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697
69화 거짓 같은 현실
ㅤㅍㅠㄱ!
광호의 외침과 동시에 바람 빠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모든 이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작은 소음이 주는 여파는 적지 않았다.
“미, 미친 새끼들! 말을 하고 쏴야지!”
동시에 진천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던 조직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물론 썰물처럼이라고 해봐야 제 발로 걸어 나가는 이들은 달랑 여섯 명이 전부였다.
그 이외의 인원들은 모두 바닥에서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도 모른 채 꿈틀대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상당수는 정신을 잃은 듯 시체마냥 누워 있을 뿐이었다.
몇 안 남은 이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진천이 광호와 그 일행에게 말문을 열었다.
“알아서 피해라.”
“젠자아앙!”
진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광호와 동생들은 차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밖에 맨몸으로 있는 것보다는 차 안이 조금이나마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들이 차에 타는 순간 바람 빠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왔다.
퓨퓨ㅤㅍㅠㄱ! 퓨ㅤㅍㅠㄱ!
장애물이 사라지자 마음 놓고 갈기는 것이었다.
차 안에 탄 광호는 그저 진천이 안전하길 빌었다. 그가 당하면 그들 역시 끝장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팅! 팅! 파삭!
총알이 날아와 차체에 박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이어 차창이 뿌옇게 변하며 총알구멍이 뚫렸다. 광호의 동생들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아!”
“으악! 아악!”
“닥쳐 이 새끼들아! 여기 쏴 달라고 광고할래!”
광호의 목소리 역시 큼지막했지만, 다행이 동생들의 비명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차체에 총알이 날아와 박힐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총알 하나가 날아와 차 안의 룸미러를 부러뜨렸다.
파삭!
“히엑!”
부러진 룸미러가 천만의 머리통을 갈기자 그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비명이 내질러졌다.
광호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붉어진 얼굴로 천만을 향해 질문을 했다.
“괘, 괜찮냐!”
“대가리가 아파요, 형님!”
“괜찮아! 피 안 난다!”
더 이상 차체를 두들기는 소리는 없었다. 그러자 용기가 생긴 광호가 부러진 룸미러를 들었다. 그러고는 차체에 누운 채로 천천히 밖을 비추어 보기 시작했다.
‘안 맞은 건가?’
최초로 총을 쏘았던 아킬리노가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저 괴물 같은 사내를 향해 총을 쏘았다. 그런데 그 사내가 팔을 휘둘렀다.
마치 총알을 막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인간이 어찌 날아오는 총알을 막을 수 있겠는가.
그 와중에 놀란 진구 파 조직원이 그에게서 떨어지자 아만도가 조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닥에 쓰러진 이들도 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연달아 총이 소음기를 통해 총알을 토해 내었다.
“쒸트!”
누군가의 입에서 영어로 된 욕설이 새어 나왔다.
“피한 거야? 정말?”
분명 여럿이서 총을 쏘았는데 타깃이 된 상대는 멀쩡했다. 아니, 이리저리 몸을 뒤틀며 자리를 이동하긴 했다.
“빌어먹을 매트릭스는 영화라고!”
누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비명과 같은 외침을 토해 내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처럼 뒤로 드러눕는 묘기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를 피하듯이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또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는 있었다.
정말로 피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정확했다.
그는 총알을 맞지 않았다.
“씨팔, 코앞에 있는 새끼도 못 맞추냐!”
그때 진구 파의 보스인 이진구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순간 아킬리노는 M.O.U.고 나발이고 그의 아가리에 총알을 한 발 박아 넣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단지 잠깐의 충동일 뿐 그 역시 비슷한 욕설을 날리고 있었다.
“그따위로 쏠 거면 그냥 총을 던져서 맞춰!”
아킬리노 역시 어이없는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아킬리노의 고함 소리가 먹혔는지 당황했던 어태커 파 조직원들이 앞으로 나아가며 총을 쏴 대기 시작했다.
퓨욱! ㅤㅍㅠㄱㅤㅍㅠㄱ! 퓨퓨ㅤㅍㅠㄱ!
십여 명의 조직원들이 걸어 나가며 쏘아 대자 이리저리 몸을 틀며 총알을 피하는 시늉을 하던 진천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진천의 움직임을 놓친 조직원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총을 난사했다.
“크악!”
“악!”
몇몇 운이 나쁜 진구 파 조직원들이 맞았는지 누워 기절했던 이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엄한 애들 다 죽일 거냐! 제대로 쏘란 말이야. 이 개새끼들아!”
진구가 다시 고함을 질렀다. 그런 그의 손에는 언제 들렸는지 소음기를 단 권총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들 역시 총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진구와 성원 그리고 다른 한 명이 총을 들어 진천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진구의 이가 악물려 있었다.
어태커 파의 조직원들에게 욕설을 내뱉기는 했지만, 그는 지금의 상황이 마치 꿈만 같았다. 몇십 명이 고작 십 분도 버티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현실과 거리가 먼 상황이었다.
퓨슉!
“씨팔, 왜 이렇게 안 맞아!”
게다가 그 역시 총질을 시작했지만 진천은 마치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총알을 피해 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걸 누군가에게 이야기한들 믿는 사람이 있을까?
“괴, 괴물 새끼!”
조직원 중 하나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진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쨍! 째쟁!
“저 새끼 총알이 보이나 봐!”
심지어 진천은 주워 들고 있던 도를 가지고 이리저리 휘둘렀고, 휘두르는 사이에 불똥이 튀었다.
총알이 날아가 휘두르는 칼에 맞은 건지 아니면 날아오는 총알을 칼로 휘둘러 튕겨 낸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총알이 맞지 않고 튕겨졌다는 것이다.
그때 진천의 몸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차 너머로 몸을 숨겼다. 아니, 넘어가는 순간 칼을 휘둘렀다.
마치 차를 자르기라도 하는 듯.
서걱!
뭔가 썰리는 소리와 함께 진천의 몸이 잠시 차 너머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몸이 다시 나타나는 데에는 불과 일 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체 저 자식 정체가 뭐야!”
다시 나타난 진천의 손에는 운전석 문짝이 들려 있었다.
더 기가 막힌 건 차와 문짝이 온전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차와 연결된 부위의 삼분의 일이 잘려 나가 있었다.
즉, 그 일 초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에 칼로 쇠로 된 문짝을 잘라 방패 삼아 나타난 것이다.
총알을 피하거나 막거나 또는 쇠로 된 문짝을 잘라 내거나…….
지금 상황에선 어떠한 것도 다 말이 되지 않았다.
팅! 티팅!
문짝에 구멍이 뚫리기는 했지만 방패로써의 역할은 충분했다.
관통력이 약한 총탄으로써는 이게 한계였다. 하지만 필리핀 조직원들은 당황해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총을 쏘면서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은 넓게 호선을 그리며 그를 포위해 갔다.
물론 원을 그리며 포위하는 미친 짓을 하지는 않았다.
총알에는 눈이 없기에 같은 편을 쏘는 빌어먹을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제발 좀 맞으라고!”
애원에 가까운 진구의 외침이 애처롭게 울려 퍼졌다.
‘총…….’
진천의 미간에 살짝 골이 패였다.
정말 난감한 무기가 아닐 수 없었다. 저번에 이미 한 번 겪어 본 것이었지만, 정말 위력적이라 할 수 있었다.
차라리 활이라도 가져왔다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번에 총을 겪은 이후 승배를 통해 또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분석을 했다는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총이란 무기는 앞에 나 있는 구멍을 통해 쇠구슬을 쏘아 내는 것이었다. 화살이나 총알이나 뭔가 쏘아서 맞추는 것은 비슷했다. 하지만 총알은 작다.
또 빠르다.
이게 결정적으로 달랐다.
또한 쏘기가 쉬웠다. 손가락만 까딱거리면 총알이 나가니까.
저번에 총을 쏘았던 적과 비슷한 용모의 이들이 있기에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면 낭패를 봤을지도 몰랐다.
이곳의 인간들이 떨어지는 신체 능력을 보충하기 위해 저런 것을 쓰는 것 같았다. 아니, 저런 게 있으니 몸의 단련에 매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조를 알게 되니 피하는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겨누는 방향만 피하면 되었다. 물론 그 순간은 찰나에 속한다.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것의 관통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차 안을 보니 몸을 피한 광호나 그 동생들은 안전해 보였다. 그래서 반대편 쪽의 문짝을 잘라 방패로 삼았다.
“흐으음.”
그 덕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진천은 잠시 바닥에 칼을 꽂아 놓고 바닥을 쓸었다.
그리고 동시에 팔을 휘둘렀다.
피잉! 뻐어어억!
날카로운 소성과 동시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놈.”
진천의 눈에 흐느적거리며 나자빠지는 적이 눈에 보였다. 이어서 또 손을 휘둘렀다.
피잉! 뻑!
“크아아악!”
이번에는 살짝 빗나갔는지 어깨를 감싼 적이 비명을 지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진천은 남은 돌멩이를 동시에 뿌리고는 다시 칼을 뽑아 들었다. 역시 뭔가 던지고 맞추고 하는 건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뻐어어억!
“벤!”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뒤쪽으로 걸어가며 총을 쏘던 어태커 파 조직원 하나가 대가리에 총 맞은 좀비마냥 허우적거리더니 뒤로 자빠졌다.
피가 범벅인 이마 위로 허연 뼈가 드러나 있었다.
“이게 뭐야!”
“머리가 깨졌어!”
순간 어태커 파 조직원들의 얼굴 위로 더한 동요가 일었다. 이건 적이 총을 맞고 안 맞고와는 다른 문제였다.
“크아아악!”
“또 뭐야!”
“어깨가 박살났나 봐!”
또 한 명의 조직원이 총을 놓치며 어깨를 감싸 쥐고 비명을 질렀다. 어깨를 감싸 쥔 손은 피가 흥건했고, 팔이 덜렁이는 게 박살이라도 난 듯했다.
그때 진천이 다시 손을 뿌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경소성이 터져 나왔다.
“피해!”
하지만 총을 가진 입장이라 너무 안이했음인지 그들이 피할 만한 사물은 주변에 없었다. 그저 몸을 어정쩡하게 웅크리는 게 전부였다. 그중 하나의 몸에서 연달아 소음이 울려 퍼졌다.
따다닥!
“커억!”
조직원 하나가 마치 기관총에라도 맞은 듯 몸을 떨었다. 그래도 앞선 두 명에 비하면 피해가 덜했는지 자빠져 온몸을 뒤틀 정도의 정신은 있었다.
“도, 돌이야! 놈이 돌을 던졌어!”
“젠장!”
그 조직원의 몸에 맞고 튕겨 나온 것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순간 아만도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건 좋아할 수도 그냥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황당했지만, 이 돌에 맞아도 무력화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지금 바닥에 깔린 돌은 엄청난 흉기나 마찬가지였다.
돌이라서 다행이라고 하기는 결과가 너무 참혹했다.
총에 맞아도…… 돌에 맞아도 죽는 게 같다면 병기의 이점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온다!”
그때 자동차 문짝을 들고 달려 나오는 진천을 보며 엉거주춤했던 조직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때 방패처럼 앞을 가리던 문짝이 치워지며 진천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순간 어느 누구도 모습을 드러낸 진천에게 총을 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가 달려 나오며 문짝을 든 팔이 뒤로 넘어갔다.
마치 창던지기 선수가 도움닫기 하다가 창을 던지기 위해 창을 든 팔을 뒤로 당긴 것과 같은 모습.
그게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저 문짝을 던지겠다는 의미.
다른 상황, 다른 이였다면 웃고 넘길 것이다. 차 문짝의 무게가 얼마인데 던지겠는가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상식을 벗어난 인물이었다. 그렇게 달려온 진천이 잠깐 멈추는 순간 차 문짝을 든 손이 앞으로 휘둘러졌다. 그리고 그것을 본 아만도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 문짝이 마치 토네이도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 바람에 휘말려 뱅글뱅글 돌며 날아가던 장면처럼 날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로 아만도와 아킬리노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피해!”
순간 아킬리노가 그의 몸을 덮어 오는 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마치 초고속 카메라가 느린 화면을 생생하게 잡아내는 것처럼 그의 몸 위로 뱅글뱅글 돌며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뒤쪽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
콰콰쾅!
그 소리에 하늘을 바라보며 누운 아만도가 중얼거렸다.
“이건 꿈일 거야, 그렇지?”
(70화에서 계속)
# 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