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512
강철의 열제 512화
병사들의 동요를 잡기위해 지휘관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엄포도 놓고 협박과 회유도 번갈아가며 했다.
적들의 의도는 뻔하지 않은가? 누가보아도 전열의 괴멸이었다.
“으으으…….”
한 병사가 오줌을 지렸다.
하늘에서 불에 휩싸인 거대한 바위가 점점 다가오자 공포를 못 이긴 것이다.
“움직이지 마!”
“시선을 깔란 말이다!”
이제는 보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휘관이 지나간 뒤의 병사들은 너도나도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이쪽으로 온다!”
오줌을 지렸던 병사의 동공에 정확하게 못 박히듯이 새겨진 거대한 바위 하나가 시뻘건 불길을 날름거리며, 점점 그 크기를 키워오고 있었다.
병사의 바로 정면으로 날아오고 있다는 의미.
“히, 히익! 저, 정말이다!”
“으어어!”
혼란으로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놀란 병사들이 안절부절 못하는 사이 지휘관이 달려와 뒤 열에서 움직이는 병사의 목을 내리쳤다.
피를 뿌리며 머리통이 날아오르자 공포에 서려 있는 병사들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잘라낸 머리를 칼끝으로 찍어 올린 지휘관이 병사들에게 쩌렁쩌렁한 음성을 내 뱉었다.
“분명 말했다! 움직이는 자 곧 참하겠노라고!”
칼끝에 찍혀 올라 있는 병사의 얼굴에는 공포가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의 움직임이 잠시나마 멈추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개새끼!”
한 병사가 욕설을 내 뱉으며 창날을 돌려 지휘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달려들기도 전에 달려든 호위기사들에게 난도질당해 나자빠졌다.
“이런 쓰레기 같은!”
지휘관이 달려들다가 죽어 나자빠진 병사를 보며 인상을 썼다. 그를 향해 호위기사가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심상치 않습니다. 정말 마법사가 막을 수 있을까요?”
“으음, 저번 전쟁 기록에 보면 일전에도 가우리가 유사한 작전을 핀 적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교란진 위로 바위에 불을 붙여 날려 보내 바위들의 크기가 작았지만, 당황하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휘관의 설명에 기사도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주변 몇몇 병사들이 지휘관의 말을 들었는지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여전히 불안한 눈빛들이었지만 방금 지휘관의 이야기가 전파되면 조금은 나아지리라는 생각에 병사들 사이로 말을 오가는 것을 잠시나마 눈감아 주었다.
그때 하늘을 솟구치는 불덩어리들이 보였다.
“마법사분들이다!”
“마법전단이다!”
“와아아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화염덩어리들을 보며 병사들이 환호하였다. 저것이 박살이 나면 그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오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상황보단 나을 것이라 다들 생각한 것이다.
병사들의 환호 속에 날아오른 화염구가 내려오는 거대한 바위와 맞부딪히는 순간이었다.
쿠쿠콰콰콰콰!
“…….”
“…….”
함성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굉음을 내려 땅 위로 떨어져 내리는 바위덩어리에 불덩어리들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계속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닿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막이라도 있는지 순간적으로 휩싸이며 사라져 버렸다.
마치 흡수되거나 소멸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저, 저런!”
지휘관의 얼굴에 당황이 서렸다.
차라리 부딪혀 폭파되었는데 멀쩡했다면, 이렇게 당황하지도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맞지도 않는 것이 아닌가?
지휘관의 눈길이 주변을 빠르게 쓸어갔다.
병사들의 눈동자가 부딪혀 왔다.
광기에 휩싸인 눈.
“빌어먹을…….”
욕설을 내뱉는 지휘관과 그의 기사들 사이로 두려움에 미쳐 광기에 휩싸인 병사들이 내달렸다. 더 이상 그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별이 떨어졌다.
* * *
우우우웅!
누가 밀지도 않았는데 병사들이 우루루 나자빠지기 시작했다. 마치 조용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병사들이 나자빠졌다.
소리도 없었다.
그저 충격과 울림이 있었다.
“큭!”
샤이완 공작은 무형의 충격파에 저항하며 신음을 흘렸다. 굳건히 디딘 두 발이 바닥을 파고들며 뒤로 밀려나갔다.
우웅!
충격파가 지나간 뒤 샤이완 공작이 얼굴을 방어했던 두 팔을 내렸다.
눈앞에 버섯처럼 생긴 구름이 커다랗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샤이완 공작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위가 떨어진 곳과 거리가 가까운 탓이었는지 서 있는 이보다 밀려 넘어진 인원들이 더 많았다. 정신이 없는지 병사들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있었고, 일부는 죽기라도 한 듯 누워서 미동도 않고 있었다.
“이런…….”
갑자기 인상을 쓴 샤이완 공작이 갑자기 귀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일부 병사들의 귀에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을 보고 이제야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으으으…….”
“쿨럭.”
다행히 고막이 파열된 것은 아니었는지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정신을 차린 기사들이 하나둘 씩 샤이완 공작에게 달려왔다.
“각하! 괜찮으십니까!”
“괜찮네. 자네들은.”
“괜찮습니다.”
달려온 기사들은 괜찮다고 말을 하고는 있었지만, 몇몇은 코피를 흘리고 있었고, 몇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참모장은?”
“파편이…….”
마치 자신이 잘못이라도 한 듯 대답한 기사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상체가 거대한 바위에 눌린 이가 있었다.
바위 사이로 삐죽이 나온 망토의 문장을 본 그는 그가 바로 참모장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
잠시 말을 잃은 샤이완 공작이 빠르게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 여 걸음 정도 걸음을 옮기자, 바위가 떨어진 곳을 볼 수 있었다.
피어올랐던 흙먼지가 아직도 비산하고 있었지만,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지름이 한 100미르(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구덩이를 말이다.
“미디어 스윔…….”
참담한 눈빛으로 푹 꺼진 바닥을 바라보던 샤이완 공작의 뒤로 흙먼지로 뒤덮인 마법사가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옛날이야기나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운석 소환 마법.
아무도 그 마법사의 중얼거림에 반박하지 못했다.
지금도 곳곳에서 마법사의 중얼거림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거대한 운석들이 바닥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더 이상 그것은 이야기나 전설이 아니게 되었다.
* * *
“…….”
리셀의 눈이 아비규환이 된 대지를 살피고 있었다.
“허어.”
운석소환 마법은 아니었다.
그것에 착안은 하였지만,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참상은 정말로 운석소환 마법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예전에 텔레포트를 이용해 적진 머리 위로 날렸던 것에 보완을 하였다. 거대한 바위들을 미리 지정된 마법진에 옮기고 그것에 불을 붙이는 행동을 하지 않고 그대로 끌어 올린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한 번의 텔레포트 마법이 활용이 되었지만, 그 거리가 달랐다.
별똥별이 대기를 가르며 그 마찰에 의해 불빛을 내는 것에 착안하여 그것을 하늘 밖으로 날려 버린 것이다.
그 이후 대기와 마찰하며 중력의 힘에 따라 낙하하는 바위들에는 자연스럽게 불꼬리가 생겨났다. 이후 리셀은 무작위로 떨어져 내리는 그것들을 마나의 힘으로 인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하늘로 솟구친 것도 그것들을 인도해 내기 위함이었고, 천천히 하강한 것도 끝까지 유도를 위한 것이었다. 만약에 적들이 처음부터 알아내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마법이었다.
물론 성사되지 않았다면 저 바위들은 어디로 떨어질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콰아아아앙!
저 멀리 신성제국의 수도가 있는 곳으로도 몇 개가 날아갔는지 거대한 굉음을 내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신성제국의 본진 후방에 집중적으로 떨어져 내렸다.
머리 위에 죄다 쏟아 부으면 전쟁은 바로 끝이 나겠지만, 리셀로서는 이것이 한계였다. 만에 하나 아군의 머리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의 역사에 길이 남겨질 파괴극을 연출해 낸 리셀이 말없이 몸을 이동해 나갔다. 묵갑귀마대의 뒤를 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 * *
우우웅! 우웅!
사방으로 떨어져 내리는 운석들을 피해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통제하는 이도 없었다.
땅거죽이 뒤집히고 난 자리에는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바위의 충격파가 지나간 자리에는 여지없이 고막이 터진 자들과 파편에 짓이겨진 이들로 가득했고, 충격에 내부가 다 터져나가 입으로 내장이 튀어나오며 죽은 처참한 시신들도 있었다.
전쟁이 아니라 재해였다.
하늘이 내린 재해였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밀리오르 황제의 얼굴 표정은 더없이 굳어져 있었다.
그 역시 이런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마법전단이 완벽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막아 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격은 허무하게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법사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 실드는 비눗방울처럼 터져나가고 말았다. 제국연합과의 전쟁 때 투석기에 의해 날아온 바위보다 작은 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한 것이다.
그때부터 이 아비규환이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이, 이쪽으로 날아온다!”
누군가의 외침에 밀리오르 황제가 고개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얀 연기꼬리를 단 거대한 운석 하나가 그를 향해 화염을 날름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드!”
“실드!”
황제를 보호하기위해 외곽에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제일 먼저 입을 열어 외치기 시작했다. 실드 마법이 연달아 펼쳐지자 여러 겹으로 중첩된 탓에 황제의 주변은 우유빛 반구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워터 배리어!”
미케인 대법사가 나서며 물의 막을 생성해 내었다. 동시에 탈로스 대법사의 입이 열렸다.
“아이언 실드!”
차가운 은빛막이 미케인 대법사가 만들어 낸 물의 방패 위를 뒤덮었다.
“오움 살라 움타아…….”
그때까지도 뮤 대법사는 주문을 끊임없이 외며 마나를 이끌어 내고 있었다.
드드드 드드드!
뮤 대법사를 중심으로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른 운성이 바닥에 처박히며 만들어 낸 진동과는 달랐다.
그들을 믿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밀리오르 황제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떨어져 내리는 운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와, 왔다!”
황제의 주변을 지키는 근위병이 자신도 모르게 비명과 같은 음성을 내 뱉었다. 그와 동시에 뮤 대법사의 입이 열렸다.
“리버스 그래비티(Reverse gravity : 중력 반전).”
콰콰콰콰!
마법의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사방의 물체들이 서서히 비산하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자석에 끌려올라가는 것처럼 작은 돌부터 머리통만한 바위까지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그런 상황에서 실드로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는 그들의 공간은 진동만 있을 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내, 내 몸이 딸려간다!”
“으, 으아악!”
“살려줘!”
가장 안전할 것이라 믿고 황제의 주변에 몰려 있던, 병사들의 몸마저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무거운 갑옷을 입은 기사에 말까지.
그그그긍!
마치 물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떠오른 이들이 허우적대며 비명을 질러대었다.
“황제 폐하! 살려 주십시오!”
“야이, 개자식들아!”
살려달라는 자부터 독기를 품고 밀리오르 황제에게 독설을 퍼붓는 이까지 다양했다.
떨어져 내리는 운석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밀리오르 황제가 그들의 비명과 원한 섞인 음성이 듣기 싫었는지 한마디 툭 내뱉었다.
“조용히 시킬 수는 없나?”
“아무래도 어려울 듯싶습니다.”
대답은 슈엥 공작이 했다.
황제는 아마도 사일런스 마법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공간에 있는 모든 마법사는 방어막을 가동시키는 데에 온 힘을 쏟고 있었기에 여력이 없었다.
“뭐, 이제 상관없으려나.”
슈엥 공작의 말에 성의 없는 말을 툭 내뱉었다. 그의 말투에 슈엥 공작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지름이 십여 미르는 충분히 되어 보이는 바위가 그들의 바로 위에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드드드드!
“으아아아아아!”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던 뮤 대법사의 입에서 고성이 튀어나왔다.
그의 목에는 핏대가 솟구쳤고, 양 팔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에는 오러와 같이 마나가 넘실거렸다.
미친 듯이 떨어져 내리던 바위가 순간적으로 도로 올라가는 착각을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려오던 속도가 줄었기에 느끼는 착각일 뿐이었다.
콰콰쾅!
“큭!”
“어억!”
뮤 대법사의 입에서 신음이 제일 먼저 튀어나왔고, 그 뒤를 탈로스 대법사의 비명이 이었다. 뮤 대법사의 마법이 깨어지고 탈로스 대법사의 아이언실드가 깨어져 나간 것이다.
그러고도 멈추지 않고 미케인 대법사의 워터 배리어를 파고들어 왔다.
“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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