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772
144화 완전범죄
진천은 광호에게 저들이 찾아온 내용에 대해서 듣고 있었다.
“신기하군. 바퀴 자국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니.”
“그런데 저, 정신 조작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심각한 정도는 아니고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수준이라네.”
“착각이라면?”
광호가 다시 묻자 리셀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말 그대로 자신이 바퀴를 확인한 것으로 기억하도록 살짝 환상을 입힌 거라고 했다.
그 설명을 듣던 승배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은행을 털어도 되겠다.”
“오!”
순간 웅삼이 탄성을 흘렸다.
그런 승배와 웅삼을 보며 광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불법과 가장 가까운 이는 본인이었는데 이제는 누군가를 말리는 입장이 되었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일단 돌려보냈으니 별문제는 없지 않을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혹시 또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흐음. 새것으로 갈아 끼우면 될까?”
“새걸로 갈아 끼우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광호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자 리셀이 광호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부분을 바꾸지 않고 다르게 바꾸면 되는 일 아니오?”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간단하구려.”
“네?”
잠시 뒤 광호는 점차 시간을 역행하듯 닳았던 타이어가 점점 새것 비스무리하게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종의 복원 마법이라오.”
리셀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오토바이를 바라보았다. 광호는 그런 리셀을 보며 중얼거렸다.
“사기 캐릭이네…….”
“사기꾼이라고?”
“아닙니다, 그런 거. 다른 의밉니다.”
광호의 말에 리셀이 그럴 수도 있지 하며 통역 아이템을 만지작거렸다. 어쨌든 리셀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진천에 대한 의혹은 충분히 피해 갈 수 있었다.
물론 웅삼과 트렌든이 한 짓도 있지만 트렌든 자체가 원래 그쪽으로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곳 출신이다 보니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당시 웅삼이 탄 오토바이는 바닷가 방파제에 콘크리트 타설이 되어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갑자기 사람이 늘어난 만큼 어수선해졌다. 그리고 음식 소모량이 엄청났다. 트렌든과 승배, 광호는 고기만 굽다가 지쳐 쓰러질 지경이었다.
“빌어먹을 꽃등심!”
“와 그라는 기야? 맛만 됴쿠만,”
“예.”
투덜거리던 광호는 우루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자신은 그나마 나았다.
우적! 질근 질근!
손바닥만 한 꽃등심이 한 입에 들어갔다. 그리고 말 그대로 잘근 잘근 씹어 재낀다. 그리고 그 시선은 트렌든을 향했다.
“괴기는 패야 연하디.”
움찔!
우루의 말에 트렌든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광호는 그가 딱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 세계 최강의 인간으로 불리던 게 얼마 전이었는데 지금 고기를 굽는 모습을 보니 불쌍하기만 했다.
물론 이곳에 적응해 있는 것을 보면 그도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은 아니라는 걸 알 수는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더 비정상적이다.
물론 저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그게 정상일지 모른다.
칼과 창이 난무하는 전쟁은 상상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어떤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게 당연했다.
물론 자기들끼리 하는 말을 보면 그들은 나름 특별한 경우 같기는 했다.
“응? 이거이 언제 묻은 거이디?”
그때 우루가 인상을 찌푸렸다.
고기를 먹다 보니 손목에 핏자국이 보였던 것이다. 어제 양아치들을 손봐줄 때 조금 튄 듯했다.
그때 진천이 손가락으로 화장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에 들어가면 된다.”
“감사합네다.”
우루가 진천에게 인사를 꾸뻑하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승배가 서둘러 그를 잡으려 했다. 화장실 쓰는 법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는 차마 우루를 부르지 못하고 멈추어야만 했다.
“끄응.”
진천이 승배를 보며 눈알을 부라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뭔지 알 것 같았다. 말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잠시 후 우루가 나왔다.
그리고 우루는 고기를 먹으며 뭔가를 누르면 저절로 물이 차는 신기한 우물이 다 있다고 신기해했다. 웅삼과 진천은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리셀과 제라르는 저 안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때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편 이번에는 수십 명 이상의 목격자들이 빛의 기둥을 목격함으로써 외계의 무언가가…….]동네 뒷산은 점점 명소가 되어가고 있었다.
* * *
우중만 의원은 여전히 병원 특실에 앉아 있었다.
퇴원하는 날 다시 테러를 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테러는 저번처럼 이빨이 왕창 날아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형적인 문제가 생겼다.
양 눈이 마치 판다처럼 까맣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보좌관이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이번에도 그는 멀쩡했다.
“괜찮으십니까.”
“안 괜찮아, 이 새꺄!”
굳이 우 의원의 대답이 아니더라도 평소 하지 않던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니 확실히 심기가 많이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씩씩거리던 우 의원이 입을 열었다.
“그노무 새퀴는?”
“아직 못 잡았습니다.”
“빌어먹을!”
경찰 이외에도 따로 사람을 풀었다. 아이언맨이라는 희대의 테러범을 잡기 위해서 말이다. 이번에도 번호판을 추적하니 치킨 집 배달원이 잡혀 나왔다.
물론 그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쯤 되자 배달원들은 자신들이 무슨 죄가 있냐고 한마디씩 했다.
“크윽!”
양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떤 우 의원은 다시 시선을 돌려 물었다.
“퍼스트 엔터는 확실히 아니래?”
“예. 경찰들이 조사를 해보았는데 오토바이 기종은 같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키드 마크가 다르답니다.”
“그딴 걸 믿으라고! 두 사건의 범인이 서로 다른 놈일지도 모른다는 보고가 있잖아!”
“그게 그렇긴 해도…….”
“천성일이에게 전해! 최대한 빨리 잡아오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젠장!”
우 의원이 다시 드러누웠다. 분이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놈인 거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첫 번째 테러범과 두 번째 테러범은 서로 다른 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첫 번째 사내는 묵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두 번째는 왠지 건들거린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미묘하게 체구도 달랐다.
첫 번째 테러범의 체구가 좀 더 컸던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두 사건에 남겨진 흔적이 다르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물론 그것만으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이라고 의심할 수는 없었다. 바퀴야 오히려 헷갈리라고 여러 개를 바꾸어가며 달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우 의원이 살기를 띤 채 중얼거렸다.
“반드시 잡는다.”
* * *
전창걸 대표는 난감했다. 세무서는 아니지만 공무원의 방문을 다시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게 그러니까…….”
“에이, 알 만한 분이 그러시면 안 되죠. 이거 불법 증축인 거 아시죠?”
구청 직원과 전 대표는 지금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이유는 바로 엊그제 우루가 만들어놓은 불법 건축물 때문이었다. 나무를 뚝딱뚝딱 하더니 방 한 칸을 더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가 신고를 한 것이고 말이다.
“일단 모르고 한 거니까…….”
“모른다고 얼버무릴 게 아닙니다. 당장 철거하세요!”
구청 직원이 짜증을 부리며 말했다. 그러자…….
우직!
기둥이 부러졌다.
“철거하디.”
우지끈!
통나무 벽체가 그대로 박살이 났다. 을지우루의 주먹이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어! 이, 이 양반이!”
순간 구청 직원이 당황해하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 지금 공무집행 방해야!”
“철거하라 했으니 내래 철거하는 거이디. 뭔가 잘못된 거이 있네?”
“다, 당신 발음이 왜 그래! 북한에서 온 거야!”
“아가리 다 털어버리기 전에 그 입 닥치라우!”
“이 양반이!”
그때 방 안에서 한마디가 울려나왔다.
“조져.”
“알갔습네다.”
순간 우루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다시 한마디 이어졌다.
“숨만 붙여놓는다.”
“어, 다, 당신!”
당황한 구청 직원이 뒤로 물러섰다. 전 대표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이러면 안 되네!”
하지만 언제나 말보다 빠른 건 행동이었다.
콰앙!
“억!”
우루의 주먹이 구청 직원을 후려갈겼다.
“썅 간나 아새끼래 열심히 지어놨더만 부수라고? 영혼까지 부숴주디!”
정말 그 말대로 우루는 신나게 두들겼다. 그 모습을 보며 아무도 그를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 아아아!”
전 대표가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했다.
이건 대형 사고였다.
잠시 후 사람인지 고깃덩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게 축 늘어져 있었다. 그때 리셀이 그걸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영 많이 망가졌구먼.”
“부탁드립네다.”
잠시 후 리셀이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걸레가 되었던 사람이 다시 깔끔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치료를 끝낸 모습을 본 전 대표가 경악했다.
“어, 어떻게…….”
“어라?”
“응?”
구청 직원과 전 대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고를 받고 왔건만 불법건축물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 대표 역시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명 이전 날 뭔가 지었던 것을 본 전 대표였다.
그것 때문에 구청 직원이 들이닥치자 난감해하던 차였다. 그런데 막상 옥상에 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구청 직원이 우루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온몸에 오한이 오는 듯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전 대표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몸이 안 좋으신가?”
“그, 그러게요. 갑자기 오한이 드네요.”
구청 직원은 식은땀을 닦아내며 너털웃음을 흘렸다.
“어쨌든 문제가 없으니 가보겠습니다.”
“아, 예.”
구청 직원이 내려가고 전 대표가 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그런데 이거 언제 철거했지?”
고개를 갸웃거린 전 대표가 내려가다 말고 리셀을 보더니 흠칫했다.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옥상을 내려갔다.
“본능은 남는가 보구먼. 허허허.”
리셀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며 광호와 승배 그리고 트렌든은 공포에 떨었다.
저 노인이 온 뒤로 이 인간들이 더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당장에라도 숨넘어갈 것처럼 만들어놓더니 그걸 주문을 외워 멀쩡하게 만든다.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 정신까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니 그야말로 완전범죄다.
‘이건 병 주고 약 주고 수준이 아니잖아!’
광호, 승배, 트렌든은 절규했다.
* * *
명산실업의 천성일은 전화를 끊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아이언맨인지 뭔지를 어떻게 하라고.”
“일단 말씀이 나오셨으니 알아는 봐야겠지요.”
“그런데 그 괴물까지 알아보라는 건 뭐야.”
천성일은 인터넷에 고진천의 사진을 띄워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기억하기 싫은 인물이었다.
“후우.”
한숨만이 흘러나왔다.
(14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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