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795
167화 이실라 납치 계획
“이거 활 맞습니다. 그런데 이거 누가 만든 거지?”
“무슨 말입니까?”
“각궁은 각궁인데 좀 생긴 게 묘하다고 할까.”
활 전문 제작 장인이 서준모 경장에게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진의 화질이 높은 덕에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화질이 아닌 모양이었다.
“뭐 좀 다릅니까?”
김창진 경위의 이어진 질문에 활 제작 장인은 눈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게 뭐랄까. 각궁은 각궁인데 조선 궁은 아닌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조선 궁이 아니라고요? 외국산입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자세히 살피던 활 장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이전 시대의 형태인데요? 방식은 우리 것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형태가 조선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의 형태에 가깝습니다. 지금의 국궁은 조선시대에 완성된 형태인지라.”
“그렇습니까?”
“뭐 따지자면 고구려 때 양식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지금 이런 형태로 제작을 하는 장인은 없다는 겁니다.”
“모르죠. 유물로 남아 있던 것일지도.”
최후배 경장이 한마디 툭 던졌다. 하지만 활 장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어려울 거요. 일단 활을 보관하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소. 습기에도 약하고 무엇보다 지금 이 형태를 보니 아직도 쓰고 있는 물건 같소이다. 그런데 이거 당기려면 꽤나 장사여야겠는데…….”
“말씀 감사합니다.”
서로 눈빛을 마주친 서 경장과 김 경위가 사진을 거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상담을 해주었던 활 장인은 못내 아쉬운 듯 오히려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볼 수 있소? 이거 정말 궁금하네.”
“하하, 나중에 구할 수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꼭 좀 부탁하오!”
“예.”
사진을 가지고 나온 서 경장 일행은 입맛을 다셨다.
“이건 뭐 무기로 추적하려는 방법은 글러먹었네요.”
“그러게.”
일단 체형은 상당수 일치했다.
경악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그 외에 트렌든과 한쪽에 있던 노인 그리고 계웅삼이라 불린 사내 역시 어벤저스 사건의 영상과 어느 정도 일치했다.
물론 웅삼의 경우는 정확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몸 위에 갑주 비슷한 것을 걸쳤기에 100% 일치한다는 말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경우는 가우리파라는 명분으로 일단 잡아넣을 수는 있었다. 지금 이곳에 온 것은 그들이 쓴 무기를 역추적해 증거를 보강하려 했던 것이다.
체형은 같지만 생긴 게 너무 달랐다.
영상을 여러 번 확인했지만, 아이언맨으로 변장한 이는 둘째 치고 나머지 이들은 변장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체형의 유사함을 가지고 잡아들이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눈에 걸린 게 활이었다.
“그래도 지금 이 활이 여러 개 존재하기 힘들다는 말은 들었잖습니까. 현존하는 활 장인이 만든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
얻은 수확은 그거 하나다.
그런데도 왠지 덮치려니 뭔가 찜찜했다.
“일단 들어가자. 들어가서 고민 좀 더 해보자.”
서 경장의 말에 최 경장이 얼굴을 구기며 대꾸했다.
“뭘 더 고민합니까. 그냥 덮치자니까요?”
“그것도 같이 고민하잔 말이다.”
“예?”
“우리끼리 가서 덮칠까? 그럼 덮쳐질까?”
서 경장의 말에 최 경장이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었다. 막말로 몇 번을 오갔음에도 모두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실실 웃으며 되돌아 나왔다.
강력계에서 나름 한가락 하는 이들이 말이다.
그렇다고 병력을 동원하자니 절차가 문제다. ‘의심 가니까 병력 동원합시다’라고 하면 욕 얻어먹기 십상이었다.
영장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끙. 일단 들어갑시다.”
“그래.”
셋은 복잡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이 여자 어때?”
“음.”
스미스의 말에 존이 사진을 살폈다.
그들의 앞에는 퍼스트 엔터의 옥상을 찍은 사진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위치를 보니 주변에서 촬영한 것이 아닌 그보다 위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위성사진이었다.
“미인이군.”
“그래. 그런데 이 남자의 연인 같아.”
“그럴까?”
존이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로 중얼거리자 스미스가 확신하듯 말을 이었다.
“이 여자 등장한 시기도 그렇고, 또 이 남자와 함께 나타났다고 보고서가 올라왔잖아.”
“그렇긴 하지.”
“연인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뭔가 연관이 있을 거라는 거지.”
“이 갱단 두목과 말이야?”
“그렇지.”
그들이 가리키는 사진에는 계웅삼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존이 스미스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어쩌긴. 다른 이들은 움직이지 않으니 이 여자를 확보해 보자는 거지.”
“흐음.”
“이봐. 지금 이 일은 이것저것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야.”
스미스의 재촉에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최대한 부드럽게 가자고. 무슨 말인지 알지?”
“오케이!”
존의 말에 스미스가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짝 하니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하아.”
이실라 론 카말 공녀는 답답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쟁은 끝났다지만 이후의 일도 걱정이었고,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는 이곳에 온 것이 불안하기만 했다.
세상을 넘나든다는 것도 익숙지 않은 그녀였기에 그런 부분도 무시 못 했다. 게다가 요즘 들어 무슨 일이 자주 생기는지 웅삼을 보기 쉽지 않은 때가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진천.
그녀 입장에서는 그가 가장 부담이었다. 사실 그에 대해서는 이야기만 잔뜩 들었었다. 시에라 제국의 황제와 동급이라는 설명만으로도 잘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막상 보고 나니 더 복잡했다.
보자마자 주먹질부터 했으니 뭔가 무게라든지 위엄이라든지의 것들을 느낄 새가 없기도 했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강하다는 것.
누군가 가우리 전력의 절반은 진천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장에서 그가 앞장을 선다면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비슷한 예로 카말 공국의 공왕이자 그녀의 아버지인 바사 공왕이 전투의 앞장서는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그가 앞장서면 참모진의 속이 썩어 들어간다.
언제 유인이나 함정에 걸릴지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저런 압도적인 강함이라면 언제나 든든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옷이 참…….”
날이 더워져 제이가 챙겨준 옷을 입었지만, 팔다리가 많이 드러나는 옷을 입기는 어려웠다. 상처가 꽤 많은 탓에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자꾸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이다.
물론 평소 그런 것을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외부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었기에 시원한 탱크탑 위에 얇은 블라우스를 걸치고 다녀야만 했다.
그때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골목으로 접어들면서 몇몇 사내가 그녀를 향해 접근해 왔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네.”
눈앞에 흑인 남성이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행동과 달리 발걸음부터 시작해서 그의 몸짓 하나하나가 꽤 수련을 거친 이 같았다.
뒤쪽을 차단하며 나선 남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터폴입니다.”
“인터폰?”
“인터폴이요.”
“아, 경찰.”
잠시 통역기가 혼선이 있었는지 이상하게 들려왔다. 아무래도 저쪽 대륙에 없는 새로운 단어 같은 것은 몇 번에 걸쳐 들어야 해석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욕 같은 경우 그대로 들리기 십상이었다.
“뭐, 비슷합니다. 참고인 자격으로 동행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들의 행동은 부드럽다기보다는 강압이 느껴졌다.
“바빠서.”
“안 됩니다.”
비켜 걸어가려던 그녀의 앞을 다른 사내가 막아서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강압적이었다.
“후.”
이실라 공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들어 웅삼 일행이 이런저런 사고를 쳤는지 절대적으로 사고를 치지 말라는 고지가 있었다. 어쩌면 이들이 웅삼 일행의 여파로 이렇게 접근해 오는 것일지도 몰랐다.
순간 이실라 공녀가 발을 박찼다.
“엇!”
“Shit!”
순간 당황한 사내들이 마치 바람처럼 빠져나가는 그녀를 향해 팔을 뻗었다. 순간 이실라 공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역시 나풀거리는 옷은…….’
겉에 걸친 블라우스가 나풀거리다가 사내의 손에 걸렸다. 그녀가 워낙 빠르게 움직이던 덕에 그대로 찢어져 버렸다.
찌이이익!
“쯧.”
그녀가 혀를 찼다.
길게 찢어진 블라우스는 더 이상 입고 있을 만한 것이 못 되었다. 투덜거리던 그녀가 몸에 걸쳐 있던 블라우스의 조각을 벗어서 던졌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색 탱크탑을 걸친 그녀의 몸을 본 사내들이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킨 것이다. 물론 몸매가 아름답기는 했다.
상당한 볼륨감은 어디 가서 구경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몸 위에 아로새겨진 상처들은 더더욱 구경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스미스의 이마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모조리 자상이다. 그것도 시기나 형태가 다른 무기로 만들어진.’
상처의 형태를 보자마자 스미스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몸에 새겨져 있는 상처들은 그녀가 만만치 않은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더불어 드러난 몸에 박힌 근육이 그저 보디빌더나 만들어내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모두 조심히 제압한다.”
스미스의 말에 사내들 역시 잠시 몸매와 상처에 빼앗겼던 시선을 돌리고 그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런 사내들의 모습에 이실라 공녀가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조금씩 움직여 나갔다.
몇몇 사내가 품에 손을 넣었다.
순간 이실라가 먼저 발을 박찼다.
퍽!
“커억!”
그대로 튕겨 나간 이실라 공녀의 발차기가 앞에 있던 사내의 명치를 파고들었다. 발이 박힌 사내는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입을 쩍 벌리며 눈을 부릅떴다.
그와 동시에 이실라는 숙여진 사내의 머리끄덩이를 당기며 그의 등을 타고 옆으로 구르며 발을 뻗었다.
우직!
“크으윽!”
위에서 아래로 크게 동심원을 그리며 내리꽂히는 발길질을 막았던 사내의 팔이 그대로 부러지며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사내들은 이실라 공녀가 여자임에도 긴장을 놓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미 두 명이 그대로 나가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녀를 만만히 보는 이들은 없었다.
달려든 사내가 손발을 짧게 뻗었다. 마치 잽과 같은 동작이었지만 구부러진 손가락이 그 위험도를 높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실라 공녀는 그대로 주먹을 뻗어내었다.
콰드득!
“컥!”
사내는 제멋대로 꺾인 손가락을 부여잡았다. 쇠갈고리가 해머에 제대로 찍힌 모습과 같았다.
순간 그녀의 발이 그의 낭심을 후려쳤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사내는 그대로 붕 떠서 날아가 엎어졌다. 이후는 새우마냥 몸을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스미스가 입을 떡 벌리며 중얼거렸다.
“뭐야……. 킬빌이라도 찍는 거야?”
(168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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