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66
강철의 열제 66화
고블린.
몬스터들 중에서는 가장 약한 힘을 자랑(?)하고 있는 종족이다. 크기만 보더라도 성인 고블린의 경우 90~100센티미르(㎝)정도로 작다. 식성은 잡식성이다.
이런 사실 자체로만 본다면 몬스터 먹이사슬의 최하위 존재일 것이다. 그럼에도 고블린의 마을을 습격하는 오크 무리는 없다. 물론 숲에서 오크를 만난 다면 십중팔구 밥이다. 실제로도 가우리에서는 오크와 미노타우르스의 주 식량원으로 길러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도 고블린들은 꾸준히 세를 유지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사는 마을로 습격해 들어가는 몬스터가 적기 때문이었다.
가끔 습격을 하는 몬스터는 오거나 트롤, 미노타우르스 등의 가죽이 두꺼운 대형몬스터의 경우였다. 그 이유는 고블린들의 공격 수단이 마취침과 단검이기 때문이었다.
먼저 마취 침을 이용해 사냥물을 마취 시키고 돌이나 쇳조각으로 만든 단검을 이용해 죽음을 선사 하는 것이 고블린들의 사냥법이며 전투 수행법이다. 그러니 칼도 잘 안 들어가는 오거나 트롤 그리고 미노타우르스 등에는 불가항력인 것이다.
그러나 오크나 코볼트, 웨어울프 등의 타 몬스터 등은 절대로 고블린의 마을로 접근 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홉 고블린의 존재에 있다.
홉 고블린.
대체 홉 고블린이 무엇이기에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차이점이 있단 말인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었는데, 첫 번째는 샤먼(주술사)과 같은 능력에 있다. 물론 샤먼이라 해도 불을 만든다거나 마법을 하는 능력은 없다. 그저 소리와는 달리 초음파와 같은 음파를 이용해 멀리 있어도 동족들과 의사전달이 가능한 능력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유일한 능력이 상당히 크게 좌우한다. 그 이유는 다른 고블린과는 달리 홉 고블린은 지능이 높다. 지능 면으로만 본다면 인간보다는 약간 모자라나 오크보다는 월등했다.
크기는 약 150~160센티미르(㎝)로 거의 성인의 키에 육박한 것도 특징이다. 일반 드워프가 150센티미르(㎝)인 것을 생각 하면 작은 덩치라 볼 수 없었다. 힘 또한 오크 한두 마리가 덤벼도 이겨낼 정도로 강함을 자랑한다.
제라르는 이점을 각인 했다.
홉 고블린의 존재는 고블린 사회에 있어선 왕과 같은 존재였다. 만약 홉 고블린이 죽거나 납치된다면?
고블린들은 광분한다.
죽었다면 죽인 존재에 대해 자신들의 부족이 다 죽던지 적이 죽던지 집요하게 공격 한다. 만약에 납치 되었다면 끝까지 쫓아가는 종족이 또 고블린이다. 납치 되었다면 그것을 어찌 알고 찾아가겠는가?
음파를 이용한 주술적 능력은 폼이 아니다. 모든 고블린에게 동시에 말을 안 해도 명령을 내릴 수 있고, 그 거리는 수 킬로미르(㎞)가 아니던가? 이날 밤에도 홉 고블린의 능력은 여실히 펼쳐지고 있었다.
위이이이익.
밤을 울려나가는 홉 고블린의 소리는 고블린을 계속 불러 모으고 있었다. 지휘를 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하이안 왕국 병사들의 숙영지를 둥글게 감싸며 다가오는 고블린의 수는 몇 백 단위가 아니었다. 적어도 육천에 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홉 고블린이 부르는데 고블린이 왜 경비부대의 숙영지를 둘러싸겠는가! 홉 고블린이 이 병사들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하이안 왕국의 병사들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렇게까지 부지런하질 않았다. 막말로 내려오는 몬스터도 안 잡는 판에 누가 산맥으로 기어들어가서 홉 고블린만 잡아오겠는가.
범인은 제라르였다. 정확히는 제라르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었다. 전날에 제라르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각자 미노타우르스를 이끌고 고블린의 마을을 뒤지고 다녔다.
미노타우르스에 놀라 고블린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병사들은 마을로 침투하여 홉 고블린을 기절시켜 납치했던 것이다. 그리고선 하이안 왕국 주둔지 중앙에 머리만 빼고 땅에 묻어 놓았으니 정신을 차린 홉 고블린이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즉 ‘살려 줘!’아니겠는가?
ㅤㅍㅠㄱ!
“아야! 아씨, 이게 뭐야?”
주둔지를 지키던 병사는 목뒤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십여 초를 넘기자 힘없이 쓰러지는 병사였다. 그리고 야음을 틈탄 고블린들의 공세가 시작 되었다.
스스스슥.
“훅!”
“앗 따거!”
풀썩.
점점 넘어드는 고블린들의 행동은 기민했다. 이미 홉 고블린들의 통제를 전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응?”
“왜 그래 마일로?”
“저쪽에서 뭐가 쓰러지는 소리가…….”
그러나 고블린들의 행동이 아무리 기민하다 하더라도 병사가 마취당해 쓰러지는 소리까지는 막지 못했다. 마일로의 청각에 걸려들은 것이다. 마일로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따라 어둠을 향해 고개를 돌린 동료 병사는 이내 어둠 속에서 몰려오는 고블린 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붉게 빛나는 눈들이 마치 파도처럼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빌어먹을, 고블린이다!”
“마일로, 어서 비상종을 쳐!”
“젠장!”
마일로는 욕설을 뱉으며 옆에 달린 비상종을 향해 손을 뻗어갔다.
뜨끔.
“윽!”
땡땡땡땡땡땡!
마일로는 등 뒤에 느껴지는 아픔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비상종을 울렸다.
“칼빈, 나 좀 잡아…….”
털썩.
“히…… 히익, 고블린이다!”
“카…….”
마일로의 안타까운 눈빛도 눈앞의 공포에 질린 칼빈의 발걸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개새끼.’
바닥에 쓰러진 자신을 뒤로한 채 등을 돌려 도망가는 칼빈의 등 뒤로 입으로 나오지 못한 욕설을 내뱉는 마일로였다.
푹!
“끄으으.”
푹푹푹!
들이닥친 고블린 떼의 단검이 마일로의 등을 헤집고 지나갔다. 그리고 마일로의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분수를 신호 삼아 대 살육이 시작되었다.
아아악!
“뭐야?”
비명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편안히 잠을 청할 인간은 없었다. 광산의 수비 병력을 맡은 로만 프리넌은 침대에서 일어나 롱 소드를 챙겨들고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덜컹!
“끼이이익!”
“제기랄, 뭐야 대체!”
써걱!
창문을 열자마자 나타난 것은 창틀에 매달려 기성을 지르는 고블린이었다. 그래도 수비 대장이라는 직책답게 집어들은 검으로 베어버리고 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세상에…….”
“끼이이이!”
“아아악!”
“도망쳐!”
밖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과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알아볼 수 있는 붉은 눈동자와 허공으로 뿌려지는 피들.
털커덩!
“가, 갑옷!”
로만은 황급히 창문을 닫고 자신의 갑옷을 찾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고블린의 마취 침에 대항하기 위해선 갑주를 챙겨 입어야만 했다. 독침만 조심 한다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로만의 선택이었고, 그의 선택은 시간을 지체하게 되어 지휘체계를 잃어버리고, 이리저리 흩어지며 죽어 나가는 병사들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히이익!”
“끼익!”
“내 등에 붙은 거 좀 떼어내 줘!”
“끄악, 내 누우우운!”
지붕위에서 뛰어내린 고블린이 등에 매달리자 병사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등에 고블린을 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병사, 그리고 갑옷을 입은 탓에 얼굴로 날아든 마취 침에 눈을 맞아 비명을 지르면서도 살아보고자 허우적거리는 모습들이 어우러지며 처참함을 더하고 있었다.
뼈가 갈라지고 살이 터져나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안 보이는 침에 대한 공포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거기에 마취되어 쓰러진 채로 목숨을 거두기 위해 다가오는 고블린을 보면서 움찔할 수도 없이 모로 누워 몸으로 박혀드는 칼날들을 바라본다면, 그것이 더욱 참혹할 지도 몰랐다.
한 번 두 번 세 번을 넘게 몸속을 오가는 고블린들의 칼날을 보면서도 손 한번 내저으며 반항할 수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칼날을 보며 느끼며 제발 빨리 죽여 달라고 속으로 외칠 뿐이었다.
‘추워.’
쓰러진 병사는 몸에서 빠져 나가는 더운피를 보며 추워진 자신의 몸 상태를 느꼈다. 밤공기가 차가운 탓인지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올라오고 있었다. 아마도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는 병사들의 모습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부대정렬!”
“으아악!”
로만 프리넌은 갑주를 챙겨 입고 뛰어나와 병사들의 대열을 정비 하려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무너진 병사들은 대열을 정비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고블린들은 로만을 향해 뛰어들었다.
“무엇들 하느냐! 상대는 겨우 고블린이다!”
“끼이이익!”
써걱! 촤아아아악!
“젠장!”
뛰어드는 고블린의 몸통을 썰어 날리며 로만은 욕설을 뱉었다. 갑옷을 두드리는 독침소리가 마치 빗방울 소리와도 같았다.
고블린들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로만인생에서 처음이었다. 가끔 나오는 고블린 떼라 해봐야 수십 마리가 다였다. 그것도 병사 일이십 명이서 온 몸을 가리는 가죽옷을 입고 뛰어들면 금방 정리가 되지만, 지금 상황은 정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고블린의 마취 침을 막기 위한 가죽옷은 그 숫자에 한계가 있었고, 그나마 가죽옷을 입고 나온 병사에게는 수십의 고블린들이 단검을 들고 뛰어 들었다.
“제기라아아알!”
쓰아악!
입에서 저절로 욕설이 흘러나오는 로만은 연신 검을 휘두르며 고블린들을 베어 나가고 있었다.
“끄이익~!”
“죽어어어!
슈칵!
“낏낏낏낏낏!”
로만의 검에 고블린들은 여지없이 죽어 나갔다. 하지만 자신의 동료의 몸이 동강나 날아가는데도 고블린들의 입에서는 기성이 점차 격해 지고 있었다.
“낏낏낏낏낏!”
“낏낏낏!”
“뭐, 뭐야!”
“대장님!”
“낏낏낏낏낏낏!”
공격 하는 동작들을 멈춘 채 마치 합창을 하듯 소리를 질러대는 고블린들을 보며 병사들은 공포감과 의아함에 휩싸여갔다.
“뭐해! 어서 대형을 갖추어라!”
“제기랄!”
병사들이 멍하니 사방을 둘러보고 있자, 로만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서 대형을 갖추어라!”
“빌, 정신 차려!”
“쓰러진 사람은 포기하고 어서 대형을 유지해라!”
“젠장.”
살아는 있으나 마취 되어 쓰러져있는 병사들을 끌어당기던 일부병사는 로만의 명령에 욕설을 뱉으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게 다라니…….”
로만은 자신의 주변으로 모여든 병력을 보며 한탄하듯 말을 내뱉었다. 천이백의 병력이 주둔하던 자신의 부대가 이제 불과 삼백여 명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을 에워싼 채 소리를 질러대는 고블린은 일견 자신들의 열배는 넘어갔다.
“후우우.”
로만은 병사들의 진형이 어느 정도 갖추어지자 숨을 골랐다. 다행이 살아남은 병력은 중앙군 출신들이 많았다. 쓰러진 병력의 대부분은 현지에서 차출된 지방군이었다. 그런 탓에 무장도 빈약했고, 복장이나 방어구는 제각기 일관성이 없이 따로 놀았다. 그것이 평소에 쉽게 생각하던 고블린에게 당한 이유 중 하나였다.
“낏낏낏낏낏낏낏!”
“저, 대장님.”
“뭔가?”
수련기사가 로만의 옆으로 다가와 입을 열자 약간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수련기사는 개의치 않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상합니다. 고블린들의 공세가 이런 것은 처음입니다. 마치 누구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것 같은 것이 혹시 홉 고블린이 있는 거 아닙니까?”
“지금 농담하나!”
“하지만 지금 고블린들의 공격을 보십시오. 아무리 병사들이 경황이 없다지만 이렇게 당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갑니다. 거기다가 죽어 자빠진 고블린 수도 적지 않은데 도망은커녕 마치 끝을 보려는 듯이 덤비지 않습니까!”
“으으음.”
수련기사의 말에 로만은 신음성을 흘렸다. 고블린의 습성중 하나가 강한 상대가 나오면 도망을 간다는 것이다. 분명 죽어 나자빠진 고블린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련기사의 말대로 끝을 보듯이 다가오는 모습은 무언가 이상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홉 고블린은 마을을 벗어나는 일이 없는데……. 거기에 이 숫자라면 일반 고블린 부족의 수가 아니야. 최소 다섯 개 정도의 부족이 뭉친 수인데 무슨…….”
“헉!”
“낏낏낏낏낏낏낏!”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
로만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여기저기 붙은 불로 인해 시야가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고블린보다 한 배반이나 큰 짙은 녹색의 홉 고블린을 못 알아볼 리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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