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403
강철의 열제 403화
한쪽 눈을 찡그리며 투덜대는 우루의 시선에 무언가가 잡히기 시작했다.
“응? 오오오 드디어 오는구만 기래!”
우루의 표정이 밝아졌다.
잠시 후 우루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행렬이 가우리군의 진지로 도착했다. 그들은 바로 보급물자를 수송하는 후방지원 부대였다. 대부분이 하이안과 로셀린의 징집된 병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 물건은 어디 있는기야?”
물건을 바쁘게 내리고 있는 병사들 사이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자신의 물건을 찾는 우루 앞으로 한 병사가 커다란 상자를 끙끙거리며 매고 왔다.
“장군님. 여기 가우리 본국에서 장군님 앞으로 온 물건입니다.”
어른 키 만한 상자를 매고 온 병사가 조심스럽게 우루의 앞에 상자를 내려놓자, 물건을 옮기던 주변 병사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그런 병사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우루는 환한 표정으로 놓여진 상자의 못을 우악스럽게 뽑아내었다.
“기래, 왔구만!”
우두둑, 터엉!
상자의 입구가 거친 소음을 내며 열렸고 우루는 반가운 미소를 머금으며 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후 그 안에서 나온 것은 거대한 궁이었다.
“기래 이거야!”
우루의 모습을 주목하던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반적인 목궁이나 장궁의 크기가 큰 경우는 보았지만, 지금 우루가 들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은 보지 못했다. 아니 가우리 군이 사용하는 복합궁과 그 구조는 같아 보이지만 미노타우르스의 뿔 전체를 그대로 써서 만든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다.
“설마 저걸?”
“꼭 유돈노에나 쓰는 것 같이 보이는데?”
“설마 아니겠지?”
병사들이 놀라 두런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와중에도 우루는 자신의 손에 들린 거궁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어디.”
상자 안에는 단창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유돈노등의 대형 노에서나 쓰이는 것들과 닮아 있었다. 우루는 그것을 집어 손에 들린 거궁의 시위에 걸고 당겼다.
드드드득!
“헙!”
“저, 저럴 수가!”
우루의 키보다도 큰 궁이 한번에 확 휘어지며 팽팽히 당겨졌다. 시위에 걸린 커다란 화살도 금방이라도 튕겨 나갈 것처럼 보였다.
“기래. 이 정도는 돼야디.”
지금까지의 설렘은 오간데 없이 우루의 눈빛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주변에서 놀라던 말든 우루는 당겼던 화살을 놓았다.
터엉!
시위가 튕기는 소리가 마치 북치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거대한 화살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럼에도 화살이 워낙에 큰 덕에 날아간 궤적을 알아보는 병사들이 몇 있었다. 그것도 잠시 화살이 어디까지 날아갔는지 아무도 알아 볼 수 없었다.
어둡기도 했고 멀리 날아가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오직 우루만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뿐이다.
“됴아.”
우루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섬뜩하게 보였다. 밤하늘로 화살을 쏘아 올렸던 우루의 몸 주변으로 불타는 전의가 유형화되어 불길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제143장 거짓은 9할의 진실 속에 감추어져 있다
가우리 군의 장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고진천이 바닥에 펼쳐진 지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제국 연합 측에서 고맙게도 신성제국의 동향을 시시콜콜하게 알려주더군. 어제 우루와 조우했던 대로 루키아 후작이라는 자가 이곳 트리폴리안 요새에 와 있는 것이 확인 되었다. 하지만 이 주변에 나가있는 우리의 척후조로부터는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루키아 후작과 함께한 병력의 수는 기병 삼천여 정도라 한다.”
“그럼 본대가 뒤이어 오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원군을 보내는데 있어 기병만 보낼 리는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혹시나 하는 질문이 계웅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질문에 진천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제국 연합의 인원들의 첩지에 의한다면 약 삼만 가까이 되는 병력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더군. 물론 이는 보급부대 포함된 병력이다. 그리한다면 실질적인 전투 병력은 이곳이 안방임을 감안할 때 약 이만여 에 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길티요. 타국으로의 장거리 원정이 아닌 이상에야 보급부대의 비율이 높을 이유는 없겠디요.”
“새로이 편성된 징집병 이만이라는 소리이지.”
그 말을 하면서 진천의 입 꼬리가 음산하게 올라갔다. 마치 맛있는 먹이를 눈앞에 둔 맹수와도 같은 눈빛이었다. 그의 옆에 앉아있던 연휘가람이 막사입구 쪽을 바라보며 진천의 말을 이어나갔다.
“어제 류화가 끌고 나간 장거리 정찰대가 도착할 때가 되었으리라 봅니다만…….”
“그럼 역시?”
웅삼의 표정이 마치 진천처럼 변해갔다. 그들의 표정 변화를 바라보던 부여기율이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야기꾼들이 보면 무슨 악당소굴로 묘사되고도 남겠어.’
그러는 그도 자신의 입가에 스민 잔인한 미소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다 똑같은 인간들이었다.
고진천과 일당들(?)의 논의가 이어진 것은 밤새 정찰을 다녀온 몽류화의 도착되는 시점이었다. 정확한 병력 현황을 알아야 습격을 하던 등을 치던지 하지 않겠는가?
“고조 전투 병력이 약 이만이 안 되는 만 칠천여 정도라는 거이네?”
“그렇습니다.”
다시 확인하는 듯한 을지우루의 질문에 몽류화는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까와는 달리 다들 신중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거리와 시간에 있었다.
아무리 오합지졸이라도 보급 포함 삼만에 이르는 행렬이다. 그중 실질적인 전투 병력이 만 칠천여라 해도, 행군 대열이 정연한 것이 어느 정도 기초적인 훈련은 마친 병력 같았다는 것이 류화의 대답이었다.
더불어 행군속도가 의외로 빨라 고진천이 병력을 이끌고 도착할 때면 이미 성의 지척에 도착하게 되어 자칫 잘못하면 협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묵갑귀마대를 위시한 사천여 기마대로 상대하기엔 부담 있는 병력임에 틀림이 없다.
이곳이 가우리 앞마당이라면 치고 빠지기라도 해보겠지만, 이곳은 엄연히 적국의 한가운데다. 길을 알아도 적군이 더 잘 알 것이고 그리되면 고립에 빠지는 것은 가우리 군이 될 것이다. 또한 최대한 적은 피해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계웅삼이 안타깝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었다.
“그럼 이대로 구경만 해야 한다는 건가? 쩝.”
그만한 병력이 수성 병력으로 합류 된다면 가우리 군 입장에서는 커다란 제동이 걸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껏 그나마 가우리군이제국 내륙으로 이렇게 들어올 수 있었던 점 중 하나가 바로 경시였다.
가우리를 비롯한 4국 동맹은 언제든지 쓸어버릴 수 있다는 신성제국의 오만한 자신감.
그랬던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패전했다지만 주요 전력 중 하나인 루키아 후작과 함께 완편되지 않았지만, 삼만이라는 군단급 병력을 내려 보냈다는 점이 걸리는 것이다.
“킁, 우리가 너무 날뛴 건 가 봅니다.”
삼두표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부여기율이 한숨을 내쉬었다.
“뭐 저들이 신경 쓰기도 전에 몇 군데의 성을 깨부수고 거기에 제라르와 대무덕 대장군께서 동서 해안으로 상륙해서 밀고 올라오니, 그들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지요.”
“뭔가 이상한데?”
그들의 대화를 듣던 웅삼이 잠시 제동을 걸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장수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었다.
“맞습니다. 이건 좀 이상합니다.”
“그렇군요. 확실히…….”
침묵에 쌓였던 고윈과 휘가람 역시 웅삼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진천을 비롯한 나머지 장수들은 궁금한 눈빛을 던지며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궁금증에 가장 먼저 답변을 시작한 것은 바로 웅삼이었다.
“그렇잖습니까. 전쟁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기만전술인데, 이번에 알려진 루키아 후작의 지원 병력에 대한 소식은 조금 일찍 전달된 것 같지 않습니까? 물론 우리야 첩보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빌런이 루키아라는 그 작자를 알아본 것이 우리 입장에선 결정적인 정보가 되었구요.”
장황하게 늘어놓는 웅삼의 말에 진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간단히.”
“……네.”
살기를 동반한 진천의 강렬한 요구에 웅삼의 설명은 간결성을 되찾았다.
“첫째 의문점. 첩보와 현실이 너무 차이점이 적었으며 이토록 빠르고 정확했다는 점입니다. 둘째 의문점, 이게 개인적으로 걸리는데 이것 자체가 커다란 기만이 아닐까요?”
“기만?”
진천이 되묻자, 웅삼이 확신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대화속에서 실마리를 얻은 고윈의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노린 부분이 바로 적의 방심이었습니다. 우리의 예상대로 우리보다 신성제국은 제국 연합의 공세를 더 위협적으로 생각 했을 것이고 말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루키아 후작을 오히려 제국 연합과의 전선으로 이동시켜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고윈의 말대로 루키아 후작을 팔란시아 평원쪽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요. 정 후방이 어지럽다면 다른 귀족 병력만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휘가람 장군께서 말씀하신대로 입니다. 신성제국이 다른 두 제국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는 것은 바로 무력입니다. 문관 세력이 대대로 미약하나 반면에 무관들의 세력이 강한 곳이 바로 신성제국입니다. 거기에 그 무력이 유사 이래 가장 강하다는 때가 바로 현 밀리오르 황제가 등극한 이후 입니다. 여기서 무력이 강하다는 것은 최소한 전술적인 부분에도 크게 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있던 우리와의 전투에서는 생소함과 정보의 미달 그리고 세간의 인식이 다리를 잡았던 탓도 없잖아 있습니다.”
“으음.”
이전 전투의 이야기가 나오자 장수들의 얼굴에는 고민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런 부분을 잘 이용했던 탓도 있다. 그들의 고민되는 표정을 보며 말을 이어나가는 고윈의 얼굴표정에는 망설임과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얼마 전 을지부루 장군께서 희생하시면서 까지 막아내었던 그 전투 역시 아무도 예상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분의 희생이 있어 그나마 막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종이 한 장 차이였을 정도로 말입니다.”
죽은 부루의 이야기가 언급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현실은 현실이었다.
사실 부루가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을 때 진천이 그를 믿고 남았었지만, 그것은 최선이라기보다도 도박에 가까운 결정이 아니던가?
후퇴이후는 어차피 보슬보슬 내리는 빗방울에 점차 옷이 젖어 들어가듯이 4국동맹이 무너져 내릴 것이 분명했었기 때문이었다.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 휘가람이 천천히 말을 꺼내었다.
“어찌 보면 부루가 있었기에 신성제국 입장에는 지금 복잡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우리 입장에서는 악몽이 되었겠지만 신성 제국 입장에서 그 상륙이 성공했다면 대륙 제패를 노려 볼 만 하였을 것이니까요.”
“큭.”
휘가람의 말에 진천의 입가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가 분명했다.
“부루가 신성제국 황제 녀석의 원대한 지도에 똥칠을 해주고 간거군.”
“풉.”
“크크큭.”
진천의 한마디에 모두가 실소를 터트렸다. 죽어서도 많은 영향을 남긴 부루였다. 그것도 이들 뿐 아니라 대륙 전체의 판도에 균열이 가게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어찌 되었든 지금 상황이 복잡하게 되었다면 신성제국은 조금 더 복잡한 판단을 내렸음이 분명하겠지요?”
그때 끼어든 웅삼의 한마디는 잠시나마 부루를 떠올리며 웃음 지었던 이들의 시선을 주목시켰다. 지금까지 궁금해 했던 사안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갑자기 많은 시선을 받은 웅삼은 무엇인가 확실한 생각이 떠올랐는지 확신에 찬 미소를 자신의 입가에 만들어가고 있었고,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점차 기대로 변해갔다.
“‘9할의 진실과 1할의 거짓이 합쳐지면 무엇이 나오는지 아십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이네?”
기대에 부풀게 만들었던 순간치고 뜬금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에 우루가 인상을 찌푸리며 쏘아붙였지만, 웅삼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10할의 거짓입니다.”
“뭐?”
웅삼의 단언에 우루가 멍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런 우루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변 인물들의 표정을 천천히 훑어보며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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