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40
강철의 열제 40화
그들이 끌려나가자 진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흠, 나중에 광산이 이곳에 세워진다면 그때는 수급이 되겠군.”
“주인님, 그러하오나 드워프 족은 인간과 타협을 하지 않습니다.”
“예, 자긍심 높다 외치는 일족이라 전쟁이라도 할지 모릅니다.”
리셀과 제라르가 진천에게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진천은 그저 문제없다는 듯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 문제는 부루와 우루에게 일임한다.”
“…….”
“…….”
리셀은 부루와 우루가 드워프들이 생각하는 타이탄 일족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할 필요성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장은 어쩝니까?”
“제라르.”
“예, 말씀하십시오.”
진천은 자신의 말에 깍듯이 대답하는 제라르를 보며 눈을 빛냈다.
“네게 첫 임무를 주지.”
“예.”
제라르가 고개를 숙이며 진천의 명령을 기다렸고, 그의 귓가로 명령이 떨어졌다.
“털어 와라.”
“예?”
진천의 명령에 무엄하게도 반문하는 제라르였다. 그뿐만 아니라 리셀 마저도 순간 몸이 굳은 채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리셀의 뇌리 속에는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대체 이곳에 오시기 전에 어떤 생활을 하셨기에……. 우리가 도적 집단도 아니고.’
가우리를 재건한다 선포했던 그날의 두근거림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끼는 리셀이었다. 그런 그들의 귀로 진천의 말소리가 흘러들어 가기 시작했다.
“철을 털어오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이미 하이안 왕국에는 털만 한 분량이 안 될 것입니다.”
“누가 하이안에서 철을 털라 했는가?”
“그럼…….”
제라르의 반문에 진천이 고개를 하늘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제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중간에 가져오면 될 일을.”
“…….”
제라르의 귀에는 제국을 상대로 도적질을 하자는 말이 마치 동네어린애 엿가락을 뺏자는 말처럼 간단하게 들려왔다. 진천의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제라르는 할 말을 잠시 잊었다가 겨우 더듬거리며 확인하듯 물었다.
“소신이 말입니까?”
“그래.”
“어째서 저란 말입니까!”
“그럼. 누가 또 있나?”
당연하다는 듯이 내뱉는 진천의 말에 제라르는 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문득 무엇을 생각했는지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불가능합니다!”
“뭐가?”
진천이 반문하자 제라르가 의기양양한 음성으로 이유를 설명해 나갔다.
“철을 비롯한 공물은 항구를 이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배로 옮기는데 선적 전에 탈취를 하려 한다면, 하이안 왕국의 내륙으로 들어가야 하며 또한 들어간다 하더라도 탈취 후 무사히 오기 어렵습니다.”
“…….”
제라르의 통쾌한 음성이 진천의 귀속으로 기어들어가 심기를 힘껏 흔들어 버리고 나왔다. 그 결과로 진천의 미간에는 항상 그렇듯 두 개의 골이 패여 있었다. 제라르는 평온을 되찾은 듯한 표정으로 진천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열제 폐하, 산적질을 하라 하시던지 해적질을 하라 하시더라도 신 필리언 제라르는 뇌전의 이름을 걸고 시행할 마음을 먹었사옵니다만, 지금의 상황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방금 뭐라고 했나?”
“네? 불가능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진천이 갑자기 다그쳐나가자 제라르는 불안 속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인지 허둥댈 때 옆에서 리셀이 놀란 눈으로 운을 뗐다.
“해, 해적질 말이옵니까?”
“맞아.”
“…….”
뜬금없는 대화에 제라르는 불안 반 의혹 반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배가 어디 있다고 그런 명을 내리십니까!”
“호수에.”
분명 진천의 말대로 십여 척의 배가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호수에는 작은 지류만이 연결되어 있을 뿐 배가 지나기엔 불가능한 줄 압니다아아!”
제라르의 항변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그간 느껴본 자신의 주군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루어내는 수완을 가진 사람이었다. 진천은 차분하게 옆에 서 있는 리셀에게 입을 열었다.
“이 호수에는 바다에만 사는 물고기와 호수에만 사는 물고기가 함께 살고 있다 들었다.”
“그야 이곳이 원래 바다였기 때문이옵니다.”
“그래.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있다.”
“그야 그렇습니다.”
리셀의 얼떨떨한 대답에 진천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거기까지 배를 끌고 간다.”
“……!”
“……!”
더 이상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진천이었다. 말로는 못 끌 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곳까지 배를 끌려면 하루 이틀에 되는 것도 아니고 이곳의 인원으로 쉽게 될 일도 아닙니다. 또 한 척만 달랑 가지고 끌고 가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아십니까!”
순간 이어지는 제라르의 발악. 그리고 여지없는 우루의 응징이었다.
퍽!
“크윽.”
“말버릇 고치라우.”
우루가 대놓고 대드는 제라르의 뒤통수를 활대로 후려친 것이었다. 제라르는 억울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우루님,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까라면 까야디.”
제라르는 우루의 간단한 대답에 허탈함의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치고 있었다.
아직도 혼돈 속에서 헤매고 있는 제라르를 뒤로하고 리셀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배를 끄는 것도 좋지만 그럴 만한 인력이 되겠습니까? 게다가 배의 형태로 보았을 때 기울어진 배를 끌기 위해 고정하는 것만으로도 쉬운 것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배는 평저선만 끌고 간다.”
“네?”
고진천의 대답에 평저선이 무엇인지 모르는 리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따라오도록.”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것을 싫어하는 진천이었기에 직접 보여주기로 한 것이었다. 말없이 따라간 리셀과 제라르는 호숫가에 정박해 있는 배들을 볼 수 있었다.
“선단장을 불러라.”
진천이 나타나자 일을 하던 수부들이 모두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잠시 후 진천의 명에 선단장이 달려나왔다.
“만천(萬天)의 지존이자 만인(萬人)과 만물(萬物)을 포용하시는…….”
“그만!”
“예?”
“근위장이 시켰나?”
“……예.”
어울리지 않는 인사말을 늘어놓던 장 선단장은 진천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서 있었다. 보통 이럴 때의 침묵은 긍정이 아닌가?
진천은 골치 아픈 듯 머리를 흔들어 버리고 용건을 꺼냈다.
“지금 평저선은 모두 얼마나 있나?”
“여섯 척이 평저선이옵니다.”
“음, 상태는?”
“문제없사옵니다.”
지금은 어선으로 변해버린 전투선에 대해 묻는 진천의 질문에 선단장은 궁금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궁금함은 궁금함일 뿐 열심히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선단장.”
“예, 열제 폐하.”
진천의 음성에 그는 고개를 조아렸다.
“조만간 대양을 누빌 것이다. 수군을 조련시키고 전투함에 필요한 무장을 장 노인과 논의하도록.”
“진정이시옵니까?”
눈을 휘둥그렇게 뜬 장 선단장에게 작은 미소를 보이며 진천이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그래.”
“신 장보고, 열제 폐하의 뜻에 따라 신념과 목숨을 다 바치어 대양의 주인이 되겠사옵니다!”
바다사나이의 꿈은 바다에 있는 법. 이 호수를 벗어날 것이라는 그의 말에 선단장 장보고는 무릎을 꿇으며 소리 높여 외쳤다. 리셀이나 제라르처럼 어찌 가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왜냐면 그들이 보아온 진천은 약속을 지키는 남자였다.
등을 돌려 돌아가는 진천을 본 보고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그물을 붙잡고 있었으나 지금 그들의 표정은 바다를 누비는 전사들로 변해 있었다. 눈길이 모아지자 그들의 마음을 느낀 보고가 소리를 높여 외쳤다.
“우리는 다시 바다로 간다아!”
“우와아아아!”
“대양은 우리 것!”
비록 가우리가 백제 같은 해상왕국은 아니었지만, 왜국을 왕래할 정도로 항해술이 발달되었던 나라였다. 그 모든 것을 제외하더라도 바다사나이는 바다 사나이. 그들의 마음은 이미 대양을 누비고 있었다.
제라르는 방금 전 진천과 선단장의 대화에서 평저선이 무엇인지 궁금한 탓에 우루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저…… 평저선이 뭡니까?”
“바닥이 평평한 배디.”
“…….”
간단명료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질문은 걸음이 멈춤으로 끝이 났다.
“설, 설마!”
“이, 이런!”
리셀과 제라르가 멈춘 채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인원이 필요 없다는 의미를 알게 된 것이었다.
“뀌이이익!”
“저거 잡아!”
“뀌이이이이이익!”
우리 안에서 죽어라 도망 다니는 오크들과 그 뒤를 몽둥이로 두들겨 가며 길들이고 있는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들은 몬스터입니다! 귀축(鬼畜)은 잡는 즉시 죽이는 게 대륙의 관례입니다!”
제라르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럼에도 진천의 눈썹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그저 간단한 대답만이 나올 뿐이었다.
“귀축이나 가축이나.”
“…….”
제라르의 상식은 이곳에서 철저히 깨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일반 장정의 힘을 능가한다는 오크들 수십 마리가 두세 명의 병사들에게 도망 다니는 광경부터가 상식에 맞지 않았다. 그런 제라르의 의문을 풀어주듯 우루가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귀축이든 가축이든 사람이든 말이디, 모두 똑같은 기야.”
“그게 무슨?”
제라르의 반문에 우루가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손짓을 이용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일단은 말이디. 디지게 패는 기야. 이유? 기딴 거 없어야. 기냥 패는 거디.”
“…….”
“기러다가 밥을 주는거디. 기런데 보통은 바로 달려들디. 기럼 또 패는 기야!”
“…….”
“기렇게 죽을 둥 살 둥 패다가 나중에 일을 시키는 기야. 기런다고 안 패는 건 아니디. 일을 해도 패는 기야. 못하면 못한다고 죽어라 패고 잘하면 잘한다고 죽지 않을 정도만 패면 되는 거디.”
열심히 살기 어린 눈으로 몽둥이로 패는 시늉을 하며 설명하는 우루의 모습에 제라르는 등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기러면 죽는 것처럼 일을 하게 되디. 그때서야 덜 패면 되는기야. 알간? 매 앞엔 장사가 없디.”
“예.”
“뭐 기러다 한둘 죽어 나가면 효과는 죽이디.”
“…….”
잔인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들의 사고가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제라르였다. 그것은 리셀도 마찬가지였는지 우루의 실감 나는 설명에 창백해져 있었다. 이 둘은 자신들도 저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가 적은데…….”
“음.”
이제는 반대 한다 하기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제라르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이 말에 진천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긍정적인 표현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50여 마리였다.
처음에 와서는 음식으로 쓰기 위해 잡았던 것들이었다. 물론 이후에도 오크들의 습격이 있었지만 잡일을 시키는 데에 수도 모자라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못 먹는다는 것을 알고는 죄다 잡아 죽이기만 했던 것이었다. 배 여섯 척을 끌기 위해서는 턱도 없는 숫자고, 근래에 와서는 오크들이 습격조차 안 하고 있어 보기조차 힘이 드는 실정이었다.
“흐음.”
진천의 고민이 길어짐에 따라 제라르는 조금씩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깡깡깡깡깡!
그때 감시탑에서 시끄러운 쇳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궁수대 조주운!”
티티틱.
뒤로 당기어진 시위가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시위가 당겨지자 부여기율의 신호 소리가 떨어졌다.
“쏘아!”
팅, 티티팅.
“이후 각자 제량에 맞게 자유 사격!”
슈슈슉.
시위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화살들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그렇게 한 번의 일제사 이후 궁수들의 손길이 재빠르게 다음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문을 열라우! 현 경계 조를 포함, 대기 경계 조는 모두 밖으로 따라 나오라우!”
“개문(開門)이오!”
구구궁.
병사의 목소리가 높이 울려지며 육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졌다. 문이 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들이 울부짖으며 밖을 향해 쇄도해나갔다.
두두두두두두.
“구라쟁이!”
“예!”
“기마 이십 여기 끌고 주변 뒤지라우!”
“충! 좌군은 나를 따르라!”
선두에 선 을지부루의 명을 들은 계웅삼은 기마들을 이끌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들은 곧 쓰러져 있던 피투성이의 사람들을 지나쳐 숲을 향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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