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858
230화 웅삼의 테러
“택배 주십시오.”
“아저씨가 우중만이우?”
일단 웅삼이 퉁명스럽게 대했다. 하지만 검은 양복의 사내는 사무적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에게 주시면 됩니다.”
“아저씨가 누구인지 알고 줍니까? 안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원래 계획은 웅삼이 대문 안에 들어간 후 안쪽에서 문을 열어주면 택배를 건네거나 혹은 이걸 들고 들어갈 때 문을 열면 그때 진천과 리셀이 들어가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예 대문 밖에서부터 택배를 받으려는 걸 보아하니 안쪽으로 전달되기 전에 택배를 까볼 작정인 것이다. 웅삼이 인상을 팍 쓰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흠. 안 되는군.”
“드라마를 너무 보셨습니다.”
진천이 실패를 쿨 하게 인정했다. 그런 진천에게 리셀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원인에 대한 지적을 했다.
“큼.”
진천이 딴청을 했다.
그의 말대로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쉽게 침투하는 것 같기에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는…… 아니, 그것보다 아무 때나 써먹어서 통할 게 있고 통하지 않을 게 있다는 것만 확인한 셈이 되었다.
처음에는 리셀을 이용해서 침입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기어 들어가야 우중만 의원이 긴장을 안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단 작살내는 게 속 편하고 그런 건 진천의 특기지만 여러모로 후폭풍을 맞을 이들 때문에 이렇게 번거로운 짓을 하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 등 여러 콘텐츠의 악영향도 있었고 말이다.
일생이 하드 고어 액션인 진천에게 나름 이런 방식은 꽤 즐길 만한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때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에이 씨!”
웅삼이 택배를 받으려는 이의 안면을 받아버렸다.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택배를 집어던지고 저택을 향해 외쳤다.
“우중만 개새끼!”
순간 경호원들이 웅삼을 잡으러 뛰어나왔지만 웅삼은 그대로 날듯이 도주해 사라져 버렸다.
“커컥!”
“괜찮아?”
순간적으로 벌어진 사건에 경호원들이 얼떨떨한 얼굴을 하였다. 웅삼에게 불의의 일격을 받은 이는 주저앉은 콧잔등을 매만지며 눈물을 찔끔 흘리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닥에 나뒹구는 상자로 다가가자 경호원 중 하나가 경고성을 터트렸다.
“야! 조심해!”
“이렇게 내동댕이쳤는데 별거 있겠어?”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상자를 조심스럽게 뜯어보았다.
“에이 씨…….”
순간 상자를 뜯은 사내의 얼굴이 마치 똥 씹은 것처럼 변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동료 경호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거봐, 조심하랬잖아.”
“아, 망할…….”
상자에서 나온 건 딱 봐도 변이었다. 독특한 건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진짜 똥 맞아?”
“몰라, 촉감 더러워.”
“냄새는 안 나는데?”
“에이 씨, 냄새 안 나면 똥 아니냐? 왜 찍어 먹어보게?”
기왕 선물할 거 똥이나 먹으라는 심정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생산자는 물론 웅삼이었다. 거기에 귀한 리셀의 냄새 제거 마법이 부려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냄새 안 나는 똥이 탄생한 것이다.
“아이 씨.”
똥을 만졌던 사내만이 얼굴을 구길 뿐이었다.
그때 저택 문이 열리며 누군가 나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누군가 택배로 위장한 똥을 집어던지고 갔습니다!”
문밖에 있는 경호원의 대답에 질문을 던진 사내가 얼굴을 구겼다. 똥을 집어던지고 갔다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내가 다시 질문을 했다.
“잡았어?”
“놓쳤습니다!”
“걘 얼굴이 왜 그래?”
“제대로 받혔습니다. 코가 뭉개졌어요!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잘한다!”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정문 쪽 경호원들이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저택 문을 열고 나왔던 사내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교대하면 각오해! 그리고 저 자식 병원에 데려가!”
“알겠습니다.”
사내는 상급자인 듯 그렇게 상황 지시를 한 뒤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 코를 잡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이에게 동료 경호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야, 아무리 기습을 당했어도 그렇지, 이게 뭐냐?”
“크윽. 피할 수가 없었어. 정말 아무것도 못 했다고.”
“그래도 그렇지…….”
“미치겠네.”
“우리야말로 미치겠다. 이게 뭐냐? 있다가 다 작살나게 생겼구만.”
한숨을 푹푹 내쉬는 동료의 모습에 코가 뭉개진 사내가 울분을 터트렸다.
“그놈 잡기만 해봐라! 사지를 박살 내버리겠어!”
“어서 병원이나 가봐.”
“나 참. 이걸 뭐라고 하냐.”
문을 닫고 들어온 사내가 툴툴거리며 조심스럽게 보고를 했다.
“그냥 단순 테러입니다.”
그러자 보좌관이 심각한 얼굴로 되물었다.
“테러? 그게 어떻게 단순 테러입니까!”
안 그래도 테러라는 말에도 심장이 철렁거리는 터에 경호실장의 보고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경호실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어떤 놈이 택배를 위장해 좀…….”
“말하십시오.”
보좌관이 꼭 들어야겠다는 듯 노려보자 경호실장이 말을 이었다.
“똥을 든 상자를 던지고 밖에 있는 경호원을 들이받고 그대로 튀었답니다.”
“……똥이요?”
“네. 똥입니다.”
“그런데 놈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경찰 의뢰할까요?”
“……일단 보고부터 하지요.”
“그럼 전 이만.”
경호실장이 바삐 자리를 비우자 그야말로 똥 씹은 얼굴을 한 보좌관이 한숨을 내쉬며 서재로 갔다. 그러자 그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안에서 우중만 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문을 열고 들어선 보좌관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우 의원이 창밖을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단순 테러…….”
“테러가 단순한 거야!”
예상했던 대로 우 의원이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눈을 찔끔 감은 보좌관이 그대로 전달했다.
“누가 똥 든 택배를 들고 오려다 저지받고 도주했다고 합니다.”
“또, 똥?”
우 의원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어떤 놈이야!”
“놓친 듯합니다. 그런데 경찰에는…….”
“왜! 똥 받았다고 광고할 일 있나! 앙!”
“아닙니다.”
“똥이라니…….”
안 그래도 쌓인 게 많은데 누군가 똥을 보내왔다는 말에 더 열이 받은 우 의원이었다.
그때 문에서 삐거덕 소리가 났다.
“문도 제대로 안 닫고 다니나?”
우 의원의 말에 보좌관이 당황한 얼굴로 문을 다시 닫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우 의원이 숨을 몰아쉬며 붉어진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그때 테러 이후로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마음이 풀리지 않는지 욕설을 내뱉는 우 의원의 안색은 그리 좋지 못했다. 정치를 한 이후 그래도 조금은 점잖은 행색을 보였던 그였지만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다 보니 본래 성격이 튀어나온 것이다.
“죄송합니다.”
거듭 고개를 숙이는 보좌관을 본 우 의원이 한숨을 내뱉고는 의자에 앉았다. 아니, 앉으려 했다.
털푸덕!
“어이쿠!”
순간 우 의원이 의자에 앉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보좌관이 놀라 그에게 달려갔다.
“괘, 괜찮으십니까!”
바닥에 나뒹구는 우 의원과 그를 부축하려는 보좌관, 그리고 그런 둘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정확히는 의자를 붙잡고 있는 고진천과 그를 보며 머리를 긁적이는 리셀이었다.
물론 둘은 투명인간이었다.
* * *
“아, 정말 이게 다라니까요!”
서준모 경장의 집요한 질문에 박만구는 복장이 터진다는 듯 가슴을 두들겼다.
그런 만구에게 서 경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뱉었다.
“야, 먼지와 범죄의 공통점이 뭔지 아냐?”
“뭐, 뭔데요.”
만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묻자 서 경장이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털면 터는 대로 나온다는 거.”
서 경장의 말에 만구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그런 만구에게 최후배 경장이 어깨를 두드려 주며 위로하듯 말했다.
“우리 편하게 가자.”
“아니 대체 뭘 수사하시기에 그럽니까? 막말로 이거 수사해서 뭐가 남습니까?”
“넌 새꺄 똥 치우는 데 이유가 있냐? 더러우니까 치우는 거지.”
“아, 진짜!”
“좀 더 털어봐.”
“아, 진짜. 이건 안 하시는 게 좋아요! 정말 두 분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저도 직감이란 게 있는데…… 이거 정말 냄새가 좋지 않다고요! 아니, 위험해요!”
“나도 직감이 있는데 니가 다시 내 손에 잡혀서 들어갈 거 같다.”
“에이 씨.”
울상을 지은 만구가 한숨을 푹 쉬더니 할 수 없다는 듯 그들에게 다짐을 받았다.
“이거 저한테 들은 거라고 하면 안 돼요.”
“막말로 소문에 불과한데 뭣하러 널 파냐? 안 그래?”
“그건 그런데.”
“말해봐.”
“사실 이런 일이 전에 없던 건 아닌데. 이 정도로 많은 기획사나 방송국 쪽에서 광범위하게 움직인다는 건, 담합 같은 건 아닙니다.”
“그럼?”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게 우중만 의원 아세요?”
“알지.”
“그 양반이 움직인 거 같아요.”
만구의 말에 최 경장이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 듯 얼굴이 환해지려했지만 서 경장이 그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잘 모르겠다는 듯 말을 뱉었다.
“그 양반이 왜? 그 양반 요즘 자중하고 있는 거 아냐?”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건데. 그 양반이 좀 여자를 밝혀서.”
“그런데?”
“거 그룹 판도라의 제이에게 찝쩍거리다가 차였잖아요.”
“그런 게 있었나?”
“뭐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 이후 뭐가 보복이 잘 안 돼서 앙심을 품은 거죠.”
그의 말에 서 경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국회의원이 그만한 힘이 있나?”
“국회의원이라서가 아니라 우중만 그 양반이니까 가능한 겁니다.”
그의 말에 서 경장의 눈이 신중해졌다.
“뭐가 다르냐?”
“에이 씨, 정말.”
말하기 싫어 죽겠다는 듯 얼굴을 구긴 만구가 체념한 듯 말을 이었다.
“명산실업 알죠?”
“모르면 간첩이지. 꼭 털어버리고 싶은 애들이고.”
“그 뒤에 우 의원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요.”
“고객이 아니고?”
“저도 이번에 움직임 보고 안 건데.”
만구가 입가를 오므리며 말했다.
“우중만이 명산의 실질적 주인이고 고객인 척 포장해서 여러 의원들 구린 일을 봐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만구의 말에 서 경장이 눈을 둥그렇게 뜨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정말이야? 넌 그걸 어떻게 알아?”
“제가 이 바닥에 몇 년인데. 운이 안 좋아서 그렇죠, 나름 인맥도 있고 키운 애들도 여럿이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실제 만구가 완전 사짜는 아니기는 했다.
“여하간 나도 반은 짐작이니까, 더는 모릅니다.”
“그래. 알았다.”
“에이. 정말 나 팔면 안 됩니다!”
알았다는 듯 카페를 벗어나려는 만구에게 서 경장이 가보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231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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