 전멸을 당했다는 의미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찰에 임하는 인원들의 행보는 조심스러움 그 자체였다.
“여기서 흔적이 사라졌는데…….”
정찰조였지만, 추적술에 능한 병사 하나가 끼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사라진 정찰대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도 그들의 임무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성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인데…….”
“세이먼 대장님 여기 좀 보십시오.”
무언가를 발견한 병사 하나가 세이먼을 불렀다. 정찰대를 이끌고 온 세이먼은 긴장된 얼굴로 다가갔다.
“화살자국?”
“그렇습니다. 교묘히 수풀로 가리긴 했지만, 화살이 나무에 박힌 자국까지 어찌하진 못했나 봅니다요. 게다가 여기 나무 진액이 약간 흐른 것을 보니 오래 지나지 않은 모습이고…….”
추적에 능한 병사의 설명에 세이먼과 추적대 대원들은 모두 숨을 죽이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적들의 영역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때 한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울려왔다.
‘모두 은폐!’
세이먼의 수화에 일사불란하게 숲과 동화되어 갔다.
이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정찰이었다. 지금껏 나간 정찰조들이 모두 실종되었던 탓인지 타이만 성주에게 두 번 세 번이나 강조를 받았던 것이다.
절대 적과의 교전은 불허한다는 명령 말이다.
“으으음.”
철걱 철걱 철걱.
이곳에 숨어있는 십여 명의 정찰대를 알아차리지는 못했는지, 서슴없이 걸어왔다. 정찰대원들은 모두 소리가 다가오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장님!’
‘움직이지 마라!’
정체불명의 사내가 몸을 드러냈다.
이들과는 전혀 다른 복식. 사전에 설명을 들었던 대로 가우리의 병사들이 입는 스케일메일이 분명했다. 모두가 긴장을 했다. 바로 그 사내가 세이먼이 숨어있는 곳까지 일직선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기.’
혹시나 부하들이 섣불리 뛰어나올까봐, 다시 한 번 주의를 주었다.
우뚝.
우거진 수풀이 완벽히 가려주고 있었지만,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바로 자신이 숨어 있는 곳 바로 앞에서 멈추었지 않은가?
부스럭.
무언가를 풀어내는 소리.
쏴아아아아아!
‘…….’
세이먼은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강렬한 물줄기를 느끼며 똥 씹은 얼굴을 했다.
바로 소변이었다.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날 뻔 했을 정도였다.
쏴아아아아아아!
‘……빌어먹을.’
보통 사람과는 달리 꽤 오랜 시간 동안 소변을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대단한 정력가라며 낄낄거리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한 고역이 없었다.
‘사로잡는다.’
인근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신호가 주변에서 들어오자, 세이먼은 이를 갈며 사로잡는다는 신호를 보내었다. 복장으로 보아 최소 기사 급으로 보였기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음.”
만족한 음성이 울려왔다.
이쪽도 절반은 기사출신이다.
첫 번, 두 번째와는 달리 세 번째는 정찰대도 최정예로 꾸민 것이다. 소변을 다본 사내가 천천히 몸을 돌리자 세이먼의 신형이 움직였다.
“움직이지 마.”
칼날을 검게 칠한 단검이 사내의 목을 겨누었다. 뒤에서 역수로 쥔 단검이 위협적이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정찰대 다섯이 그의 주변으로 다가오고, 나머지는 원숭이처럼 나무 위로 빠르게 기어올랐다. 망을 보려는 속셈이었다.
“…….”
위협이 통했는지 자신에게 만행을 저지른 사내에게선 아무런 저항도 없었다.
“빌어먹을 이 자식 정력 하난 좋겠네.”
“이것으로 좀 닦으시지요.”
세이먼의 주변에 모여든 이들이 소면을 오래본 것에 대해 이죽거리며 마른 천을 꺼내 오줌을 닦아주었다. 그러면서도 철저히 위협을 하는 것을 늦추지 않았다.
한순간의 실수만 저질러도 지금의 상황은 역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묻는 말에 대답만 잘 하면 살려줄 수 도 있다.”
“그러지.”
“…….”
말투가 거슬리긴 했지만, 너무도 즉각적으로 대답해오는 포로의 행동에 정찰조들은 잠시 말을 잊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가우리군의 규모는?”
“사만 일백이십육 명.”
“화, 확실한가?”
“오전에 확인했다.”
너무도 자세한 대답에 세이먼은 정보를 다시 확인해야만 했다.
사실 진지로 끌고 가면 되지만, 만에 하나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죽이고 가야했기에 중요한 부분은 미리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어떻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거지?”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지.”
“이런 코볼트 새끼가! 공손하게 대답 못 해!”
“쉿!”
발끈하는 부하를 제지한 세이먼은 사로잡힌 포로의 행동이 너무도 침착한 것에 놀랐다. 아니 침착함을 넘어서서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고위급인가?’
세이먼은 정보도 정보지만 사로잡은 포로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는 게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의외의 월척을 낚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 들뜨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었다.
“소속과 이름 그리고 직위는?”
“…….”
“빨리 말해라.”
상대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물끄러미 쳐다보자, 세이먼은 칼날을 더욱 바짝 대면서 윽박질렀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포로의 입이 열렸다.
“소속, 묵갑귀마대.”
“이름! 빨리 대답해라!”
세이먼이 재차 위협을 가하며 묻자 잠시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이름…….”
“……?”
세이먼은 잠시 의아함을 느꼈다.
무뚝뚝해 보이던 포로의 한쪽 입가가 살짝 들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웃음?
“고진천. 직위는 가우리의 열제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사이 고진천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더없이 진해졌다.
* * *
루키아 후작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수정구 안에는 타이만 남작이 부동자세로 서 있을 뿐이었다.
“로셀린 공략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혼잣말을 하듯 조용한 음성이 루키아 후작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정찰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니 정찰대만을 목표로 삼은 듯, 철저하게 사냥을 당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었다.
퍼블릭의 군대도 패하고, 자신의 원정도 실패한 상황에서 상처를 추스르던 그는 가우리에 대한 전쟁 자료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세삼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 보라우 늑대는 무리를 짓는다고 내가 그랬디 않네.’
흠칫.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몸을 떨었다.
잊힐 만도 하건만 그때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라 버린 것이다.
‘펠로만.’
암습과는 거리가 먼 이가 펠로만이었다.
너무도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이가 그였다. 그런 그가 적장을 암습함으로써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을지부루…….”
그에게 처음으로 절망을 안겨준 자. 그리고 지금은 악몽으로 남은 자였다.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버린 루키아 후작은 수정구 안에서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는 타이만 남작을 응시했다.
“타이만 남작.”
[예, 후작 각하.]“마법사를 동원한 것은 잘 생각했네.”
[감사합니다.]루키아 후작의 작은 칭찬에 타이만 남작의 굳어있던 표정이 약간이나마 풀렸다.
“적들이 나타나면 전투 전에 파발을 먼저 보내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클로우 요새의 경우 소식조차 보내기 어려웠다는 것은 적들도 그 부분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니.”
“지금 투먼성의 병력상황은 어떻게 되는가.”
질문을 던지는 루키아 후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북부의 주력군까지 모조리 빼온 마당에 남부 쪽 병력을 남겨둘 이유가 없었다. 그 뿐인가?
퍼블릭 후작이 이끌었던 병력중 상당수는 남부에서 징발한 병력이었다. 그 병력은 거의 전멸되다시피 했고 말이다. 그 상황에서 그나마 남은 병력을 빼가면서 징집병으로 대체했으니 수는 무의미할 수밖에 없었다.
[정규군 오백에 징집병이 삼천가량이었지만, 소식을 듣는 대로 징집을 하여 지금 총인원 칠천에 달하는 병력을 만들었습니다. 적들이 얼마가 되던 이쪽은 걱정 마십시오.]호탕하게 말을 내뱉는 타이만 남작이었다. 누가 들어도 든든한 음성이었지만, 한번 어두워진 루키아 후작의 표정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만약 내가 가우리 원정을 가지 않았었다면…….’
아마도 고개를 끄덕여주고 어느 정도 방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을 위기까지 넘겼던 그다.
기나긴 항해 끝에 실질적인 전쟁은 개문산성에서 이루어진 며칠간의 공방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적들의 지독함과 강함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잘린 머리가 말을 하고, 온몸에 화살을 꽂은 채로도 미친 듯이 기둥을 무너트리기 위해 도끼를 휘두르고, 숨이 끊어진 장수가 두세 명의 병사를 더 베어 죽이고…….
단 한 명을 죽이지 못해 공포에 떨었던 그 전투.
“절대 성문을 나서지 말아라. 그리고 적이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맞붙지 말고 최대한 시간을 끌도록 해라. 적을 경시하지도 말아라.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시원한 대답이었지만 루키아 후작은 그 조차도 마음에 놓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곤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너무 민감한 것인가?’
자신이 말이 많아졌다고 생각한 루키아였다.
“그럼…….”
키이이잉!
[어엇! 루키아 $#@@ 후작 각 @#$$$$.]“무슨 일이냐!”
고개를 든 순간 수정구 화면이 흐려지며 타이만 남작의 음성이 줄어들었고, 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당황한 통신마법사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상위 마법사를 부르는 가운데 루키아 후작은 이를 악물고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설마…….”
* * *
“후, 후작 각하! 마법사, 무슨 일인가!”
“토, 통신이 더 이상 연결되지 않습니다!”
타이만 남작의 윽박지름에 통신마법사가 놀란 얼굴로 그에게 대답했다.
“통신이 연결되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타이만 남작의 추궁에도 마법사는 수정구를 가지고 주문을 연신 외워대다가 수정구에서 천천히 물러서며 고개를 들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
그 표정에서 타이만 남작은 사태의 심각함을 읽었고, 마법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은 그의 예상이 맞았음을 알려주었다.
“통신을 장악 당했습니다!”
병력을 이끌고 나타난 고진천이 투먼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게 투먼 성이군.”
“성은 성이지만, 좀…….”
진천의 옆에 서 있던 연휘가람조차 실소를 머금었다.
성으로써 갖추어야 할 것들은 어느 정도 갖추었지만, 단지 갖춘다 해서 성이 아니었다. 팔로우 요새나 이곳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신성제국이니까 그런 겁니다.”
말을 몰아 다가온 고윈이 진천과 휘가람의 대화에 끼었다.
“신성제국이니 그렇다라…….”
진천이 알듯 말듯 한 미소를 짓자, 고윈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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