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395
강철의 열제 395화
“두 개 남았군.”
진천이 수평으로 뻗었던 팔을 천천히 내리며 중얼거렸다.
휘릭!
“죽어!”
동시에 세 명의 기사가 그를 포위하며 공격을 해왔다. 세 가닥의 빛줄기가 그를 노리고 날아 들어오는 상황이었지만 진천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뒷목과 오른쪽 옆구리와 심장.
따끔한 살기가 노리는 최종 목표지였다.
카카카칵!
거친 쇳소리가 울리며 동시에 삼인삼색의 외침이 터졌다.
“헛!”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뒷목을 노리며 베어오던 공격을 등에 두른 망토로 휘감으면서 동시에 오른쪽 허리를 노린 공격은 손에 들린 환두대도로 간단히 막아냈다. 그리고 심장을 노린 공격은 왼 겨드랑이로 감쌌다.
“이익!”
겨드랑이에 끼인 자신의 롱 소드를 뽑으려 인상을 쓰던 기사의 눈이 진천의 얼굴과 마주쳤다.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
쩡!
“헉!”
겨드랑이에 끼었던 롱 소드가 비명을 지르며 부러져 나갔다. 동시에 가슴팍에 둔중한 충격이 울려 왔다.
눈앞의 기사의 무기를 부러트리며 오른발로 가슴팍을 질러 찬 진천의 왼손에 부러진 롱 소드의 칼날이 집혔다. 그가 움직이자 망토에 무기가 걸린 기사가 당황한 모습으로 딸려 왔다.
퍽!
끄르륵.
딸려오던 기사는 진천의 왼손에 잡힌 동료의 롱 소드 조각이 목덜미를 뚫고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목을 부여잡고 허물어졌다. 그때에 오른쪽 옆구리를 노렸던 기사가 거세게 밀어붙여 왔지만, 진천의 환두대도에 간단히 막혔다.
“안 돼!”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사이 발길질에 뒤로 자빠진 동료를 향해 몸을 날리는 진천을 보고 기사가 안타까운 외침을 흘렸다. 그러나 그의 외침도 아무런 경고가 되지 못했다.
콰직!
저항도 못하고 버둥거리던 동료의 머리통은 진천의 발아래에 잘 익은 수박처럼 박살이 나 버렸다. 그것으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동료는 발에 밟힌 지렁이처럼 버둥대다가 축 늘어졌다.
“으아아! 이 악마 같은 자식!”
동료를 잃은 이의 절규가 터져 나왔으나, 진천의 표정은 일말의 변화가 없었다. 그저 무뚝뚝한 음성을 내뱉을 뿐이다,
“하일론, 정리하도록.”
“충!”
“크아악!”
기사는 자신의 동료들을 벌레 잡듯 학살한 존재가 떠나가자 피눈물을 흘리며 괴성을 질렀지만, 그 뒤에서 나타난 하일론에 막혀 버렸다.
“죽여 버리겠어!”
“어디 죽여 봐라!”
이성을 잃은 자와 잃지 않은 자의 차이는 극명 간에 벌어졌다. 세 번의 부딪힘을 넘기지 못하고 하일론의 도끼질에 왼쪽 어깨 위부터 심장까지 박살이 나며 나자빠졌다.
“후욱.”
시체에서 도끼를 뽑아 내는 하일론이 고개를 들어 진천을 보았을 때 그는 또 하나의 창을 던져 성벽에다가 박아 넣고 있었다.
“뒤쳐지지 마라!”
하일론의 외침에 병사들이 더욱 힘을 내며 달려들었다. 의도치 않은 혼전이었지만, 병사들은 그 누구보다도 잘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위험함 속에서도 적진을 휘저으며 달려 나가는 진천의 뒤를 쫓고 있었다.
제139장 일인군단
콰아앙!
또다시 창 하나가 날아와 성벽의 윗부분에 굉음을 울리며 틀어박혔다. 그 모습에 긴장하던 브로이 준남작의 얼굴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설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엔 지금까지 적장이 보여준 모습이 경악스러웠다.
“잠깐 나와 봐!”
“위, 위험합니다!”
호위기사 한 명이 브로이 준남작을 제지했지만, 그에 개의치 않고 고개를 내밀어 창이 박힌 성벽을 내려다보았다.
“이런 빌어먹을!”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던져진 창들은 모두 빗나간 것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치 계단처럼 아래 부분부터 윗부분까지 차례로 틀어박힌 창대들…….
“위험합니다!”
콰아아앙!
경고성에 몸을 채 움직이기도 전에 브로이 준남작은 바로 자신의 눈앞으로 창대가 틀어박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으윽.”
낮은 신음을 흘리며 황급히 물러섰던 브로이 준남작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창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가 차가운 웃음을 흘리면서 브로이 준남작을 응시한 채로 병사들을 헤쳐오고 있었다.
단 한 명이었다.
그 단 한 명이 수천여 명의 병사들로 이루어진 방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콰앙!
“어떻게…….”
천여 명의 병사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이루어 놓은 방패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파문.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하나가 만들어 놓는 파문처럼 백여 명이 넘는 병사들이 부채꼴을 그리며 뒤로 나자빠졌고, 그 뒤를 받치던 이들조차 충격을 입었는지 비틀거리고 있었다.
“괴물!”
“히익!”
성벽 위의 병사들이야말로 징집병이 아닌 정예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모두 경악에 차 있었다. 전장터에 있었다면 영문도 모를 테지만, 이들은 높은 곳에 있었던 탓에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쪽으로 온다!”
“서, 설마!”
일직선.
장애물이 있으면 뛰어넘고 막는 이가 있으면 베어 넘기며 성벽을 향해 곧장 나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끝에는 성주의 저택을 두르고 있는 철벽만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달려오고 있었다.
사방에는 모두가 적.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절망에 빠져 버릴 것이다. 누가 보아도 다수가 단 한 명을 포위한 모습이었지만, 정작 전투상황은 정반대였다.
후와악!
환두대도가 지나친 다음에야 공기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왔다. 고진천이 지나친 다음에야 병사들은 자신들의 몸이 갈라진 것을 알아 차렸다.
꿈에서나 나올 법한 지옥도!
함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동료가 고개를 돌리다가 머리를 떨어트리는 장면,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하는데 팔뚝 아래는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장면, 걸음을 옮길 때 비로소 자신의 하체가 상체와 분리된 것을 알아차리는 모습들…….
모두가 비정상적인 장면들이었다.
“후욱.”
그렇게 질주하던 고진천이 멈추어 섰다.
호흡을 고르는 진천의 주변에는 병사들이 주춤거리며 둘러싸고 있었다. 그의 등 뒤로는 일직선으로 시체로 만들어진 길이 뻥 뚫려있었다.
주변을 둘러싼 수백여 개의 눈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지 고개를 들어 성벽을 올려다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병사들이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 모습이 왠지 허술해 보였음인가?
기사 하나가 어울리지 않게 뒤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와 무기를 찔러 갔다.
완벽한 암습.
터엉!
털썩.
진천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뒤쪽에서 날아온 화살 한 대가 기사의 머리를 관통했을 뿐이다.
그 뒤에서 우렁찬 음성이 뒤따랐다.
“썅! 쥐새끼 같은 아새끼래 있으면 또 나서라우!”
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을지우루의 외침소리.
“궁수는 저자만을 노려라!”
브로이 준남작의 명령이 떨어지자, 궁수들의 화살이 진천 하나만을 노리고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 진천.
턱!
“어헉!”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난 진천의 모습에 기사 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 옆의 병사 역시 주춤하며 뒤로 물러서는 순간, 섬광처럼 뻗어온 진천의 양팔이 둘의 목줄기를 잡아챘다.
“으아아아아!”
“사, 살려 줘!”
양팔로 둘의 목줄기를 잡아챈 진천이 제자리에서 맴돌기 시작하자, 마치 바람개비가 나부끼듯 두 인간의 몸이 커다랗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를 화살들이 쏟아져 내렸다.
후두두둑!
“히익!”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물러선 신성제국 병사들에게 핏방울이 비처럼 뿌려지기 시작했다. 화살은 끊이지 않았고, 회전의 중심에 선 진천에게서 피 바람이 몰아쳐 갔다.
피리리릭!
퍽! 퍼퍽! 퍽!
“아악!”
“큭!”
성벽 위에서 활을 당기던 궁수 세 명이 동시에 복부와 가슴팍 등에 화살을 박고 나가 떨어졌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휙! 퍽!
반복되어지는 바람소리와 둔탁한 소리. 그리고 연달아 울리는 세 명의 비명.
“크아악!”
“뭐, 뭐야!”
마치 연쇄작용을 하듯이 늘어서서 화살을 날리던 궁수들이 연달아 세 명씩 나자빠졌다.
“감히!”
저 멀리 우루가 건물 위를 타 넘으며 연신 화살을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여섯 개의 전대를 허리춤에 매달고 한 번에 세 개의 화살을 먹이며 쏘아 올리는 우루의 모습은 전광석화 그 자체였다.
활을 튕기기가 무섭게 전통을 향하는 우루의 손. 그리고 어김없이 손에 잡혀 나온 세 대의 화살은 또다시 허공으로 날았다. 한 자리에서 멈추어 쏘는 것이 아니라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으며 달려오는 그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눈에 띄었다.
“저자는 또 무엇이란 말이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스무 명이 넘는 궁수들이 쓰러지고 나서야 방패수들이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모든 곳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우루의 화살은 반드시 한 명의 희생자를 만들고 말았다.
우루의 공격으로 진천을 노리는 화살의 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느꼈는지 맴돌던 진천의 몸이 멈추어 섰다. 그렇게 맹렬히 맴돌았음에도 진천은 전혀 어지럽지 않은 듯 서 있었다.
털썩, 털썩.
화살이 빼곡히 박힌 두 시신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목은 기괴하게 꺾여 있었고, 몸은 화살들로 걸레가 되어 버렸다.
“헉!”
잠시의 쉴 틈도 주지 않았다.
진천이 광풍처럼 달려오자 그가 달리는 방향에 있던 병사들이 몸을 돌려 달아나려고 했다.
그러나 어깨에 울려온 충격에 주저앉아 버렸다.
우두둑!
“내, 어깨!”
빠득!
“히익!”
어깨를 부여잡고 주저앉은 병사는 차라리 나았다. 그 뒤의 병사는 어색한 소리를 내며 부러진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진천이 병사들의 머리통을 징검다리처럼 밟고 달리기 시작했다.
파악!
허공을 나는 진천의 몸. 갑옷을 이루는 비늘들이 날개라도 펴듯이 펄럭였다.
예상은 사실이 되었다.
병사들을 밟고 몇 발자국 지나치자 제일 먼저 날아와 박혔던 창대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터엉!
“오, 올라온다!”
창대가 부러지듯 휨과 동시에 진천의 몸이 수직으로 날아오르듯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성벽을 수직으로 가르듯이 일렬로 박힌 창대들이 연이어 비명을 질렀다.
텅! 텅! 텅! 텅! 텅!
촤라락!
“아…….”
눈 깜짝 할 순간이었다.
그에게 있어 높은 성벽은 아무런 장애가 아니었다.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치듯 성벽을 지나쳐 솟구쳐 오른 진천의 등 뒤로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트라칸…….”
태양 위에 떠오른 진천의 모습을 본 한 병사의 입에서 멍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미 가우리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삼족오를 대륙의 인간들이 부르는 이름 트라칸.
허공을 날아오른 진천의 두 팔은 날개가 되어 있었고, 살짝 구부린 다리 하나와 힘차게 펴진 다리 하나. 그리고 허리에 단단히 매여진 환두대도의 도집은 삼족오의 세 발이 되어 있었다.
# 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