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629
2화 시작되는 실험
“이거이 뭡네까?”
우루가 나를 보며, 정확히는 내가 가져온 음식을 보며 눈알을 데룩데룩 굴렸다. 난 궁금해하는 우루에게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업보다.”
“네?”
“너와 내가 싸 짊어지고 가야할 원죄.”
“…….”
놈이 눈치챘나 보다.
뒤로 물러서려는 기색이 보인다.
난 그런 우루에게 진심을 담아 전했다.
“한 발만 더 물러서면 벤다.”
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음식을 먹고 있는 우루를 보며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 이래서 옛사람들이 아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는가 보다.
내가 위안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방해하는 자가 나타났다.
“여기 계셨습니까?”
“무슨 일이지?”
휘가람이었다.
휘가람이 직접 왔다면 무언가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였다.
그것을 알고 있는지 우루가 애절한 시선을 휘가람에게 보냈다.
“이거이 좀 드셔 보겠습네까?”
우루가 밝은 얼굴로 음식을 들어 보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나름 이런 머리도 쓸 줄 아는 것을 보니 우루도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크 고기로군.”
“…….”
“열후께서 잡는 걸 봤지.”
안 먹는다는 이야기를 돌려서 하긴…….
휘가람은 고깃덩이를 들고 시커멓게 변한 우루의 얼굴을 외면하며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울절이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완성했다면?”
“우리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그 첫 걸음입니다.”
되돌아간다.
영광보다는 아픔이 남겨진 그곳.
지배 계층의 아귀다툼으로 근 천 년을 이어왔던 제국이 마지막을 고했던 그곳.
그곳으로 되돌아간다.
“빨리 가봐야 하디 않겠습네까!”
“그래. 가야지.”
난 더 이상 우루를 시험에 들게 하지 않고 자리를 옮겼다.
* * *
목책으로 둘러싸인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마법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리셀이 그 사이에서 모든 것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바쁘군.”
“오셨습니까?”
“음.”
내가 리셀을 주운 건 이곳에 와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다.
그는 이제 가우리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다. 그가 있기에 우리가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휘가람이 질문을 했다.
그러자 리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마법진은 완성이 되었습니다. 몇 번이나 확인했으니 이제 이것을 토대로 실험을 하면 됩니다.”
“실험이라면 이전에도 하지 않았나?”
분명 차원 이동이라는 이름으로 실험을 진행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들이었지요. 아무리 이동한다 해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일이니 말입니다.”
“그렇군.”
살아 돌아가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난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지금부터는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것인가?”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
나의 반문에 리셀이 마법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예. 아직입니다. 지금 이곳이 어디로 연결이 되어 있는지는 사실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떠한 세상이 있는지도 사실상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으음.”
이전에도 들었지만 다른 세상으로 간다 해도 그 세상이 우리가 온 곳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신성제국 황궁에서 발견한, 고대인들이 다른 세상으로 갔다는 내용을 토대로 당시의 기록을 살펴 몇몇 가능성 높은 위치를 잡았을 뿐입니다. 그것도 사실 마치 신화시대의 이야기처럼 뜬구름 잡는 내용이 적혀 있어 유추할 뿐이었지요.”
“그렇군.”
“그나마 그 기록이라도 있으니 이렇게 시도라도 해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리셀이 말한 기록은 신성제국을 정벌하고 황궁을 터는…… 아니, 승자의 당당한 권리를 행사 하던 도중에 찾아낸 것이었다.
황제의 비밀 공간이었다는 곳인데 그곳에서 벽화들과 오래된 석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위 이곳에서 말하는 배덕의 계절에 대한 내용들이었지만, 그 안에서 리셀은 단서를 얻었던 것이다.
“그럼 어떻게 확인을 하지? 사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누군가가 가서 확인하지 않는다면 그곳이 어디인지 어찌 알겠는가.
내 질문에 리셀이 고갯짓을 하자 마법사들이 방석을 가져왔다.
그 방석 위에는 까만 돌들이 놓여 있었다.
“이동할 것은 바로 이것들이지요.”
“돌?”
“마나석입니다. 마력을 담은 돌인데 이것에 이렇게 마법진을 새겨 넣고 저기 있는 마법진과 연동을 시킨 다음…….”
“…….”
무언가 계속 설명을 하는데 그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설명한다고 다 알아 들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런 건 역시 불편했다. 더 불편한 건…….
“오호!”
“…….”
옆에서 뭔가 아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우루였다.
솔직하지 못한 놈은 더 싫다.
웅삼이 같은 놈.
왠지 나만 모르는 것 같은 불쾌함에 어느새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설명을 듣던 나는 마나석이란 것을 집어 올렸다.
작은 돌 표면에 뭔가 복잡한 것이 새겨져 있는 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흐음. 그러니까 이것을 보내서 주변 장면을 저장한다는 것이지?”
“일단은 그렇습니다. 사람이 가면 좋겠지만 일단 이것을 보내어 저장시켜서 확인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입니다. 별자리라든지 주변에 지나는 이들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이것이 되돌아오는 기간은?”
“일 년입니다.”
“길군.”
“이곳과는 달리 그곳에서는 스스로 재충전을 해야 하니 그 정도의 시간은 걸릴 수밖에 없지요.”
“음. 그런데 이것 신기하다고 누군가가 집어가면 어찌 되는 거지?”
내 질문에 리셀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살짝 한숨을 쉰 리셀이 대답했다.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습니다.”
“흐음. 그럼 그 누군가가 이걸 들고 있었다면?”
잠시 주저하던 리셀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되돌아올 때 함께 딸려올 겁니다.”
“그리 되면 되돌려 보낼 수는 있는가?”
“막대한 비용이 들긴 하지만,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되돌아올 때 마나석에 해당 위치가 저장되니까 말입니다.”
“…….”
나는 다시 마나석을 살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의견을 밝혔다.
“기왕이면 금 같은 걸 바르면 안 되나?”
“…….”
“사람 잡아다가 확인하는 게 최고잖나.”
“…….”
오랜만이다.
저 불신 어린 눈빛들. 요즘 좀 풀어줬더니 저런 하극상 어린 눈빛을 보내는 듯하다.
언제 한번 날을 잡아야겠다.
어쨌든 지금은 때가 아니기에 난 화제를 돌렸다.
“음.”
난 다시 마나석을 이리저리 돌려 봤다.
이것이 일 년 후 되돌아온다는 것인데, 과연 문제가 없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뭐, 뭐하십…….”
뽀각!
역시나 예상했던 것보다 약했다.
환도대도로 살짝 내려쳤는데도 쉽게 반 토막이 났다. 난 이 단점을 리셀에게 말해 주었다.
“이것 너무 약한…….”
“아아아아아!”
“…….”
리셀이 길게 비명을 지르더니 갑자기 풀썩 주저앉았다.
그도 이렇게 약할 줄은 몰랐나 보다. 저렇게까지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니…….
“그게 얼마짜린데…….”
약한 것 때문에 충격 받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비싼가?”
나의 질문에 리셀이 조각난 마나석을 양손에 쥐고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거 하나에 일반 백성 백 가구가 일 년은 먹고 살 돈이 들어갑니다…….”
“그리 비싼 것이면 처음부터 단단하게 만들면 될 것을…….”
노려본다.
그 순한 리셀이…….
“그럼 고생하도록.”
난 리셀을 뒤로하고 물러났다.
아픔을 겪는 이의 곁에 오래 있어 봤자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잔소리는 무덕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 난 오래도록 리셀의 실험장 근처로 가지 않았다.
아니…… 금지 당했다.
이 나라의 열제인 내가.
* * *
“드디어 오늘인가.”
지난 밤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을지가 만든 이상한 거대 뱀 요리 때문이 아니라 오늘 이루어질 대역사 때문이었다.
마침내 그동안 리셀이 절치부심했던 차원 이동 마법진이란 것을 운용하는 날이었다.
물론 많은 운용 실험을 거쳤지만, 이번 실험은 저번에 말한 대로 본격적인 것이다.
“준비되셨습니까?”
“음.”
무덕 역시 기대감이 서려서인지 일찍부터 나를 찾아와 있었다.
“가지.”
난 무덕과 함께 실험장으로 향했다.
어느덧 목책으로 둘러싸인 목책이 눈에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서니 벌써부터 나와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실험을 주관하는 리셀은 물론이고 휘가람과 우루 그리고 삼인방이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묵갑귀마대원들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사태를 대비해 경계를 세우고 있었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이곳에는 고위층만이 모여 있는 것이었다.
“음, 이번에는 단단한가?”
“절대 부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마나석을 집어 들자 마법사가 조심스럽게 주의를 주었다.
“알았다.”
저번과 마찬가지였다. 금칠을 하거나 더 단단하게 손을 본 것 같지는 않았다.
마나석을 살펴보던 나는 뭔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뭔가 빠진 것 같은데…….”
있어야 할 게 보이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때 있어야 할 뭔가가 눈앞에서 마법진을 쳐다보며 다른 이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뭡니까?”
웅삼이었다.
나는 그 녀석에게 다가가 말을 해 주었다.
“우리가 되돌아가기 위한 그 시작점.”
“그게 가능합니까?”
놈도 잠을 잘 못 잤는지 얼굴이 푸석해 보였다. 그리고 확 풍겨오는 술 냄새……. 놈은 이 일 때문에 잠을 못 이룬 것이 아닌 게 확실했다.
주먹을 들어 올리려는 찰나 휘가람이 다가와 말문을 열었다.
“올 때도 왔으니 갈 때도 갈 수 있겠지. 그게 지금이 아닐지라도…….”
휘가람의 대답에 웅삼의 표정에도 묘한 감정이 서렸다.
중요한 일이니만큼 그냥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휘가람이 나에게 말했다.
“전 잠시 저쪽 좀 가 봐야겠습니다. 울절이 찾는군요.”
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멀어지는 휘가람을 바라보던 내게 웅삼이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어떻게 확인합니까?”
난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옆에 놓인 마나석을 가리켰다.
“마나석이란 거 아닙니까?”
“아는가?”
“저걸로 돈 따먹기 하다가 울절께서 보시고 방방 뛰셨죠.”
“…….”
역시 쪼개 보는 행동쯤은 정상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저놈과 있으면 위안이 된다.
(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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