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444
강철의 열제 444화
이제야 자신들의 총사령관들이 진입 이후 왜 빠져나오지 못했었는지 이유를 알아차린 제국연합 기사들의 놀람과 분개함 속에서도, 눈앞에 서 있는 갈색 갑주의 사내는 여전히 시선을 콰이어 공작에게로 고정한 상태였다.
대륙의 십인 중 일인인 자신의 이름을 들었음에도 한 치의 동요도 없는 모습에 콰이어 공작은 더욱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으하하, 오늘 내가 횡재를 했어! 밀리엄이나 쇼오의 모가지를 꺾기 전에 충분히 몸을 풀 수 있겠어!”
콰이어 공작의 흡족한 웃음이, 제국연합 기사들의 걱정을 배가시키고 있었다.
콰이어 공작의 광소를 듣고만 있던 니콜슨 자작이 시선을 내려 보았다. 엉덩이를 쳐들고 거꾸로 머리통을 땅에 처박고 숨을 거둔 유안 자작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처참하다면 처참한 유안 자작의 엉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니콜슨 자작은 손에 들고 있던 반쯤 부러진 창날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푸우우욱!
“무, 무슨 짓이냐!”
“네 이놈!”
……내리꽂았다.
살아 있는 이였다면 항문이 파열되는 느낌에 비명을 질렀겠지만 이미 죽은 유안 자작은 미동도 없었다. 그 상황에서 그대로 힘을 쓰자 마치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들어 올려졌다.
콰이어 공작을 호위하며 달려왔던 기사들도 유안 자작의 주변에 남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던 기사들도 들어 올려진 유안 자작의 시신을 보며 이성을 잃었다.
“옛다, 처먹어라.”
휘릭!
그런 그들을 스윽 둘러본 니콜슨 자작이 마치 동네 꼬마에게 던져 주듯 유안 자작의 몸뚱이를 콰이어 공작에게 던져 버렸다.
“우와아!”
콰직!
유안 자작의 몸뚱이는 투석기의 돌덩이 날듯 빠르게 콰이어 공작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거친 함성과 함께 위아래로 내리그어진 콰이어 공작의 소드에 몸뚱이가 기억자로 꺾이며 날아온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튕겨져 날아갔다.
그 사이로 나타난 콰이어 공작의 얼굴에는 더 이상 호탕했던 웃음이 남아 있지 않았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마치 놀러 온 꼬맹이가 놀림을 당한 모양이랄까?
불타오르는 콰이어 공작에게 니콜슨 자작이 부채질을 시작했다.
“웃다 전쟁 끝나겠군.”
“끄으으으으.”
활화산이 진동하듯 콰이어 공작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있던 신성제국의 기사들이 엄청난 살기에 버티지 못하고 좌우로 밀려났다.
“덤벼! 대가릴 떼서 수세미 대용으로 써 주지.”
니콜슨 자작이 콰이어 공작의 거친 수염을 손가락으로 까딱거리며 던진 농담 한마디가 결정타가 되었다.
“크허어엉!”
끼히히히힝!
콰이어 공작이 화난 맹수처럼 포효하며 그 자리에서 말을 발판 삼아 튀어 나갔다.
순간 터져 나온 힘을 못 이긴 콰이어 공작의 전마는 등뼈가 동강이 나며 비명과 함께 주저앉았다.
쩌억!
“놈! 거기 서라!”
콰이어 공작의 소드가 니콜슨 자작이 타고 있던 말을 반쪽 냈다. 하지만 이미 목표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애꿎은 전마만 죽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는 듯 콰이어 공작은 살기로 번들거리는 시선을 돌려 목표를 탐색했다.
“잡아 보든가.”
고저 없는 니콜슨 자작의 음성은 듣는 이로 하여금 더욱 미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콰이어 공작을 향해 가까운 곳에 있던 신성제국 병사 하나가 날아갔다.
니콜슨 자작이 피하자마자 집어 던진 것이다.
“아악!”
“크아악!”
콰이어 공작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오는 병사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튕겨 나갔다.
빠르게 날아오는 병사를 뛰어넘는가 싶더니 머리통에 콰이어 공작의 발바닥이 닿았다.
빠직!
콰이어 공작의 디딤돌이 되어 버린 병사의 머리통은 몸통 안으로 기괴한 파열음을 내며 들어가 버렸다.
디딤돌이 되어 생을 다한 병사의 희생 덕인가?
콰이어 공작의 신형이 빛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 끝에는 니콜슨 자작이 무기를 단단히 그러쥐고 서 있었다.
“갈가리 찢어 주마!”
잔혹스런 결과를 내뱉음과 동시에 콰이어 공작의 소드가 수십 개로 늘어났다. 마치 부챗살 펼치듯 소드들이 쫘악 늘어나 니콜슨 자작의 사방을 휘감아 갔다.
“자, 자작님!”
제국연합의 기사들이 안타까운 음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들이 반응할 수 있는 격돌은 이미 지나쳐 버렸다.
푸학!
피가 튀었다.
이어 어딜 찔렸는지 피가 태양을 향해 뿜어져 올랐고 사방을 점했던 칼날들은 하나로 합쳐졌다.
“찌르기였나?”
갈색 투구 사이로 니콜슨 자작이 의외였다는 느낌을 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마치 두 사내가 끌어안은 모양이었다.
“그렇지.”
사내끼리 끌어안은 상황에서 콰이어 공작이 씁쓰레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자신의 검 끝을 향하고 있었다.
“커허억.”
니콜슨 자작의 뒤에 밀려나 있던 신성제국 기사 하나가 콰이어 공작의 소드에 꿰여 피를 뿌리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어서 이 무기를 빼달라는 듯한 안타까운 눈빛을 콰이어 공작을 향해 보내고 있었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양팔이 니콜슨 자작의 양 겨드랑이 밑에 단단히 조여진 채 끼여 있었기 때문이다.
찌르기는 간파당한 것이다.
“그냥 찔러도 하품이 나올 판에 팔랑거리며 달려드는 멍청이가 있다니.”
“네놈은 누구냐.”
콰이어 공작의 음성에는 더 이상 광폭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접 알아보라 했을 텐데.”
“니콜슨이라는 그 애송이가 하루아침에 마스터가 되었다는 것은 믿어도, 마스터에 오른 지 얼마 안 되는 놈이 나를 이렇게 희롱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콰이어 공작의 날카로운 질문에 니콜슨 자작은 대답 대신 천천히 고개를 뒤로 젖혔다.
“네노오옴!”
뻐억!
젖혀졌던 머리가 제자리를 지나 앞으로 전광석화처럼 틀어박혔고 그 찰나에 분노를 표했던 콰이어 공작의 머리통은 타격을 받아 뒤로 튕겨졌다.
박치기였다.
뒤로 고개가 젖혀진 콰이어 공작의 코에선 두 줄기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커헉!”
뻐억!
충격이 컸는지 벗어날 생각도 못한 콰이어 공작의 고개가 제자리를 찾아가듯 다시 앞으로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뒤로 젖혀져 나갔다.
“쿨럭!”
흐릿한 시선 속으로 허공으로 치솟는 이빨 하나가 들어왔다.
유안 자작을 바라볼 때 보였던 붉은 핏물 속의 하얀 이빨을 자신이 경험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 타격을 당할 때에는 오히려 정신을 되찾았다.
코가 뭉개지고 이빨하나가 날아가는 상황에서도 두 팔을 뽑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금 개망신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아까 횡재를 했다고 했나?”
“크으윽!”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콰이어 공작의 눈앞에 자신의 핏물이 묻은 갈색 투구가 나지막한 음성을 흘리며 다가왔다.
분명 콰이어 공작이 그렇게 말했었다.
몸을 풀기 좋은 상대가 나타났노라고. 그를 상대로 몸을 풀고 나서 밀리엄 후작과 쇼오 공작을 처리하러 가겠다는 말까지 했었다.
“맞아. 넌 횡재를 했어, 왜냐면…….”
콰이어 공작의 피로 인해 적갈색으로 변해 버린 얼굴 가리개 사이로 무심한 눈동자가 비추어졌다. 그 눈빛을 보는 순간 콰이어 공작의 눈동자가 확대되었다.
어디선가 본 눈빛이었다.
“네놈, 혹시…….”
뻐어억!
무언가 말하려던 콰이어 공작은 마지막 세 번째 강렬한 박치기 한 방에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었다. 물론 잠시나마 떠올렸던 모습마저 다시 날려 버렸고 말이다.
타격을 받는 순간 정신조차 속박에서 풀린 탓일까?
마치 깃털이 유영하듯 허공으로 천천히 떠오르다 끝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처박혔다.
콰당탕탕!
“고, 공작 각하!”
“공작 각하!”
늘어진 콰이어 공작을 향해 몰려드는 신성제국 기사들의 모습을 보고 니콜슨 자작이 못 다한 말을 이었다.
“오늘은 단지 놀러온 것뿐이니까.”
찌그러진 얼굴 가리개 사이로 웃음 지은 니콜슨 자작의 허연 이빨이 슬쩍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 * *
루키아가 이끄는 5만여 병력이 제국연합의 옆구리를 들이치기 시작하자, 대열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도 당연한 것이 앞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뒤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옆구리까지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병사들에 대한 장악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거기에 조금 전 요란스럽게 울리던 뿔 고동 소리와 하늘로 솟구치는 형형색색의 연기들은 지금 상황이 준비된 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교착 상태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적의 기사들만을 베는 데 열중하던 루키아 후작이 뒤로 물러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연기가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거기에 뿔 고동 소리마저 불규칙하게 울리고 있었다.
“마법사!”
루키아가 마법사를 찾아 부르자, 주변에 기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대기하고 있던 중년이 말을 타고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잠시 마법을 사용해서 공중으로 몸을 띄울 수 있는가?”
루키아의 질문에 마법사는 주변 전장을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그럼 아군 대열이 어떤지 살펴보도록 하게.”
“방어가 무너진 방향을 찾으시는 것입니까?”
마법사도 지금 상황에 대해 모르지는 않는지 조심스럽게 물어 왔고, 루키아는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만약을 대비해 마법사 두 명이 함께 자리했다.
화르르륵! 콰쾅!
반투명 막이 만들어지면서 떠오르자 잠시 후 멀리서 화염 덩어리가 날아와 박혔다.
공중에서의 마법 공격은 심리와 효과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것이기에 치열한 견제는 필수다. 하지만 미리 대비를 해서인지 연이어 날아오는 화염구의 공세에도 두 명이 펼치는 방어막은 끄떡없었다.
잠시 후 하늘로 사라졌던 마법사들이 되돌아왔다.
“어떻게 됐지?”
루키아의 질문에 정찰을 나섰던 마법사들 중 하나가 긴장된 표정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수습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보고였다.
“쇼오나 밀리엄의 위치는?”
“대열이 붕괴된 곳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습니다만, 공중에서 본 결과 제국연합의 기마가 무서운 기세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 뒤를 제국연합의 병력이 물밀 듯이 파고들어서 우리 제국의 대열이 힘을 못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법사의 보고에 루키아의 표정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선봉을 맡은 적 병력은?”
“대략적이긴 하지만 이천은 넘고 삼천은 되지 않아 보입니다. 기사와 일반 기마병들로 구성된 병력 같습니다.”
“이상한데요.”
루키아 후작뿐 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전세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잘못하면 역으로 포위를 당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의견이 나왔다.
후방이나 옆구리에서 대군을 요리하려면 앞에서 충분히 막아 주어야 가능하다.
모루 위에 달구어진 쇳덩이를 놓고 망치를 내려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모루가 부실해서 부서져 버리면 달군 쇳덩이를 두들기기는커녕 망치 자루마저 부러지는 사태가 올 수 있다.
모루는 신성제국 본진이었고, 망치는 바로 루키아 후작의 병력이다. 그리고 달구어진 쇳덩이는 바로 제국연합인 것이다.
“큭.”
갑자기 루키아 입에서 비틀린 웃음이 흘러나왔다. 분명 심각한 고민거리이건만 루키아는 재미있다는 듯이 킥킥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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