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780
152화 내리사랑을 실천하는 법
“이상하네…….”
전창걸 대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옥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뭔가 무너지는 소리에 직원들과 다들 뛰쳐나왔었다. 그리고 그때 본 것은 옥상이 박살 나면서 사방으로 파편이 튀는 모습이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빛이 퍼져 나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이다.
“차, 착신가요?”
“이 많은 사람이?”
지금 나와서 옥상 위를 올려다보는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이 모두 착각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니 이상할 따름이었다.
“올라가 보시죠?”
“내 심장이 요즘 한계가 왔단다.”
“…….”
전 대표의 말에 슬쩍 올라가 보라고 말을 꺼냈던 직원이 입을 다물었다. 퍼스트 엔터에서 옥상은 금지에 가까웠다. 그곳을 출입하는 이는 판도라 멤버와 옥상 거주민 그리고 전 대표와 몇몇 담이 큰 이들뿐이었다.
누가 출입을 금지시킨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다. 위에 출입하면서 전 대표가 실려 내려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또 가끔 저 위에서 폭음과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쯤 되니 아무도 출입을 안 했던 것이다.
전 대표도 누구에게 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기도 했다. 물론 전 대표 입장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고진천이 저 위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직원들을 시키겠는가. 그저 목숨 걸고 전 대표가 직접 오를 뿐이었다. 그리고 가끔 구빈관이 오를 뿐이었다. 그때 뒤쪽에서 승배와 광호가 천천히 다가오며 두런거렸다.
“끝났나?”
“그런 것 같죠?”
“조용한 것을 보니. 아마도 일단은?”
“위에 무슨 일 있냐?”
그때 잘됐다는 듯 전 대표가 승배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승배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뭐, 그냥 형님이 화 좀 내셨을 겁니다.”
“부, 분명 옥상이 박살 났었는데…….”
전 대표의 말에 둘이 동시에 고개를 쳐들었다. 옥상은 말끔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충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그냥 별일 아닙니다. 멀쩡하잖습니까.”
“지, 지금은 그렇긴 한데.”
“아시잖습니까. 저 위 일은 모르는 체하는 게 속 편하다는 거.”
“……끙.”
승배의 말에 전 대표가 신음을 흘렸다. 그때 승배가 전 대표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지금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전 대표의 표정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뭐 기분 좋은 일 있으십니까? 표정이 좋으신데요?”
만약 옥상에 뭔 난리가 났다면 죽을상을 하고 있어야 했는데 전 대표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하하하 별건 아니고, 그 뭐시냐 아이언맨인가 뭔가 하는 자가 또 나타났다네? 게다가 이번엔 떼거지로 나왔다더구먼.”
“그런데요?”
“그때 진천 씨가 촬영 중이었으니까.”
전 대표가 편안한 얼굴로 대답했다. 알리바이가 입증되고서도 범인이 진천일까 하는 우려에 초조했었던 게 분명했다. 왜냐면 이후 경찰이 다녀가고 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도 확실한 알리바이가 생겼으니 전 대표의 표정이 밝은 것이었다.
그런 전 대표를 보며 승배와 광호는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건강에 좋을 겁니다.’
전 대표를 볼 때마다 그들은 딱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진천에 의해 흥했으나 그의 행보에 따라 울고 웃는 모습이 참 뭐라 설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 전 대표를 뒤로하고 승배와 광호가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큰일은 지난 듯했으니 뒷수습을 하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삐이익.
녹슨 철문이 열리고 옥상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 고진천이 서 있었고, 반대편에는 계웅삼을 비롯해 을지우루와 리셀 그리고 트렌든이 식은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제라르는 한쪽에 멀찍이 떨어져 서서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슨 레이드 뛰는 것도 아니고…….”
승배가 투덜거렸다. 마치 진천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게 보스 몹을 레이드 하는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여기저기 터져 있는 모습을 보니 일방적으로 레이드 당하는 모습 같았지만 말이다.
그때 진천이 입을 열었다.
“제대로 할까? 까짓 이거 무너지면 되돌아갈 때까지 산속에서 숨어 살면 되지.”
순간 반대편에 있던 이들의 안색이 급격이 어두워졌다.
진천이 말을 이었다.
“백화점 쇼핑이고 나발이고 끝나는 거고…….”
“아…….”
리셀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마누라에게 뭔 짓을 했는지 찔러주면 보기 좋겠군.”
“어헉!”
우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동맹? 하지. 대신 조건을 이실라 공녀와 네놈의 혼약을 영원히 틀어막는 조건으로. 평생 장가가나 지켜보마.”
“컥!”
웅삼이 심장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라르를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클럽에서 여장남자 만났다지? 소문내면 아주 볼만하겠어.”
순간 제라르가 롱소드를 뽑으며 진천의 옆으로 와 외쳤다.
“열제이시여! 신 필리언 제라르! 한 손 거들겠습니다!”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모두 무기를 떨궜다. 그러자 진천이 고개를 꺾으며 환두대도의 도집을 들어 어깨에 걸쳤다. 그러고는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었다.
“서열별로 서도록.”
그러자 빠르게 움직였다. 리셀이 제일 앞에 그 뒤에 우루 그 뒤에 웅삼이 섰다. 그리고 맨 뒤에는 트렌든이 움찔하더니 조심스럽게 다가와 섰다.
진천이 옆을 보았다.
“저는 왜…….”
“연대책임.”
“…….”
제라르가 울상을 지으며 뒤로 가더니 트렌든에게 눈알을 부라렸다. 그러고는 웅삼의 뒤로 가서 섰다.
진천이 환두대도의 도집을 들고 손바닥을 탁탁 두드리더니 말을 이었다.
“이곳에 재미있는 풍습이 있더군.”
“…….”
모두가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이들을 보며 진천이 말을 이어나갔다.
“뭐 우리 하는 짓과도 비슷하지만 좀 더 체계적이지.”
다들 불안에 떠는 시선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광호와 승배를 자꾸 스쳤다. 이곳에 있는 풍습이라면 그들이 제일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자꾸 시선을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광호나 승배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내리사랑을 실천하는 법이라 하지.”
진천의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광호와 승배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이어 트렌든을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시선을 느낀 트렌든이 입모양으로 질문을 해왔다.
‘What?’
차마 설명을 해줄 수도 그럴 상황도 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을 뿐이었다. 진천이 말했다.
“울절, 엎드려.”
리셀이 불안한 시선을 던지며 주춤거렸다. 하지만 무심한 진천의 눈빛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노구를 굽혔다. 리셀은 그 순간 왠지 불안함에 마법을 펼쳤다.
일종의 신체를 쇠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이었다.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진천의 환두대도 도집이 엎드린 리셀의 엉덩이를 강타했다.
콰앙!
“커억!”
리셀이 마치 돌에 맞은 개구리마냥 납작해졌다.
마법이 아니었다면 아마 엉덩이를 중심으로 신체가 양단될 충격이었다. 딱 그 정도 힘으로 갈긴 것이다.
“끄어어! 치, 치유의 손길이여…….”
리셀은 그동안 숱하게 남을 위해 펼쳤던 치유마법을 자신을 위해 펼쳤다.
마법이 정상적으로 발현되어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충격은 남았는지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고통이 남긴 기억은 길고도 오래갔다.
그런 리셀에게 진천이 환두대도의 도집을 넘기며 말했다.
“다음. 딱 두 배를 때리면 된다. 줄빳다라 하더군.”
“…….”
리셀은 환두대도의 도집을 받아 들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리셀의 앞에 우루가 자신만만하게 엎드렸다. 리셀이 쳐봐야 얼마나 세게 때리겠는가 하는 생각인 듯했다.
진천이 다시 말했다.
“강도가 약하면 처음부터 다시다. 최선을 다하도록.”
진천의 말이 끝나는 순간 리셀이 마법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오움 살라 움타아…….”
대기가 진동하며 마나가 폭풍처럼 몰려드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았다. 그런 마력의 중앙에서 리셀이 중얼거렸다.
“거인의 힘이여, 솟구쳐라! 빛보다 더한 빠름이여, 여기에 깃들어라!”
“스, 스승님!”
우루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런 우루의 엉덩이로 리셀의 손에 들린 환두대도 도집이 떨어져 내렸다.
콰앙! 쾅!
딱 두 방이었다. 그 두 방에 우루의 몸이 정확히는 엉덩이 부분이 옥상 바닥을 파고들었다. 이어서 리셀은 거미줄처럼 박살이 난 옥상 바닥을 슬쩍 복구했다.
“꺼억!”
우루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엄청난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런 우루에게 리셀이 환두대도 도집을 넘겨주었다.
도집을 넘겨받은 우루의 눈에 살기가 넘실거리기 시작했고, 웅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맨 뒤의 트렌든은 자신의 차례가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정신을 놓았다.
쿠구구궁! 쿠구궁!
“뭐, 뭐야!”
대표실에 들어와 있던 전창걸 대표가 화들짝 놀랐다. 건물이 진동하는 모습에 놀란 것이다. 아까보다도 더한 진동이었다. 그때 구빈관이 마찬가지로 창백한 얼굴로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지, 지진인가 봅니다!”
“어헉!”
순간 퍼스트 엔터의 직원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연이어 굉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때 문을 열고 광호가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위에서 뭐 좀 하시느라 건물이 흔들릴 수 있으니 걱정 마시랍니다.”
광호의 말에 대표실에서 뛰어나왔던 전 대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뭔 짓을 하는데!”
“그, 그게 그냥 군기 비슷한 거 잡으시느라…….”
광호는 난감했다.
콰쾅! 콰쾅! 콰쾅! 콰쾅!
또다시 건물이 진동을 했다. 그러는 가운데 광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삼켰다.
‘줄빳다 때린다는 말을 어떻게 해. 누가 믿으라고.’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이건 역대급 줄빳다였다.
* * *
“저런 병신들!”
우중만 의원이 폭주했다.
잡으라고 한 놈이 쳐들어왔음에도 잡기는커녕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소식에 열불이 솟구친 것이었다.
“건물이 쪼개지는 바람에 아마 경황이 없었을 겁니다.”
보좌관의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크윽! 그래서 정체는, 그놈들 정체는 뭐냔 말이야!”
“아마 그것을 확인할 정신도 없을 겁니다.”
“끄으응!”
우 의원이 뒷목을 잡았다. 그런 우 의원에게 보좌관이 위로하듯 말을 이었다.
“검경에서도 의원님과 연관된 사건을 국가에 대한 테러로 규명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그걸 기다릴 거면 왜 천성일이에게 시켰겠어!”
“죄송합니다.”
“반드시 찾아내라고 해! 내 손으로 찢어 죽여 버리겠다!”
광분하는 우 의원을 보며 보좌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분노를 어떻게 달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 * *
“원인은?”
“지진도 아니랍니다.”
“그럼 부실공사?”
“지들이 직접 지어서인지 오히려 튼튼하게 잘 지은 것 같답니다.”
“그럼 그냥 쪼개진 거야? 육층 건물이?”
“그렇다네요. 이유를 알 수 없답니다.”
서준모 경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담배를 베어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후배 경찰관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담배 끊으셨잖아요.”
“다시 필 거다.”
“벌금 내시기로 했잖아요, 십만 원씩.”
“에이씨!”
서 경장은 이 밉상 후배를 한 대 치고 스스로 철창으로 걸어 들어갈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박봉이 현실이라 담배를 도로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돌렸다.
“이상하지 않냐?”
“이상하죠. 뭔 건물이…… 그나마 죽은 사람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게 아니라 아이언맨.”
“당연히 이상하죠. 사람이 날아다니는데.”
“그것도 그렇지만, 왜 여길 나타났느냔 말이야. 그것도 떼거지로.”
유튜브를 달구는 동영상을 언급한 것이다. 항간에는 토르가 나타나 건물을 쪼갰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물론 망치를 든 토르는 없었지만 대충 비슷한 덩치의 사내를 토르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사람.”
서 경장의 손에는 영상의 스크린 샷이 있었다. 그중에 호크아이 혹은 머슬아이라 불리는 활을 든 사내의 모습이 있었다.
“예. 안 어울리긴 하죠. 토르처럼 망치 아니면 녹색 피부의 헐크라면 모를까. 그러기엔 키가 너무 작긴 하지만.”
“어디서 본 체형 아니냐?”
“이런 체형을 어디서 봅니까. 흔한 체형도 아…….”
말을 이어가던 후배 경찰이 순간 말문을 닫았다. 본 적이 있었다.
“혹시 저번에 퍼스트 엔터 옥상에서? 그런데 얼굴이 완전 다르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일단 알아봐.”
“누구요? 이 사람들요?”
후배 경찰이 실사판 어벤저스라 불리는 이들을 손으로 짚었다. 그러자 서 경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천성일이.”
“피해자를요?”
“언제부터 명산실업이 피해자였냐.”
“그건…….”
서 경장이 눈을 빛냈다.
(15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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