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453
강철의 열제 453화
그 송곳니가 엄청난 육식 맹수 중의 최고봉. 그 짐승의 상징은 거대한 어금니와 더불어 그 가죽에 위협처럼 새겨져 있는 얼룩덜룩한 빗살의 무늬였다.
진천의 상체는 그와 같은 빗살의 무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안광은 빛나고 있었고, 상처로 그득한 몸은 그 어떤 갑주보다도 단단해 보였다.
그가 몸을 풀수록 술렁임은 커졌지만, 진천은 아랑곳없이 호흡을 가다듬어 갔다.
스으흐으으읍, 호오오.
스으흐으으으읍, 호오오오오.
차분하게 숨을 가다듬을수록 그의 상체가 커졌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했다.
그를 바라보던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그의 호흡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가 숨을 들이켜면 함께 들이켜고 내쉬면 함께 내쉬었다.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동화된 것이다.
스으흐으으으으!
길게, 길게 숨을 빨아들였다.
이번은 조금 전과는 달리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숨은 계속 들이마시고 있었고, 그에 비례하여 그의 단단한 근육이 계속 확대되어 갔다. 아까 벗어 버린 갑옷이 그대로 있었다면 다 터져 나갔을 것이다.
“컥!”
“푸하아!”
“헉헉헉헉!”
여기저기서 진천의 호흡을 따라하던 이들이 점차 깊어지는 들숨을 따라가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토해 내었다. 기침을 토해 내는 기사들과 병사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를 따라 호흡을 같이했었음을 느끼고 당황해 했다.
흐으으으으으으.
그러는 순간에도 숨은 계속 빨아들여져 갔다.
어느새 진천의 상체는 천상의 신장처럼 거대해졌다. 그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 아닌 존재 자체가 거대화한 느낌이랄까?
습!
빨아들이던 숨결이 멈추어졌고, 그것을 바라보던 이들의 숨결들도 모두 멈추어졌다.
기침도 숨도, 말소리도.
뭐지?
뭘까?
왜?
숨을 멈춘 채 눈을 부릅뜬 진천의 모습을 주시하던 이들이 무언가 불안에 떨며 눈알을 굴려 대었다.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인간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 이상의 감각 육감이 동시에 그들을 뒤흔들었다.
무언가, 무언가가 있다고.
그때 진천의 상체가 살짝 뒤로 물러섰다가, 순간적으로 앞을 향해 내밀어졌다.
그의 입이 무언가를 토해 내듯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그가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아무도 그 외치는 소리를 인지할 수 없었지만, 외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인식할 수 있는 그런 외침을 벗어난 거대한 음역…….
고오오오오오오!
공포라는 이름의 외침.
그오오오오!
팔란시아 평원의 끝자락에서 만물의 제왕이 내뿜는 창룡음이 터져 나갔다.
제163장 전장을 지배하는 자
그오오오옹!
소리가 만들어 낸 파동이 동심원을 그리며 번져 나갔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병사들의 몸을 훑고 지나갔고, 그 미묘한 기운에 살짝 경련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겨우 눈 깜짝할 순간 정도였지만, 전쟁을 치르던 이들이 모두 일순간 멈칫했다는 것을 알까?
퍼져 나간 미묘한 울림이 멀리 솟아 있는 산과 부딪히고 나서야 그 소리를 터트렸다.
콰드드등!
대륙이 균열을 일으킨다면 이러한 소리가 울려 퍼질까?
“지, 지진인가!”
“아니 진동은 없었는데?”
소리의 진원지와는 달리 반사되어 메아리처럼 울려오는 굉음에 전쟁을 치르던 인간들은 허둥대며 멀리 서 있는 산을 바라보았다.
“크아아아압!”
후웅!
순간 터져 나온 거대한 기합에 수군거림이 사라졌다.
“루, 루키아 후작님!”
“후욱! 후욱! 후욱!”
느닷없이 기합을 터트린 이는 바로 루키아였다.
조금 전부터 괴성을 지르고 흥분한 상태로 제국연합의 기사와 병사들을 도륙하던 그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토악질을 하듯 상체를 확 숙인 채 거칠게 숨을 뿜어내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던 그가 지금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비라도 맞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거기에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숨은 거칠기 짝이 없었다.
지독한 악몽을 겪고 깨어난 사람 같다고 할까?
그 이상 행동에 기사들이 놀란 음성으로 그의 안위를 물어 대었다.
“괜찮으십니까!”
“기사단은 후작 각하를 보호하라!”
“움직여!”
시끄럽게 다가오는 기사들의 외침에 루키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 악다문 이빨.
불그스름하게 핏줄이 솟아오른 얼굴이 마치 악귀 같았다.
“아무도 못 느꼈는가?”
괴성을 지르며 거칠게 호흡을 몰아쉬었던 것과는 달리 지금 내뱉는 루키아 후작의 음색은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호위하기 위해 몰려들었던 기사들이 그의 질문을 받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굉음이라면 들었습니다만…….”
“지진은 아니었지만, 마치 지진이라도 겪은 느낌이긴 했습니다.”
단편적인 답변들.
루키아 후작은 그들의 답변을 한 귀로 들으며 한 귀로 흘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잘게 떨리고 있었다.
묘한 흥분감과 더불어 자신도 알 수 없던 이 감정.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듯 뛰어 대며 자신도 모르게 괴성을 질러야만 했다. 그런데 그러한 행동을 자신이 한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것.
이 느낌이 진원지는 기사들이 말하는 멀리 존재하는 산 쪽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랴아!”
루키아 후작의 말이 튀어 나갔다.
자신을 부른 곳을 향하여.
그가 달려 나간 뒤로 그의 기사들이 화급하게 따라붙고 있었다.
* * *
어헝!
콰이어 공작이 짐승의 울음소리를 터트리며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동시에 케니클 후작과 샤이완 공작도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뛰어들었다.
크르릉! 카릉!
인간이 낼만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 옛날 인간이 야성에 젖어 있던 시기, 전투를 위한 외침이 이랬을 것일까?
울음소리와 함께 세 명의 초인이 한 존재를 향해 소드 오러를 줄기줄기 뽑아 올리며 달려들었다.
오러 소드가 세 방위를 동시에 치고 들어오는데도, 고진천은 여전히 함성을 질렀던 자세 그대로 약간 상체를 앞으로 내민 채 살짝 턱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마치 덤빌 테면 덤벼 보란 듯.
“위, 위험합니다!”
약간은 몽롱한 상태에 있던 로드비안 남작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오며 경고음을 던졌다. 그뿐 아니라 함께 싸우며 여기까지 뚫고 들어왔던 제국연합의 기사들이 저마다 위험을 알려 왔다.
“피하십시오!”
“비겁한 놈들!”
이미 그들의 뇌리에는 고진천이 왜 니콜슨 자작으로 위장해서 들어왔는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다가오는 위험에 자신들이 당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외칠 뿐이었다.
그들의 외침이 닿았는가?
공간을 가르며 달려드는 세 명의 마스터를 바라보던 진천의 한쪽 입술이 삐죽이 올라갔다.
콰앙! 쾅! 쾅!
순식간에 세 번의 굉음이 터져 나왔다.
샤이완 공작과 케니클 공작의 소드 오러는 튕겨 내고, 그 뒤로 들이닥친 콰이어 공작의 소드 오러는 맞받았다.
카카카칵!
소드 오러가 마치 불똥처럼 사방으로 일렁였다. 마치 두 검사가 힘겨루기라도 하는 듯이 칼날과 칼날을 맞대고 있었다.
파칭!
작은 쇳소리와 함께 튕겨졌던 케니클 후작의 소드가 힘겨루기 중인 진천의 허리를 노리고 쏘아졌다.
“흥!”
제법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진천은 코웃음을 치며 뒤로 몸을 튕겼다. 소드를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힘을 빼며 물러난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거두어지는 진천의 롱소드를 따라 콰이어 공작의 소드가 따라붙었다.
금방이라도 가슴을 베어 버릴 듯한 기세의 공격이었지만, 진천은 뒤로 넘어지듯 빠짐으로써 간단히 피해 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뒤로 넘어지듯 튕겨 나가던 진천의 한쪽 발이 땅을 박차고 치솟은 것이다.
콰앙! 쉬이이익!
“크헉!”
굉음과 동시에 콰이어 공작의 옆구리가 기역 자로 꺾였다. 진천의 발이 솟구치며 그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찬 것이다. 자연히 진천을 따라 그어지던 그의 소드는 살짝 빗나가며 바닥을 찍었다.
이어 들어온 케니클 공작의 날카로운 공격은 콰이어 공작을 걷어찬 반동을 이용해 뒤로 튕겨 나간 진천의 빈자리만 그었다.
둘의 공격을 무산시키며 몸을 뒤로 튕겨 낸 진천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이런.”
의외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가 튕겨 나가는 방향으로 샤이완 공작의 소드 오러가 섬광처럼 찔러 들어오고 있었다. 이대로 튕겨 나가다간 꼬치처럼 허리를 꿰일 판이었다.
두 발이 허공에 떠 있어 바닥을 차며 방향을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
절체절명.
진천의 좌수가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손바닥을 쫙 펼친 채 오른쪽 머리 위까지 추켜올려진 좌수가 움직인 것은 샤이완 공작의 소드 오러가 닿기 직전이었다.
부아악!
진천의 오른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려졌던 좌수가 바람을 가르며 그의 허리 뒤까지 반원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모든 것을 잘라 낸다는 소드 오러를 향해 맨손을 휘두른 것이다.
무모함 그 자체!
쩡!
대장간의 망치가 모루를 두들기듯, 마치 커다란 종이 깨어지는 것처럼 무거운 쇳소리가 울려 나왔다.
“큭! 이런 빌어먹을!”
인간의 손과 파괴의 대명사인 소드 오러가 부딪혀 만든 결과치고는 너무 일방적이었다. 찔러 들어오던 소드가 진천이 검면을 후려치자 방향을 잃고 옆으로 확 꺾여 나간 것이다.
콰당탕탕!
이후 균형을 잃은 둘이 거칠게 부딪혔다.
소드 오러가 통째로 잘려 본 덕인가?
고진천의 수도 공격에 오러를 잔뜩 머금은 소드가 검면을 타격받은 상황에서도 놀랍다기보단, 그저 욕설만 튀어나왔다.
콰당탕탕!
날아온 고진천과 엉켜 버린 샤이완 공작은 빠르게 몸을 빼내려 했다. 자신이 빠져야 다른 두 명이 공격할 수 있지 않은가?
“어디 가나?”
“뭣!”
몸을 빼내려는 순간 진천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오른팔을 휘감아 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아까 자신의 소드를 쳐 낸 진천의 좌수였다.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벗어나려던 자신을 옭아매었다.
우두두둑!
“ㅤㅋㅡㅅ!”
진천의 장심이 자신의 오른팔을 타고 올라 어깨 뒤쪽과 맞닿는 순간, 샤이완 공작은 몸을 휘돌렸다. 팔을 부러뜨리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터억!
“어디 가려고?”
몸을 휘돌리며 팔을 뽑아내자 이번에는 위에서 단단한 팔뚝이 목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강제로 땅을 바라보게 된 샤이완 공작의 눈에는 땅을 단단하게 딛고 선 진천의 두 발뿐이 안 보였다.
“쿨룩!”
울대가 살짝 눌리자 샤이완 공작이 짧은 기침을 흘렸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조임이 그의 목에서 느껴졌다.
갈 곳 없는 핏줄기는 얼굴로 몰리고, 뇌리는 하얗게 변했다. 검을 잡은 이후 이렇게 몸이 뒤엉켜 싸워 본 적이 있는가?
어렸을 적 치기 어린 동네 싸움 이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멀어지려는 정신을 다잡으려는 샤이완 공작에게 나직한 속삭임이 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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