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766
138화 인증하다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세상은 시끄러웠다.
하루 만에 꺼질 폭풍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4선이나 되는 국회의원이 제대로 테러를 당했다. 물론 어디 팔 한 짝이 잘려 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코뼈가 가라앉았고, 앞니 네 개가 그대로 부러져 나갔다.
딱 한방에.
그나마도 다행이라고들 생각했다.
자동차를 두들기던 쇠 파이프로 갈겼으면 머리통이 형체도 없이 날아갔을 것이니 말이다.
시끄러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아이언맨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이전 유명했던 동영상을 따라 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몇몇 자칭 전문가들이 동일인이라는 증거를 속속들이 내었다.
먼저 증거물로 선택된 것은 가면이었다.
아이언맨 가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브랜드나 소위 막 찍어내는 짝퉁까지 갖가지인데도 두 영상의 가면은 같은 것이었다.
물론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니 당연하긴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만이 아니라 오토바이까지 같은 제품이었다.
같은 가면에 같은 오토바이.
거기에 체구와 당시 보여준 액션까지 비슷하니 사람들이 동일인이라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그 와중에 억울한 사람도 있었다.
아이언맨 검거라는 속보와 함께 나타난 인물은 황제반점의 배달원이었다. 물론 해프닝이었다. 경찰은 영상에 나타난 오토바이 차량 번호를 추적했다.
그래서 잡은 게 배달원이었으나 체구도 달랐고, 또 그 시간에 배달 중이었다. 오토바이 역시 배달 오토바이였다.
같은 건 번호판뿐이었고, 그것은 도난당했던 것이다.
우 의원 입장에서는 정말 달갑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아이언맨이 왜 그를 테러했는가에 관한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울고 싶은데 뺨, 아니, 죽방을 맞는 격이 되어 버렸다.
이전 아이언맨 동영상이 유명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정의의 용사. 폭주족들을 때려잡는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지만 그 범죄의 대상이 폭주족들이었다는 것 때문에 마치 정의의 사자처럼 사람들이 떠들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번 타깃이 된 이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그냥 타깃이 된 것이 아니라 메시지까지 남아 있었다. 이쯤 되니 오만 가지 억측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아이언맨은 정의의 용사다, 라는 기준을 가지고 생겨난 억측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부패한 권력자다.
마치 영화처럼 말이다. 구도도 딱 좋지 않은가. 아이언맨과 부패한 권력자의 대결. 물론 우 의원이 부패한 권력자라는 증거는 없지만 네티즌들은 굳이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메시지까지 있으니 딱 좋은 구실이 된 것이다.
이 메시지 때문에 인터넷은 수많은 짤들이 돌아다녔다. 말 그대로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떠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우 의원은 난데없는 홍역을 앓아야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넘어가는 듯했다. 소위 완전범죄라는 말로 말이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전창걸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구빈관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게 말 그대롭니다.”
“어떤 놈들이 그런 말을 가져다 붙여!”
“네티즌들이 말입니다.”
“허어!”
느닷없이 고진천이 지목된 것이다. 발단은 정말 별거 아니었다. 사건은 분명 아이언맨 마스크를 쓴 남자가 국회의원의 차를 부수고 안면을 강타한 테러다.
문제는 이 차를 부수는 부분이었다.
결과는 있지만 실제로 이게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는 말이 많았다. 몇몇 간이 큰 네티즌은 인증을 한답시고 폐차장에서 차를 가져다 놓고 쇠 파이프로 실험을 했다.
물론 실패였다.
차가 부서져도 우 의원의 차처럼 되지 않았다.
게다가 쇠 파이프 역시 엿가락마냥 휘어 버렸다. 차와 쇠 파이프뿐이 아니었다. 쇠 파이프를 들고 차를 두드린 사람들도 팔이 얼얼해 얼마 치지 못했다.
최초 누군가의 실험이 이루어지자 수많은 도전자들이 달려들었다. 결과는 전부 실패.
게다가 이 실패조차 문제가 되었다.
이 사람들은 그저 차를 세워 놓고 두드린 것이다. 아이언맨이라 불리는 사나이는 이 말도 안 되는 결과물을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면서 한 손으로 해낸 것이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한마디를 던졌다.
‘고진천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씨앗이 되었다.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각종 도전을 빙자한 예능들을 초토화한 고진천이라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에 더 나아간 이들도 있었다.
아이언맨이 진천일지도 모른다는 말.
체구도 비슷해 보였다. 누군가가 NS엔터 근처에서 진천이 비슷한 오토바이를 몰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올린 것이다.
그게 지금 빈관이 전 대표에게 올린 보고의 전말이었다.
“당장 다 고소해 버려! 그런 말도 안 되는 음해를 왜…… 컥!”
“대, 대표님!”
전 대표가 벌게진 얼굴로 외치다가 목을 부여잡았다.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열을 올리다 무리가 간 것이다. 빈관이 서둘러 부축하며 말했다.
“그래도 과한 대처 같습니다. 해프닝이고 또…….”
전 대표는 빈관의 이야기가 귀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 뿐이었다.
‘이 인간이 제대로 사고를…….’
전 대표는 영상을 보는 순간 확신했다.
이 사건.
저지른 인간이 진천이라는 걸 말이다.
이 내용이 퍼지자 걱정하는 이는 전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광호와 이승배는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없애 버릴까요?”
승배가 초조한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말을 꺼내자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광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오해만 커질 거다.”
“끄응.”
승배가 신음을 흘렸다.
“어쩌지요?”
“글쎄.”
광호가 한숨을 쉬며 진천을 바라보았다.
진천은 이 시끄러운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손질할 뿐이었다. 광호는 저 태연함이 부럽기만 했다.
그때였다. 빈관이 약간 굳은 얼굴로 옥상 위로 올라온 것이다.
“무슨 일이세요?”
승배가 묻자 빈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경찰이…….”
“겨, 경찰이 왜요!”
“별것은 아닌데 인터넷에서 떠드는 것 때문인지 간단한 문의가 왔거든. 그날 뭐 하셨는지…….”
“…….”
“…….”
순간 광호와 승배는 말문을 닫았다.
그날 뭘 했겠는가. 우 의원 차를 두들겨 부쉈을 것인데.
할 말을 잃은 그들의 속을 모르는지 빈관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말을 전했다.
“뭐 그냥 해프닝인데 그래도 연락이 와서 알려 드리는 겁니다. 전 대표님이 진천 씨도 아셔야 한다고 하셔서요.”
빈관이 별것 아닌 걸로 와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승배와 광호는 전 대표의 전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양반도 눈치챘구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진천의 행동력이었다.
빈관이 내려가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광호와 승배가 진천에게 다가갔다.
“이거 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증거가 있어야 한다지 않았나?”
“딱히 다른 건 없지만, 영상에 나타난 모습이…….”
“나라는 증거 있나?”
“찾으면 나올 수도…… 즐겨 보시는 그 드라마 있잖습니까.”
“으음.”
진천이 신기하게 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특명! 과학수사대’라는 드라마다. CSI라는 드라마의 한국판인데 진천이 보기에 각종 신기한 방법으로 범인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과학이라는 게 마법만큼 신기하다는 건 진천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내색은 안 했지만, 아까 빈관이 올라와서 이야기할 때 내심 찔린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 * *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화제의 동영상 때문에 말이 많은데요!”
“음.”
“아이언맨이 바로 여기 계시는 고진천 씨라는 거 말입니다.”
“흐음.”
고진천이 오랜만에 나간 예능에서 아이언맨 관련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순간 구빈관이 미간을 찌푸리며 피디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피디가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작가들도 약간 당황한 모습이었다.
평소 짓궂은 애드리브를 치기로 유명한 진행자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녹화 방송이기 때문에 한숨을 살짝 쉰 빈관이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아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고진천 씨의 괴력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럴지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 말 들으니 왠지 고진천 씨라면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진행자의 말에 진천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재미있겠군.”
“아, 하하하.”
진천의 웃음에 왠지 모를 한기를 느낀 진행자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피디는 연신 모가지를 자르는 제스처를 하며 다른 내용으로 넘어가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진행자도 왠지 잘못 이야기를 꺼냈나 싶어 화제를 바꾸기 위해 말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진천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해보지, 인증.”
“예?”
“인증하지. 나도 재미있을 것 같더군.”
진천의 한마디에 녹화 세트장이 순간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약속한 겁니다!”
프로그램 담당 피디는 빈관에게 연신 매달렸다. 진천의 인증 선언 때문이었다.
이쯤 되면 이건 살리는 게 대박이었다.
결국, 난감해하던 빈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말을 꺼낸 것도 진천이었고 또 말을 꺼낸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게 보기도 좋았다.
게다가 저지른 게 진천이다.
이건 누구도 못 말린다.
막말로 전 대표도 진천에게 뭘 어떻게 못 한다. 퍼스트 엔터의 절대 갑은 바로 진천이었다.
이 소식은 전 대표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래서 일단 어쩔 수 없이 일정을 잡…….”
[털썩.]스마트폰으로 전 대표에게 보고를 하던 빈관은 수화기에서 뭔가 자빠지는 소리를 듣고는 하던 보고를 멈추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대표님?”
[…….]불길한 예감이 빈관의 머리를 스칠 때 수화기에서 잡음이 들려왔다.
[119 불러! 일단 찬물 좀 가져와! 어서!]“…….”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전 대표가 또다시 쓰러진 것이다.
* * *
“굳이 왜…….”
“허허허…….”
그토록 반대하던 촬영이었다. 바로 고진천의 인증 촬영.
그 촬영장에 전창걸 대표가 따라와 있었던 것이다. 구빈관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전 대표에게 말을 붙였지만 그는 뭔가 초탈한 사람마냥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정상은 아니었다.
당연히 빈관은 걱정이 되었다.
빠다다당!
오토바이가 울리는 소리가 퍼져 나왔다.
그 소리에 스태프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오, 똑같아! 똑같아!”
“그러게. 오토바이 기종이 같다더니만.”
“그치?”
고진천은 애마 덕쇠를 몸소 몰고 나왔다. 그에 스태프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실험에 쓰일 차는 스턴트맨이 직접 몰기로 했다. 물론 같은 차종은 아니었다. 국회의원의 차량은 이보다 비싼 것이기에 같은 것은 구하지 않았고 그저 비슷한 종류를 선택한 것이다.
차종이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차가 출발하자 촬영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 차량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잠시 뒤 진천의 애마가 포효를 터트렸다.
부아아앙! 부앙!
앞바퀴를 들어 올린 진천이 한 손에는 쇠 파이프를 들고 그대로 실험 차량을 향해 질주해 나가기 시작했다. 금세 따라붙은 진천이 천천히 쇠 파이프를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보며 전 대표가 중얼거렸다.
“허허허. 끝이구나…….”
회한 어린 음성이었다.
(139화에서 계속)
# 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