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413
강철의 열제 413화
왜냐면 이들이 맡은 임무는 엄연히 정찰이고 시간이 넉넉한 상황도 아니다. 그런 가운데 지금 침투에 가깝게 되어버렸지만, 적들의 의도를 알자면 이보다 더한 일도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사실 무엇보다도 검수들이 투덜거리지 않은 이유는 그들보다도 웅삼이 지금 상황에서 제일 벗어나고 싶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 * *
“연락은 아직 없는 건가?”
“아직 없는 듯합니다.”
“하긴.”
잠깐의 휴식을 뒤로하고 병력을 몰아 이동하고 있는 고진천이 정찰대의 소식이 궁금한 듯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연휘가람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했던 것과 같았다.
당연히 정찰대에서 연락이 왔다면 군을 이끄는 총사령관인 진천에게 바로 보고가 오지 않았겠는가?
그럼에도 묻는 것은 진천이 겉으로는 태연해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이 분명했다.
“걱정마십시오. 계장군이라면 충분히 좋은 소식을 보내 올 것입니다.”
“그래서 묻는거다.”
“풋.”
휘가람은 진천의 한마디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말은 저렇게 해도 정말 믿지 못했다면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떤 정찰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고진천이 이끄는 가우리 병력은 어둠을 방벽삼아 트리폴리아 요새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 * *
어두운 건물 주변에 움직이는 인물들의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도둑놈들이 모여서 작당이라도 하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둠을 살피며 있는 모습이 그들이 평범한 도둑떼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트리폴리안 요새에 침투한 계웅삼과 검수들이었다.
“거참.”
“이거 예상 밖이라고 해야 합니까?”
웅삼을 중심으로 검수들이 허탈한 음성을 내뱉었다. 웅삼의 명령대로 각 조별로 뿔뿔히 흩어졌던 검수들이 가져온 정찰결과는 그들의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은 벗어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예상 밖이긴 하지.”
“그러게 말입니다.”
이들이 성안으로 침투해서 돌아다니며 본 것은 적들이 설치한 함정도 아니었고, 가우리군을 습격하기 위해 병사들이 사라져버린 빈 공간도 아니었다.
하물며 있던 병사들이 몰래 퇴군을 한 것도 아니다.
이들이 살핀 바로는 병사들은 모두 요새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병사들이 그렇게 없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병사들의 대부분이 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카이로스 어떤 것 같아? 이거 암만 봐도…….”
웅삼이 카이로스에게 시선을 돌리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자 그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생각하시는 대로 중독 현상입니다.”
“그렇지?”
환자가 되어 누워버린 병사들의 병증은 다름 아닌 독에 의한 중독이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말 전염이 안 되는 것 맞어?”
“장군, 전 진실 된 사람입니다.”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이 되나?”
“…….”
습격에서 돌아온 묵갑귀마대 대원중 몇몇이 미리 해독약을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중독현상을 보였었다.
그 증상을 기억했던 웅삼의 눈에도 지금 트리폴리아 요새에 드러누워 있는 수많은 적병들의 상태가 그들 묵갑귀마대의 중독자들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중독 시킨 병력은 트리폴리아 요새로 향하는 병력들 뿐이었다. 트리폴리아 요새 안에 원래 상주하던 병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웅삼의 질문에 카이로스는 눈알만을 굴릴 뿐 시원한 대답하나 못하였다.
그 모습이 답답했던 탓인가?
잠시 후 검수에 의해 신성제국의 병사 하나가 잠자다 납치되어 끌려왔다.
“묻는 게 직빵 아니겠습니까?”
“큭, 그건 그렇지. 그럼 족쳐봐.”
웅삼의 허락이 떨어지자 카이로스가 나서서 그들만의 조용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자다가 끌려나온 병사는 그 안에서 가끔 행해지는 고문과 함께 충실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자다 끌려와 정신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생에 집착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질문이 대답하기에 쉬운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오래 걸리지 않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 뭐 좀 알아냈냐?”
웅삼이 약간 조급한 표정으로 일을 마치고 온 검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습격할 때 음식에 독 탔습니까?”
“뭐?”
뜬금없는 질문에 웅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 보급품에 독을 탄다던지 하는 계획은 사전에 준비 되어있지 않은 것이었다. 비가 오는 통에 불을 지르는 것도 없었다. 그저 못쓰게 만들기 위해 몇몇 식량에 오물을 던지기로 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아!”
어리둥절한 이들의 표정과는 달리 카이로스가 무언가 집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들의 이목이 그에게로 집중이 되었다.
“우리가 마법을 펼칠 때 그 영역에 있는 식량에 독이 스며들었을 겁니다!”
“그런대 얘들은 그걸 왜 먹었대?”
비 맞고 중독이 된 인간들이 왜 비 맞고 중독이 된 음식을 먹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 알아온 사실에 웅삼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들은 처음 리셀과 카이로스가 공중에 나타난 이유를 신성제국 마법 전단을 목표로 꼬여내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가우리 입장에서는 추격을 당할 리셀등의 가우리 마법사들을 보호할 겸 매복을 한 것이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판단하기에 비를 통해 중독이 된 것이 아니라, 로셀린에서 방어전을 할 때 흐르는 강물에까지 대략으로 독을 살포하면서까지 적들을 중독하게 만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그들의 이동경로의 식수를 오염시켜서 중독되게 만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놈들 아직 지들이 왜 중독되었는지도 잘 모르는 거야?”
“그렇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새로 들어온 보급품을 먹었다는 거지?”
기존에 있는 식량부터 없애는 것이 상식 아니었던가?
웅삼의 당연한 질문에 검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리며 말했다.
“풉. 그게 비 맞아서 랍니다!”
“뭐?”
“푸히히히!”
“맞네! 비 맞은 식량 썩기 전에 소모하느라 먹었다는데!”
“하하하!”
자신들이 침투했다는 것도 잊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지휘관으로써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거기에 중독된 병력도 상당한 상황이고, 비에 맞아 젖은 곡식을 썩기 전에 먼저 충분히 풀어 사기 진작을 하려 했을 것이다.
지휘관의 고심과 배려가 독이 되어버린 순간이다.
“이제 조용.”
“흐흐.”
웅삼이 주변의 검수들을 둘러보며 웃음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모두의 입에는 웃음이 걸려있었다.
기회 아닌가?
가우리 군대가 도착할 때까지 이들이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마법사가 동원되어도 전부는 회복 불가능할 것이며, 상당수 회복 한다 해도 마법 전력은 힘을 다 써버린 뒤가 될 것이다.
“그럼 철수해서 보고 합시다 대장.”
“암, 보고해야지.”
고개를 끄덕이는 웅삼의 입가에 왠지 미묘한 미소가 걸렸다.
“대장 그 표정은 왜…….”
웅삼과 오래했던 덕에 검수들은 웅삼의 미묘한 미소에 경계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혹시 또 성문 열자는 겁니까?”
“끄응.”
여기저기서 검수들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들이 여태 열어 재낀 성문이 대체 몇 개인가?
“아니.”
“그런데 왜 표정이 그럽니까. 불안하게.”
투덜대는 검수의 행동은 무시한 채 웅삼이 고개를 돌려 카이로스에게 입을 열었다.
“나가서 연락해. 당장 오시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순간 집중되는 시선들.
스르르릉.
그들의 시선을 즐기며 웅삼이 천천히 자신의 장도를 뽑아들었다.
“이곳은 우리가 접수한다.”
“네?”
“…….”
웅삼의 한마디에 모든 이들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카이로스도 자신의 귀가 잘못이라도 된 양 계속 후벼대었다. 찰나의 정적을 뚫고 검수 하나가 떨리는 음성으로 한마디 내 뱉었다.
“대장, 미친거유?”
“아니.”
“우리 달랑 오십명이유.”
“그래서?”
“…….”
검수들의 입에서 한숨이 쏟아짐과 동시에 어둠속에서 오십여개의 차가운 칼날이 뽑혀져 나왔다.
계웅삼과 오십인의 전후 무후한 트리폴리안 요새 공성전이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제147장 계웅삼과 오십인의 검객
우우웅!
“정찰대에서 통신이 연결 되었습니다.”
“빨리 받아 보게나!”
말을 달리는 와중에도 카이로스의 연락을 기다리며 노심초사 하던 때였다. 그래서인지 수정구를 꺼내어 통신을 연결하는 마법사의 행동이 리셀의 눈에는 그토록 굼떠 보이는지 평소와는 달리 재촉어린 말투를 느낄 수 있었다.
수정구에 충분한 마나가 주입이 되자 천천히 빛을 발하며 정찰대에 함께 나아간 카이로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정찰 결과는 어떻게 되었…….”
[크, 큰일 입니다!]리셀의 질문이 체 끝나기도 전에 카이로스의 다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리셀을 비롯해 통신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하고 있던 마법사가 불안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정찰대에 문제라도 생긴것 인가!”
[정찰은 문제없이 마쳤습니다만,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그게 무슨 말인가! 정찰은 문제없이 마쳤다면서!”
항상 차분하던 리셀의 음성이 점점 높아져 갔다, 그때 그의 뒤편에서 굵직한 음성이 바닥에 깔리듯이 흘러나왔다.
“요점만 간단하게 보고해라. 설명은 그 이후에 하도록.”
[여, 열제폐하!]“요점.”
리셀의 뒤편에 나타난 고진천은 수정구 안의 카이로스를 향해 한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계웅삼과 그 휘하의 검수 오십인 공성 돌입이옵니다!]“…….”
“…….”
찰나의 정적.
말을 꺼낸 카이로스도 말을 들은 진천도 그 옆에서 지켜보던 리셀도 모두가 합죽이라도 된 듯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진천의 뒤를 따라온 연휘가람이었다.
“공성이라 함은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휘가람도 상당히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질문을 던졌다.
[트리폴리아 요새 이옵니다.]“……제가 잘못들은 것은 아닌 듯 합니다만.”
“내 귀에도 그렇게 들렸군.”
진천이 어느새 차분함을 되찾은 듯하자, 휘가람이 수정구와 그를 번갈아 보며 말을 늘어놓았다.
“달랑 오십 놈이 검 한 자루씩 달랑 집어 들고 이만이 넘는 병력이 지키는 요새를 함락 시키겠다고 들이치는 미친 짓을 한 것엔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사실 이번 정찰은 임기응변이나 여타 지휘관으로서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계 장군을 보낸 것 아니겠습니까?”
“모르지. 단지 개기는 것 일 수도.”
“…….”
퉁명스러운 대답 하나로 정의 내려진 웅삼이라는 인간에 대한 진천이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그 즈음 수정구에서 다시 카이로스가 급한 음성으로 말을 내뱉어 내기 시작했다.
[지금 이미 각 인원들은 트리폴리아 요새로 침투가 끝난 상황이며 정황분석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함락작전에 나선다고 했습니다. 일단 저는 말리고자 하였지만, 계 장군의 확고한 의지 때문에 더 이상 말리지 못하고 후속부대 지원 요청을 위해 요새 인근으로 빠져나와 이렇게 통신을 연결한 것이옵니다.]# 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