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427
강철의 열제 427화
“왜냐하면 그것은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함이라고 보기엔 뭔가 달랐습니다. 그저 힘이 뭉쳤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마법을 외우려 마나를 모았는데 마법은 쓰지 않은 것과 같다 할 수 있지요.”
지금 세상에서 3현자라 불리는 뮤 베이니어, 미케인 베이니어, 탈로스 베이니어들과 같은 6서클 마스터에는 모자라지만, 서먼은 엄연히 초입이지만 분명 6서클에 진입한 대법사였다.
그런 그의 확신 있는 말이기에 밀리엄 후작은 그나마 얼굴을 폈다. 하지만 이내 걸리는 것이 있는지 질문을 던져 왔다.
“마법의 원리에 대해 그리 해박하지는 않은 나지만,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모은 마나를 쓰지 않고 그냥 흘린다면 그다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고 알고 있소만.”
“……그래서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왔다.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모은 마나는 방출을 해야 한다.
마나를 모은 채로 공격을 받은 마법사들이 마나의 불꽃이나 자신이 생성하던 마법에 폭사해 사라지는 경우들이 마나를 제대로 방출하지 못한 단적인 예인 것이다.
“만약, 드래곤이 아닐 수도 있소? 대규모 마법 말이오. 이를테면 전설상의 운석 소환 마법이라든지…….”
“그럴 리는 없습니다.”
쇼오 공작의 질문에 서먼 대법사는 강하게 부정했다. 이어 그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먼저 그러한 마법들의 수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기록은 있으나 그 존재조차 의문이 되는 마법들입니다. 신화와 같이 말입니다. 또 실존한다 하더라도 고대의 기록에 의하면 저 하늘 밖의 공간에서 떠도는 운석을 텔레포트시켜 떨어트리는 마법인데, 무작위로 떠도는 운석을 찾아내어 감지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저 뭐 생각이 나서 말한 것뿐이오. 우리가 아무리 마법사의 전력을 모아도 신성제국에 비하면 버거운 것은 사실이 아니오. 저쪽은 대법사만해도 세 명이나 있소.”
“그렇다 해도 불가능합니다. 왜 3서클이 되어서야 마법사라 부르는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소.”
되레 질문을 던지는 서먼 대법사의 말에 쇼오 공작과 밀리엄 후작은 당연히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아는 마법의 범주는 전술적 가치와 이용에 대한 정도이지, 호칭이나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말이다.
“법사라 불리는 2서클짜리들이 아무리 잔뜩 모여 봤자, 3서클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옵니다.”
“그건 비약이 심하오.”
“심한 비약이 아니옵니다. 서클이 낮을수록 공간을 장악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그에 비례하여 허공을 격하여 공격할 수 있는 거리 역시 짧아지지요. 물론 육체적인 능력까지 발휘한다면 모르지만, 순수 마법으로는 법사가 마법사를 이기는 일은 절대 가능하지 않습니다. 순수 마법으로 살상을 할 수 있느냐와 못하느냐의 차이가 법사와 마법사의 구분하는 경계이기도 합니다.”
“으음.”
순수 마법만을 사용하여서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쪽과 그러지 못한 쪽.
물론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단순 상관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그것조차 모를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제가 대마법사가 아니라 대법사라 불리는 겁니다. 신성제국의 대법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사가 모이면 뛰어나다 해도 그것은 법사와 마법사의 차이와 같은 이치인 겝니다. 우리의 전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막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기에 제가 온 것이고 말입니다.”
이어진 서먼 대법사의 말에 잠시 밀리엄 후작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우회적으로 자신들의 몫은 걱정 말고 병력이나 잘 이끌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불신을 나타내며 다그친 것도 있었기에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한 것이다.
“만약, 신성제국에 대마법사가 있다면?”
그래도 찜찜한지 또다시 쇼오 공작이 의문을 제기하자, 서먼 대법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법사는 드래곤의 존재는 믿어도, 대마법사라는 존재는 믿지 않습니다. 대마법사라는 단어의 존재는…… 그저 마법사들의 이상향일 뿐입니다.”
서먼 대법사는 불가능이라는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려 막사 밖으로 나갔다.
* * *
우웅!
마법사의 손길을 따라 막사의 내부에 푸르른 빛이 감돌았다.
막사의 가운데에는 통신마법사가 긴장한 상태로 시립해 있었고 그 앞에는 미케인 베이니어와 탈로스 베이니어 대법사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음파 차단 마법 활성화되었습니다.”
“통신 연결 활성화되었습니다.”
천막 내부를 푸르른 빛으로 감싸던 마법사가 공손히 그들의 뒤에 시립하며 밖으로 말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마법을 활성화시켰다는 보고를 하였다. 이어서 통신용 수정구를 조절하던 마법사도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음을 알렸다.
“그래.”
미케인 대법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수정구에 빛이 감돌았다. 통신이 연결된 것이다.
[중요한 논의가 있네.]수정구에 나타난 것은 뮤 베이니어 대법사 즉, 신성제국의 마법사들의 수장이었다.
“중요한 논의란 말입니까?”
인사치레는 생략하고 바로 중요한 일이 있다는 말로 통신을 시작한 그의 행동에 미케인 대법사가 다시 질문을 하였다.
그러나 뮤 대법사는 대답 대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만으로 일의 중요함을 강조했고, 눈치 빠른 탈로스 대법사가 직접 통신용 수정구에 마력을 주입하며 통신마법사와 시중을 드는 제자들에게 입을 열었다.
“모두 나가들 있어라.”
“예.”
이전부터 이런 일이 종종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통신을 담당하던 마법사와 주변에 시립해 있던 제자들과 측근 마법사들이 모두 두말 않고 고개를 숙이며 막사 밖으로 빠져나갔다.
잠시 후 둘만 남자 미케인, 탈로스 두 대법사가 수정구에 비추어진 뮤 대법사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본능적으로 트리폴리아 요새의 점령과 전날 그들이 느꼈던 거대한 힘의 파동과 관련된 일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전날에 둘 다 느꼈으리라 생각하네.]“아무래도 그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드래곤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솔직히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예상대로 전날의 이야기를 꺼내자, 미케인과 탈로스가 연이어 말문을 열었다.
그들의 이런저런 추측성 질문을 듣던 뮤가 쉽지 않은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와 관련이 있네.]“우리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라면 아하른 학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미케인은 여전히 감을 못 잡고 있었고, 탈로스 역시 알지 못하겠다는 듯 궁금증 어린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우연이지만 탈로스의 의문이 정답에 가까웠다.
[아하른 학파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 아니 아하른 학파의 인물이었다고 해야 하나?]“흐으음. 학파의 인물이었다는 것은 좀 이해가 안 갑니다. 자유 마법사라 하더라도 학파의 인명록에 유지가 되는 법인데, 그게 아니라면 파문되거나 죄를 짓고 도망친 인물이라는 것인데 그런 겨우는 반드시 잡아서 마나 동결을 했지 않습니까?”
[아닌 경우도 있었지.]“으음.”
“설마?”
여전히 골몰히 생각에 빠진 미케인과는 달리 탈로스는 잠시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이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탈로스 사제 무언가 짚이는 게 있는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어서…….”
미케인이 의문에 쌓인 눈으로 질문을 던졌지만, 탈로스는 이내 손까지 저어 가며 웃음을 이어 갔다. 하지만 그의 웃음도 미케인의 의문도 이어진 뮤의 한마디에 멈추어 버렸다.
[그리모가 폐인이 되어 왔네.]“그, 그리모가!”
“이럴 수가 막내 사제가 그런…….”
둘은 놀람과 분노가 섞인 얼굴로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뮤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모뿐 아니라 트리폴리아 요새로 지원 갔던 마법전단 전원이 그리되었다네.]“죽은 것도 아니라 폐인이 된단 말이옵니까? 단 한 명도 몸을 빼지 못하고 말입니까!”
그들이 경악성을 발하는 모습을 보고 뮤는 씁쓸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자신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할 현실이기에 그들의 놀람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대체 누가 그랬답니까! 설마 4국 동맹의 떨거지들에게 당했다는 말씀은 마십시오!”
“어허, 탑주께 이게 무슨 망발인가!”
“크윽. 5서클의 벽을 넘고 그리 즐거워하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슬픔을 못이기는 탈로스와 그를 위로하는 미케인의 귓가로 한동안 잊어 왔던 한마디가 흘러들어 왔다.
[아하른의 수치.]“…….”
“그, 그게 무슨…….”
[희대의 천재와 희대의 둔재라는 찬사와 모멸을 함께 받은 이가 있지.]“설마!”
뮤의 말에 둘의 눈은 믿을 수 없으리만큼 커졌다.
[리셀 시아론이 그리 만들었다고 하더구나.]한 사람의 이름이 만들어 낸 경악과 침묵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 * *
트리폴리아 요새 함락과 루키아 후작의 수도 이동이라는 소식은 제국연합 수뇌부에게 선택을 강요하였다.
“이거 믿기가 어렵군요.”
밀리엄 후작의 말에 쇼오 공작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허나 어찌 보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보네. 4국 동맹 입장에서는 우리가 아니면 기댈 곳이 없지 않은가?”
“하긴 그것도 그렇습니다. 그들도 기습을 하기 위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니 말입니다. 거기에 독을 사용했던 것이 주요해서 가능했다 하니, 우리로서는 다행입니다.”
“그렇네. 하지만 역시 루키아 후작은…….”
쇼오 공작이 눈을 번뜩이며 시선을 흐리자, 밀리엄 후작이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으로 온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겠군. 이끌어야 할 기동군단은 이미 가우리의 개문산성에서 와해되었으니 급하게 전력 보강을 한다면 루키아 후작이 최선이겠지.”
“그렇다면 좀 걱정이 되는군요.”
쇼오 공작이 확신에 무게를 실어 주자, 밀리엄 후작은 또 다른 걱정을 해야만 했다.
“북부군단과 수도군단의 이동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전까지야 그들이 안 움직인다는 예상 하에 전술을 짜 왔지만, 그들이 합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까지 우세를 점하던 전장의 저울추가 급격히 신성제국 측으로 기울어 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걱정을 하는 것 치고는 밀리엄 후작과 쇼오 공작의 표정은 심각하지 않았다.
그 모든 병력이 텔레포트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금 당장 움직인다 하더라도 하루 이틀이 걸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몰래 움직인다 해도 지금처럼 한시가 급해진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아무리 몰래 움직인다 해도 군단급 병력이 움직이는 것은 굳이 첩자들이 아니더라도 간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니 당장에 북부의 야만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군단 병력이 빠지는데 모를 리가 있겠는가?
이러한 점이 그들을 안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미 북부군단과 수도군단은 이들의 눈을 피해 숫자만 채운 징집병들과 자리바꿈을 마치고 이곳에 와 있는 것을 이들이 모른다는 점이었지만 말이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수도 구경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밀리엄 후작의 걱정을 밀어내듯 쇼오 공작의 호탕한 음성이 울려 나왔다.
“그렇지요. 어차피 적들도 지금은 다급해졌을 겁니다. 이대로 장기화된다면 신성제국이 더 흔들릴 것은 분명하니 말입니다. 팔란시아 평원에서도 밀리고 남부 지방에서도 밀려 버린 지금, 신성제국 입장에선 단기전을 이끌어 내는 수밖에 없지요.”
“후후후, 우리로서는 고마운 일이지.”
쇼오 공작의 눈동자가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 같이 빛났다. 그 상황이야말로 이들이 원하는 기회다. 신성제국은 반드시 병력을 빼야 하는 상황.
그렇게 병력이 빠지면 그들이 뒤를 봐주는 북부의 야만족들을 충동시켜 밀고 내려올 수 있는 틈이 생기게 되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신성제국일지라도 사방에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점차 힘이 소진될 것이 분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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