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417
강철의 열제 417화
“또, 무슨 일인가!”
신성제국 내륙에 자신의 영지가 위치한 덧에 실전을 그다지 많이 격어보지 않은 트리폴 백작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렇게 뛰어 들어오는 전령의 행동에 민감한 모습을 종종 보였다.
아니 그보다도 무슨 큰일이라도 났는가 하는 우려 때문일지도 몰랐다.
“내성 수비대가 밀리고 있습니다!”
“수비대가 밀린다니?”
트리폴 백작에 앞서 기사단장 베네딕트가 놀란 기색을 보이며 전령을 향해 되물었다. 그러자 전령은 뛰어오느라 거칠어진 숨을 천천히 고르며 다시 한 번 정리했다.
“내성 수비대를 책임지시는 에드윈 기사님께서 침입한 적들이 심상치 않다고 빨리 보고하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소인이 달려올 때 뒤에서 엄청난 진동과 함께 격돌하는 적들의 모습을 보고 이 소식을 알리러 온 것입니다.”
에드윈은 트리폴 백작의 가신이면서도 북부 전선에 파견을 나가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이였다. 그 전술 운용능력이 뛰어나 중앙에서도 그를 끌어들이려고 애를 썼던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경고를 보내 올 정도라면 심각한 정도의 적이 쳐들어왔다는 것이 분명했다.
“적들의 수가 어지 되느냐. 이전에 보고한 바와 다르더냐?”
“아닙니다. 약 오십여명이 맞다고 하옵니다.”
“일단 제가 기사단을 이끌고 나가겠습니다.”
“그래 주시겠소?”
자리에서 일어서는 베네딕트의 모습에 트리폴 백작의 얼굴이 환해졌다. 중앙에서의 높은 자리도 마다하고 변방의 기사로 남아 묵묵히 트리폴 백작을 보좌 해왔던 에드윈이었기에 그가 이렇게 걱정하는 것이 당연했다.
“에드윈 경이 전령만 보낼 정도라면 충분히 시간정도는 끌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걱정 마시지요.”
“그럼 트리폴 기사단과 자네가 수도에서 이끌고 온 기사단을 함께 보내서 막아주게나.”
트리폴 백작의 당부어린 음성에 베네딕트가 가슴에 주먹을 가져다 대며 믿음직한 음성을 뱉어내었다.
“알겠습니다. 이번기회에 우리 기사단에게도 적절한 실전 경험을 하게 해주겠군요.”
“부탁하네.”
“기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내성으로 쳐들어온 놈들이 운이 나쁜 것입니다.”
비록 급조한 기사단이라고는 하나, 원래 트리폴리아 요새에 있던 이십여명으로 구성이 된 트리폴 기사단의 기사와 루키아 후작과 함께 지원되어온 기사 백명, 견습 기사 이백명으로 구성된 인원이라면 베네딕트가 훈련 운운하는 것도 충분해 보였다.
그가 나가고 나자 이번에는 그리모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마법 전단장 마법통신은 어찌 되었소?”
“그, 그것이…….”
어물거리는 마법 전단장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낀 트리폴 백작의 목소리가 커졌다.
“성내에 연결되어 있는 마법사들과 통신이 연결 되어야 외부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것 아닙니까!”
임시라도 마법 전단장은 백작급이다. 같은 직위라 하더라도 수도 출신의 그리모가 조금은 더 지위가 높다고 보겠지만, 지금 그는 트리폴 백작의 질타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맡은 부분에서 충분한 역할을 다 못했다는 느낌을 자신도 지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작은 실수 하나하나가 그리모를 이렇게 위축되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부하 마법사가 연결하고 있는 마법 통신구로 직접 자신이 마력을 부어넣으며 각인된 통신망으로 연락을 보내 보았다. 그러나 수정구는 빛만 발할 뿐이었다.
성벽에서의 보고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저 서클의 마법사들이 여기저기 나뉘어져 있지만, 마법이라면 치를 떠는 계웅삼 일행이 가만 놔두었겠는가?
이미 최우선적으로 제거 되어버린 그들에게서 원하는 답변이 올리는 없었다. 되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지쳐버린 그리모가 고개를 떨어뜨리며 면목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도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트리폴 백작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이 맴돌았다. 이후 분주함 속에서 병사 하나가 바삐 달려왔다.
내성 망루로 올라갔던 전령이었다.
“어찌 되었느냐!”
“내성 망루에서 확인한바, 요새의 주변이 약간 소란스러운 것을 빼고는 아무런 적들의 습격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녕 이 내성에 침투한 병력이 전부란 말이냐?”
조금이나마 불안했던 기색을 띄우던 트리폴 백작의 얼굴에 황당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상황 아니었던가?
“그런 듯합니다.”
전령도 대답을 하면서도 찜찜한 기색을 지우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안 되겠군. 전단장께서 마법사 몇을 보내 주셔서 공중에서 정찰을 해 주셔야 할 듯하오. 침투한 병력을 먼저 제거를 하고 나가려면 시간이 걸리고 또 그렇다고 비밀 출입문으로 나가려니 적들에게 오히려 다른 출입구를 알려주는 것이 될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알겠습니다.”
여러 방향으로 알려온 소식은 전부 한결같이 ‘약 오십 여명의 적들이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였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모든 정찰 결과가 침투한 적은 오십 여명이라고 말하니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트리폴 백작의 염려는 적이 이곳을 침투함으로써 시선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고, 나중에 이것을 알아 차렸을 때에는 적의 본대에 이미 고립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여러모로 생각했을 때 그럴 듯한 판단 아니겠는가?
아마도 트리폴 백작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이 걱정 하는 부분도 아마 그것일 것이다.
“그럼 잠시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그리모가 휘하 마법 전단에게 명령을 내리러 바쁘게 사라지자, 트리폴 백작은 호위 기사들을 이끌고 베네딕트가 기사단을 이끌고 간 방향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으아아 괴물들이야!”
겁에 질린 음성이 한 병사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콰작!
“아악!”
무언가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또 한명의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명을 달리했다.
“악몽이야!”
항상 몸을 보호해주던 중갑이 오늘처럼 무겁게만 느껴지고 무의미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짱돌에 맞았다고 칼 한 자루 들고 미친놈처럼 덤벼들 때 만 해도 진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오산이었다.
뛰어들며 다 죽이겠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부순다고 하면 부수어 지고 자른다 하면 잘라져나갔다.
“으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악!”
콰직!
괴성과 비명이 어우러짐과 동시에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돋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확실히 미치긴 했어.”
“허어, 저 눈 돌아간 것 봐.”
검수들은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계웅삼의 행동을 보며 싸우다 말고 혀를 차고 있었다.
전장에서 흥분은 금물이라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다.
계웅삼을 흥분시키는 것은 적에게는 금물이었던 것이다. 괴성을 지르며 공중을 날듯이 뛰어오른 웅삼의 이마빡이 투구가 보호를 할 수 없는 적 병사의 안면을 부수었다.
그 병사의 높던 코는 눈과 입이랑 사이좋게 높이를 맞추며 천천히 뒤로 넘어갔다. 그는 아까 웅삼에게 돌맹이를 던졌던 이였다.
그리고 홀로 병사들의 중심부로 뛰어든 웅삼의 발광은 더욱 거세어졌다.
“끄아아아!”
다른 한명의 병사가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앞으로 고꾸러졌다. 그 병사는 웅삼에게 고자라 놀린 이였다. 그것을 필두로 안면과 낭심을 집요하게 노렸다.
“어떻게 저런 인물이…….”
에드윈의 동공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미친 듯이 병사들을 휘저어가는 것이 대단한 게 아니었다. 난전에서 자신이 노리는 곳만을 베어 넘긴다는 행동자체가 엄청난 실력차이가 있기 전에는 불가능한 것이다.
죽이는 것보다 사로잡는 것이 어렵듯이, 아무렇게나 베기도 힘든 상황에 저렇게 노리는 곳만 공격해 나간다는 것은 이미 이들로서 막기는 요원하다는 것이었다.
“침착해라! 다시 방진을 형…….”
에드윈이 병사들을 독려할 때 웅삼의 눈이 그와 마주쳤다.
아주 싸늘한 안광.
행동은 미친놈처럼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의 눈빛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뿔싸!”
“큭! 이미 늦었네, 친구.”
에드윈이 뒷걸음질을 칠 때 이미 웅삼의 신형은 그를 향해 들이치고 있었다.
병사들은 그의 광기어린 행동에 정신을 놓고 있었고, 에드윈도 그 상황을 지켜보느라 미처 몰랐던 것이다.
아니 웅삼은 처음부터 에드윈을 노린 것이다.
“으아아압!”
에드윈은 양손으로 잡은 바스타드 소드를 자신을 향해 낮게 깔리며 들이닥치는 웅삼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후웅!
“주, 죽였다!”
그 옆에서 지켜보던 병사의 얼굴이 환해졌다.
에드윈의 바스타드 소드가 정확히 웅삼의 머리를 쪼개고 지나간 것을 본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무기를 휘두른 에드윈의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이렇게 어이없게…….”
에드윈의 떨리는 음성이 울리자 바스타드 소드에 의해 머리가 쪼개진 줄 알았던 웅삼의 신형이 잔상처럼 사라지며, 그의 목소리가 뒤쪽에서 흘러나왔다.
“뭐, 그쪽 입장에선 어이없겠지.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여기서 시간을 끌면 안 된다고.”
“크흑!”
푸학!
에드윈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옆구리의 갑주가 갈라지며 피분수가 뿜어졌다.
“다죽여!”
“히, 히익!”
“어딜 도망가!”
에드윈이 쓰러짐과 동시에 검수들의 검이 악착같이 병사들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흐려지는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드윈이 입안으로 역류해 올라온 핏물을 뱉어내며 웅삼을 향해 힘겹게 시선을 돌렸다.
“이, 이렇게 발각된 이상 너희들도……, 쿨럭. 목적을 이루고 빠져나가지 못 할 것이다.”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빠져나가다니?”
힘겹게 내뱉은 에드윈의 말을 들은 웅삼이 귀를 후비며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대체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인 것이다. 그리고는 흩어져가는 신성제국의 병사들의 뒷모습을 슬쩍 보고는 장도에 맺힌 피를 뿌렸다.
“착각했나봐?”
“무, 무슨…….”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 에드윈을 향해 웅삼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곳에 들이 닥칠 때 숨어 들어온 것은 맞지만, 그건 여기 성주 목이나 따자고 들어온 건 아니거든.”
“그럼 무슨 모, 목적이냐.”
도저히 이유를 알지 못하고는 맘 편히 눈을 감지 못하겠다는 듯이 에드윈이 힘겹게 생명의 끈을 붙잡으며 물었다.
그러자 웅삼이 힘겨워하는 에드윈의 몸을 한쪽에 편히 누여주며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점령.”
“쿨럭! 역시 숨겨둔 병력이 있었던 거, 거냐!”
한차례 피를 토하며 격렬하게 묻는 그에게 웅삼은 빙글거리며 웃었다.
“이게 다야. 이걸루 한번 해보려고. 어때? 가슴 뛰지 않아?”
“큭, 빌어먹…….”
웅삼의 말에 에드윈은 대답을 끝내 이어가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그의 눈에 단 오십명을 상대로 얼마간을 버티지 못하고 도주하는 자신의 병사들의 뒷모습이 마지막으로 그려졌던 것이다.
웅삼이 그의 시신을 놓고, 일어서며 주변으로 모여든 검수들에게 입을 열었다.
“이거 이런 놈이 많으면 꽤 골 아플 것 같은데?”
“없길 빌어야지요.”
그들의 발목을 조금이나마 잡아끌었던 에드윈을 뒤로한 웅삼과 검수들이 다시 걸음을 빨리하며 달려 나갔다. 그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트리폴리아 요새의 점령이니까 말이다.
단지 오십여명의 침입자를 막고자 출동했던 내성 수비대의 중갑보병들은 삼백이라는 자신들의 숫자를 너무 과신했다.
가벼운 경장 차람의 침입자들과 대비해 중갑을 입은 자신들의 무장을 너무 과신했다.
그 결과로 그의 눈앞에 있던 지휘관 에드윈 기사가 일합 만에 패배하여 목숨을 잃어버리지 않았던가?
“헉헉!”
“사, 살았다!”
항상 돌아다니던 내성의 영주관저였지만, 가우리 검수들의 추격을 뿌리치며 달아나는 지금은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눈앞에 찬란한 은빛으로 빛나는 기사들이 나타나자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던 공포가 싹 가시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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