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777
149화 미스터리
“어디야!”
“야, 정신 차려!”
룸 밖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왔다.
뒤늦게 기습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이 벌컥 열리며 조직원들이 나타났다.
“괜찮으십…….”
질문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웅삼이나 우루 둘 다 멀쩡하게 있는 모습을 보니 괜찮으냐는 질문은 굳이 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습격자들이었다.
우루가 안으로 들어온 이들에게 입을 열었다.
“시체 처음 보간?”
“서, 설마 죽인 겁니까?”
“기야 아새끼들이 날붙이를 들고 뛰들었으니…….”
우루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웅삼이 우루의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와 이러는 기야! 더럽게!”
우루가 웅삼의 손을 떨어내며 인상을 썼다. 하지만 그보다 웅삼이 안의 광경을 보고 창백하게 질려 있는 조직원들에게 별것 아니라는 듯 말을 덧붙였다.
“안 죽였다.”
“아, 안 죽였다고요?”
“그래.”
웅삼이 안 죽였다고 말하자 조직원들은 다시 방 안에 널브러진 습격자들을 살폈다. 목이 꺾어진 자, 누가 봐도 가슴팍이 박살이 나 함몰된 자, 그리고 허리가 구십 도로 꺾여 똥오줌을 싸지르고 있는 자, 그리고…….
“우웁!”
순간 조직원 하나가 입을 막았다. 구역질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 조직원의 시선 끝에는 상체가 사선으로 잘린 습격자의 시신이 못 박혀 있었다.
웅삼이 그 시신을 발로 툭툭 쳐서 대충 맞추고는 말을 이었다.
“죽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
그냥 누가 봐도 죽은 거다. 다만 웅삼이 아니라고 하니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때 우루가 머리를 긁으며 말문을 열었다.
“이거이 치우고 다시 놀아야디 않갔어? 니런 여기 피가 튀었구만 기래. 아깝게…….”
여전히 태연한 모습으로 우루는 피가 묻은 육포를 슥슥 닦고는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조직원들이 입을 막고 헛구역질을 했다.
그걸 보며 우루가 혀를 찼다.
“비위들이 그래 약해서 쓰갔네?”
우루의 말에 조직원들이 질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조직원들을 웅삼이 다독였다.
“일단 여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 다들…….”
음악이 울려 퍼지고 우루가 힘차게 손을 위아래로 휘둘렀다.
“멋있는! 싸나이! 많고 많디만 바로 내래! 싸나…….”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웅삼이 쓴웃음을 짓고 손을 휘젓자 사내들이 입을 막은 채로 우르르 방을 빠져나갔다.
열창을 하고 있는 우루를 보며 웅삼은 한숨을 내쉬었다.
관광 이전에 이 세상에 대한 기초 지식부터 가르쳤어야 했다는 자책감이 몰려왔다.
노래가 끝나자 우루가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려다가 웅삼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그도 눈치는 있기에 지금 이 상황이 조금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장군.”
“큼. 말하라우.”
“이 동네는 말입니다.”
웅삼이 현대사회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우루가 발끈했다.
“기거이 말이 되간! 저 아새끼들이 손바닥만 한 칼 들고 죽인다며 달려들었는데!”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죄가 된다던데요.”
“기거이 무슨 개똥 같은 소리간! 기럼 칼 들이대면 뒈져야 하네?”
“뭐, 적당히 주무르는 정도는 정당방위 어쩌고로 된다더라고요.”
“적당히는 무신 툭 치니 억 하고 뒈졌구만!”
“툭 친 것은 좀…….”
대놓고 몸을 박살 내고 자른 주제에 툭 쳤다고 하는 우루의 말에 웅삼이 입맛을 다셨다. 물론 우루의 입장에서는 그게 툭 친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하나는 살려두셨어야 했습니다.”
“죽이면 다 죽이는 거디 하나는 왜…….”
“어떤 놈이 시켰는지 알아야 하잖습니까.”
“아!”
그때야 우루가 손바닥을 툭 치며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
밖에서 정리하던 조직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열린 문틈 사이로 오가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앞쪽에 있던 조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뭐라시는데?”
“웅삼 형님이 왜 다 죽였냐고.”
“그래? 그래도 그 형님은 정상…….”
“……하나 정도는 살려둬야 뒤가 어떤 놈인지 알지 않느냐고 그러시는데.”
“……이 아니시구나. 그 형님도.”
조직원들은 몸을 부르르 떨며 저 재앙들이 빨리 사라져 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얼추 정리가 되어갈 즈음 밖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 이쪽입니다.”
“고맙네.”
“오! 분위기 괜찮은데?”
조직원의 안내를 받고 들어선 이는 바로 리셀과 트렌든이었다. 웅삼에게 연락을 받자마자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자 마저 정리를 하던 조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누구야, 저 영감님?”
“몰라. 웅삼 큰형님이 모신 분이야. 안쪽 정리를 해야 한다고 해서…….”
“그, 그래?”
웅삼과 관련 있다는 말에 조직원들의 얼굴에서 또다시 핏기가 사라지며 창백해졌다. 왠지 그와 관련된 이들은 모두 정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허어.”
“와우…….”
리셀이 한숨을 내쉬었고 트렌든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트렌든은 죽은 사내들을 이리저리 들춰 보았다.
“응?”
트렌든이 뭔가 아는 표정을 지었다. 웅삼이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게 있는가 싶어 물었다.
“왜?”
“이거 민간인이 아닌데?”
“무슨 소리지?”
“뭐 나처럼 공작이나 특수 임무를 맡은 이들 같아. 검지에 굳은살도 그렇고 게다가 이 친구 중동 쪽에서 임무를 맡았을 때 본 기억이 있는 친구야.”
“이 반 토막이?”
“뭐, 그때는 반 토막이 아니었지만…….”
반 토막이라 불린 사내는 몸이 사선으로 잘려서 죽은 시체를 말하는 것이었다.
“군인이라는 거네?”
“그렇지. 그것도 특수부대 중에 소수의 요원 중 하나라는 거고…… 근육이나 여타 단련된 상태를 보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흐음.”
뭔가 딱 짚이는 게 없었다. 손을 턴 트렌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런 짓을…….”
“내가 한 거 아냐.”
“으음.”
다시 한 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웅삼이 아니면 우루라는 이야기인데 이미 찍혔던 전력이 있는 트렌든으로서는 얼마를 쓰더라도 지금 잡은 줄을 단단히 움켜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거 어쩔 거야? 장소도 장소고 문제가 커지겠는 걸?”
트렌든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사람을 죽여본 전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작전 수행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아무나 막 죽이고 하는 경우는 없었다.
현대사회에서의 살인은 크나큰 범죄였다.
“뭐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을 하며 웅삼이 리셀을 바라보았다.
“이거 참.”
“죄송합네다.”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인 것을.”
리셀의 말에 우루가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이 처리를 어찌해야 하나 고심하던 리셀에게 트렌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거 그냥 담으면 안 되나?”
“담다니?”
“매직!”
되돌아온 질문에 트렌든이 손을 펼치며 외쳤다. 그러자 리셀이 무릎을 치며 외쳤다.
“아아! 알겠네.”
잠시 후 리셀의 주문과 함께 시체들이 모조리 공간 너머로 사라졌다. 전에 보여주었던 공간 마법이 다시 펼쳐진 것이었다. 이어서 리셀은 연이어 마법을 펼쳤다.
피로 흥건한 바닥이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해졌다. 부수어진 집기 역시 시간을 돌린 것처럼 되돌아갔다.
“오! 역시! 언빌리버블!”
트렌든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다른 이들 역시 탄성을 흘렸다. 그중에는 우루도 있었다.
“멋집네다! 이러면 걸릴 일은 없갔시요!”
“그래도 앞으로는 좀 자중하게.”
“아, 알갔습네다.”
리셀의 말에 우루가 다시 움츠러들었다.
“이제 뒤처리는 깔끔하니 움직이시지요.”
“그러지.”
리셀이 고개를 끄덕이자 미련이 남았던 우루도 입맛을 다시고는 방을 나섰다. 오늘은 날이 아닌 것이다.
그때 방문 앞에 있던 조직원들이 조심스럽게 문밖으로 나온 웅삼에게 입을 열었다.
“저 처리는 어떻게…….”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런 조직원에게 웅삼이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응? 못 봤어? 그 친구들 다 집에 갔어.”
“예?”
“보라고.”
웅삼의 말에 사내들은 안을 들여다보고는 경악을 했다.
“억!”
“아, 아니!”
“시, 시체들이!”
놀라 외치는 그들에게 웅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 죽였다고!”
“아,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웅삼이 안 죽였다면 안 죽인 거다. 투덜거리며 웅삼과 일행이 밖으로 빠져나가자 조직원들이 다시 안으로 들어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살폈다.
“피 한 방울도 없어.”
“이게 말이 돼?”
“우리가 착각한 거 아니야?”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동시에 같은 착각을 해?”
애초에 빠져나갔다는 말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 노인이 온 다음에…….”
누군가 한마디 꺼내자 모두 얼어붙었다. 왜 이곳에 노인이 왔는지 이유를 알아채자 더한 공포가 밀려왔다.
누군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이 죽었는데 시체도 안 남았다. 흔적도 없었다.
이보다 더한 공포가 어디 있겠는가.
“아,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
“그, 그러게.”
누가 봐도 완전범죄의 현장이었다. 그리고 이들 중 누군가 똑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저 몸을 사리는 게 최선이었다.
“어?”
감시자들 중 하나가 살짝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왜?”
“나온다.”
“뭐? 미리 사전에 알려주기로 했잖아! 차 시동도 안 걸었는데!”
“그게 아니라…….”
쌍안경을 넘겨주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쌍안경을 건네받은 사내가 미간을 구기며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조금 전 동료의 표정과 같이 멍한 얼굴을 했다.
“뭐야? 안에서 엇갈린 거야?”
“모, 모르지.”
타깃이 멀쩡한 모습을 하고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그들을 잡으러 들어갔는데 말이다.
“잠깐 기다려 봐.”
사내는 쌍안경을 옆 감시자에게 넘기고 전화를 걸었다.
“뭐지?”
“왜? 안 받아?”
“그게 연락을 받을 수 없다고…….”
“전원이 꺼진 거야?”
“그런가 본데.”
“다시 걸어봐. 다른 사람도 있잖아.”
감시자들은 당황한 얼굴로 다른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신호조차 가지 않았다.
“어떡하지?”
“일단 가봐야 하나.”
“젠장.”
사내는 대답 대신 몸을 일으켰다. 눈으로 확인해 봐야 했다. 그래야 보고를 하든 말든 하기 때문이었다.
(150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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