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825
197화 경찰25시
-이거 레알임?
-오, 쩐다!
-유부남 불륜 크리!
진천의 스캔들 기사가 가져오는 파급력은 상당했다. 하나가 올라가자 순식간에 수많은 기사들이 복제 재생산되어 나갔다. 당연히 고진천 일행이 퍼스트 엔터 사무실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이미 전창걸 대표로부터 전화가 엄청나게 와 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냐는 말이야!”
건물 입구에서부터 전 대표가 흥분을 한 채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일행은 그가 흥분해서 떠들어대는 것보다는 다른 것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보다 저건 뭡니까, 대체.”
이승배가 멍한 표정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쪽에는 매대가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사람들이 인증샷 비슷한 것을 찍고 있었다. 승배의 질문에 매대 쪽에 있던 직원이 난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지시입니다.”
매대 위에는 호러 관련 이미지와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꺅꺅거리며 기념품을 사고 있었다. 물론 그 제품들은 모두 퍼스트 엔터의 계단 유령 관련 상품들이었다.
“진짜 여러 의미로 대단하다.”
광호가 혀를 찼다.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절망하거나 포기하는데 전 대표는 이것마저 수익 사업으로 연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쪽의 관광객을 보니 무언가 이쪽 관련 패키지 상품으로 온 모양이었다.
심지어 매대 옆에는 유령 관련 상품뿐 아니라 퍼스트 엔터 관련 연예인 상품도 있었다.
“꺄아!”
당연 고진천의 팬도 있는지 몰려들어 그의 사진을 찍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진천이 입을 열었다.
“일단 들어가지.”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관광객에게 잠깐 포즈를 취해주고 사인을 해 준 진천이 걸음을 옮기자 전 대표가 울상을 지으며 따라 들어갔다.
“흐음.”
전 대표가 보여준 기사는 이미 오면서 봤었다.
일부 기사는 이전에 판도라 멤버와 찍은 사진 중 세인과 진천의 컷만 빼내 편집된 것들도 있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요! 알아보니 해당 기자가 직접 인터뷰를 들었던 거라던데!”
전 대표가 흥분해서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진천이 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언제.”
“아까 거 어디 마을 회관에서 인터뷰했다면서!”
“했지.”
“이런 일이 있다면 내게 미리 말을…… 아니지, 이 양반아, 건들 애가 없어서 우리 세인이를!”
심지어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진천의 멱살을 잡기까지 했다.
물론 정확히는 손만 댔다. 손을 대는 순간 우루에게서 쏟아진 살기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전 대표 입장에서는 엄청난 시도를 한 것이기는 했다.
“영상 있지?”
“예.”
진천의 말에 광호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까 낮에 있었던 취재 영상이었다. 그 영상에는 연애는커녕 세인이나 그에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봤지?”
“그, 그럼 이 기사는?”
진천이 입가를 끌어 올리며 전 대표에게 말했다.
“털어.”
“네?”
진천이 다시 한 번 말을 이었다.
“이와 관련된 모든 놈들. 털란 말이다. 영혼까지 탈탈.”
허연 이를 드러낸 진천의 모습에 전 대표는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승배와 광호 그리고 트렌든은 혀를 찼다.
“이젠 매스컴도 이용할 줄 알고…….”
“그러게요.”
“이렇게 삼촌에 의한 희생자들이 추가되는군.”
트렌든이 고개를 내저으며 리셀을 바라보았다. 뭔가 하는 모양을 보았는데 이것을 위해서였던 것이다.
지금 인터넷은 두 가지 기사가 떠 있었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금과 같은 스캔들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태왕기와 관련된 진천의 언급이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기사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바로 스캔들 기사가 조작이라는 대대적인 공세의 시작이었다.
* * *
“야이, 개새꺄! 어떻게 된 거야!”
“부, 분명히 들었습니다!”
스캔들이라는 특종을 물어온 기자는 편집장에게 욕이란 욕을 종류별로 먹고 있었다. 분명 아까만 해도 좋았다.
이슈가 될 일을 먼저 터트렸으니 말이다.
그것도 남들보다 빨리 터트린 것이었다. 그런데 저녁 시간이 지난 지금 축배를 들어야 할 시간에 지금 난리가 났다.
낮의 인터뷰 자리에 있었던 다른 매체 기자들이 스캔들 관련 언급은 없었으며 이 기사 자체가 조작된 것임을 앞다투어 증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바로 낮의 인터뷰 풀 영상이 퍼스트 엔터 측에 의해 공개되었던 것이다.
“너 혼자 딴 데 갔다 왔냐? 여기 어디에 결혼한다는 말이랑 속도위반했다는 말이 나오느냐고!”
편집장의 악다구니에 기자는 울상을 지었다. 자신의 귀에는 분명 똑똑히 그 내용이 들렸다. 하지만 지금 공개된 영상에는 그런 언급이 아예 없었다.
“이거 조작이란 말입니다! 음성 조작한 거라고요! 제가 분명히 들었다고요! 다른 놈들 확인해 보시면 되잖습니까!”
“후욱! 이거 조작이다 이거지?”
“제가 미쳤습니까? 이렇게 들통 날 짓을 하게? 그랬다면 그냥 카더라 하고 냈죠!”
워낙 억울해하는 모습에 편집장은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전화를 들었다. 그러고는 여기저기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바닥이야 하나 거치면 전부 아는 사람들이다.
한참을 통화하던 편집장이 방 안에서 나오자 스캔들 기사를 물어왔던 기자가 당당하게 질문을 던졌다.
“제 말이 맞죠? 그 새끼들 돈 발라서 다른 기자들 입 막으려 한 거라니까요!”
“너.”
“예!”
“짐 싸, 이 새꺄.”
“예?”
“짐 싸라고!”
순간 편집장의 외침에 멍한 표정을 짓는 기자였다. 그런 기자에게 편집장이 다시 한 번 몰아쳐 갔다.
“이거 소송 들어온다니까 씨파, 니가 다 감당해, 새꺄!”
“그, 그걸 왜…….”
“위에서도 연락 왔어. 너 때문에 입은 타격 우리도 다 민사 넣을 거란다.”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증거가 한두 개도 아니야! 거기 있던 애들도 녹취록이 있고 한데 다 같은 내용이란다. 조작은 무슨!”
편집장이 쏟아낸 말에 순간 이 일을 벌인 기자는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 날 아침 이례적으로 스캔들에 대한 사과 기사문이 대대적으로 실렸다. 물론 그냥 슬그머니 기사를 내린 곳도 있었지만, 그들은 전부 법무법인의 연락을 받고 울상들을 지었다.
이건 다른 스캔들과 달랐다. 아니면 말고 할 게 없었다. 사건 자체를 조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사실로 인해 같은 기자들은 물론이고 진천의 팬과 판도라의 팬들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
그리고 일을 벌인 기자는 늦은 밤 복면을 쓴 괴한에게 이빨을 털렸다.
* * *
“다, 다행이다.”
송가은 작가는 정정기사들을 보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스캔들 기사를 본 순간 얼어붙었던 것이다. 물론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다.
그녀는 생기를 되찾고 대본을 열심히 수정 중에 있었다.
비록 뮤직드라마지만 그들의 진면목을 아는 지금 영원히 기억에 남길 작품을 만들고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손길이 멈추었다. 밝았던 표정 역시 어두워졌다. 끝을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이 다시 그녀의 얼굴을 어둡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집필을 해나갔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일에 열중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가 누군가를 부르려다 멈칫했다.
“수진이는 촬영 나갔지.”
보조인 박수진 작가를 찾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대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그녀가 소개해 준 경찰25시의 작가로 들어간 것이다.
“일단 그럼 자료 정리는 나중에 받아야겠네.”
가은이 다시 대본에 집중했다.
* * *
“이 사건으로 우리 경찰은…….”
서준모 경장이 말을 마치자 피디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 내렸다.
“오케이! 됐습니다!”
흡족한 외침에 서 경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 못해먹겠다.”
“왜요. 잘 하시드만요.”
“됐어, 자식아!”
최후배 경장의 말에 서 경장이 얼굴을 구겼다. 그때 서 경장이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정말 잘하셨어요.”
서 경장이 인사를 건넨 이는 바로 박수진 작가였다.
“아뇨. 두서없이 한 이야기를 이렇게 잘 정리해 주셔서 편히 할 수 있었습니다.”
“호호호!”
서 경장의 인사치레에 수진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래서 말인데 식사나 같이 하실까요?”
“예?”
서 경장의 말에 수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 경장이 말을 거들었다.
“사실 우리가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거 듣고 보니까 이쪽 관련 대본을 하나 쓰신다고 들어서. 뭐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요.”
최 경장의 말에 수진의 얼굴이 환해졌다. 사실 이 경찰25시를 한 이유도 그런 의미가 있었다.
“뭐 나중에 우리가 딱 그 뭐시냐 모델로 된 영화가 나올지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최 경장이 다시 한마디 덧붙이자 수진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졌다. 이런 거라면 사실 그녀가 부탁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그녀 역시 이번 일을 하면서 현직 경찰들과 끈을 만들어두려고 있었다.
그래야 나중에 자료를 수집할 때 도움이 되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 특수부에 있던 후배가 오는데 아마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서 경장이 한마디 던지니 그녀로서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의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야 제가 더 감사하죠! 빨리 정리하겠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환한 얼굴로 정리를 하는 그녀를 보며 서 경장과 최 경장은 슬며시 미소를 주고받았다.
고기가 냄새 좋게 구워지자 다들 술잔을 들어 올렸다.
“자, 박 작가님 대박을 위하여!”
“에이, 아직 멀었어요!”
“뭐 들어보니까 로드무비 멋진 거 나오겠드만.”
손사래를 치는 수진에게 최 경장이 진심이라는 듯 응원의 말을 던졌다. 아닌 게 아니라 꽤 재미있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서 경장님은 원래 정상적이었다면 꽤 직급이 높으셨겠네요?”
서 경장은 그녀의 말에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그가 해낸 일들을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일들이 많았다.
“이 양반은 강등하기 위해 진급하는 거라니까요!”
“닥쳐!”
최 경장의 말에 서 경장이 윽박지르며 다시 웃음이 와하하 쏟아졌다. 계급이 깡패인 세상에 존재가 깡패인 서 경장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김창진 경위가 지나가는 투로 말을 흘렸다.
“참, 그러고 보니 송가은 작가님하고 잘 안다고 들었는데.”
“아하하! 그게 아니고 제가 지금 송 작가님 밑에서 보조일 하고 있거든요.”
“아, 그래요?”
김 경위가 너스레를 떨며 맞장구치자 최 경장이 잘 모르겠다는 듯 말을 붙였다.
“송가은 작가가 누굽니까?”
“그 모르냐? 화인! 화인을 쓴 작가가 바로 송가은 작가 아니야.”
“그래요? 그럼 박 작가님도 화인에 참여했겠네?”
최 경장이 몰랐다는 듯 말을 덧붙이자 수진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이야아! 이거 몰랐네? 사실 우리도 화인은 엄청 좋아하는 작품이라.”
“그래요?”
“그래. 이번에 태왕기도 준비한다고 해서 엄청 기대하고 있지.”
“사실 그것도 있지만 뭔가 더 재미있는 걸 준비하시나 보더라고요.”
“그래? 뭔데?”
서 경장이 슬며시 묻자 수진이 뭔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에이, 그건 자세히 말씀드리기가 뭣해요.”
“뭐, 우리야 그쪽과 상관도 없는 사람들인데 뭐.”
최 경장이 수진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을 돌렸다. 그러자 수진이 입이 간지러운지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고구려 시대 야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하시나 봐요. 물론 그 주인공은 고진천 씨 같고요.”
“그래?”
최 경장이 맞장구를 치자 수진이 한 마디 더 던졌다.
“재미있는 건 그 야사에 나오는 인물 이름도 바로 고진천이에요.”
(198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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