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773
145화 이계에서 온 관광객들
고진천은 지금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계웅삼은 대리만족을 하며 통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시아론 리셀과 필리언 제라르는 언제나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트렌든은 저 화가 전부 자신에게 올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광호와 이승배는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박노문은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을지우루는 지금…….
“쿠에에엑!”
청양고추를 다발로 먹고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물론 건네준 것은 진천이었다. 심지어 청양고추로 담근 고추장에 찍어서 주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연히 우루는 진천의 하사품을 날름 집어먹고 얼굴이 벌게진 채로 눈물 콧물을 빼는 중이었다.
“이런 매운가 보군.”
“끄어어! 도, 도그을!”
“독 아니다. 조금씩 먹어야 하는데 많이 먹은 탓일 거다.”
“그, 그러케 주셔 노쿠선…….”
우루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원망 어린 시선을 보내었다.
“뭉텅이로 줬다고 뭉텅이로 먹으란 말은 하지 않았지.”
“어억!”
우루가 부르르 떨었다. 그런 우루를 위해 진천이 사이다 캔을 준비했다. 충분히 흔든 뒤에 내밀어 주었다.
“그 쇠 부분을 이렇게 열면 시원한 단물이 나온다. 입을 달래도록.”
“가, 감사합네다!”
우루는 진천이 넘겨준 사이다 캔을 열었다.
푸화악!
“쿠어거거거!”
순간 솟구친 음료가 우루의 안면과 목젖을 강타했다. 강렬한 흔들기가 가져온 후폭풍이었다.
진천은 만족하고 있었다.
상상 그 이상이라는 말처럼 우루는 진천이 당한 것 이상으로 훌륭하게 이곳의 문물에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복귀를 위한 준비는 무엇이 필요한가.”
“일단 폐하와 웅삼 경의 마나석 충전을 제가 반강제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가져온 마나석을 기반으로 보조 마법진을 만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안정적인 귀환을 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복귀 시간이 달라지는 건 아닌가?”
“그 부분은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그렇군. 그럼 한 달 남짓인 거군.”
“예.”
진천의 말에 광호와 승배 그리고 트렌든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박 영감은 우울해졌다. 사람처럼 살게 하여준 진천이 떠난다니까 더 그런 모양이었다.
그오오오옥!
한쪽에선 사이다 한 캔을 새로 원샷을 한 우루가 트림인지 포효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래서 말씀이옵니다만…….”
“응?”
“궁금한 게 많은 세상입니다. 이곳에서 많은 것을 경험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리셀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그런 리셀을 보며 진천이 고심했다. 그때 트렌든이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나! 내가 안내하지!”
“형님은 한국 지리 모르잖아요! 제가 할게요!”
“둘보다는 제가 더 듬직하지 않습니까?”
시작은 트렌든이었지만, 승배와 광호도 지지 않겠다는 듯 끼어들었다. 트렌든이야 우루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가 바짝바짝 마르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둘도 트렌든에 비해 조금 낫다 뿐이지 조마조마한 것은 당연했다.
그때 진천이 트렌든을 슬쩍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트렌든.”
“예스!”
“그리고 승배.”
“가, 감사합니다!”
“둘이 책임지도록. 필요한 게 있으면 사주고.”
필요한 게 있으면 사주라는 말을 할 때에는 트렌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중에 최고의 재력가는 바로 트렌든이었기 때문이다. 트렌든을 선택한 이유는 지갑 대용이었다.
그럼에도 트렌든은 반색했다.
지난 이삼 일간 지켜보면서 이 무리의 상관관계를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진천이 존재했다. 이들과의 관계는 무력을 바탕으로 한 관계라고 봐야 했다.
진천>우루>웅삼>제라르.
그리고 리셀은 조금은 다른 경우였지만 우루가 스승님이라 가끔 부르는 것으로 보아 그만 잘 구워삶으면 우루에게 살해를 당하거나 개 맞듯 맞고 회복당한 후 정신 조작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어쩌면 정신 조작도 안 해줄지 모른다. 숨넘어가기 직전에 회복만 해줄 것 같았다.
광호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그때 웅삼이 손을 번쩍 들었다.
“우루 장군은 제가 보필하겠습니다.”
그어어어억!
우루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또다시 포효했다. 진천 역시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피하려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스스로 나서는 게 신기했다.
“뭐, 그렇게 하도록.”
“저는요?”
그때 제라르가 눈치 없이 나섰다. 텔레비전에 매달려 살더니 안 그래도 좀이 쑤신 모양이었다.
“광호가 맡도록.”
“알겠습니다.”
광호는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 이상하지만 다른 이들보다는 덜 괴팍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렇게 현대사회 체험을 위한 파티가 결성되었다.
* * *
“헤이, 리셀! 원하는 걸 말해! 내가 다 해줄게!”
“허허.”
순간 시아론 리셀은 ‘말부터 공손하게 해라’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승배에게 듣기로 저들의 말에 존댓말은 거의 없다고 들었기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이곳의 문물이 많은 곳을 보고 싶기는 한데.”
그때 이승배가 끼어들었다.
“일단 옷부터 바꾸세요.”
“으음.”
리셀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녹색 줄무늬 트레이닝 상하의 풀세트.
“이상한가?”
“좀.”
“트레이닝복은 좀 그렇긴 하지. 노인에게 어울리지도 않고.”
트렌든 역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입고 온 옷은 더 이질감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첫날 어떤 꼬마아이가 지나가며 ‘간달프다!’라고 소리 질렀겠는가.
“아! 그럼 좋겠군! 백화점 가지!”
“그것도 나쁘지 않겠는데요?”
“백화점?”
“그냥 말 그대로 모든 물건을 모아다 파는 거대한 상점 건물이라 보시면 됩니다.”
“허허, 그런 곳이 있으면 가봐야지!”
리셀이 오랜만에 흥이 났다. 그들은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에 도착한 리셀은 혀를 내둘렀다.
커다란 건물과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 규모가 달랐다.
“한국이 쇼핑 강국 중 하나라구요.”
“가자고!”
트렌든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먼저 리셀의 옷을 구매했다. 다들 남자들이라 그런지 옷을 구입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은 형태의 옷을 보며 리셀은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었다.
그다음 그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가전제품이 있는 곳이었다.
“허어!”
수많은 텔레비전을 보며 리셀은 다시 한 번 탄성을 흘렸다.
안 그래도 텔레비전에 대해 많은 것이 궁금했던 것이다.
“이것이 순수한 기술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었던가!”
감탄사가 연이어 나왔다.
“자! 고르라고. 선물하지!”
“그럼…….”
리셀은 마다하지 않고 일단 하나를 골랐다. 백화점 매장 입구에 있는 것이었다.
“…….”
순간 트렌든의 얼굴이 굳었다.
S사에서 만든 110인치 스마트 3D티비였다. 가격은 일억 팔천만 원이었다. 리셀은 트렌든을 보며 웃었다.
리셀의 쇼핑은 이제 시작이었다.
* * *
“음.”
계웅삼과 함께 나간 을지우루 역시 제일 먼저 간 곳은 양복점이었다. 우루는 양복을 입은 채 익숙하지 않은 듯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제가 사전에 맞춰놓으라고 해둔 겁니다.”
웅삼이 살살거렸다. 우루의 몸에 맞는 양복은 기성복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 웅삼이 치수를 보내줬을 때에는 아무도 그 치수에 맞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드럼통에 굵직한 통나무가 달린 형태의 체형을 가진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우렁찬 음성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큰형님! 멋지십니다!”
마찬가지로 검은 양복을 입은 떡대들이 일제히 허리를 접으며 외쳤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루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이 좀 불편한 것 같디만, 이곳 옷이라니 입어야갔디.”
“그럼 다음 장소로 모시겠습니다.”
“가보자우.”
웅삼은 건달들을 향해 눈짓을 하자 그들이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텐프로였다.
각 구역의 에이스들은 모두 모였다.
그렇게 주욱 늘어세운 채 웅삼이 우루에게 속삭였다.
“어떻습니까.”
“큼, 이게 뭐하는 거이네!”
“뭐, 형수님보다 뛰어난 애들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 한가락 하는 애들입니다.”
“기, 길킨 하디만…….”
그때 악마의…… 아니, 웅삼의 속삭임이 더해졌다.
“사실 애들은 그냥 곁다리라고 생각하십시오. 이런 곳에는 원래 여자가 있는 곳이라. 제가 대접하고자 하는 것은 이곳의 술들입니다. 나름 진귀한 것들이 많아서 말입니다.”
“술?”
“예. 아가씨들은 그냥 안주 집어주는 시녀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 기렇다면야. 어쩔 수 없디.”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갔다.
* * *
광호와 나온 필리언 제라르의 발걸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옷가게였다. 다른 두 팀과 다른 것은 제라르가 스스로 옷가게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응? 이건 어때?”
“어머, 손님. 잘 어울리시는데요?”
“그래? 그런데 아가씨도 나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호호호!”
제라르는 옷가게 점원에게 수작질을 보내고 있었다.
나름 이 세계의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고 하면서 물 만난 고기마냥 날뛰고 있었다. 그런 제라르의 쇼핑이 끝난 뒤에는 광호의 표정이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마치 여자친구의 쇼핑 지옥에 함께 빠졌던 남자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어디로 모실까요?”
광호가 한숨을 내쉬며 묻자 제라르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흐음. 아직 밤이 되려면 멀긴 했는데.”
“예?”
“미리 가 있자.”
“어딜…….”
“홍대로 갈까? 이태원이 나을까?”
“예?”
“클럽 말이야, 클럽.”
“…….”
광호는 머리가 한꺼번에 아파오기 시작했다. 왠지 개망나니를 끌고 다니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 * *
“…….”
고진천은 옥상 위로 쌓이고 있는 물건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다가와 질문을 했다.
“여기 시아론 리셀 씨 댁이지요?”
“음.”
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건 어디다 놓을까요?”
“일단 빈 곳에.”
“예.”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오후부터 밀려오는 배달 물품은 모두 리셀의 것이었다. 처음에는 좀 구매를 했구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지 싶었다.
그렇게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천이 옥상 아래는 내려다보니 을지우루와 계웅삼이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퍼스트 엔터 건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는 까만 차들 여러 대가 있었고 마찬가지로 까만 양복의 사내들이 전부 허리를 꺾고 있었다.
“드가십시오, 형님들!”
“크하하! 기래! 기래!”
“…….”
진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대충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자정이 넘었다.
제라르 일행만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146화에서 계속)
# 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