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833
205화 이것이 전투다
투투퉁!
화살이 연달아 날아왔다. 진천의 환두대도가 연달아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내는 순간 좌우에서 웅삼과 제라르가 달려들었다. 말고삐를 당기는 순간 진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역시나 전마가 아닌지라 마법을 썼어도 그 동작이 굼떴다.
제라르의 공격을 튕겨낸 뒤 웅삼의 검격을 받으며 그대로 몸을 띄웠다.
콰쾅!
단지 쇠끼리의 부딪침이었음에도 폭음이라 불릴 만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진천을 태웠던 말은 비명을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제라르와 웅삼 역시 바닥으로 내려섰다.
그들 역시 진천과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들을 태운 말은 방해만 될 뿐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방에서 쏟아지는 기세에 자꾸만 오줌을 지릴 뿐이었다.
우루의 활이 다시금 시위를 튕겨내었다.
이어 화살이 또다시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우루의 손은 좀체 쉬지 않았다. 누군가 본다면 화살은 재지도 않고 그냥 기타나 하프를 치듯 현을 튕길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엄연히 그의 손에는 화살이 들리고, 그 화살은 시위를 떠나 진천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따당! 땅! 땅!
진천이 환두대도와 팔 하박에 매달린 완갑 형태의 작은 방패로 화살을 연이어 튕겼다. 그 사이로 제라르와 웅삼이 연달아 칼을 휘두르며 파고들었다.
누군가 본다면 우루의 화살에 뒤통수가 꿰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겠지만 둘은 전혀 그런 염려를 하지 않는지 화살의 비 속에서도 진천을 향한 공세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믿음에 부응하듯 화살들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그들을 피해 오로지 진천만을 향해 날아들었다.
카가가각!
제라르의 검을 비껴내려는 순간 그의 검이 진천의 환두대도를 마치 뱀이 휘감아 오르듯 타고 올랐다.
순간 진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찰나의 순간을 잡아둔 것이지만 그 시간은 웅삼에게 있어 길고도 긴 순간이었다. 섬광이 진천을 향해 쏘아졌다. 그 순간에도 제라르의 검은 진천의 환두대도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진천은 끈덕지게 매달리는 제라르의 검을 뿌리치는 것을 포기하고 오히려 함께 맴돌리며 방향을 바꾸었다.
“칫!”
카가가가!
불똥이 튀며 진천이 이끄는 방향으로 끌려간 두 자루의 칼 위를 웅삼의 장도가 두들겼다.
“쓰읍!”
제라르가 적당히 시간을 잡아주었건만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진천을 공격하는 것은 둘이 아니었다.
그 틈을 타 화살 한 대가 진천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웅삼은 그 기회를 틈타기로 했다. 한 손은 묶여 있는 상황, 피하든 반대편 팔에 달린 완갑으로 튕기든 해야 한다. 한 걸음 물러서면 그것은 이들에게 틈이 된다.
웅삼이 반대편 허리춤에 있는 소도를 뽑아 드는 순간 제라르가 검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기교가 아닌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미.
물론 힘 자체로는 진천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우루의 화살을 피하는 순간 웅삼이 공격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충분히 진천의 힘이 분산되고도 남을 것이다.
화살이 진천의 안면에 닿는 순간 웅삼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에이 씨!”
욕설과 동시에 웅삼이 몸을 뒤로 뺐지만, 그보다 한발 앞서 진천의 이마가 그의 콧잔등을 두들겼다.
빠악!
“크윽!”
코가 뭉개지며 핏물이 비산했다.
진천이 날아든 화살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뒤틀며 튕겨내었다. 말이 쉽지 머리통으로 화살을 받아낸 것이다. 그것도 우루의 화살을 말이다.
그렇게 고개를 숙여 튕기며 웅삼까지 받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웅삼은 그대로 당하지 않고 몸을 뒤로 튕기며 발길질로 진천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쾅!
진천의 머리통이 웅삼의 일격에 휙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웅삼이 혀를 찼다. 제라르의 동공이 커졌다.
“어?”
진천이 웅삼의 일격을 맞는 동시에 손등으로 제라르의 볼따구를 후려친 것이다.
쩌억!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타격에 세 사람은 서로 일격을 주고받고는 이리저리 나자빠졌다. 사이좋게 주고받은 듯했지만, 이쪽은 우루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진천에게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살짝 비틀린 균형을 되찾으며 내려선 진천에게 우루가 쏘아 올린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것을 피하며 진천이 우루를 향해 내달렸다.
퉁! 퉁! 퉁!
마찬가지로 우루가 옆으로 반원을 그리며 달렸다.
물론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화살을 뽑아 시위에 걸고 당겼으며 놓았다.
날아드는 화살을 막으며 진천은 우루를 향해 접근해 갔고, 그의 뒤를 웅삼과 제라르가 각자 무기를 꼬나 쥐고 따라붙었다.
마치 그 행적이 소용돌이를 연상케 하듯 맴돌았다.
하지만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자 우루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가 다시 화살 한 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같이 번개와 같은 속사가 아니었다.
팽팽히 당겨진 활.
우루가 진천을 향해 활을 겨눈 채 뒤로 튕기듯 땅바닥을 박찼다. 그리고 그의 지척까지 따라붙은 진천이 따라서 박차 올랐고, 또 그 뒤를 제라르와 웅삼이 따라 뛰었다.
“흡!”
우루의 눈이 부릅떠지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던 시위가 놓이며 화살이 날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튼튼해 보이던 시위가 ‘탱!’ 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지면서 우루가 들고 있던 활이 휘리릭 하며 말려 들어갔다.
피식!
끊어진 시위가 우루의 볼을 긁고 지나갔다.
핏방울이 금세 배어 나왔다.
하지만 우루의 시선은 그를 따라 뛰어오른 진천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의 뒤꽁무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천의 환두대도가 그 화살의 화살촉을 두들기는 순간 우루가 허공에서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환두대도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따앙!
귓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쏘아져 간 화살이 방향을 바꾸어 진천의 허벅지로 날아가 박혔다. 하지만 진천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대로 우루를 향해 손을 뻗어갔다.
우루가 쏘아낸 화살에 담긴 힘이 대단하였기에 그것을 튕겨낸 환두대도를 휘두르기에는 시간적으로 모자람이 있었던 것이다.
손을 뻗은 진천의 모습에 우루가 눈가를 찌푸리며 환두대도를 빠르게 뽑아내었지만 휘둘러 가는 중간에 진천의 손에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
“니런! 썅!”
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우루가 잡힌 손목을 잡아당기자 아직 허공에 떠 있던 진천의 몸뚱이는 너무도 쉽게 딸려갔다. 괴력만으로는 우루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딸려가는 진천의 입가에 미소가 서리는 것을 보고는 우루의 얼굴 위로 낭패가 밀려왔다.
진천이 너무 쉽게 딸려왔다.
그가 우루를 스치며 그의 몸뚱이를 발로 걷어찼다.
“큭!”
진천이 땅에 처박히는 순간 그에게 걷어차인 우루가 다급히 환두대도를 당겨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런 우루의 눈앞으로 잔뜩 얼굴을 찡그린 웅삼과 제라르가 그에게 각자의 무기를 휘둘러 오고 있었던 것이다.
콰콰쾅!
세 명이 공중에 얽히며 바닥으로 처박혔다.
그 순간 다시 몸을 일으킨 진천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일 먼저 진천의 사냥감이 된 것은 바로 웅삼이었다. 웅삼은 재빨리 몸을 튕기며 일어섰지만, 그 순간 진천의 발이 바닥을 쓸었다.
쩌억!
“크윽!”
오금에 진천의 발길질이 와 닿는 순간 장작 패는 소리와 함께 웅삼의 몸이 옆으로 돌았다. 다시 땅바닥에 처박힌 웅삼의 몸통 위로 진천의 발바닥이 내리 찍혔다.
콰직! 쿠쿠쿵!
웅삼의 몸뚱이가 땅바닥을 파고들며 박혀 들어갔다.
그 순간 제라르가 뒤에서 검을 찔러왔다.
진천이 몸을 틀자 검이 그의 옆구리를 살짝 갈랐다. 찰갑의 철편이 우두둑하고 뜯겨져 나가며 핏줄기가 뿜어졌지만, 진천의 표정은 조금의 일그러짐도 없었다.
“제엔장!”
오히려 공격을 한 제라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옆구리를 가르고 지나간 제라르의 뒷목을 진천의 손이 단단히 부여잡았던 것이다.
동시에 제라르의 안면을 노리고 솟구쳐 오르는 진천의 무릎을 남은 한 손으로 막아보았다.
콰앙!
진천의 무릎을 막은 팔이 탈골되며 제라르의 몸뚱이가 마치 어린아이가 던져낸 인형마냥 너풀거리며 위로 튕겨 올랐다. 그런 제라르의 몸뚱이를 향해 진천이 어깨를 들이밀며 몸통박치기를 했다.
퍼엉!
마치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솟구쳐 올랐던 제라르의 몸뚱이가 뒤로 튕겨 날아갔다.
미처 피하지 못한 말과 함께 제라르의 몸뚱이가 뒤엉켜 굴렀다.
하지만 진천도 온전하지는 못했다.
뒤이어 달려든 우루의 수도가 진천의 어깨를 후려친 것이다.
콰직!
우루의 수도가 내려찍힌 곳의 찰갑이 우둑하며 철편을 뿌렸다.
수도가 아니라 마치 도끼로 후려친 것 같았다. 충격을 흡수하고 튕겨내기에 용이한 찰갑의 효용성도 우루의 수도에는 무소용이었던 것이다.
진천의 한쪽 무릎이 충격에 의하여 살짝 구부려지자 우루의 다른 손이 진천의 오금을 잡아끌었다. 어깨를 내려찍은 수도는 그대로 내리누르며 말이다.
균형을 잃은 진천의 몸뚱이가 뒤로 무너져 내리자 우루가 내리누르던 수도를 떼며 팔을 접었다. 그대로 체중을 진천의 위로 실으며 팔꿈치로 명치께를 찍어 내린 것이다.
하지만 균형을 잃고 뒤로 나자빠지는 순간에도 진천은 손바닥으로 우루의 팔꿈치를 쳐냈다.
콰콰콰쾅!
둘의 몸뚱이가 바닥에 내리박혔다.
우루의 체중을 실은 팔꿈치는 애꿎은 바닥만 박살을 내며 파고들어 있었다. 진천이 몸을 튕기며 발바닥으로 우루의 볼따구를 찍었다.
피식!
우루가 얼굴을 틀었지만, 진천의 못 신에 얼굴 한쪽에 구멍이 숭숭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점점이 피가 차오르며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우루는 오히려 저돌적으로 전진하며 주먹을 날렸다. 동시에 진천도 주먹을 날렸다.
쾅! 쾅!
진천의 머리가 돌아가고 우루의 머리 역시 뒤틀렸다.
서로 한 방씩 주고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몸은 오히려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더 가까이 다가섰다.
쾅! 쾅! 쾅!
마치 성벽 위를 투석기가 두들기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얼굴 몸통 가릴 것 없이 서로의 주먹이 오갔다.
마치 권투만화에서나 볼 법한 주먹의 우격다짐이었다.
그 균형을 깬 것은 바로 진천이었다.
우루의 주먹을 고개를 틀어 비껴냈다. 하지만 우루 역시 진천이 날린 주먹을 고개를 돌려 흘려버렸다. 하지만 주먹을 회수하는 우루와는 달리 진천은 거기서 한 걸음을 더 나아갔다.
턱!
“니엔장!”
우루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흘려냈다 생각한 진천의 팔이 그대로 우루의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 깊숙이 들어오는 진천의 발과 엉덩이.
아차 하는 순간 우루의 몸뚱이가 진천의 엉덩이 등을 기준점으로 해서 맴돌려졌다. 마치 유도의 메치기를 연상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무리는 달랐다.
그대로 팔을 휘감은 채로 체중을 실어 맴돌아 내리는 우루의 몸통을 내리찍었다.
콰콰쾅!
먼지가 자욱하게 뿜어져 나왔다.
허공에 들렸던 우루의 두 다리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어느새 진천의 손에는 환두대도가 다시 들려 있었다.
온몸이 넝마가 되고 피가 범벅인 모습.
하지만 그의 표정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무뚝뚝함 그대로였다.
그것이 오히려 더한 공포로 다가왔다.
진천이 남은 적들을 향해 내달려갔다.
상처 입은 맹수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전투의 마지막을 알리는 승전곡과 같았다.
“허…….”
어느새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전투를 바라보던 강 피디의 입이 떡 벌어진 채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그뿐이 아니었다.
매번 촬영할 때마다 같은 반응이었지만, 오늘은 더했다.
강렬하다는 말로는 모자랐다.
“처절하구나.”
처절함이었다. 전투가 주는 원초적인 처절함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 사이. 컷을 외쳐야 할 강 피디와 스태프들은 그대로 멍하니 승자들의 함성을 들으며 서 있었다.
(206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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