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537
13화 타다르 VS 계웅삼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는 타다르 백작을 본 계웅삼이 장도를 고쳐 쥐며 중얼거렸다.
“소울아머군.”
이미 한 번 겪어봤기에 굳이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타다르 백작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조금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신기하단 말이지…….”
처음 이곳에 와서 마법을 보았을 때에도 신기하기만 했다.
물론 보기만 한 건 아니었다.
리셀의 전격마법에 의해 지져져 보기도 했다.
그때의 충격만큼이나 마법이란 것은 무척 신선했던 기억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본인의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소울아머를 보니 그때의 신선했던 충격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 본연의 능력이 아니라 기물을 이용해 강해진다는 것에는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다. 전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반면에 그 부작용도 얼추 느낄 수 있었다.
웅삼은 타다르 백작을 자세히 살폈다.
“확실히 여러 번 몰아 쓸 힘을 한 번에 가져다 쓰는 것이긴 한데…….”
이실라 공녀를 통해 설명을 들었기에 소울아머가 어떤 의미의 병기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맞닥트리는 것은 조금 달랐다.
게다가 지금 타다르 백작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일전에 맞붙었던 타말이라는 이와는 전혀 달랐다.
그 차이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게 다가왔다.
“결국, 소울아머란 것도 사용자에 따라 발휘되는 능력이 달라진다는 건가?”
연장이 아무리 좋아 봐야 그것을 다루는 이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라는 의미였다. 그때 문득 웅삼의 뇌리로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럼 이걸 그 양반이 쓰면…….”
고진천이 소울아머를 입는 것을 상상하고 보니 등줄기가 삽시간에 서늘해졌다.
“위험해…….”
웅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소울아머를 활성화한 타다르 백작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거 씁쓸하군.”
결국 소울아머를 활성화시키고야 말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소울아머를 활용하는 것도 능력이었다. 기본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소울아머는 독이 될 뿐이다.
힘을 끌어 올리기도 전에 모든 기운이 빨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제어하기도 전에 소울아머를 통해 모든 힘이 분출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힘을 제어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자만이 소울아머를 입을 수 있었다.
그 말은 제어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강력한 병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누구에게 주어지든지 공평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대결을 할 때 소울아머를 활용하는 것에 큰 반감은 없는 편이었다. 대체적으로 소울아머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능력의 한 부분으로 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웅삼에게 소울아머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힘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저 정도의 강자라면 충분히 운용하고도 남았다.
그런 면에서 타다르 백작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차피 소울아머가 병기의 한 축으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왠지 반칙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이내 털어 버렸다.
웅삼이 당장 소울아머를 입는다 해도 운용하는 능력이 같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강자라 해도 소울아머의 운용 능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단지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같이 소울아머를 입더라도 웅삼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게다가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이겨야 했다.
웅삼이 자신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소울아머의 강력함을 보고서 놀란 것이리라.
“이제부터는 다를 것이오.”
“아, 뭐 달라 보이긴 합니다.”
“…….”
조금 전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는 달리 자신의 말을 받는 웅삼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을 찾은 모습이었다.
‘한 번 겪어봤다 이건가?’
타다르 백작은 웅삼의 평온한 표정을 보고 왠지 열기가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소울아머라 하더라도 다 같은 소울아머가 아니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었다.
타다르 백작은 소울아머 소유자 중에서도 그것을 최고 수준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자였다.
“진정한 소울아머의 힘을 보여주겠소이다.”
타다르 백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혜성처럼 푸르른 빛에 휩싸여 웅삼을 향해 쇄도해 나갔다.
콰앙!
푸르른 기운이 바닥을 두들겼다.
땅거죽이 움푹 패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웅삼은 옆으로 물러서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거야 원…….”
힘의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조금 전과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느낌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속도 또한 더불어 증가했다. 예상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되자 웅삼의 눈에 소울아머가 더욱 새롭게 비춰졌다.
“피하기만 하는 것이오!”
콰쾅! 쾅!
애꿎은 바닥만 연신 두들기던 타다르 백작이 얼굴을 찌푸리며 외치자 웅삼은 피식 웃었다.
“뭐 원하신다면야…….”
연이은 공격을 피해 두어 걸음 물러섰던 웅삼이 장도를 다시 도집에 넣었다.
“아니, 지금…….”
계웅삼이 대결 도중 무기를 집어넣는 모습에 무언가 말을 하려던 타다르 백작은 서둘러 입을 닫았다.
허리춤에 넣은 장도를 언제든 뽑을 듯한 자세, 그대로 몸이 낮아지고 있었다. 마치 호랑이가 수풀 속에서 먹잇감을 노려보며 웅크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대결을 그만두기 위해 장도를 갈무리한 것이 아니라 싸우기 위해서임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이쪽이 무기를 뽑고 있을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신호를 그의 육감이 보내고 있었다.
“으음.”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소울아머를 통해 극대화된 그의 기감이, 무언가 막대한 힘이 모이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타다르 백작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건…….”
입을 떡 벌린 타다르 백작은 웅삼을 보며 경악을 했다.
“아지랑이 같은 게…….”
이실라 론 카말 공녀가 놀란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계웅삼의 몸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뿜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 예전에…….”
순간, 일전에 웅삼에게서 구함을 받았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그가 소울아머를 입은 타말을 상대할 때도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이 느낌을 받은 이후 타말은 단 한 번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허물어져 내렸다.
“왠지 느낌이…….”
그때는 전투 중이어서 그저 의아하게만 생각하고 스쳐 지나갔는데, 지금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니 웅삼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녀가 알고 있는 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판단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때 바사 론 카말 공왕이 그녀가 떠올리는 것을 대신 말해 주었다.
“마치 소울아머를 입은 것 같구나.”
“아!”
바사 공왕의 말에 이실라 공녀가 탄성을 흘렸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무채색의 기운이 그의 몸을 격렬하게 맴도는 것이 마치 소울아머와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가 달랐다.
“이거 소울아머가 없다고 해서 방심할 수 없는 실력자구나, 저 웅삼이라는 자는.”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타다르 백작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웅삼의 몸을 휘감는 듯한 일렁임을 그 역시 느끼지 못할 리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마주하고 있기에 그 강렬한 기운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타다르 백작이 송충이 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온몸의 힘을 모았다.
“이 일격 막아보시게!”
콰쾅!
그의 발이 땅을 내딛을 때마다 바닥이 퍽퍽 패였다.
그러면서 그가 대부를 휘두르자 푸른 불꽃이 호선을 그리며 웅삼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혀 갔다. 그와 동시에 웅삼의 어깨가 움찔했다.
무언가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 순간 거대한 기운이 타다르 백작을 향해 몰려왔다.
“크아아아압!”
지지 않겠다는 듯 타다르 백작이 대부를 쥔 손에 온 힘을 쏟아 내었다.
그때 그를 향해 한줄기 섬광이 번쩍였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무승부인가?”
타다르 백작의 대부는 계웅삼의 머리 위에서 멈추어 있었다. 그리고 웅삼의 장도는 타다르의 목젖 바로 옆에 놓여 있었다.
누가 봐도 무승부인 상황이었다.
지켜보던 이들에게서 술렁임이 점점 커졌다.
대결을 펼친 두 당사자가 행동을 멈춘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타다르 백작이었다.
“어떻게…….”
그의 시선은 웅삼이 아닌 자신의 대부를 향하고 있었다.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때 멈춰
있던 타다르의 대부가 움직였다. 타다르가 대부를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대부의 날이 스르륵 하고 혼자 움직인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대부의 날 위쪽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터엉!
미끄러져 내린 대부의 날이 묵직한 무게를 자랑하듯 연무장 바닥에 깊이 박혔다.
“어헉!”
“헉!”
모두가 놀란 음성을 내뱉었다.
그 두터운 대부의 날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반면 웅삼의 장도는 변함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승부는 갈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윽, 찰칵.
장도가 도집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타다르 백작을 보며 웅삼이 말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허허…….”
타다르 백작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완벽하게 당한 것이다.
설마하니 소울아머의 힘이 보호하고 있는 그의 대부마저 갈라 버리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부딪힘조차 느끼지 못했다.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그의 대부 윗부분은 말끔하게 잘려 나가 버린 것이었다.
“졌소이다. 허허허.”
잘려 나간 자신의 대부를 바라보던 타다르 백작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완벽한 패배였다.
소울아머를 두르고서도 그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아니, 이기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참패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타다르를 뒤로하고 연무장에서 돌아 나오던 웅삼이 우뚝 멈추었다.
“이거 보고만 있자니 온몸이 근질거리는구만.”
언제 나섰는지 바사 론 카말 공왕이 검을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선 것이다.
“좀 씻…….”
웅삼은 평소 하던 대로 대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물론 하고픈 말은 ‘좀 씻고 다니시지요’였지만 여긴 가우리가 아니었다. 또 이실라 공녀의 아버지인데 굳이 깐죽거려서 좋을 일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직 여력이 있어 보이는군.”
바사 공왕의 말에 웅삼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생사를 두고 겨룬 게 아니기에 타다르 백작이 손속에 좀 여유를 두었더군요.”
“그런가? 그러면…….”
웅삼의 대답에 바사 공왕이 히죽 웃으며 검을 들어 보이고는 말했다.
“나와도 한판 붙어 봄세.”
“그건 좀…….”
웅삼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바사 공왕은 일국의 왕이나 다름없었다. 타다르 백작을 상대하는 것과는 달랐다.
난감해하는 웅삼을 보며 바사 공왕이 호기롭게 외쳤다.
“나 바사 론 카말! 이 나라의 공왕이기 이전에 한 명의 전사로서 살아왔네!”
웅삼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래 보입니다.”
“그러니 날 전사로서 예우해 주길 바라네.”
“…….”
웅삼이 머리를 긁적이며 이실라 공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래도 되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이실라 공녀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맛을 다신 웅삼이 다시 장도를 뽑아 들고 그의 앞에 섰다.
“그럼 가볍게 한번 겨루어 보시지요.”
웅삼의 말에 바사 공왕이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대가 전사라면 전심전력을 다해 날 상대해 줄 것이라 믿네. 이 왕가의 보검 타사르를 걸고 오늘 대결의 결과가 어떻다 한들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을 보증하지.”
바사 공왕이 순백색으로 빛나는 대검을 뽑아 들며 진중하게 말했다. 이어서 소울아머가 발동하며 그의 몸이 푸르른 빛으로 휩싸였다.
“흐음.”
웅삼이 느끼기에 바사 공왕의 실력은 타다르 백작에 비해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그의 말대로 공왕이기 이전에 충분히 강한 한 명의 전사였다.
바사 공왕이 호기롭게 외쳤다.
“자! 오시게! 이국의 강자여!”
푸르른 빛에 휩싸인 바사 공왕이 포효를 터트리며 달려 나갔다.
* * *
이실라 공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버지.”
“아…….”
“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내 보검이, 내 칼이…….”
대검은 바닥에 떨어졌어도 여전히 순백색으로 빛났다.
정확히는 대검의 반 토막이었다.
그것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바사 공왕을 향해 이실라 공녀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며 다시 말을 붙였다.
“아버지…….”
“이 비싼 걸…….”
바사 공왕이 잘려 나간 검신 앞에 무릎을 꿇고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위로 핏방울이 함께 떨어졌다.
“아버지, 일단 코피라도 막고 우시든가요.”
“아흐흑!”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인 바사 공왕이 잘려 나간 검신을 감싸 안고 오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마찬가지로 잘려 나간 대부의 한 조각을 들고 타다르 백작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 도끼…….”
연무장을 걸어 나오던 계웅삼은 스스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 약속했으니까 뒤끝은 없겠지?”
오랫동안 쌓인 것을 한 번에 풀어낸 웅삼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수많은 울분에 찬 시선들을 뒤로하고 말이다.
# 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