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534
10화 바사 론 카말 공왕을 만나다
나오던 길과는 달리 복귀하는 길에서의 습격은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지도 몰랐다.
덕분에 안전하게 귀환을 할 수 있었지만, 왕성으로 들어서는 이실라 공녀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로서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수하들만 잃고 돌아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소득은 있나…….’
이실라 공녀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야에 신기한 듯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계웅삼의 모습이 들어왔다.
계웅삼이 연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 건물은 둥근 지붕이 좀 많은데?”
지붕들은 대부분 둥글게 만들어져 있었고, 간간이 지붕을 받치고 있는 팔각 형태의 기둥들도 보였다.
“꼭 돌궐 비스무리 하기도 하고…….”
둥근 지붕처럼 여성적인 느낌이 강할 것 같았던 건물 내부는 화려하기보다 단조로우면서도 선이 굵은 느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히려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보다 웅삼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온 느낌은 술렁임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의 대부분은 무기를 찬 병사들이었고, 일부 백성들까지 무기를 차고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나라의 중심인 수도가 이런 분위기를 보인다는 것은 이곳도 머지않아 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전쟁이라…….”
홀로 중얼거린 웅삼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가벼운 마음 반으로 따라온 길이었다. 하지만 막상 전쟁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평생 한 짓이 밥 먹고 전장에 나간 것이니 지겨울 만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도록 전전해 온 전장이라지만, 익숙하기는커녕 징그럽기만 했다.
“공녀님!”
일단의 감주를 입은 자들이 몰려왔다.
쇠사슬로 엮은 갑옷 위에 흉갑을 덧대어 입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움직이기 편할 듯했다.
“공왕께서는?”
“대전에 계십니다.”
“곧바로 찾아뵙도록 하지.”
도착하자마자 쉬지도 않고 곧바로 공왕을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답한 이실라 공녀가 웅삼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함께 가시지요.”
“저도 말입니까?”
“예. 아버지도 많이 보고 싶어 하실 거예요.”
이실라 공녀의 말에 웅삼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어차피 이곳에 잠시 몸을 의탁하기로 한 이상 은인의 입장에서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를 따라온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도 웅삼이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의 입장이라는 점이었다.
전화를 피하려면 이전에 들렸던 필리어리 왕국에 머무를 수도 있었지만, 그곳에서 그는 완전한 이방인이었다.
웅삼이 가진 능력으로 버티라면 버틸 수도 있었겠지만, 그곳에서는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 능력을 이용하려고 달려드는 이들이 더 많을 것 같았다.
물론 이곳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겠지만, 이실라 공녀의 은인이라는 점이 조금은 더 나은 환경을 가져다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거기에 개인적인 사심 약간.
아주 약간…….
이실라 공녀의 뒤를 따르는 웅삼의 눈이 살짝 풀렸다.
대전의 문이 열리고 중무장을 한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전 내부는 수수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여타 화려함보다는 실리를 중요시 한다는 느낌이 드는 형태였다.
그 가운데의 높은 단상에는 팔걸이가 부서진 의자에 앉은 중년인이 있었다.
위치로 보아 그가 이곳의 공왕임을 알 수 있었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게 지금이 전쟁 중임을 확연히 느끼게 해주었다.
안으로 들어선 이실라 론 카말 공녀를 맞이한 바사 론 카말 공왕이 입을 열었다.
“개고생 했다고 들었다.”
되돌아온 딸에게 걸걸한 음성으로 내뱉은 첫마디가 그다지 고고하거나 예의바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평소 부녀의 대화 습관인 듯 이실라 공녀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네, 아버님.”
너무 담담하고 다소곳한 대답이었다.
“응?”
순간 카말 공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보통이라면 길길이 날뛰며 터그람 왕국군 새끼들의 대가릴 잘라다가 성문 앞에 장식한다든지, 성벽을 놈들의 피를 짜내 빨간색으로 물들일 거라든지 하는 원색적인 대답이 나와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실라 공녀가 과도하게 차분한 모습으로 대꾸를 한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
바사 공왕이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니옵니다.”
역시나 얌전하고도 다소곳한 대답이었다.
그쯤 되자 이번엔 도열한 귀족들과 기사들이 술렁였다.
전장의 하급지휘관으로 시작해서 직접 이 공국을 만들어낸 바사 공왕의 평소 성격은 괄괄하고 직설적이면서도 거칠었다.
그런 바사 공왕에게서 자라난 이실라 공녀는 여섯 살 때 자연스럽게 인형 대신 검을 선물 받았다.
괄괄한 것을 넘어서 귀족가 아낙들은 물론 남성들도 쉽사리 구사하지 못할 만한 욕설을 섭렵했던 그녀였기에 정계에서는 암암리에 바사 2세라고도 불렸다.
물론 좋은 쪽 의미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개차반은 아니었지만, 시집가긴 글렀다는 평을 종종…… 아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토록 다소곳하게 대답을 하고 있으니 다들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사방에서 수군거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허, 이실라 공녀가 맞아?’
‘이실라 공녀가 이상해졌어!’
‘이번 습격에 충격이 심했던 것 아닌가?’
이런 술렁임을 멈추게 한 것은 바사 공왕이었다.
바사 공왕이 손을 들어 올리자 술렁임이 잦아들었다. 그러자 얼굴을 굳힌 그가 이실라 공녀를 보며 말문을 열었다.
“너…….”
말문을 연 바사 공왕의 표정은 더없이 심각했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아버지!”
결국, 참다못한 이실라 공녀가 빼액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비로소 바사 공왕의 표정이 바뀌었다.
“맞구나, 내 딸!”
이실라 공녀가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바사 공왕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찬가지로 주변의 분위기도 그럼 그렇지, 내지는 역시나 하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이실라 공녀는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계웅삼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을 구기며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에이 씨!’
바사 공왕은 이실라 공녀의 행동을 보며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
계웅삼이라는 사내를 의식하는 행동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지금 웅삼이란 자를 슬쩍 바라보았던 이실라 공녀가 시선을 돌려 아비인 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당연히 심기가 좋을 수 없었다.
세상 모든 아버지의 적은 바로 딸 도둑이다.
하지만 그런 속내를 비칠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가 공녀의 은인이라는 점이었다.
맘 같아선 당장에 뛰어나가 뭐하는 놈팡이냐고 멱살을 잡아 흔들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이고 시기가 시기인지라 꾸욱 참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래. 여기서도 전해 들었다. 사전에 필리어리 놈들이 터그람 새끼들과 배가 맞았…… 큼, 입을 맞춘 것 같다고 말이다.”
강렬하게 쏘아져 오는 이실라 공녀의 살기 어린 시선에 바사 공왕은 재빨리 단어를 고쳐 말했다.
다행히 웅삼은 이런 격의 없는 대화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사실 웅삼의 지위로 따지면 어떤 나라를 가도 제대로 된 격식이 갖춰진 대우를 받아야 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곳에서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웅삼이 가우리에서 받은 대우는 말보다는 힘이었고, 격식보다는 격의가 없는 것이었다.
심지어 대련을 빙자한 구타도 종종 당했던 그였다.
물론 웅삼 역시 종종 삼인방을 불러다 풀곤 하였으니 그리 억울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는 공식적인 자리를 돌아다닌 일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가우리에서 받은 대접이 전부였다. 그 덕에 이런 분위기가 익숙했고,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바사 공왕의 말에 이실라 공녀가 분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그나마 같이 찢어 먹자고 달려들지 않는 게 다행입니다.”
“그렇구나. 제국 놈들 등쌀에서 이제 숨 좀 돌리겠다고 생각했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원래 이 지역은 시에라 제국의 공세에 터그람 왕국과 필리어리 왕국이 패퇴하면서 자연스레 섬처럼 남겨지게 된 일대였다.
그 와중에도 계속되는 시에라 제국의 공세로 인해 상황이 급격하게 흘러가자, 터그람 왕국이 이 지역을 미끼로 던져 주며 남은 지역이라도 보존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 지역이 공국으로 격상된 이유였다.
왕국에서 지켜주지 못하니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단지 고립된 터그람 왕국의 땅이라면 주변의 눈 때문이라도 회복을 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독립국으로 서게 되면 상황은 바뀌게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나름 정치적으로 버릴 수 있는 이유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원치 않게 공국이라는 지위만을 받고 왕국으로부터 버려진 카말 공국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그대로 제국의 목표가 되었다.
이 지역이 독립이 된 상황이라면 이곳부터 수습을 해야 하는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시에라 제국 입장에서는 필리어리 왕국과 터그람 왕국이 그들의 일격으로 패퇴했지만 서로 손을 잡고 공동 대응을 시작한 이상, 그들을 건드리는 것보다는 버려진 이곳 지역을 제대로 흡수하는 것이 이득이라 판단했다.
딱히 입맛에 맞지는 않지만, 약간 돌아가는 수순이라 여긴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카말 공국이라고 명명되어진 이 지역은 치열한 격전 속에 버텨내었고, 심지어 제국에 일격을 가함으로써 터그람 왕국이 잃었던 땅의 일부까지 수복하기까지 했다.
그 선두에 섰던 이가 바로 카말 공국의 공왕 바사였다.
그런 카말 공국의 선전에 힘을 입어 약간의 힘을 회복한 두 왕국은 다시 전선에 가세했다.
그 와중에 완성된 것이 지금의 삼국 동맹이었다.
그 덕에 삼국은 일치단결하여 시에라 제국에 의해 잃었던 땅을 조금이나마 더 되찾을 수 있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삼국 동맹은 더욱 탄탄해져 가는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면 제국의 황권 다툼으로 인해 생겨난 여유로 이제야 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터그람 왕국의 배신으로 인해 다시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시에라 제국에게 둘러싸였을 때보다도 더 안 좋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시에라 제국이라는 공적이 존재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들 간의 국경에는 만일을 대비하여 교차 지원을 할 기동부대 빼고는 별다른 병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터그람 왕국도 이 시기가 최적임을 알고 틈을 노렸다고 볼 수 있었다.
“지금 전선 상황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실라 공녀가 침착하게 묻자 바사 공왕이 씁쓸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일단 줄 건 주고 전선을 뒤로 물리는 중이다. 애꿎은 놈들만 시간 번다고 피 흘리고 물고 늘어지는 중이지. 예그람이 엊그제 전장에서 눈을 감았다더구나.”
“예그람 숙부가…….”
실제 숙부는 아니었지만, 오랜 전쟁에서 바사 공왕과 거의 형제나 다름없이 활약해 왔던 예그람 백작이었다. 형태는 공왕과 그 예하의 귀족이었지만, 공국의 귀족들은 전장에서 피를 나눈 형제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예그람 백작이 직접 병력을 이끌고 나아가 터그람 왕국군의 발목을 묶어 놓고 있었다.
그런데 특히나 그녀를 귀여워해주던 예그람 백작이 죽었다는 소식은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어쨌든 그 덕에 숨은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숨을 돌렸다고 말은 했지만 바사 공왕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예그람 백작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어쨌든 제국과의 접경지역에서 뺄 수 있는 병력은 최대한 빼서 집결 중이니 시간만 끌면 이 전쟁을 그럭저럭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알겠습니다.”
동맹을 너무 믿었던 탓에 전력 대부분이 제국과의 접경지역에 나가 있는 카말 공국으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바사 공왕이 눈길을 돌려 웅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나라 상황이 어렵다 보니 손님을 모셔놓고 우리끼리만 이야기를 한 것 같소.”
바사 공왕의 사과에 웅삼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급한 불부터 꺼야겠지요. 집이 있어야 객도 몸을 기댈 수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리 말해주니 마음이 편하구려. 게다가…… 내 딸을 구해주어 정말 고맙소.”
크게 웃음을 터뜨린 바사 공왕이 앉은 자리에서 살짝 허리를 숙여 감사함을 표했다.
아무리 이실라 공녀의 은인이라지만, 일국의 왕이 아직 그 정체를 확인하지도 못한 이에게 고개를 숙이는 행동은 파격에 가까웠다.
귀족들은 다들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아무도 제지는 하지 않았다.
바사 공왕은 한 사람의 전사로서 이실라 공녀를 믿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물론 사랑을 빙자해서 어렸던 그녀에게 인형 대신 칼부터 쥐어주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공왕의 딸 사랑을 모르는 이는 없었기에 앞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발 벗고 달려 내려와 덥석 두 손부터 잡았을지도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라는 말을 뱉었다간 멱살부터 잡힐 것이라는 판단쯤은 쉽게 할 수 있었다.
딸 앞에서는 그도 폭군이었다.
“아닙니다. 일부러 돕고자 한 게 아니라 상황이 그리 흘러 돕게 된 것인지라 이렇게 말씀하시면 오히려 부담됩니다.”
웅삼은 마주 고개를 숙이며 겸양의 말을 했다.
그를 아는 이들이 보았다면 웅삼을 이상하게 쳐다보았을 것이다.
평소의 그라면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오히려 뭘 바라다가 고진천 등에게 끌려 나가거나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웅삼이 갑자기 철이 든 것은 아니었다.
웅삼에게는 나름의 노림수가 있었다.
‘미래의 장인에게 잘해야 한다…….’
눈치를 보아하니 공왕만 잘 공략하면 그도 남들 하는 연애란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야기는 들었소.”
바사 공왕의 말에 웅삼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실라 공녀를 따라 되돌아오던 길에 그녀로부터 웅삼의 나라를 찾을 수 있도록 미리 언질을 해두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실라가 부탁을 하여 우리 술법사들을 불러 확인하였지만 가우리라는 나라의 이름은 찾지 못했소. 그리고 아메리 제국이라든지 슬레지안 제국 등의 이름 역시도 말이오.”
“으음.”
웅삼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이곳에 오면 뭔가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무너진 것이었다.
그런 그의 실망감을 느껴 잠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이실라 공녀가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에 바사 공왕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여기에 왜 이렇게 기사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요?”
이실라 공녀가 궁금하다는 듯 대전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전시라지만 평소와는 달리 기사들이 대전에 잔뜩 깔려 있었다. 게다가 표정들도 잔뜩 굳은 것이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그거? 별거 아니다. 저 친구가 터그람에서 보낸 첩자 내지는 자객일지도 모른다고 우기는 친구들이 꾸역꾸역 집어넣은 거니까.”
“뭐라고요!”
이실라 공녀의 뾰족한 음성을 들으며 웅삼은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의심받는 상황은 둘째 치고 그런 걸 대놓고 말하는 바사 공왕의 성정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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