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769
141화 한밤의 산행
인터넷 검색어에 또다시 진천이 언급되었다.
그중 일위가 갓진천.
아이언맨 역시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인증 방송 이후 진천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사람들이 또다시 뜨겁게 달구어졌던 것이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신조어까지 나타났다.
진천 같다. 진천스럽다. 이와 유사한 말이 학생들을 중심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이것의 의미는 참으로 복합적이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또는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다’ 이와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워낙에 진천이 그동안 사람들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 것들을 해냈기 때문에 생긴 신조어였다. 거기에 마초 이상의 마초라는 의미로도 진천스럽다는 말이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언맨의 재출현 덕에 진천에게 잠시나마 쏟아졌던 의혹은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수많은 이들이 인증을 하지 못했던 것을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보임으로 신과 같다는 갓진천이라는 말이 돌았던 것이다.
물론 모두 납득을 한 것은 아니다.
일부 음모론자는 진천이 인증을 한 것 자체가 누명을 벗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쓸데없이 예리한 놈들.”
계웅삼이 인터넷을 검색하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승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예리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상황을 상상해서 말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것뿐이죠.”
“이놈들 어디 사는지 아냐?”
“왜요?”
“현피 가게.”
“그런 말도 압니까?”
승배가 이젠 별 단어를 다 안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자 웅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저번에 피시방에서 게임하는데 오드만.”
“뭘요?”
“현피.”
“…….”
그러고 보니 얼마 전쯤에는 게임을 배워 피시방을 드나든 적도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안 다녀서 벌써 질렸나 싶었었다.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던 광호가 창백한 얼굴로 되물었다.
“……죽였습니까?”
“아니, 애들한테 데리고 놀라고 던져줬지. 귀여운 애들이더구먼. 온몸에 그림도 그리고.”
“…….”
그 애들이 그냥 애들은 아닐 것이다.
뭔 일만 터지만 웅삼에게 소집당하는 불쌍한 주변 조폭들일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양아치를 던져줬을 테니 결과는 안 봐도 훤했다. 제대로 화풀이를 했을 것이다.
“여하간 그런 거 할 줄 모릅니다.”
“응? 웅삼, 그거 아이피 추적하면 되잖아.”
“오! 방법이 있었네?”
“당연하지!”
“…….”
광호와 승배는 할 말을 잊었다.
최근 들어 이곳에 와서 살면서 초법적인 짓거리에 재미를 들인 인간이 하나 있었다. 바로 트렌든이었다.
한숨을 쉰 광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두면 더 시끄러워질 게 뻔했다. 잠시 뒤 둘은 진천에게 끌려갔다. 물론 광호는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이게 최선이었다.
* * *
광호와 이승배의 얼굴 위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기왕이면 한번에들 오시지.”
“그것보다 또 온다는 겁니까?”
“뭐, 그래야 한다더군.”
“왜요!”
승배가 생각만 해도 복잡하다는 듯 대들었다.
그러자 고진천이 승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돌아가야 하니까.”
“그…….”
“…….”
진천의 대답에 광호와 승배는 할 말을 잃었다. 트렌든 역시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돌아간다. 그 말에 왠지 마음 한구석이 비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을 때 한쪽에서 라면을 끓이던 박노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꼭 가야 하나…….”
질문 아닌 질문이었다.
진한 아쉬움이 담긴 음성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이가 바로 박 영감이었다. 어디에서 은퇴할 나이에 연예기획사에서 매니저 활동을 할 수 있었겠는가.
바로 진천 덕이었다. 물론 그 기회를 잡은 것도 박 영감이었지만 말이다. 진천 덕에 노숙자에서 다시 사회로 복귀함은 물론이고 떨어졌던 가족들도 가끔 만난다.
게다가 손주들도 그를 잘 따른다고 했다.
연예인들의 사인이라든지 콘서트 티켓 등을 종종 구해다 주다 보니 부모보다 더 좋아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박 영감이었고, 그 은혜를 내려준 진천에 대해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음…….”
“이, 이대로 계시면 안 됩니까?”
“…….”
승배의 말에 진천이 고개를 돌렸다. 승배는 뭔가 아쉽고 답답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승배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 아이언맨 좋잖습니까! 말 안 듣는 놈도 그냥 두드려 패고, 하고 싶으신 것 하면서 사시는 것도 좋잖습니까! 그토록 원하시던 비행기도 있고요!”
승배 역시 갑갑한 마음을 토해내었다. 항상 그와 있으면 마음을 졸이게 된다. 뭔 짓을 또 저지를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통쾌할 때가 많았다.
세상의 법칙에 구애받지 않는 이가 바로 진천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것이 법이었고, 세상에 대한 판결이었다.
물론 전부 범법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은연중 그런 통쾌함을 지켜보며 즐거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진천은 대답 없이 몸을 일으켰다.
웅삼도 그 뒤를 말없이 따랐다.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그래. 그렇긴 하지.”
“빌어먹을 세상이기도 하고요.”
“그래. 그렇군.”
후손이 사는 세상.
물론 솔직히 말해 진천에게는 와 닿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가 가우리의 후손이라고 하지만 실제 가우리가 있던 영역의 한 줌 정도만이 이 땅의 영역 안에 있었다.
오히려 백제나 신라 땅이 더 많은 곳이다.
“그래도 기특하잖습니까.”
웅삼이 한마디 툭 던지자 진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의미냐는 시선이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몸에 흐르는 피가 아니다…….”
“…….”
웅삼이 자신의 심장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바로 이곳이다…… 라고 말씀하신 건 열제이십니다.”
“……그런가.”
“적어도 그들의 심장에는 우리가 남아 있잖습니까. 나름 웅대한 기상으로 말입니다.”
“그렇군.”
“그냥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래…….”
뭔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대화였다.
* * *
“흐음.”
제이는 답답했다. 이야기해 주겠다던 고진천은 말이 없었다.
일단 그녀의 일을 처리해 준 것은 고마운데 말이다. 물론 우중만 의원을 습격한 것이 진천이라는 건 이야기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다. 적어도 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건 둘째 치더라도 그 정체가 궁금했다. 사실 그녀가 안다고 해서 진천에게 뭔가 해코지하겠는가?
할 힘도 없고 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마저 이상해졌다.
승배와 광호가 왠지 축 처져 있는 느낌이었다. 이쯤 되다 보니 조급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승배 오빠를 캐봐?”
제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기는 하지만 진천에게 쿨 하게 말해놓고 딴짓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때였다. 진천 일행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응?”
그들이 움직이는 곳은 바로 동네 뒷산이었다. 예전에는 사람들도 종종 움직이고 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출입이 없었다. 산 자체가 쑥대밭이 되어버리기도 했지만, 어설프게나마 출입을 금지한다는 노란 줄이 쳐져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귀신이니 외계인이니 오파츠니 그런 소문도 돌았고 말이다.
제이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따랐다.
“따라오나 본데요?”
계웅삼이 진천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
“그냥 가라고 타이를까요?”
“놔두도록.”
“쟤도 알게요?”
웅삼의 질문에 진천이 뒷짐을 지고 올라가며 대꾸했다.
“……아는 이가 한둘도 아니잖아. 그리고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하긴 그렇죠.”
그때 뒤를 따라오던 광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가 옵니까?”
광호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바로 웅삼이었다.
“제이.”
“제이가요?”
광호는 물론이고 승배까지 놀라 눈을 치켜떴다.
“억! 걔는 왜!”
“언젠가는 이야기해 주어야 할 일이지.”
진천의 말에 놀랐던 광호도, 승배도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보면 모두 진천과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알면서도 용케 비밀을 지켜주고 있는 이들이기도 했다.
“그럼 데려올까요?”
아무도 대답은 없었지만, 광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내려갔다.
기왕 따라오는 것 함께 데려오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반응이 어떻든 간에 눈앞에 있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했다.
“왔냐?”
“억! 어떻게 알았어?”
조심스럽게 길을 오르던 제이가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광호가 어스름한 길목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야 모르지만…….”
광호가 대꾸를 하며 길 위쪽을 바라보았다.
진천을 의미하는 시선이었다. 그 시선에 제이가 체념한 듯 말했다.
“오라버니가 가라고 해?”
“아니.”
“그럼?”
“뭐, 너도 가잔다.”
광호의 말에 제이가 금세 활발해져서 질문을 던졌다.
“그래? 그런데 어딜 가는 거야?”
제이의 질문에 광호는 먼저 길을 걸으며 대답했다.
“가는 게 아니라 마중 가는 거다.”
“누굴?”
“글쎄. 나도 몰라.”
“설마 웅삼 같은 괴물이 또 있는 건 아니겠지?”
트렌든의 말에 웅삼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런 말은 내 손을 놓고 하든지.”
“오! 쏘리.”
“젠장. 남자 손이라니.”
“이해하세요. 제가 잡고 갈 수는 없잖아요.”
“당연한 말을!”
이실라 공녀의 말에 웅삼이 발끈했다. 그녀 역시 같이 길을 걷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 가능하면 바로 복귀할 일이 생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이실라 공녀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굳이 손을 잡고 갈 필요가 있나요? 그냥 산을 오르는 건데.”
“…….”
순간 웅삼의 얼굴이 굳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웅삼이 천천히 트렌든과 잡은 손을 바라보았다. 마치 연인처럼 깍지까지 낀 모습. 그 모습에 웅삼은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꼈다.
‘이, 익숙해져 버렸다!’
그것도 남자의 손에.
화들짝 놀란 웅삼이 트렌든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트렌든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나도 여자 조아해! 답답해! oh shit!”
울상을 짓는 트렌든이었다.
산 반대편에 도착한 그들이 숨을 죽이고 섰다.
이곳에 왜 왔는지 모르는 제이도 그리고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는 광호나 승배 그리고 트렌든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쪽에 선 진천과 웅삼을 바라보았다.
“어?”
순간 제이의 음성이 먼저 튀어나왔다.
붉은빛이 진천과 웅삼의 가슴팍에 매달린 목걸이에서 번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미묘한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우우우우웅!
“뭐, 뭐지?”
제이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빛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14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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