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410
강철의 열제 410화
처음부터 이만여 병력을 살려올 생각조차 하지 않고 계획을 짰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저런 결과가 나올 리가 있겠는가?
아무리 병사가 지휘관들 입장에서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습격이라는 전투에 이만여 라는 큰 병력을 버리는 계획을 짜는 인간은 없다.
아니 없었다.
“이만여명이 후퇴를 생각 못하고 오직 작전의 성공만을 달성하기 위해 쓰였다면 저런 피해가 난 것이 당연하겠군. 밀리오르 황제가 광증이 있다더니…….”
쇼오 공작의 입에서 허탈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이쪽 입장에선 또다시 발목을 잡힌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나마 다행입니다. 미리 축척해 놓은 보급품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잠시지만 말을 잊었던 밀리엄 후작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투로 말문을 다시 열었다. 하지만, 다시 무엇인가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쇼오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보급품을 막기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이 많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만이라는 커다란 병력을 한번에 소모시킨 진정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밀리오르 황제가 광증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국들이 신성제국을 깎아 내리기 위한 것일 뿐이다.
특히 잠시나마 신성제국의 손을 잡았던 해상제국의 쇼오 공작은 그 사실을 더 잘 알고 있었다. 만에 하나 일만 잘 됐으면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던 전술을 꾸민 것이 바로 밀리오르 황제 아니었던가?
그 위험성을 감지했기에 연방제국과 손을 잡은 해상 제국이었다.
그때 또 다른 인기척이 막사 입구에서 느껴졌다.
“밖에 무슨 일인가.”
그 인기척이 막사안의 분위기가 험악한 것 때문에 잠시 주저하는 느낌임을 알았기에 밀리엄 후작은 겉으로나마 여유를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밀리엄 후작의 말에 주저하던 인물이 들어왔다. 통신 마법사 곁에 있던 또 다른 전령이었다.
먼저 보고를 했던 전령과 같은 자리에서 습격 사실을 들었기 때문인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섰다.
“습격을 받았던 항구에서 사로잡은 포로 중, 적의 기사 하나에게서 의미심장한 첩보를 얻어냈다고 합니다.”
“어서 말하라.”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전령의 걱정과는 달리 밀리엄 후작과 쇼오 공작의 표정은 진지했다. 아니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보고를 종용하는 모습이었다.
“곧 제국이 우리를 벌할 것이라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지 않은가?”
쇼오 공작의 반문에 전령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물론 그뿐이면 이렇게 따로 연락이 오지 않았겠지만, 루키아 후작의 이름도 자결 직전에 나왔다고 합니다.”
“그치는 남부 전선으로 파견이 되었던 것을 다각도로 확인하지 않았나?”
지금 전선을 맡고 있는 것은 루키아 후작이 아닌 케니클 후작과 용병왕 블라미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가우리 원정의 패전 이후 남부전선의 4국 동맹을 막기 위해 남부로 이동을 한 루키아 후작의 이름이 거론 된 것이다.
“단지 우연이나 기우면 좋겠지만…….”
밀리엄 후작의 표정위로 불안감이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쇼오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봐도 미친 짓에 가까운 일을 벌일 정도라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후 제국 연합의 수뇌부는 포로의 생명을 도외시한 마법적 심문까지 허락해 가며 추가적인 정보습득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버리는 패로 쓰여진 이들이 무엇을 알고 있겠는가?
거기다가 기사급의 인물은 몇 잡히지도 않아 포로를 통한 정보 습득은 더 이상 어려웠다.
그저 추가로 밝혀진 것은 이들이 습격을 위해 마약류를 복용한 흔적 정도를 추가로 밝혀내었고, 중앙 기사단이 아닌 지방 귀족가의 개인 기사들이 몇 차출되어 작전에 동원되었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정보는 그날 저녁 잡힌 포로가 아닌 다른 지역들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후작각하!”
“무슨 일인가?”
아침의 여유와는 달리 수십여 명의 귀족들이 모여 지도 등을 놓고 여러 가지 정보를 취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귀족하나가 밀리엄 후작 앞으로 바쁘게 달려왔다.
“루키아 후작의 동향을 알아보는 가운데, 눈에 띄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말하게.”
루키아 후작의 동향을 알아보던 가운데 들어온 소식이라는 젊은 귀족의 말에 자료를 뒤지며 이번 사태에 대한 정리에 힘쓰던 모든 귀족들의 이목이 한번에 집중되었다.
“이 소식은 4국 동맹 측에 연락을 넣어보던 중에 들어온 소식으로서…….”
새로운 소식은 다름 아닌 트리폴리아 요새로 향하던 신성제국의 세르피언 백작의 지원 병력에 대한 가우리의 습격에 대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소식에 대한 정리를 하자면, 원래 그 병력은 루키아 후작이 이끌고 오던 병력인데 모종의 일로인하여 그가 먼저 기사단과 기마대를 이끌고 프리폴리아 요새로 들어왔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삼았다.
이후 벌어진 가우리의 과감한 습격으로 인해 루키아 후작이 빠진 병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루키아 후작에 대한 걱정은 덜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신성제국이 오히려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기만책은 아닐까요?”
젊은 귀족의 보고에 쇼오 공작의 입에서 긴장이 탁 풀리는 듯한 음성과 함께 여유를 찾은 음성이 흘러나오자, 젊은 귀족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던 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을 던지며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밀리엄 후작은 신중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쇼오 공작님 그렇다면 이만여 병력의 습격을 오히려 막고 전력을 보존했어야 하지 않았겠습니까?”
“으음. 그렇지만 반대로 고도의 심리전은 아닐지 모르겠소.”
“그렇다 해도 이만의 병력이라면…….”
“오히려 그 병력이 크기에 우리가 실제 이렇게 혼란에 빠진 것이 아니겠소?”
“…….”
생각에 생각을 할수록 더욱 복잡해져만 갔다. 쇼오 공작의 말대로 간단히 생각 한다면 또 그렇게 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걸리는 것은 이만이라는 희생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으로 단지 심리전의 우위는 너무 약한 부분이었다.
“희생이라…….”
갑자기 밀리엄 후작의 뇌리를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피해가 아닌 희생을 자처했다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만여 병력을 던지며 지금 상황에서 신성 제국 측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지 제국 연합의 진군을 늦추어 주는 시간벌이 정도?”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표면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라면 그것이 다이네만.”
혼잣말이 점점커지며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떨어져 있던 쇼오 공작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전령!”
느닷없이 전령을 외치는 밀리엄 후작.
“밀리엄 후작 갑자기…….”
“당장 통신마법사에게 달려가서 요 근래 신성제국 수도 근처에 커다란 마나 유동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언제 어느 정도인지 알아오라! 다른 것은 필요 없다! 텔레포트를 활용할 정도의 커다란 마나의 유동이라면 알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설마?”
전령에게 명령을 전달한 밀리엄 후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변해가는 쇼오 공작에게도 말을 이었다.
“쇼오 공작님, 4국 동맹을 방치하고 우리전선으로 전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루키아 후작만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만에 하나 북방 군단 등에서 정예를 차출해 움직인다면, 지금 전황이 다시 고착화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원정군이기에 이렇게 길게 전투가 이어지면 보급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으으음.”
밀리엄 후작의 말에 쇼오 공작이 머리를 굴려 보아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가 생각해도 지금 상황이라면 차라리 4국 동맹을 방치하고 제국 동맹을 우선적으로 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제국 입장에서 4국 동맹은 언제든 치울 수 있는 존재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 한다면 신성제국 북방에서 해상제국의 지원을 받아 난동을 피우는 야만족의 존재들도 마찬가지 일 수 있다.
“전령! 당장 해상제국으로 연락을 넣어 북방의 움직임에 철저한 조사를 하여 보고 올리도록 하라 해라! 당장!”
“아, 알겠습니다!”
추가된 쇼오 공작의 명령에 또 다른 전령이 막사 밖으로 달려 나갔다. 달려 나가는 전령의 뒷모습을 바라본 후 상기된 표정의 밀리엄 후작이 다가왔다.
“만약 우리 추측이 맞다면 이것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기회?”
쇼오 공작의 반문에 밀리엄 후작이 눈빛을 빛내었다.
“분명 저들에게 4국 동맹이나 북부 야만족은 별것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제국 연합을 밀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리되면 북부와 남부는 필연적으로 비게 됩니다. 단기전이라면 몰라도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면 전선이 3개로 나뉘어진 지금 상황은 제국에게 커다란 피해 누적으로 다가올 것 입니다!”
“허나 반대로 집중된 적의 전력이 우리에게 몰려온다면, 지금 전선을 다시 뒤로 물려야 할 것일세. 잊었는가? 여긴 신성제국의 땅일세.”
“맞습니다. 하지만 그 전력이 하나로 뭉쳐지지 않았다면?”
“자네 지금?”
밀리엄 후작의 질문 아닌 질문에 쇼오 공작이 놀란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밀리엄 후작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이 이만을 던진 이유는 시간 끌기입니다. 그것이 적들에게 패착이 될 것입니다.”
밀리엄 후작의 표정에 생기가 넘쳐갔다. 전쟁의 승부수를 전질 때가 되어서인가?
“가능하겠는가.”
쇼오 공작 역시 밀리엄 후작의 말에 생각을 굳혔는지 확인하는 듯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이라면 가능합니다. 적들에게 허를 찌를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 입니다. 한번에 이십만 이상의 병력이라면 몰라도 한번에 십만씩 두어번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사기도 우리가 위이지요.”
밀리엄 후작의 장담어린 음성에 쇼오 공작이 마주 웃음지었다.
“제발 우리의 예상이 맞길 바라고 있어야 겠군.”
“저 역시 그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두 제국의 수뇌부의 일치된 의견은 지휘 막사의 귀족들에게도 승리의 예감으로 다가갔다. 거대한 제국 전쟁에서 주역이 된다는 설렘 덕인지 막사의 귀족들의 움직임에는 더더욱 활기가 넘쳐갔다.
다음날 아침, 밀리엄 후작과 쇼오 공작은 웃었다.
신성제국의 수도 헤르시안에 막대한 마나가 움직인 흔적과 북부의 병력들이 전선을 뒤로 물리는 것과 동시에 마을들을 소개한다는 소식에 말이다.
제146장 각자의 승부
“승부수를 띄워 보겠다는 것인가?”
고진천의 미간이 묘하게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울절이 말 한 대로 텔레포트를 이용해 빠져나간 누군가가 바로 루키아 후작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으음.”
습격은 대성공이었다.
빠른 습격이후 본진으로 되돌아왔던 그들은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을 느꼈었다. 어디선가 느꼈던 것 같은, 그것을 리셀도 느꼈었다. 그것은 바로 막대한 양의 마나 유동이었다. 그런데 그 유동량이 바로 리셀이 그동안 보급을 해 오던 텔레포트의 유동 같다는 이야기가 오갔던 것이다.
물론 리셀이 텔레포트를 할 때에도 힘의 유동이 느껴지긴 했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이렇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은 의외로 당연했다.
텔레포트는 리셀의 힘만으로도 가능한 경지의 마법이었다. 하지만, 저들에게는 그것이 아니다. 6서클 급의 대법사로도 혼자 힘으로 불가능한 마법인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많은 마법사들의 보조가 있어야 한다. 6서클 대법사를 중심으로 여러 마법사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가운데에 힘의 손실은 당연한 것 아닌가?
거기에 거리에 비례하여 마나의 소비는 더욱 커진다.
한마디로 경지에 오른 리셀이 홀로 텔레포트를 하는 것과 전혀 다른 마나량을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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