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616
93화 마법 대 술법 (2)
콰쾅! 콰콰콰쾅!
폭음이 연신 울려 퍼지며 실드를 펼친 마법사들이 인상을 썼다.
몇몇 마법사들은 실드가 깨져 곧바로 암실드를 펼쳐 막아내야 할 정도였다.
“생각 이상으로 강력합니다!”
“으음.”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일제히 쏘아 올린 것을 보면 그리 높은 수준의 술법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위력은 남달랐다.
하지만 이 짧은 공방만으로 공략 방법을 알아차렸는지 마법사들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마법전단을 이끄는 전단장 역시 마찬가지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일부는 마나화살만을 연사하고 일부는 범위 마법을! 그리고 고 서클 마법사들은 대지 마법을 준비하라!”
마나로 만들어내는 화살은 연사력은 좋지만 그 위력이 아주 높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냥 센 주먹 정도의 타격력이었다.
물론 센 주먹도 많이 맞으면 죽기에 낮은 위력이라고 얕볼 수 없었다. 특히 같은 마법사들끼리는 꽤 까다로운 공격이었다.
마법사들의 맷집이야 설명할 필요도 없이 좋지 않으니 말이다.
전단장의 명령과 동시에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의 마나화살이 쏟아져 나갔다. 마치 우박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역습이다!”
방어를 담당한 술법사들이 바빠졌다. 조금 아까 띄워놓은 술법 방패에 더불어 두어 개를 더 뿌리더니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술법 방패들이 서로 붙기 시작했다.
하나씩 운용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함께 운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거대한 노란빛 방패 위를 마나화살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콰두두두두!
마치 지붕 위를 두들기는 우박 같은 소리가 연달아 울려왔다. 콩 볶는 소리와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위력은 아까처럼 별 볼 일 없구나!”
“하하핫!”
술법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내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조심해!”
커다란 불덩이가 허공에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순간 방어술을 펼치는 술법사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술법전단장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방어술을 펼치는 술법사들을 향해 외쳤다.
“버텨! 적들의 술법을 막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파이어뱃으로 역공한다!”
“알겠습니다.”
그러자 몇몇 술법사들이 파이어 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잠시 요격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요격을 하기보다는 일단 막고 역공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이내 불덩이들이 쏘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군이 거대한 불덩이를 쏘아내는 사이 바닥으로 몰래 내려앉은 마법사들이 일제히 영창을 이어나갔다. 마력이 모이자 마법사들이 시간을 쟀다.
불덩이들이 적의 술법 방패에 도달하기 직전 일제히 땅을 짚었다.
그중 한 마법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똥꼬나 헐어라!”
저주 같은 외침과 동시에 마법이 발휘되자 돌들이 그들이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땅에서 뾰족한 송곳처럼 솟구치며 나아갔다.
“뭐, 뭐야!”
콰콰콰콱!
갑자기 땅바닥에서 돌로 만들어진 송곳들이 솟구치자 술법전단에 난리가 났다.
“커억!”
특히 방어술에 집중 중이던 술법사들 일부는 누군가의 저주가 들어맞은 듯 커다란 송곳을 엉덩이에 허용하고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거대한 술법 방패의 일부가 풀리며 다시 술법지로 변해 나풀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그 상태에서 거대한 불덩이들이 직격했다.
콰쾅!
후욱 하고 뜨거운 불기운이 술법사를 덮쳤다.
일부 불덩이는 만들어진 틈을 통과해 그대로 술법사들에게 떨어져 내렸다.
부랴부랴 방어술을 펼쳤지만, 폭발하며 사방으로 튄 불의 파편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아악! 불이 붙었어!”
“어이쿠! 땅이!”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불이 붙은 술법사들은 저마다 혼비백산해서 땅바닥을 뒹굴었다. 하지만 갑자기 움푹움푹 파이는 바닥의 구덩이로 빠지기 일쑤였다.
이 역시 마법전단의 마법이었다.
물론 즉효성 마법이기에 떨어져 다칠 정도의 구덩이가 파이지는 않았지만,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한 술법전단을 더욱 혼란에 빠트리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만들어진 틈을 뚫고 마나화살이 쏟아져 들어와 술법사들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두두두!
“커억! 컥!”
머리, 얼굴, 배를 가리지 않고 쏟아진 마나화살에 술법사들이 온몸을 비틀었다. 마치 수십 명에게 난타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맞는 부위마다 충격이 달랐다.
머리를 맞으면 골이 울렸고 배를 맞으면 먹은 것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관절에 맞으면 뼈마디가 그대로 부러져 나가기도 했다.
“이, 이럴 수가!”
술법전단장은 빛의 화살에 온몸을 두드려 맞고 쓰러지는 술법사들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그도 그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 역시 온몸이 하얀 빛에 휩싸이며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술법전단의 괴멸이었다.
* * *
쾅!
“크윽! 어디서 이런 놈이!”
페테르 백작은 손아귀의 저릿함을 느끼며 몇 발짝 물러섰다.
물러난 것은 공격력을 반감시키기 위함이었지만 아직도 몸이 저릿한 게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흐음.”
그런 페테르 백작을 제라르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묘하네.”
“네놈, 무어라 하는 것이냐!”
상대방의 여유 있는 모습을 본 페테르 백작이 발끈했다. 하지만 제라르는 여전히 뭔가를 살피듯 고개를 이리 갸웃 저리 갸웃했다.
“힘과 기교는 있는데 말이지…….”
“노옴!”
페테르 백작이 제라르가 잠시 멈춘 사이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역공을 해온 것이다. 포스를 담은 롱소드가 제라르의 전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제라르는 그 공격을 받으며 조금씩 뒤로 밀렸다.
한 방 한 방이 묵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라르의 표정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묘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이제 뭔지 알겠어.”
“무슨 개소릴 하는 거냐!”
“네놈이 힘만 센 멍청이라고!”
제라르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날아오는 공격을 튕겨내었다.
빠창!
“흡!”
순간 페테르 백작의 눈이 부릅떠졌다.
짧은 찰나였지만 포스의 흐름이 단절된 느낌이었다. 그런 페테르 백작에게 제라르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가섰다.
“순도가 모자라다는 말이지. 힘을 줄줄 흘리는…… 젠장, 그러고 보니 옛날에 내가 들어먹었던 욕이잖아!”
왠지 짜증까지 부리는 제라르였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던 탓일까.
제라르의 공격이 거칠어졌다.
쾅! 콰앙! 쾅!
“어억! 억!”
순간 다시 수세에 몰린 페테르 백작이 신음을 흘리면서 혼란에 빠져들었다. 도무지 이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할 수 없는가.”
입술을 깨문 페테르 백작이 가슴팍의 수정을 비틀었다. 그와 동시에 포스가 온몸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스스로 폭주를 선택한 것이다.
쩌엉!
“엇!”
마치 푸른 불길에 휩싸인 것 같은 모습에 제라르는 살짝 놀랐다. 조금 전 느껴졌던 힘이 이전에 비하면 배 이상 강했기 때문이다.
“네놈만큼은 함께 가야겠다!”
눈이 충혈된 페테르 백작이 고함을 내지르며 제라르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갑자기 강해진 페테르 백작의 공격을 받아 넘기며 제라르는 혀를 찼다.
“이, 이거 뭐야! 갑자기 이래도 되는 거야!”
말은 당황스러운 어투였지만 그의 행동에는 여유가 있었다. 조금 전에 뭔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우리의 무장들과 자신의 간극을 줄일 뭔가를 깨달은 제라르는 침착하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 역공보다는 공격을 받는 데에 집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페테르 백작의 얼굴에는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거셌던 불길도 점차 가라앉고 있었다.
생명의 기운이 너무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입술을 깨문 페테르 백작이 온몸의 포스를 끌어 올려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순간 페테르 백작의 기세가 또다시 배가 되자 제라르가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기다렸다.
콰콰콰콰!
페테르 백작이 이내 백광에 휩싸이며 제라르를 향해 쏘아져 왔다. 하지만 제라르는 반대로 힘을 갈무리했다.
마치 힘을 뺀 느낌.
둘이 충돌하는 순간 그 충격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충돌이 지나고 나서야 굉음이 터져 나갔다.
콰콰콰쾅!
사방으로 파편이 비산했다. 둘을 중심으로 거대한 구덩이마냥 땅이 파여 버렸다.
“이, 이것마저…….”
페테르 백작이 한순간에 늙은 얼굴을 하고 허무해했다. 모든 생명력을 쏟은 공격이었지만 상대가 너무도 멀쩡했기 때문이다.
“이거 깨달음 정리하다가 당할 뻔했네.”
제라르는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것으로 한 단계는 더 성장한 느낌이었기에 만족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었다.
“자, 그럼 오래 참았으니 화를 풀어야겠지.”
제라르가 히죽 웃으며 롱소드를 툭툭 두들겼다. 하지만 이어진 페테르 백작의 말에 제라르의 얼굴이 똥 씹은 것마냥 변했다.
“져, 졌다…….”
“닥쳐! 난 막기만 했다고!”
이제 슬슬 공격을 하려 하는데 넋을 놓아버리는 페테르 백작의 행동에 제라르가 발끈한 것이다. 당장에라도 때려 눕혀야겠다는 듯 롱소드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페테르 백작의 온몸이 청광에 휩싸였다.
“어이! 잠깐! 그러지 마! 죽지 말라고! 난 이제 시작이잖아!”
제라르가 절규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생명력을 소진한 페테르 백작은 그대로 폭주하는 소울아머에 의해 온몸이 부서져 내렸다.
먼지처럼.
흩날리는 페테르 백작의 잔해를 보며 제라르가 울부짖었다.
“야이, 썅놈아!”
왠지 두들겨 맞다가 끝난 것 같은 찜찜함이 제라르의 온몸을 휘감았다.
야이 썅…….
제라르의 절규를 바라보던 웅삼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갑자기 뒤에서 터져 나온 거센 기운에 잠시 고개를 돌렸던 웅삼이었다.
“쯧. 하는 게 저렇지.”
“안 싸웁니까!”
“젠장! 포위되고 있다고! 이 양반아!”
그때 웅삼의 주변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바로 그의 반쪽들, 동병상련이자 운명 공동체인 검수들이었다.
“쩝.”
입맛을 다신 웅삼이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기세 좋게 뚫고 온 것은 좋았는데 너무 깊게 들어온 탓에 포위되어 버렸다.
적들도 시간을 끌기로 작정을 했는지 치고 들어왔다가 빠지기를 반복했다.
정면으로 상대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뒤쪽에도 전단급은 아니었지만 술법사들이 있었는지 간간이 날아오는 술법 공격은 꽤 까다로웠다. 웅삼은 몰라도 다른 검수들에게는 등줄기가 축축해질 정도의 공격이 종종 이루어졌던 것이다.
“끄응.”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목표를 놓칠 수 있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그때였다. 그의 귓가로 리셀의 음성이 울려왔다.
[내가 좀 도와줌세.]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점처럼 떠 있는 리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웅삼이 고맙다는 듯 손을 들었다. 그러자 리셀이 또다시 메시지를 날려왔다.
[한 방 제대로 날릴 터이니 알아서 피하게.]“응?”
[아군 마법에 죽으면 개죽음이네.]“자, 잠깐만요!”
[가네!]“젠장, 모두 모여!”
웅삼이 검수들을 향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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