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792
164화 의심하는 자들
“스미스. 뭐 좀 나왔어?”
“일단 하나.”
“뭔데?”
“한국의 퇴역군인이 사라졌어.”
“그게 무슨 소리지?”
스미스의 말에 존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아이언맨 관련 사건을 추적하는데 한국의 퇴역군인 이야기가 왜 나오냐는 의미였다.
“사건 당일 말이지.”
명산실업에서 나와 어느 곳을 습격하기 위해 모였던 퇴역군인들이 룸싸롱에 들어간 뒤 나오지 않았고 그 이후 습격이 이루어졌다는 말이었다.
“이게 관련이 있다고?”
“한국 경찰이 일부 조직을 심문 중인데 입들을 다물고 있네. 나갔다고만 하고. 문제는 나간 흔적이 없다는 거지.”
“정확한 거야?”
“감시카메라에는 잡히지 않았는데 이후 명산실업이란 곳에서 손을 써서 그 가게를 뒤진 것이 확보되었지.”
스미스가 설명을 하며 존에게 서류를 넘겼다. 그러자 존이 뒷머리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이걸로는 확인하기 어렵잖아?”
“이미 확인했지.”
“뭘로? 감시카메라도 없다며?”
“현장 뒤진 구청 직원.”
“아하!”
스미스는 역으로 구청 직원을 팠다. 구청 직원은 더 쉬웠다.
뇌물 먹은 것이 알려지는 게 더 두려웠던 그는 스미스에게 줄줄줄 일러바쳤다.
스미스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 직원의 말로는 안을 다 뒤졌는데 뒷문도 없고, 혹시나 압수해 온 식재료도 분석했다지.”
“식재료?”
“먹어치울 수도 있잖아. 혹은 고기로 만들어서 상했다고 버릴 수도 있고.”
“웨엑!”
존이 토하는 시늉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여긴 중국이 아니라고 친구.”
“시체를 그리 처리하는 건 중국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고.”
스미스가 실실 웃으며 대답하자 존이 입맛을 다신 후 날카롭게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데도 없다는 거지?”
“그렇지.”
곰곰이 생각하던 존이 입을 열었다.
“그날 그곳을 다녀간 이는?”
“딱 한 팀이었지.”
“추적은?”
“실패했어.”
스미스의 말에 존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물론 이곳이 미국도 아니고 이미 지나간 일의 추적을 하기 쉽지 않은 것은 안다. 하지만 한국 역시 감시카메라의 천국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타깃을 모르면 모를까 안다면 충분히 추적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실패했다는 말에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미스 역시 미묘한 웃음을 매달고 있는 것이 같은 생각인 것이 분명했다. 그의 웃음을 본 존도 피식하고 웃었다.
“하긴 뭐가 있으니 말을 꺼냈겠지.”
“일단 한국 경찰에는 알리지 않고 자료를 훑었는데 그야말로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고. 그리고 중요한 건.”
“응?”
“나 말고 누군가 이미 자료를 뒤졌더라고.”
“보고서에는 없었잖아.”
존이 얼굴을 굳힌 채 묻자 스미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그렇지. 그리고 한국 경찰력은 무시할 게 못 된다고. 장비만 모자랄 뿐이야.”
“하긴 우리가 너무 대놓고 움직이기는 했지.”
“맞아.”
존과 스미스가 자료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계웅삼과 을지우루 그리고 리셀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분위기는 좋은데.’
‘지금 말하는 거이 어떻습네까?’
‘흐으음. 그나마 나을 것 같기는 한데.’
지금 고진천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사실 돈에 그리 구애받는 이는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뭔가를 뜯어낸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다.
이때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보고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무조건 숨기려 했지만 그러다 발각이 나면 뒷감당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 보이는 지금 차라리 미리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사실 이 건과 관련해서 이미 한차례 맞지 않았나.
어쩌면 탈 없이 넘어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순간 우루의 시선이 리셀을 향했다.
‘말씀하시디요.’
‘나, 나 말인가?’
순간 놀란 리셀이 웅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웅삼이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나서면 말 꺼내기도 전에 턱 돌아갑니다.’
울상을 지은 리셀이 이번에는 우루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우루 역시 시선을 회피했다. 그것을 본 리셀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우루나 웅삼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지푸라기를 잡는 마음으로 트렌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트렌든이 멀뚱거리며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다.
“왓?”
“…….”
뺀질거리는 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판토마임하나…….”
이승배가 몸을 움찔거리며 눈짓 몸짓을 주고받는 리셀과 우루 일행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필리언 제라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살 궁리지.”
확실히 저 상황에 처한 이들과 아닌 이들의 차이는 컸다.
그때 리셀이 뭔가를 마음먹은 듯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진천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모습이 사뭇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우루와 웅삼 그리고 트렌든의 시선이 리셀을 따라 슬슬 움직여 나갔다.
돈다발로 탑쌓기 놀이를 하고 있는 진천에게 다가간 리셀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자칫 잘못 했다가는 저 돈다발로 싸다구를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그냥 상상뿐이었다. 이곳에 와서 본 드라마라는 영상들의 영향이 꽤 컸다.
“말하지.”
순간 말문을 열기도 전에 진천의 말이 툭 튀어나왔다.
동시에 리셀은 자심의 심장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혔다.
“말씀 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음.”
“비행기 자체로는 집어넣기 어렵지만 그보다 작은 것을 구해서 부품별로 넣는 건 어떻겠습니까?”
“흐음.”
“그렇게 하면 될 듯하옵니다.”
진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군.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진천이 리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그의 칭찬을 받은 리셀이 다시 우루의 옆으로 와 쪼그리고 앉았다. 그의 모습을 본 우루와 웅삼 등은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뭘 하고 온 거야!’
리셀은 칭찬을 받고도 의기소침해 있었다.
한숨을 쉰 트렌든이 벌떡 일어서서 진천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대책 없이 질렀다.
“지금 한국 경찰이랑 미국 정보원들이 잔뜩 몰려들었다고.”
“음?”
“아마도 진천 때문인가 봐.”
“나?”
트렌든의 말에 진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도 약물 같은 걸로 만들어낸 병기로 착각한 듯해.”
그의 설명에 진천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를 위해 트렌든이 슈퍼솔저 프로젝트 같은 걸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진천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으음.”
“마찬가지로 저번에 아이언맨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움직인 것 같아. 이쪽에서도 연구 개발 중인 슈트보다 좋아 보이니까 말이지.”
트렌든의 말을 듣던 진천이 고개를 돌려 리셀 일행을 바라보자 그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그런 것 같았습니다. 일단 저희가 움직인 것 때문에 저들이 혼동을 일으키고 있어 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대책을 세워야 할 듯합니다.”
“길티요! 남은 기간 동안 안전하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합네다.”
“흐으음. 이런 일에 도움이 될 만한 마법을 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순식간에 마치 대사라도 맞춘 듯 쏟아지는 말을 듣던 진천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하도록.”
“예!”
“sir!”
“맡겨 주시라요!”
“이 노구 아는 지식을 총 동원하겠습니다.”
네 명이 충성심을 담아 외쳤다. 그때 진천의 시선이 제라르를 향했다. 멍한 표정을 지은 제라르는 왜 그가 자신을 쳐다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전부야?”
진천의 질문에 네 명은 창백해졌고 제라르는 침을 꿀떡 삼켰다. 여기서부터는 그의 생존이 달린 것이었다. 결국 제라르는 조금 전 저들이 말한 내용에 몇 가지를 더 첨부했고 그들은 생명의 위협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한쪽 눈이 퍼렇게 멍든 네 명이 제라르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배신자.”
“제랄! 갈아마시갔어!”
“저주 마법을…….”
웅삼과 우루 그리고 리셀이 연달아 제라르를 잡아먹을 듯 쳐다보았다, 그리고 트렌든 역시 눈알을 부라리며 입을 열었다.
“왓 더 뻐…….”
“죽을래?”
“…….”
트렌든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 * *
“역시 다른 인물이 확실합니다.”
영상을 비교 분석하던 이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거참.”
서준모 경장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들의 앞에 놓인 모니터에는 폭주족을 쫓는 아이언맨 그리고 두 번째 등장한 아이언맨의 모습과 이후 나타난 아이언맨의 체형 등을 비교 분석한 영상이 놓여 있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습니까?”
김창진 경위가 물었다.
“그런 괴물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게 확인됐으니 더 미치겠다는 거야.”
“……아.”
서 경장의 말에 김 경위의 얼굴 위로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이거 국방연구소 쪽을 털어봐야 하는 거 아냐?”
“왜 말입니까?”
서 경장의 말에 김 경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러자 서 경장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꾸했다.
“저런 괴물이 하나도 아니고 둘 이상이면 이상하잖아. 미국 애들이 왜 왔겠어. 무슨 비밀 병기 같은 걸 만들어 낸 거 아닌가 하고 온 거 아닐까?”
“그건…….”
“설마 진짜 미국에서 사고 친 놈들 잡으러 왔다고 생각해?”
“으음.”
김 경위가 신음을 흘렸다. 얼추 그의 예상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까 얼마 전부터 국정원 쪽에서 들락거리는 게 확실히 뭔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
“일단 저기 한번 가보자고.”
“어디요?”
“저 양반 쪽.”
다른 모니터에는 아이언맨과 고진천의 체형을 비교 분석한 모습이 떠 있었다.
옆에는 95% 일치라는 단어가 떠 있었다.
* * *
서준모 경장와 김창진 경위가 퍼스트 엔터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차 안에는 최후배 경장이 있었다.
서 경장이 최 경장에게 말했다.
“아까 말한 대로 넌 여기 있어.”
“뭘 이렇게까지…….”
“시끄러. 찝찝해서 그러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서 경장이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가자고 김 경위.”
“예, 선배님.”
둘이 천천히 길을 건너 퍼스트 엔터 건물을 향해 나아갔다.
(16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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