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693
65화 잔치준비
만약을 대비해서 몸을 풀고 있던 광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익숙한 번호였다.
“영철아!”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이름을 불렀다. 전화는 사채업자에게 잡혀갔다던 김영철에게서 온 것이었다.
[형님!]“너 이 새끼!”
[죄, 죄송합니다, 형님.]“그걸 아는 새끼가 그러냐!”
[할 말 없습니다요. 천만이가 연락 드렸다고 들었습니다.]광호의 윽박지름에 영철이의 음성이 기어들어 갔다.
면목 없는 목소리였다. 무어라 더하려던 광호는 한숨을 내뱉고는 차분하게 질문을 했다.
“어디 상한 데는 없냐?”
[그게 조금 맞긴 했습니다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어디 부러진 건 아니고요.]“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
[예…….]솔직히 돈 필요 없다고 끌고 간 그들에게 몇 대만 맞고 끝냈다는 건 정말 다행이었다. 솔직히 맘만 먹는다면 뭔 짓이든 할 수 있는 게 그들이었다.
게다가 영철이는 완전 일반인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했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끌려간 것일 수도 있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광호에게 다시 영철의 음성이 들려왔다.
[형님 덕분입니다.]“천만이에게 고맙다고나 해라.”
[예.]“그런데 풀려난 거냐?”
혹시나 싶어 질문을 하자 영철은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그래.”
[예? 아, 잠시만요. 형님 여기 형님이 좀 바꿔 달라고 하시는데요.]“그래, 바꿔 봐라.”
역시나 구금되어 있는 상황인 듯했다.
그래도 들려오는 목소리가 밝아진 게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아진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한결 편한 마음으로 전화 통화를 이어 갈 수 있었다.
[광호 씨?]“아, 유 사장님이시군요.”
일전에 통화했던 유성철의 목소리였다. 광호는 일단 사장님이라고 부르며 친근한 목소리로 그를 맞이했다.
[바지가 사장은 무슨.]“진구 파의 실질적인 브레인 아니십니까.”
[하하하, 우리가 브레인이 어딨습니까. 어쨌든 형님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광호 씨를 보고 풀어 주시기로 했습니다.]“다행입니다.”
[그런데 원금과 밀린 이자 정도는 주셔야 합니다. 사실 이자도 합법적인 부분만 받는 거라는 거 아시죠?]유성원의 말에 광호는 흔쾌히 대답했다.
“당연하지요. 이렇게라도 일이 풀리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왕에 연이 된 것 얼굴이라도 보면 좋겠다고 하십니다.]“큰형님께서 말입니까?”
[예, 사실 이 친구가 광호 씨 동생인 건 저희도 알아봐서 알기는 합니다만 목소리만으로 어찌 아냐고……. 아, 물론 보면 바로 들통 날 사기는 아닐 거라고 제가 말씀은 드렸습니다.]“그렇군요.”
역시나 얼굴을 봐야 해결될 문제였다.
약간의 망설임이 없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그 바닥은 자신이 갈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막상 가면 무슨 조건을 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 망설임을 읽었는지 성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장 영입한다든지 그런 건 아니니 걱정 마십시오. 뭐, 그냥 안면 트는 정도?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광호 씨가 완전 손 털었다고 생각하긴 그렇고…… 언젠가 이 바닥으로 올 때를 대비해서 안면도 미리 트고 하는 거지요. 투자? 뭐 받을 거 다 받는 거지만 그렇게 해둡시다.]성원의 말에 광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진구 파로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 알아본 바로는 그들의 행적이 좀 지저분했다.
그나마 지금 성원이라는 자 덕분에 문제가 없다뿐이지.
하지만 지금 그것을 내색할 이유는 없었다. 아쉬운 것은 광호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말해 주시니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그럼 형님 별장으로 오십시오. 조촐하게 식사 자리라도 좀 봐놓으라 하셔서요. 초청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아, 예.”
[정 걱정되시면 친한 분과 함께 오셔도 좋습니다.]“그럴까요?”
[예, 상관없습니다. 같이 사시는 분이 계신 걸로 아는데 그분이랑 오셔도 무방합니다. 그럼 시간과 장소는 문자로 남기겠습니다.]“뭐, 그래도 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화 통화를 끝내고 난 뒤 광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름 아닌 식사 초대였다. 하지만 역시 저쪽도 자신을 살폈다는 뉘앙스를 비쳤다. 같이 사는 사람 운운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가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는 눈치였으니 말이다.
광호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역시 형님 드실 건 따로 챙겨가야…….”
고진천을 그냥 데려갔다간 잔치 음식이 아작 날 수 있다. 차라리 조금 챙겨 가는 게 속 편할 수 있었다.
* * *
“어때?”
통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진구가 물었다. 그러자 유성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온답니다.”
“그래? 잘됐네.”
“그럼 전 있다가 풀려나는 겁니까?”
한쪽에 있던 김영철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진구가 웃으며 말했다.
“뭐, 덕분에 잘되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혹시 모르니까 휴대폰은 우리가 다시 걷어 간다.”
“예?”
“만약이라는 게 있잖냐. 대신 전화 오거나 필요하면 통화는 할 수 있게 해주마.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진구가 친근하게 물어왔지만 영철은 한껏 움츠린 얼굴로 대답했다.
“아, 예.”
“그래, 잘 생각했다.”
고개를 끄덕인 진구가 고갯짓을 하자 영철의 휴대 전화기를 챙긴 성원이 웃으며 문을 열었다.
그들이 나간 뒤 영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별일 없겠지?”
처음에 좀 시달리기는 했지만 광호와 연락이 된 뒤로는 나름 나쁘지 않은 대우를 받았다.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영철이었다.
“쯧, 쓸모없는 놈을 동생이라고 데리고 다니는 광호가 불쌍하군.”
“우리 입장에선 손쉽게 됐잖습니까.”
“그렇긴 하지. 여하간 혹시 모르지 잘 감시해. 그런데 정말 연락 오면 연결해 줄 거야?”
진구가 성원의 손에 들린 휴대 전화기를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
“의심 받지 않으려면 그래야겠지요.”
“뭐, 나쁠 거 없지. 잔치 준비는?”
“넉넉히 하고 있습니다. 일 마치고 어태커 파와 사이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진구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성원 역시 다시 휴대 전화기를 들었다. 이쪽에서도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하기 위해서 말이다.
* * *
“저, 형님.”
“음?”
“오늘 가려고 하는데…….”
광호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고진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다.”
진천의 답변에 광호는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아마 별일 없을 겁니다. 그쪽서도 그냥 안면만 트자는 거니까요.”
광호의 말에 진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좋지. 하나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
진천의 말에 광호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그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진천과 동행하려 하는 것이었다.
저녁이 되자 우천만이 차를 끌고 도착했다.
“형님!”
“너도 가려고?”
“가야죠, 그래도.”
천만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광호는 피식 웃었다. 그때 뒤에서 진천이 나타나자 그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 갔다. 그날의 공포가 다시 스멀거리며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타시지요.”
광호가 정중히 문을 열자 진천이 차에 올라탔다.
“아, 안녕하셨습니까!”
“음.”
진천이 고개를 까딱이자, 천만이 긴장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아, 안전 운전하겠습니다!”
“네가 운전병이냐?”
광호가 옆 조수석에 올라타며 피식 웃었다. 하지만 천만은 웃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잔뜩 긴장한 채로 운전을 시작했다.
* * *
몇 대의 봉고 차가 산길을 올랐다.
산길이라지만 잘 닦인 개인 도로가 있어 운전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차는 별장 뒤쪽으로 대시면 됩니다.”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별장 입구에서 건장한 사내 둘이 다가와 차를 유도했다.
“뒤?”
아만도가 차창을 내리며 묻자 입구 쪽에서 정장을 빼입은 사내가 다가오며 말문을 열었다.
“차가 많으면 들어오기도 전에 도망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혹시?”
아만도가 정장 사내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살짝 둥그렇게 뜨자 그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유성원입니다.”
“반갑습니다, 아만도라고 합니다.”
아만도가 성원이 내민 손을 잡으며 웃었다.
차를 대고 아킬리노와 어태커 파의 조직원들이 별장으로 내려왔다.
이미 별장에는 많은 인원들이 오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왔습니다.”
아만도의 질문에 성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쪽에서 주신 정보를 듣고 나니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모르게 유인한다고 했지만 만에 하나 따로 인원을 끌고 올 수 있잖습니까.”
“잘 생각했습니다.”
“혹시 몰라 초입에도 애들 몇을 숨겨 놨으니 뒤따르는 인원이 있다면 바로 연락 올 겁니다. 그런데 어태커에서도 많이 오셨군요.”
성원이 아만도의 뒤를 슬쩍 바라보며 말하자 아킬리노가 대답했다.
“놈을 갈아 마셔야 하니까.”
“아, 혹시 어태커 파 보스십니까?”
“아킬리노요.”
아킬리노가 말하자 성원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유성원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두 조직이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야말로 부탁하오.”
아킬리노가 성원이 내민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그때 성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혹시 총기도 가져오셨습니까?”
성원의 말에 아킬리노가 고개를 슬쩍 뒤로 돌렸다. 그러자 뒤에 있는 십여 명이 품을 툭툭 건드렸다.
“외곽 지역이라 해도 소리가 시끄러우면 좀 위험합니다.”
“소음기를 달았으니 걱정 마십시오.”
아만도가 웃으며 대답하자 성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지요.”
그를 안내하며 성원이 식은땀을 흘렸다.
‘기껏해야 한두 자루 가져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혹시 몰라 자신들도 세 자루 정도 구해 놨다. 물론 러시아 선원을 통해서 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십여 자루나 가지고 온 것이다. 지금은 같은 편이지만 경계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성원은 내색하지 않고 그들을 안내했다.
“오! 어서 오시오!”
성원이 그들을 이끌고 들어서자 한쪽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던 수하들을 보던 이진구가 벌떡 일어서며 그들을 맞이했다.
“이분이 어태커 보스십니다, 형님.”
“그래? 나 이진구요!”
성원의 소개에 진구는 그대로 걸어가 아킬리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킬리노가 그 손을 잡으며 말했다.
“보스와 손을 잡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 역시 어태커 파와 손을 잡게 되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미리 성원의 언질이 있었는지 진구는 아킬리노에게 존대를 해주었다. 굳이 누가 위인지 자리싸움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그때 옆에 있던 아만도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해왔다.
“이거 보기만 해도 대단하신 분들이 오신 듯합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아만도였지만, 그의 시선은 진구가 끌어모은 전국구 주먹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아킬리노 역시 그들을 향해 시선을 옮겨 놓고 있었다.
“아, 뭐, 내 동생들이오. 딱하니 알아보는군.”
“뭐, 눈치로 우리 보스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건 저와 같군요?”
아만도의 말에 성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 한쪽에서 진구 파 조직원 하나가 달려와 입을 열었다.
“올라오고 있답니다.”
그의 손에는 무전기가 들려 있었다.
“벌써?”
아직 약속된 시간은 사십 분이 남았다.
“조심성이 있는 모양입니다.”
만에 하나 함정을 팔수 있다는 판단에 시간을 당긴 것으로 보였다.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진구가 말하자 다들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66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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