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611
88화 지원 병력 (2)
콰콰쾅! 콰쾅!
“으아아!”
시뻘건 불똥이 사방에서 튀고 있었다.
터그람 왕국의 술법사들이 날려대는 술법들을 막는 이들은 다름 아닌 방패병과 중장보병이었다.
불이 붙은 방패를 집어 던지고 새로운 방패를 전달받다가 날아온 화살에 분한 시선을 보내며 주저앉는 병사들부터, 몸에 불이 옮겨붙자 그대로 터그람 왕국군 진형으로 달려드는 병사들까지 모두가 생명을 담보로 처절하게 대항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몸으로 때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단 말이다!”
불에 그슬린 채로 병사들을 독려하던 카말 공국 악산 남작의 얼굴 위로 절망이 스쳐 지나갔다.
병사들은 용맹스러웠지만, 그것이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지금처럼, 그나마 병사들이 물불을 안 가리는 덕에 대열이 무너지는 것을 최대한 늦추고는 있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가 왔다.
“악산 남작님! 위험합니다!”
그때 누군가의 외침에 악산 남작이 고개를 돌렸다.
“젠장!”
눈앞까지 파이어 버드가 다가와 있었다. 후끈하고 열기가 느껴질 정도의 거리였다. 그가 뒤늦게 방패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음을 알 수 있었다.
퍼어엉!
“크으윽!”
파이어 버드가 폭발하며 악산 남작의 몸뚱이가 뒤로 밀렸다. 머리카락이 탄 냄새가 훅 하고 밀려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그의 귓가로 폭음이 연신 이어졌다.
“뭐, 뭐지?”
퍼펑! 퍼퍼펑! 펑! 퍼펑!
그가 멍한 표정으로 시선을 하늘로 올렸다. 하늘에서는 폭음이 연달아 울리며 불꽃들이 사방으로 튀고 있었다.
“아군 술법사다!”
“아군이 왔다!”
누군가가 뱉은 외침이 희망을 담아 번져 나갔다.
악산 남작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병사들과는 다르게 적의 술법전단을 막을 만한 술법사들은 중앙에 있는 게 전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응?”
은발의 사내였다.
술법사라고 하기에는 복장도 생소했다.
갑주를 입고 있는 모습이 술법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심지어 갑주 역시 생김새가 달랐다. 은발의 사내 생김새가 다르듯.
머리는 은발이었지만, 그의 동공은 더없이 검었다.
그의 주변으로 수많은 나비들이 날아올랐다.
불의 나비들이었다.
그 수많은 나비들이 너울거리며 적들이 쏘아 보내는 파이어 버드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악산 남작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혼자?”
중요한 것은 그가 혼자라는 것이었다.
혼자서 적 술법전단이 쏘아 보내는 술법들을 막아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이다. 그가 미소를 머금으며 말문을 열었다.
“역시 재미있는걸?”
그는 바로 연휘가람이었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품에 지니고 온 노란색 종이를 하늘로 뿌렸다. 그리고 간단한 수인을 맺자 순식간에 종이가 불타오르며 한 마리 나비가 되었다.
동작은 간단했지만, 결과는 단순하지가 않았다. 수십 마리의 나비들이 그의 주변에서 너울거리는 것이 아름답고도 기괴했다.
터그람 왕국 쪽 술법전단도 어수선해졌다. 이쪽의 등장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박쥐 형상의 파이어 뱃이 중간중간 만들어져 휘가람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를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할 목표물로 바꾼 것이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파이어 뱃을 본 휘가람이 환두대도를 뽑아 들며 부적 한 장에 도신을 쓰다듬어 내렸다. 그러자 환한 빛과 함께 청광이 어리며 푸른 불빛을 내며 타올랐다.
그 불빛은 마치 기름이라도 타고 흐르듯 도신을 한 번 감싸고는 사라졌다.
퍼펑! 퍼퍼펑!
불꽃이 연달아 터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술법전단은 득의양양한 웃음을 입가에 피워 올렸다.
“흥! 어디서 감히!”
“그래도 대단한 자였습니다. 그렇게 술법을 동시다발적으로 부리는 건 처음 봤습니다. 분명 고위 술법사일 것입니다.”
“흥! 그래 봐야 저 속에서 살아남긴 힘들지. 개죽음을 당할 뿐이야.”
터그람 왕국의 술법사들은 연달아 터져 나오는 불꽃을 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처음 그의 등장에 놀라기는 했다.
카말 공국 측에서 긴급 조성된 술법전단이라도 나타난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살펴보니 달랑 한 명이 그들을 막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 능력에 다시 한 번 놀라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곧바로 집중 공격을 해나간 것이다.
병사들이야 그다음에 상대해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
그때 누군가가 멍한 음성을 내뱉었다.
“왜? 무슨 일이야?”
“저, 저기…….”
외마디 놀란 목소리를 내뱉었던 사내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술법전단 여기저기에서 술렁거림이 시작되었다.
“마, 말도 안 돼…….”
화염을 뚫고 칼 한 자루를 든 사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휘가람의 환두대도는 사방을 점하며 휘둘러 갔다. 동시에 날아들던 어른 몸통만 한 파이어 뱃이 터져 나갔다.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일부는 휘가람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휘가람은 팔목에 장착된 작은 방패로 귀찮다는 듯 흘려낼 뿐이었다.
연달아 폭음이 울리고 그의 주변이 용암 지대라도 되는 것처럼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살이 익는 것 같은 열기였지만 휘가람은 오히려 미소를 진하게 베어 물었다.
“후끈하군.”
휘가람이 부적 하나를 뽑아 들며 허공을 휘젓자 그를 휩싸고 있던 불길이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부적을 뽑아 던지며 곧바로 활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화살을 메기는 순간 뒤로 당겼다.
나울거리는 부적들이 불길에 휩싸이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이 튕겨져 날았다.
화살이 나는 순간 불이 붙은 부적들이 화살로 옮겨갔다.
씨우우!
“이제 슬슬 뒤집어볼까?”
불길에 휩싸여 날아가는 화살을 보며 휘가람이 천천히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다.
“뭐, 뭐가 날아옵니다!”
경고의 말을 뱉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불길에 싸인 화살이 맨 앞에 있던 술법사를 꿰뚫는 순간 폭음이 울려 퍼졌다.
퍼어엉!
“크아악!”
“아악!”
동시다발적으로 비명이 내질러졌다. 화살을 맞은 술법사는 시체도 건지지 못했고, 그 주변에 있던 이들은 저마다 불이 옮겨붙어 땅바닥을 뒹굴었다.
“또 날아온다!”
처음에는 놀란 나머지 멍하니 당했지만 두 번째는 달랐다. 몇몇 술법사들이 술법지를 뿌리며 방어술을 펼쳤다. 술법지가 부풀어 오르더니 커다란 방패의 형상을 만들었다.
두 번째로 날아든 화살은 그 위를 두들겼다.
콰콰쾅!
굉음과 함께 방어술을 펼친 술법사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사방으로 튀는 불씨를 또 다른 방어술을 펼친 술법사가 겨우 막아내었다. 하지만 그 충격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이런 위력이!”
하지만 일부 술법사는 당황하지 않고 술법지를 뿌리며 명령을 내렸다.
“선두는 방어술을 펼치고 후위는 파이어 버드를! 고위 술법사는 파이어 뱃을 날린다! 쉴 틈을 주지 마! 그리고 적진이 아직 혼란에 빠져 있다! 기사들로 하여금 적 술법사를 요격하라고 전달해! 빨리!”
“알겠습니다!”
그러는 사이 또다시 날아온 불화살이 술법으로 불러낸 방패를 찢어발겼다. 이번에도 충격은 컸지만 술법사들이 유기적으로 대처를 했다.
그리고 네 번째 불화살이 날아올 때 즈음 이쪽에서도 수많은 불길이 솟구쳐 앞으로 날았다.
그 불길 아래로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우우웅!
빛이 또다시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본 터그람 왕국군의 쿠엔티 자작은 병력을 독촉했다.
“빨리 이동하라! 놈들이 늘어나기 전에 상대해야 한다!”
“한 이백 정도씩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부관인 타만 남작의 보고에 쿠엔티 자작은 할 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적의 숫자는 천여 명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하러 가는 쿠엔티 자작의 터그람 왕국군은 만여 명에 달했다.
심지어 그의 뒤로 소울아머 유저가 셋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팔 후작이 우회 병력이 카말 공국군의 후위를 들이칠 때를 대비해 함께 보낸 이들이었다.
“바사 공왕입니다!”
그때 타만 남작의 외침이 들려왔다. 굳이 그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쿠엔티 자작의 눈에 바사 공왕의 공왕기가 들어왔다.
바사 공왕이 호위 병력을 이끌고 이상한 빛과 함께 병력이 튀어나오는 곳으로 합류하고 있었다.
“바사 공왕이 애가 탔군.”
그래 봤자 삼백여 명의 병력이 추가된 것이다.
“기병 선두로!”
쿠엔티 자작의 명령이 크게 울려 퍼졌다.
이번 전쟁에 있어 가장 큰 공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얼굴은 더없이 밝았다.
“음?”
대무덕이 고개를 돌리자 삼백여 명의 병력을 이끌고 온 중년인이 눈에 들어왔다.
“공왕 전하를 뵙습니다!”
“카말에 영광을!”
카말 공국 출신 병사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리는 모습에 그가 바로 이곳의 공왕임을 알 수 있었다.
그때 터그람 왕국의 우회 병력에서 함성이 울려 퍼져 나왔다.
“와아아아!”
그 함성을 들으며 무덕이 고개를 돌렸다.
“제일 처음 온 병력이?”
“마법전단과 묵갑귀마대 일부이옵니다. 마법전단은 이미 준비 마쳤습니다.”
리셀의 대답에 무덕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터그람 왕국을 바라보았다. 그의 뒤로 마법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전단 준비 마쳤습니다.”
무덕이 손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가 앞으로 내리며 말을 이었다.
“전단 앞으로!”
동시에 무덕의 뒤에서 우윳빛 구체에 둘러싸인 백여 명의 마법사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뭐, 뭐야, 저 동그란 것은?!”
“사, 사람이 있습니다!”
터그람 왕국 우회 병력에서 동요가 일었다.
“방패병 선두로!”
다급하게 울려 퍼진 명령이었지만, 병사들의 훈련이 잘된 편이었는지 빠르게 움직였다. 방패병이 전면에 나오고 뒤이어 궁수들이 활을 들어 올렸다.
“발사!”
방패병과 궁수들이 준비되자 지휘관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공기 방울 같은 것으로 둘러싸인 이들이 빠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투두둥! 투웅!
천여 발에 가까운 화살이 하늘을 뒤덮었다.
팅! 티티팅! 팅!
“어헉!”
날아간 화살들이 우윳빛 막을 두들겼지만 단 한 발도 그것을 깨거나 뚫고 들어간 것들은 없었다.
“대체 뭐지?”
기사들이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화살 공격이라니.”
“확실히 마법에 무지하군.”
“방심하지 말라고, 이곳에도 술법이라는 게 있으니까.”
“하긴, 난 그게 더 궁금하군.”
마법전단의 마법사들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실드 마법이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었다. 큰 충격을 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마법 공격을 받으면 깨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화살은 아무리 쏘아도 실드 마법을 벗겨내거나 할 수 없었다. 화살 낭비다.
그래서 사실 실드 마법을 펼친 마법사들을 향해 화살을 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단 가우리의 일부 궁수들은 제외였다.
가우리의 복합궁은 실드를 부술 수 있는 충분한 파괴력이 있었다. 그때였다.
“긴장해!”
마법을 쏘기 직전에 실드를 거두는 순간이 이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 사이를 노리고 활을 쏜다면 충분히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우리군이 신성제국의 마법사들과 싸울 때 그 틈을 많이 노렸다.
해서 가우리의 마법전단은 이에 대한 방비책을 연습했다.
그것은 바로 암실드라는 소형 실드 마법이었다.
일반적인 실드 마법은 온몸을 구체로 두르는 형태를 가진다. 하지만 암실드는 팔을 중심으로 한 부분만을 원을 그리며 실드가 형성이 된다.
앞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노출이 된다.
따지자면 마법으로 만든 방패가 바로 암실드였다.
기본적으로 마법사들은 굳이 이런 마법을 쓸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전쟁에서 가우리군 궁수들의 활약으로 인해 이런 부분에 대한 전술적 보강이 이루어졌다.
그 전술적 보강 이후 첫 실전인 것이다.
“암실드!”
우우웅!
실드가 해제되는 동시에 팔을 중심으로 둥그런 방어막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이미 마법을 시전 중이었던 공격 담당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전면으로 날려 보냈다.
화아아악!
사람 몸통만 한 화구들이 일제히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전장에서 화염 마법만큼 유용한 것은 없었다. 오십여 개의 불덩이들이 거의 동시에 터그람 왕국군의 전열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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