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730
102화 상황파악
바아아앙!
“…….”
빠르게 움직이는 밴 안에 탄 계웅삼이 창문에 시선을 빼앗긴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실라 론 카말 공녀 역시 웅삼과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멍하니 있던 웅삼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이거 뭘 먹고 삽니까?”
그 모습을 보던 진천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넌 이게 살아 있는 놈으로 보이냐?”
“그, 그럼 마법 같은 겁니까?”
멍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웅삼에게 진천이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과학이지. 모자란 놈.”
“예…….”
진천의 차디찬 답변에 웅삼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지 몇 초 안 되어 그의 고개가 다시 들려졌다.
“와아…….”
웅삼의 시선은 차도를 향했다.
이제 조금씩 쌀쌀해지고 있는 날씨였지만 패션이란 명목하에 몇몇 여성의 복장은 여전히 과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진천이 혀를 찼다. 물론 그 옆에 있는 광호는 그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동차를 보며 죽었다고 말한 사람이 바로 진천인 것을 그도 안다. 고비 파에서 교류된 내용은 이런 소소한 것까지 모두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거기로 가지.”
“거기요?”
“그래 배 좀 채워야 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우 세상 배 만땅’으로 가자.”
“예!”
광호가 운전을 하고 있는 로드매니저를 향해 외치자 익숙한 듯 차를 몰아갔다.
차를 몰아 도착한 것은 한우 구이집이었다.
진천이 차에서 내리자 주인이 뛰어나왔다. 말 그대로 뛰어서 말이다.
“오셨습니까!”
“음.”
진천이 고개를 까닥이고는 익숙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가자 그 뒤를 웅삼과 이실라 공녀가 따랐다.
걸음을 옮기던 웅삼이 멈칫했다.
“…….”
웅삼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식당 입구의 벽면이었다.
그 벽면에는 진천이 팔짱을 끼고 있었고 그 옆에 방금 전 뛰어나온 남자가 손가락 두 개를 펴고 웃고 있었다. 그 아래로 뭔가 흘려 쓴 문자 같은 게 보였다.
“들어가시죠.”
“큼.”
광호의 말에 멍하니 바라보던 웅삼이 안으로 들어섰다.
진천이 들어간 곳은 방이었다. 진천이 자리에 앉자 웅삼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아직 적응이 되지 않고 있는 이실라 공녀가 그 옆에 앉았다.
마지막으로 광호가 진천의 옆에 앉자 주인이 방문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평소처럼 열 근 드리면 되나요?”
주인의 말에 진천이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두 개 펴며 말했다.
“두 배.”
“예?”
“스무 근.”
“알겠습니다!”
잠시 후 아름다운 마블링을 자랑하는 꽃등심을 비롯한 한우 모둠이 들어왔다. 숯불이 피워지고 고기가 구워졌다.
“먹자.”
“예.”
진천이 고기를 먹기 시작하자 웅삼이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고기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광호는 이미 진천이 고기를 시킬 때부터 예상을 했기에 놀라지 않았다. 다만 약간 의외였던 것은 옆의 여인 역시 꽤 많이 먹는다는 것 정도였다.
음식이 어느 정도 들어간 뒤 진천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냐.”
“그게…….”
진천의 질문에 웅삼이 그의 옆에 앉아 있던 광호를 슬쩍 바라보았다. 말을 해도 되냐는 의미의 눈짓이었다.
“매니저는 이미 식사하고 갔고 광호는 상관없다.”
웅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설명이 이어졌다.
웅삼이 처음 다른 대륙으로 떨어진 일부터 이야기가 장황하게 이어졌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진천이 입을 열었다.
“너.”
“예?”
“간단히 말해라.”
“아니, 그게…….”
“뭐했냐.”
진천이 말하며 웅삼 옆의 여인을 쳐다보았다. 웅삼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이실라 공녀가 진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웅삼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떻게 잘 포장해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실라가 표정 관리가 안 된 것이다.
“피가 다 식지도 않았는데 말 돌리려 하지 말고.”
“…….”
웅삼이 그제야 자신의 몸을 둘러보았다. 피딱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슬쩍 바라보았다. 무심해 보이는 눈.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장사 하루 이틀 하냐는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웅삼은 정말로 간략하게 답했다.
“전쟁하다 왔습니다.”
진천이 다시 물었다.
“결과는.”
“이겼습니다.”
“음.”
일단 한 고비 넘겼다. 미간의 주름이 약간 펴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되었다. 웅삼의 입술이 그 틈새를 노리고 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아군의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가?”
“최정예만 투입된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주공이 아니라 조공이었으니까요.”
“그렇군.”
약간 더 펴졌다. 이쯤해서 왜 전쟁을 했는지 말해야 했다.
“그로 인해 부족하던 마나석을 다량으로 확보했습니다.”
“마나석?”
마나석이라는 말에 진천의 얼굴 위로 의문이 떠올랐다.
“예. 제가 떨어진 곳은 바다 너머 다른 대륙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도움을 준 곳은 마나석이 다량으로 나고 있는 산지였습니다. 게다가 그곳에서는 마나석의 쓰임이 달랐습니다.”
“쓰임이 다르다?”
“예. 정력에 도움이 된다더군요.”
“…….”
다시 침묵이 흘렀다.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진천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효과는?”
“죽입니다.”
“…….”
광호는 얼굴을 찌푸린 채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뭔가 묵직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전쟁이 나오는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어긋나는 느낌이었다.
“이미 대무덕이 그 효과를 확인 중입니다. 잘하면 늦둥이도 볼지 모릅니다.”
“음.”
“양도 넉넉하니 문제도 없습니다.”
“…….”
광호는 할 말을 잊었다. 뭔가 다른 세상의 외계인은 좀 다른가 했는데 이야기 흐름을 보니 별다를 게 없었다.
“게다가 마나석이 보충됨으로써 마법진의 안정성도 확보되고 앞으로의 연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가장 발목을 잡았던 부분이 바로 마나석 아닙니까.”
“그렇군.”
“본 국에서 폐하를 많이 걱정했습니다.”
“음.”
그때 진천이 고개를 돌려 광호를 바라보았다.
“하나 묻겠다.”
“예.”
“이곳에 다른 대륙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웅삼은 같은 세계의 다른 곳으로 떨어졌다는 보고를 들었다. 그렇다면 진천 자신도 비슷한 경우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때 광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호주가 있는 대륙이랑 유라시아 대륙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 또…… 아프리카가 있고 남극이랑 북극이 있습니다.”
“…….”
진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직 모르는 곳은 없단 말인가?”
“뭐, 밀림 같은 데는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곳도 있다지만 대륙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세상입니다.”
“하긴 날아다니는 게 흔하니까.”
진천이 고개를 슬슬 저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웅삼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 왔다.
“저 뭔가 이곳에 대한 정보가 있으십니까?”
“이곳은 전혀 다른 곳 같더군.”
“아…….”
웅삼의 입에서 탄식이 흘렀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저와는 달리 폐하께서는 차원을 넘어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개의 마나석 중 하나만이 반응을 했고 다른 하나는 그 반응을 봤을 때 같은 세상이 아닐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그 덕에 원정대를 처음 만났을 때 저를 보고 모두…….”
웅삼은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왠지 자신이 비참해졌기 때문이었다. 반기기는커녕 때려죽이려 했다는 말을 어찌하겠는가. 하지만 진천은 그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예.”
“그런데 넌 왜 이리로 온 것이지?”
진천의 질문에 웅삼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걸 알면 저도 마법삽니다.”
와장창!
“오메, 뭔 일이래!”
고깃집 주인이 놀라 안쪽으로 달려 들어갔다. 최고의 VVIP 손님방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달려 들어간 주인은 먼저 나온 광호에 의해 제지되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별일 아닙니다. 꽃등심으로 세 근만 더 준비해 주십시오.”
“그…….”
“정말 별일 아닙니다.”
광호의 말에 주인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주인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며 광호는 안쪽을 바라보았다. 웅삼이라는 사내가 소위 각을 잡고 무릎을 꿇은 채 있었다.
얼굴에는 새로운 상처가 생겨난 상태.
그 꼴이 왠지 불쌍하면서도 대화를 들어본 결과 매를 버는 타입의 인물임에 분명했다. 그때 진천이 고개를 돌려 여인을 바라보았다.
“초면에 못 볼 꼴을 보였군.”
“아, 아닙니다. 폐하.”
“그대는 어찌 이런…….”
“폐하!”
순간 웅삼이 눈을 부릅뜨며 진천을 노려보았다. 순간 광호는 저 양반이 더 맞으려 그러나 싶어 긴장했다. 그때 진천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곳에 와 고생이 많겠소.”
“아닙니다. 계 장군 덕에 나라를 구했습니다. 지옥을 간다 해도 후회는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진천이 웅삼을 바라보았다. 뭔가 할 말이 많지만 참는 모습이었고, 말은 안 했지만 표정으로 무언가 무수한 언어를 쏟아내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광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정신병원의 한복판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전쟁은 뭐고, 차원은 뭐고 마나석은…… 좀 궁금했다. 그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또 살 수는 있는지 등등등…….
“광호.”
“예.”
“일단 돌아가지.”
“택시 부르겠습니다.”
“음.”
잠시 후 그들은 평소 매상의 두 배 이상을 올려주고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택시가 멈춘 곳은 바로 퍼스트 엔터 건물이었다.
“어? 이분들은 누굽니까?”
미리 연락을 받은 승배가 나와 고개를 내밀었다. 마침 연습실에 있었는지 판도라 멤버도 함께 나와 있었다. 그때 이실라 공녀가 광호의 뒤를 따라 내리자 모두 놀란 시선을 보냈다.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이고 마치 여전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탄탄함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볼륨 또한 상당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그다음 나온 남자에 비해 모자람이 있었다.
“저건…….”
세인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뒤에 나온 남자를 보고 놀란 것이었다. 정확히는 그가 입고 있는 갑주와 행색 때문이었다. 바로 진천을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갑옷과 같은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승배 역시 함께 생활했기에 익숙한 갑옷을 입은 사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천과 관계가 있는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분들은?”
“세인.”
“예.”
“일단 오늘 이 여인을 맡았으면 좋겠군.”
“예.”
“올라가지.”
진천이 먼저 올라가고 이실라 공녀가 불안한 시선을 보내며 웅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웅삼이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아 주며 말했다.
“안심하시오.”
“예.”
그 후 웅삼이 판도라 멤버를 보며 말했다.
“부탁하오.”
“아, 예.”
살짝 목례를 하는 웅삼을 보며 세인과 제이 그리고 레이니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뒤따라 들어가는 광호에게 입을 벙긋거리며 물었다.
‘뭔 일?’
‘나중에.’
그들만의 대화를 끝으로 그녀들은 멍하니 있는 이실라를 데리고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10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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