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615
92화 마법 대 술법
마법전단에 의해 우회 병력이 급격히 무너졌다.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 묵갑귀마대가 돌입해 오자 쿠엔티 자작이 이를 악물며 롱소드를 뽑았다.
이미 등줄기는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조금 전 날아온 장창인지 공성용 화살인지 구분 안 가는 무기 때문에 동료 소울아머 유저가 한 방에 꼬치 꿰이듯 꿰일 뻔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휘관인가.”
가장 선두에서 기세 좋게 달려오는 이를 보며 쿠엔티 지작이 이를 악물고 나아갔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적 소울아머 유저를 본 대무덕이 대소를 터트리며 옆구리에 차고 있던 환두대도를 뽑아 들어 적을 맞이했다.
“으하하하!”
환두대도와 포스를 머금은 롱소드가 부딪치자 귀청을 찢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으윽!”
짧은 신음이 터그람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쿠엔티 자작이었다.
“제법 힘이 좋구나!”
무덕의 말에 쿠엔티 자작이 이를 악물었다.
“다 늙어 관짝에 들어갈 늙은이가 용을 쓰는구나!”
밀리지 않겠다는 듯 쿠엔티 자작이 호기롭게 목소리를 높이며 다시 공격해 들어갔다.
섬광이 일렁이며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굉음이 울릴 때마다 쿠엔티 자작은 그 힘에 뒤로 밀려 나갔다. 정확히는 쿠엔티 자작이 아니라 그를 태운 전마의 뒷걸음질이었다.
쿠엔티 자작은 소울아머 유저였지만, 그가 탄 전마는 그냥 평범한 전마일 뿐이다.
아니, 평범하지는 않았다.
다른 말보다 체구와 힘이 좋은 고르고 고른 말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소울아머 유저의 힘을 버텨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그런데 무덕은 그와 달리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밀어붙이며 들어왔다.
정확히는 무덕이 아니라 그가 탄 말이었다. 그제야 그가 탄 말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뿔이 있었다.
“장식이 아니었어?”
쿠엔티 자작이 놀란 눈으로 무덕이 탄 말을 바라보았다. 위압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달아놓은 장식이라 생각했었는데 자세히 살피니 아니었다.
진짜 뿔이었다.
그리고 마갑에 가려져 있지만, 확실히 달랐다.
말은 말이되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내 말이 탐이 나는가 보구나.”
“뿔 달린 말이라니…….”
“멋지지?”
그 말과 함께 무덕이 다시 환두대도를 내리찍었다.
쩌엉!
“큭!”
키히히힝!
너무 넋을 놓고 있었던 탓에 쿠엔티 자작은 무덕의 공격을 흘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탓에 쿠엔티 자작의 전마는 그 충격을 모두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 충격은 전마가 감내하고 자시고 할 수준이 아니었다.
우둑하는 소리와 함께 전마의 두 다리가 기묘하게 꺾였다. 부러져 버린 것이다.
“제길!”
쿠엔티 자작이 욕설을 뱉으며 말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무덕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땅 위로 내려왔다. 그 모습을 본 쿠엔티 자작이 달려들며 외쳤다.
“네놈의 공명심으로 인해 그 목이 떨어질 것이다!”
스스로 유리한 상황을 포기한 무덕이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쿠엔티 자작이 서늘한 미소를 머금고 달려들었다. 마상에서의 유리함을 포기한 적을 향한 냉소였다.
그 냉소가 빠르게 굳어졌다.
쩡!
“이익!”
롱소드를 잡은 손이 하늘로 쳐들렸다. 그 손이 저릿했다.
아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콰앙!
눈앞의 노장이 사선으로 발을 내딛자 땅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강렬한 진각과 함께 무덕의 환두대도가 아래에서 위로 사선으로 쳐올렸다.
쿠엔티 자작이 눈을 부릅뜨며 튕겨 올라갔던 롱소드를 그대로 당겨 빠르게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튕겨져 버렸다.
아니, 만세를 하고 있는 꼴이 되어버렸다.
“크으윽!”
쿠엔티 자작의 눈동자에 놀람과 불신이 새겨졌다.
온 힘을 실어 내리그었음에도 오히려 튕겨 버렸다는 게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쿠엔티 자작의 눈동자를 가득 뒤덮어오는 건 무덕의 주먹이었다.
우직!
“커억!”
쿠엔티 자작의 얼굴이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러면서도 쿠엔티 자작은 반사적으로 허공으로 떠올랐던 롱소드를 내리그었다.
그러나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다.
터억!
뭔가에 잡히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우지직하는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파, 팔이!’
힘이 들어가지 않고 덜렁거리는 것이 부러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뻐억! 뻑! 뻑!
연이어 온몸을 두들겨 오는 타격음에 쿠엔티 자작은 고통과 더불어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화살 따위는 흠집도 나지 않는 게 소울아머다.
일반 병사의 창이나 칼 역시 소울아머를 뚫기에는 요원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가 당하는 것은 주먹질이다. 그 주먹질만으로도 소울아머를 입은 몸이 부서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디에도 소울아머를 입지 않은 자의 주먹이 말이다.
울컥하니 피가 올라왔다.
천천히 무릎 꿇는 그의 귓가로 퉁명스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꽤 단단하기는 하구먼. 모자란 놈들의 힘을 올려주는 기물이라……. 양날의 검이야.”
비틀거리며 고개를 들어 올린 쿠엔티 자작이 무덕을 바라보며 떨리는 입술을 떼었다.
“무슨…….”
“딱 거기까지만 수련한 것 같구먼. 나라에서도 대충 실력 되면 찍어낼 거 같고 말이지. 뭐 그래도 한쪽에서 이걸 찍어내면 다른 쪽에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겠군. 고약한 물건이야.”
무덕의 말에 쿠엔티 자작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오래된 검호들은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노력 없이 얻는 성과에 취하면 결국 거기서 끝이라고…….
실제 지금의 기사들이 그랬다. 전설의 경지를 떠올리는 이들 대신 확실한 기준이 되는 소울아머 유저라는 타이틀을 노리고 정진을 하니 말이다.
현실적인 기준이다.
그게…….
“빌어먹…….”
……쿠엔티 자작을 비롯한 소울아머 유저들의 패착이었다. 바닥 위로 쓰러진 쿠엔티 자작은 눈동자에 허무함을 담은 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다.
소울아머 유저들은 각자의 짝을 찾아 분투를 했다.
비드 자작 역시 몸을 추스르고 자신의 적을 찾아보았다. 적의 요상한 술법에 대열이 무너진 지금 적당한 제물의 머리를 잘라 사기를 올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를 살피던 비드 자작이 갑자기 노성을 터트렸다.
“이노오옴!”
조금 전에 비드 자작은 꼴사나운 일을 당했다.
말을 달리다가 날아온 단창에 그만 낙마를 할 뻔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가 말에서 맞닥트린 것은 바로 화살이었다.
창인 줄 알았는데 화살이었던 것이다.
타이탄 일족으로 보이는 자가 공성병기처럼 생긴 활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차린 것이다.
“네놈 대가릴 잘라 내 창대에 장식하겠노라!”
광분한 비드 자작이 고성과 함께 말허리를 박차며 달려 나갔다.
그러자 상대방이 눈살을 슬쩍 찌푸리더니 거대한 활을 등에 찼다. 그러고는 짧은 활을 집어 들었다. 아니, 집어 드는가 싶었는데 눈앞에 검은 점 하나가 다가와 있었다.
쨍!
“뭐, 뭐야!”
당황하며 롱소드를 휘두르자 눈앞에서 화살 한 대가 잘려 나갔다. 손에 느껴지는 반발력이 적지 않았다.
퍼억!
비드 자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허벅지에 느껴지는 아픔 때문이었다. 허벅지를 보니 대가리를 파묻고 있는 화살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소울아머를 뚫어?”
어이없었다. 하지만 조금 아까 튕겨낸 화살에 담긴 힘이 적지 않았었다는 것을 느낀 비드 자작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분노할 시간도 없었다.
또다시 날아든 화살 때문이었다.
롱소드를 연달아 휘두르니 화살이 연속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화살을 튕겨내면서 바라본 적은 세 개의 화살을 한 번에 재서 날리고 있었다.
“이, 이렇게 빨리…….”
손이 어지러워졌다. 연신 롱소드를 휘두르며 화살을 쳐냈지만 어째 점점 날아오는 화살이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실린 힘도 적지 않았다.
그때 말이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번쩍 들어 올렸다.
말 목에 화살 한 대가 박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약아빠진…….”
비드 자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 목의 뒤편으로 커다란 창날 같은 게 비어져 나와 그의 명치께를 관통했다.
퍼억!
“쿨럭!”
비드 자작이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말의 뒷목에서 삐져나와 자신의 명치를 뚫고 있는 굵은 창날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활을 천천히 내리며 다시 말고삐를 잡고 이동을 시작하는 상대의 모습이 너무도 여유로워 보였다.
“네, 네놈……. 누구냐.”
“영광으로 알라우. 이 을지우루에게 뒈진 걸 말이디.”
“흐으…….”
비드 자작은 마지막 궁금증을 풀고선 말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나마 비드 자작은 행복한 편이었다.
나머지 한 명의 소울아머 유저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끝까지 방어만 하다가 난도질당했다. 물론 그 상대는 지나가던 묵갑귀마대원들이었다.
그렇게 소울아머 유저들이 먼저 나가떨어지자 터그람 왕국의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런 그들을 향해 묵갑귀마대와 마법전단이 나아갔다.
마법전단의 무차별 공격에 우회 병력이 무너지고 있을 때 즈음 터그람 왕국의 술법전단이 뒤늦게 도착을 했다.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공중을 날다니…….”
물론 술법 중에 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부 술법사들만이 익히고 있는 술법이었기에 지금 떠올랐다가는 오히려 표적이 될 수 있었다. 이를 악문 술법전단의 전단장이 입을 열었다.
“저놈들을 떨궈라!”
순간 몇몇 술법사가 나서서 술법지를 뿌렸다. 그것은 이내 거센 바람이 되어 허공에 떠 있는 마법전단을 향해 휘몰아쳐 갔다.
“돌풍이다!”
순간 거센 돌풍이 불어오자 마법전단 여기저기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콰콰콰콰!
“버텨!”
거센 바람이 몰아치자 일순 대열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애초에 이들이 하늘을 나는 방식은 새가 날갯짓을 하는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는 것 역시 좋지 않았다.
몸을 고정할 수 있는 땅이 아니었기에 대열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법전단의 후위에서 마나로 만들어진 빛의 화살이 술법전단을 향해 쏘아져 갔다.
“이런…….”
술법전단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풍계술법이 그다지 큰 효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적들이 바람을 타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허공을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잠시 빛의 화살이 쏟아지자 술법전단 역시 부산스러워졌다.
선두의 술법사가 모여들더니 술법지를 뿌렸다.
그러자 허공에 떠올랐던 술법지들의 크기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술법지 자체가 방패처럼 변해 버렸다. 술법사들의 방어술이었던 것이다.
방어를 담당하는 술법사들이 수인을 맺은 채 손을 움직이자 방어술로 떠올린 술법의 방패가 날아오는 빛의 화살들을 막아갔다.
“위력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우리도 역공한다!”
술법사들이 일제히 술법지를 뿌렸다. 술법지가 불덩어리로 변하더니 이내 새의 모습으로 변했다. 술법사들의 전용 공격 수단인 파이어 버드였다.
반격으로 인해 한숨을 돌린 마법전단은 대열을 다시 갖추었다. 하지만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불의 형상을 한 새들이 그들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다.
몇몇 마법이 적중했지만 파이어 버드의 힘이 더 센지 위력이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날아들었다.
“범위 마법을 펼쳐!”
마법전단장의 외침에 소수의 마법사들이 더욱 위로 떠오르며 동시에 영창을 시작했다.
“오움 살라 움타아…….”
마력의 진언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들의 주변으로 마나가 휘몰아쳤다. 이어서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일제히 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에어 크래쉬!”
공기 폭발 마법이 동시에 펼쳐지자 일정 영역의 공기가 터져 나갔다.
빠방! 빠바방!
소리는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아 우스웠지만 그 위력은 남달랐다. 그 폭발 범위에 있던 파이어 버드의 상당수가 그대로 소멸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공격 마법으로도 쓰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화계 마법을 상대할 때 더 위력이 있는 마법이었다.
일순 한 범위의 공기를 터트려 밀어내며 그 영역을 진공으로 만드는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불과 연관된 마법은 소멸될 수밖에 없었다.
이어 남아 있는 파이어 버드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마법사들은 암실드를 거두고 일제히 실드를 펼쳤다. 우윳빛 막이 생겨났고 그 위를 파이어 버드들이 직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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