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517
강철의 열제 517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착지한 콰이어 공작의 입에서 다시금 욕설이 튀어나왔다.
“저놈의 말 새끼가!”
“끼히히히힝!”
허공으로 가지런히 모아 내질렀던 두 뒷발을 거두어들이며 강쇠가 보란 듯이 울부짖었다.
콰이어 공작이 다가서기도 전에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앞발을 찍으며 몸을 돌린 강쇠의 그림 같은 일격이었다.
당연히 일격에 격중 당한 콰이어 공작의 말은 사망하였고, 콰이어 공작은 개망신을 당했다.
“오늘 반드시 네놈과 저 말 모가지를 취하고야 말겠노라!”
콰이어 공작의 복수리스트에 최초로 말이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외침에 진천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한번 슬쩍 쳐다본 뒤에 다시 말을 몰아갈 뿐이었다.
완벽한 무시.
콰콱!
“후회하게 해 주지!”
콰이어 공작이 땅을 박차며 날았다.
“으라라랏차!”
콰콰쾅!
굉음이 울리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동시에 마른 먼지가 일순 치솟았다.
“또 뭐야!”
불같은 성미의 콰이어 공작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거무튀튀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철봉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콰이어 공작은 롱소드를 들어 머리 위로 휘둘렀다.
콰창!
“우앗!”
그가 휘두른 허공에서 무언가가 튕겨 나가며 놀란 음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단지 그뿐 땅바닥에 사뿐히 내려앉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거 괜히 나선 거 아냐?”
콰이어 공작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팔뚝만한 길이의 쌍 도끼를 든 자였다.
그 옆으로 최초의 일격을 막아선 이가 검은 철봉을 어깨에 걸치며 다가가 섰다.
“킁, 그래도 셋이면 될 걸?”
거구의 사내가 툭하니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콰이어 공작의 신형이 뒤를 돌며 현란하게 움직였다.
카카카캉!
마치 잔영처럼 쏟아져오는 창날의 바다. 하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고 막아낸 콰이어 공작이 수십 개로 변해 쏟아지는 창날을 향해 손을 쑥 집어넣었다.
턱!
놀랍게도 그의 손에 푸르른 창대가 잡혀든 것이 아닌가?
“놈!”
콰이어 공작이 잡은 팔을 휘두르자 창대를 잡은 이가 그대로 들려서 날아갔다.
“우어억!”
덥석!
비명과 함께 날아간 사내를 받아든 것은 검은 철봉을 어깨에 둘러메고 있던 사내였다.
“끙차. 조심 좀 하지.”
진땀을 뺐다는 듯 거구의 사내의 품에서 내려선 사내가 숨을 훅하니 몰아쉬며 대답했다.
“이거 만만하게 볼게 아닌데. 똥 밟은 거 아냐?”
“킁, 빠지든가.”
“그래 류화, 넌 빠져라.”
검은 철봉을 지닌 거구와 호리호리한 체격에 장창을 들고 있는 사내, 그리고 양 손에 도끼를 든 약간은 작아 보이는 체구의 사내가 콰이어 공작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말을 주고받았다.
“네놈들…….”
공격을 방해 받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상대하니 마니 떠드는 모습에 콰이어 공작이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질문을 던졌다.
“……뭐하는 놈들이냐.”
이름이라도 알아야 덜 화가 날 듯해서였다.
부아아악! 쾅!
거구의 사내가 휘두른 검은 철봉이 허공을 거칠게 가른 후 땅바닥을 찍었다.
“킁! 가우리의 무장, 삼두표요.”
패리릭!
팔뚝만한 두 개의 도끼가 양손에서 춤을 춘다.
“나도 가우리의 무장, 부여기율이오.”
쉬쉭!
자랑하듯 창을 사방으로 뻗으며 한발을 끌어올리고 창날을 정면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역시 가우리의 무장이자 마님들의 로망, 몽류화라 하오.”
“…….”
멋들어지게 자신들을 소개한 그들을 조용히 지켜본 콰이어 공작이 감상평을 밝혔다.
“다 죽여 버리겠다아아!”
분노의 감상평이었다.
* * *
“빌어먹을, 왜 용병이 난전을 지배하는지 알려주어라!”
블라미르의 용병부대가 난전의 선봉에 서 있었다. 과연 그들의 호언장담대로 그들이 끼어들자 기세 높던 4국 동맹의 전진이 더디어졌다.
개개인의 무위도 높을뿐더러 단련이 되 있는 탓이었다.
블라미르의 수족인 델가도의 표정에 미소가 어렸다. 전황을 자신들이 다시 뒤집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귀청을 울리는 욕설들이 울려왔다.
“지랄! 난전을 지배하는 자가 용병이라고?”
“웃기고 자빠졌네.”
“뭐야?”
4국 동맹의 병사들 뒤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인원들.
복색도 가지가지.
“용병?”
델가도의 표정이 변했다.
마치 용병과도 같은 자유로운 복장의 사내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난입이 시작되자, 밀어붙이던 용병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좁은 배 위에서 싸워봤나?”
상당수가 반월처럼 휘어진 무기를 들고 있었다.
마치 해적들이 들고 다니는 무기 같았다. 순간 델가도의 동공이 확대되었다.
“해적?”
“으하하하하! 중앙해의 무법자, 발터님이시니라!”
“바다의 신사, 산타레가 여기 있다!”
델가도의 의문을 풀어주듯이 여기저기 자신들의 무명을 외치는 자들.
“해적떼가 왜 땅에서 지랄들이야!”
어떤 용병의 악다구니가 들려왔다.
“당황하지마라! 물고기 몇 마리가 땅위에 올라와 파닥 거린다고 생각해라!”
델가도가 용병들을 독려하며 외쳤다. 그런 그의 앞에 검은 머리의 한 사내가 뒷짐을 진 상태로 산책하듯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 물고기 맛 좀 보겠나?”
“으음…….”
심상치 않은 기도에 델가도가 신음을 흘렸다.
여유로운 모습의 사내가 뒷짐을 풀자 그의 한손에 곧게 뻗은 직도가 들려있었다.
“난 장보고라 하지. 자네의 주둥아릴 찢어줄 사람이네.”
“누구 주둥이가 찢어질 지는 맞대봐야지!”
외침과 동시에 델가도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였다.
제라르가 이끄는 해적들이 오랜만의 난전에 물을 만난 고기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 사이로 정규군들의 전진이 다시 시작되었다.
* * *
샤이완 공작의 얼굴표정 위로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어디서 드워프들이 쏟아져 나오지를 않나…….”
난전을 받아들이며 진영을 바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밀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밀어 붙이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루어졌다.
이렇게 되면 전투는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
“용병들이 생각만큼 활약을 못하는군.”
제국연합과의 전쟁에서 난전이 이루어질 때마다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용병들의 힘이 컸다. 정규전에서야 솔직히 밥을 축내는 상황이 더 많았지만, 기습전이나 난전에서는 용병들을 따라오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투로 밥값을 벌어들이는 이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그 용병들이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거기에 초전부터 그의 심기를 자극해 온 무리.
“안 볼래야 안볼 수가 없군.”
당연했다.
시커먼 것들이 덩어리로 뭉쳐 다니니 수십만이 어우러져 있어도 항상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전황을 이끄는 이들이기도 했다.
마치 길을 만드는 자들처럼…….
“적의 수괴가 멈추어 섰습니다.”
“그렇군.”
참모들도 주목하고 있었는지 진영을 가르고 달려온 그들이 멈추어 선 것을 볼 수 있었다.
경악할 만한 돌파력이었지만, 그 선두를 이끄는 이가 누구인지 아는 지금으로서는 가능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대체 지금 뭣들 하는 건지.”
케니클 후작이야 그렇다 쳐도 블라미르와 콰이어 공작의 깃발이 그들을 막기 위해 다가간 것을 분명 보았었다. 하지만, 허리부분을 끊을 것 같던 블라미르의 깃발은 멈추어선 위치에서 움직임이 없었고, 콰이어 공작 역시 앞을 막아서는 듯하다가 멈추어 섰다.
그저 함께한 통신 마법사로부터 접전시작이라는 보고만이 들어왔을 뿐이었다.
물론 그 덕에 전황을 주도하는 고진천의 기마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말이다.
“적은수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했지만, 상당히 많은 피해를 입었군.”
생각할수록 씁쓸함이 느껴졌다.
“더 이상은 올 생각이 없나봅니다.”
참모의 음성에 약간의 긴장감이 묻어있었다. 자신이야 직접 손을 섞어 보았지만, 참모진들 중에는 그의 괴력에 대해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그저 마스터 정도의 무위란 언급만 들었을 것이다.
옆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젊은 참모역시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저 거리라면 차지가 불가능하지.”
“그렇지요. 아무래도 속도를 높일만한 거리가 안 되니……. 저곳까지 단번에 돌파한 것만으로도, 적이지만 전사에 남을 일입니다.”
“그렇겠군.”
참모의 솔직한 말대로 적이기에 더 씁쓸한 결과였다.
황금빛갑주의 사내가 이쪽을 응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고진천…….”
안중에도 없었던 이름이 어느새 뇌리에 강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가 지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조금…….”
검은 기마의 무리가 멈추어 선 채로 다가오는 병사들만 상대하고 있었다. 더 이상의 돌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인데도, 망설이는 듯한 모습에 참모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이상함을 느낀 것은 참모뿐만이 아니었다.
마나를 이용해 한껏 치뜬 그의 동공에 진천의 얼굴표정이 흐릿하게 들어왔다.
이쪽을 보며 웃고 있었다.
‘대체 무엇을 생각하는 거냐.’
“저놈들이 잘 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옵니다.”
콰이어 공작을 상대하겠다고 남은 삼인방이 걱정인 대무덕에게 고진천이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믿어야지.”
“그래야지요.”
그들이 달려온 뒤쪽으로는 이미 난장으로 변해 있었다.
진영의 구분은 무의미해져 버린지 오래.
사기가 오른 4국 동맹은 자신의 실력 이상을 발휘하고 있었고, 연속적으로 타격을 받은 신성제국은 실력이하를 발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황은 백중세.
“길게 가봐야 좋은 꼴 못 보겠군.”
“그렇지요.”
주변을 살핀 진천의 감상에 무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뒤를 돌아보자, 이천여명으로 줄어들은 묵갑귀마대가 여전히 전의를 불사르며 있었다.
일부는 제라르와 함께 블라미르의 병력을 막아서며 흩어졌고, 일부는 삼인방을 따라 콰이어 공작을 막아섰다. 그리고 남은 병력이었다.
그들을 보고난 뒤 다시 전방을 바라보았다.
신성제국 황제의 화려한 마차가 저 앞에 보였다. 물론 보인다 뿐이지 그 앞에는 수만의 병력이 빽빽하게 진을 형성 하고 있었다.
기마 특유의 돌파력이 떨어진 지금 잘 정비된 진을 말을 타고 계속 뚫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마의 돌파력을 높이려면 어느 정도 가속도를 높여갈 거리가 있어야지 않은가?
“기다리시겠습니까.”
진천의 고민이 길어지자 무덕이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어려움을 아는 것이다. 무덕의 질문에도 대답 없이 전방만을 응시했다.
와아아아아!
아련히 울려오는 함성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후욱. 후욱. 후욱.
뒤에서는 이천여명의 묵갑귀마대가 다음에 이어질 전투를 준비하며 숨을 차분히 고르는 소리가 그대로 느껴져 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잠시 가라앉았던 심장 박동이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빨라지기 시작했다.
흥분일까?
푸르릉.
주인의 고민이 길어지자 강쇠가 콧김을 내뿜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검고 투명한 눈동자.
이미 환갑에 접어들어 노쇠할 나이였건만 기어이 따라나선 자신의 전우였다.
그 전우가 진천을 향해 무어라 말하는 듯하였다.
“큭, 역시 고민은 나답지 않은 거냐?”
“푸히히히힝!”
진천의 말에 강쇠가 이빨을 드러내며 웃음과 비슷한 소리를 내질렀다. 목덜미를 두어 번 두드려준 그가 천천히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좀 달려야겠다.”
담담한 진천의 말에 묵갑귀마대의 기백 넘치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충!”
이어 따로 명령이 없었는데도 무덕이 명령을 내려갔다.
“전원 하마하라!”
“하마!”
이천 여명의 묵갑귀마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말에서 뛰듯이 내려섰다.
물론 진천도 이미 내려선 상태였다.
그가 강인한 두 다리로 대지를 박차며 중얼거렸다.
“가자. 황제의 목을 따러.”
그의 뒤로 묵갑귀마대의 노도와 같은 함성이 적진을 향해 내뿜어졌다.
* * *
“저기에 모여 있군.”
루키아 후작의 눈동자에 적광이 번뜩였다.
본진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검은 무리. 아마도 그 선두 즈음에 그가 노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밤마다 비웃는 을지부루의 꿈도 이제는 털어버릴 때가 된 것이다.
시선을 돌리자, 블라미르의 병력과 콰이어 공작의 병력이 혼전중인 것이 보였다.
[어서 가자? 가야지? 아직 부족하잖아?]# 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