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901
273화 분투
서 경장이 달려들 듯 하자 사내들이 코웃음을 치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때 서 경장이 방향을 틀어 담벼락으로 달려갔다.
“잡아!”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사내들이 재빨리 서 경장을 향해 달려갔다. 대열이 흐트러진 순간 서 경장이 그대로 담벼락을 박차고 그를 잡으려 달려오던 사내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컥!”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뒤따라 달려오던 사내가 코에서 피를 뿌렸다. 이어 서 경장이 골목에 놓여 있던 쓰레기봉투를 그대로 집어 던졌다.
“썅!”
뒤이어 달려오던 사내가 욕설을 뱉으며 날아오는 쓰레기봉투를 다급히 피했다. 하지만 허술하게 묶여 있던 쓰레기봉투가 찢어지며 쓰레기들이 비산했다.
그런 사내의 안면으로 서 경장의 무릎이 그대로 직격했다.
뻐억!
마치 골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엔 비명도 없었다. 그저 썩은 고목 넘어가듯 그대로 넘어가 자빠졌다.
“이 개새끼들 내가 쫄로 보이냐!”
독기 서린 서 경장의 외침에 사내들이 잠시 움찔했지만, 말 그대로 잠깐일 뿐이었다.
사내들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잡아!”
몇몇이 서 경장을 잡기 위해 들러붙었다. 그러나 서 경장 역시 쉽게 잡히지 않겠다는 듯 몸을 틀며 손바닥으로 정면에 다가오는 사내의 뺨을 후렸다.
짜악!
“악!”
타격력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정신이 몽롱해질 만한 타격이었다.
이어 고통으로 뺨을 부여잡은 사내의 머리채를 잡은 서 경장이 그대로 잡아당겼다.
“끄아아아!”
우둑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채를 잡힌 사내가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비명에도 서 경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휘둘러 반대 방향으로 팽개쳤다.
“어쿠!”
“억!”
고통에 머리를 부여잡은 사내가 원심력에 의해 튕겨져 가며 그쪽에 있던 두 명과 함께 뒹굴었다.
세 명의 사내들이 뒤엉킨 쪽으로 서 경장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사내들을 발판 삼아 짓밟고 나간 서 경장이 그대로 도주를 시도한 것이다.
“억!”
사내들을 밟고 지나치는 순간 서 경장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들을 타 넘다가 발목이 잡힌 것이었다.
와당탕하며 서 경장이 그대로 허공에서 나동그라졌다. 그와 동시에 달려든 사내들이 발길질을 날렸다. 순식간에 서 경장의 몸 위로 발자국들이 새겨졌다.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린 서 경장이 양팔로 머리와 배를 보호하였지만 쏟아지는 발길질을 모두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서 경장은 그중 하나의 발을 움켜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 이 새끼 봐라!”
다리를 잡힌 사내가 당황하면서도 한마디 뱉었지만 서 경장은 그대로 잡은 다리를 비틀었다. 다리에서 우둑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내질러졌다.
“으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사이 사내의 다리를 팽개치며 담벼락으로 붙은 서 경장의 안면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피했다.
콰앙! 우직!
“크아악!”
서 경장이 피하자마자 주먹이 담벼락을 후려치면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왔다. 이어 찢어지는 비명이 골목을 흔들었다. 그들의 비명 때문인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사람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뭐해! 한 놈 가지고!”
누군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 와중에 서 경장은 옆구리를 맞고 비틀거렸다. 그런 서 경장의 배와 안면으로 주먹과 발이 다시 날아들었다.
“크흡!”
서 경장의 안면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다. 눈두덩이는 마치 밤처럼 퉁퉁 부었다. 하지만 그 사이로 빛나는 눈동자에는 여전히 독기가 서려 있었다.
아니 오히려 피로 물든 안면에 핏물이 지저분하게 묻은 채 악다문 이빨이 더 독이 올랐다는 걸 나타내고 있었다.
“이 새끼!”
순간 누군가가 품에서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옆구리를 향해 내질렀다.
“흡!”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옆구리를 쑤시는 느낌에 서 경장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개새끼. 그러니까 그냥 적당히 갈 것이지.”
서 경장이 뒤돌아보니 아까 그에게 머리채를 잡혔던 사내였다.
“조…….”
서 경장이 악다문 이빨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조까!”
동시에 그 사내의 머리채를 다시 잡고는 그대로 이마로 머리를 받아 버렸다.
빠아악!
“컥!”
사내의 안면이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서 경장의 공격은 끝이 나지 않았다. 또다시 피로 물든 이마로 들이받았다.
빠악!
비명은 없었다. 하지만 동공이 풀린 사내의 입에서 핏물에 범벅이 된 이빨이 허공에 솟구쳤다. 그리고 또 다시 박치기를 하려는 순간 서 경장의 머리를 무언가가 두들겼다.
퍽!
“이런 씨…….”
세 번째 박치기는 없었다.
반쯤 풀린 시선으로 비틀거리는 서 경장의 손에서 해방된 사내가 그대로 허물어져 내렸다. 서 경장이 흐느적거리며 뒤돌아보자 삼단 봉을 든 사내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확 죽여 버릴라.”
“……죽여……봐.”
비틀거리던 서 경장이 옆구리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힘이 빠진 그의 주먹에 맞아 줄 이는 없었다.
빠악!
이번에는 삼단 봉이 서 경장의 뒷목을 강타했다. 동시에 서 경장이 풀썩 허물어지며 무릎을 꿇었다.
“흐으…….”
입가에서 새어 나온 핏물이 침에 섞여 길게 늘어져 내렸다.
“흐으으.”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씨팔. 이 새끼 어서 실어.”
서 경장이 쓰러지자 사내들이 그의 몸을 그대로 업었다. 사내들에게 업혀 가는 서 경장의 몸에서 끈에 묶인 돌멩이 하나가 툭하고 떨어졌다.
흐릿한 눈으로 떨어진 돌멩이를 바라본 서 경장이 안타까운 생각을 했다.
‘저주 푸는…… 건데.’
하지만 더 이상의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서 경장을 실은 차가 출발을 했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한 차량에서 휴대전화 하나가 던져져 바닥에 튕겨져 나갔다. 주인을 잃은 휴대전화는 알 수 없는 번호가 계속 울릴 뿐이었다.
* * *
“안 받는데요?”
이승배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광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안 끝난 거 아닐까요?”
그러자 고진천이 다른 명함을 주며 말했다.
“이쪽으로 해 보도록.”
다른 명함은 바로 최후배 경장의 것이었다. 승배가 다시 전화를 걸자 몇 번 울리지 않았음에도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최후배 경장님이십니까?”
승배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자 답변이 들려왔다.
[누구십니까?]“저 그게요…….”
[장난이면 죽는다.]왠지 날카로운 음색에 승배가 움찔거렸다. 그때 진천이 그의 스마트폰을 뺏어 들었다.
“장난 아니다.”
[폐하!]스마트폰에서 울려오는 사극 톤의 음성에 승배도 광호도 혀를 내찼다. 왠지 그들이 아는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 들었다. 감찰 어쩌고에 갔었다고?”
[아……예.]왠지 죄진 듯한 목소리였다. 정확히는 힘 빠진 음성.
“고생했군.”
[죄송합니다.]“서 경장은?”
[같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눈길도 있고 해서 각자 헤어졌습니다.]“언제지?”
진천의 질문에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잠시 뜸을 들인 최 경장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얼마 안됐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전화를 안 받더군.”
[아마 이 번호면 모르는 번호라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음.”
최 경장의 말에 진천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대로일 수 있었다. 통화 내역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승배의 전화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다.”
[예. 그럼 옥체 보존하십시오.]전화를 끊은 진천이 스마트폰을 승배에게 건네주었다.
“나왔답네까?”
우루의 질문에 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더군.”
“아 새끼 연락은 와 안 받습네까?”
“이 동네는 잡스런 연락이 가끔 온다.”
그때 진천의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왔다. 역시 모르는 번호였다.
“혹시, 대포폰일지 모릅니다.”
대포폰이라면 안전하다. 그래서 진천에게 연락을 해 왔을 수도 있었다. 진천이 전화 통화 버튼을 눌렀다.
[고진천이지?]“누구냐.”
낮설은 음성. 진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낮선 사내의 음성이 이어졌다.
[네놈의 자식을 우리가 데리고 있다. 야, 어서 바꿔 줘!] [엉엉엉! 아버지 살려 주…….] [자식새끼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당장 돈부터 부쳐라!]“…….”
승배는 한숨을 쉬었고, 광호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옆에 있던 우루가 멍한 표정으로 질문을 했다.
“여서 아도 낳았습네까?”
“…….”
진천이 우루를 향해 잠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아부지 살려주세요! 닥쳐 이 새끼! 야! 돈 안 붙이면 팔을 잘라 버릴 거다! 계좌번호 문자로 넣어 줄 테니까…….]진천은 그대로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이런 게 있다. 보이스 피싱.”
진천의 말에 우루는 여전히 의심을 감추지 못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결국 맞았다.
그때 승배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어? 최 경장입니다.”
승배가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약간 굳은 최 경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저, 접니다.]“말씀하세요.”
[그, 준모 형님 저도 통화가 안 됩니다. 집에도 연락해 봤는데 도착도 안 했고 연락도 없다고…….]최 경장의 말을 들은 진천이 리셀을 보며 말했다.
“가 보도록. 밖에 있을 테니 문제없겠지.”
“알겠습니다.”
리셀이 그대로 몸을 숨기며 추적 마법을 활성화시키며 밖으로 나갔다.
* * *
“이거 꼴이 왜 이래?”
“저항이 좀.”
옆구리 쪽에는 칼이 박혀 있었고,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다. 잡아온 이들도 상태가 멀쩡하지는 않았다. 몇몇은 이가 나갔고 하나는 다리를 절었다. 코가 부러진 것 같은 이도 보였다.
“열 놈이 가서 이따구로 당하고 와?”
“죄송합니다. 최대한 상하지 않게 데려오려다 보니 저항이 좀…….”
“이게 최대한 상하지 않은 거냐?”
천성일의 다그침에 사내들은 고개를 숙였다.
혀를 찬 성일이 말을 이었다.
“나 갈 테니까, 좀 털어 봐. 그리고 의사 보내 줄 테니까 상한 놈들은 치료 좀 받고.”
“여기서 말입니까?”
“그럼? 어디 가서 맞았다고 광고할래? 대충 치료 받고 움직이란 말이야! 어차피 묻을 거라도 일단 저 새끼 숨은 붙여 놔야 할 거 아냐! 옆구리에 구멍 그냥 놔둘래?”
성일의 고함 소리에 사내들이 찔끔하며 고개를 숙였다.
“가자, 유 실장.”
성일이 뒤따라온 유성원을 끌고 창고를 나섰다. 그 뒤를 따르던 성원이 걱정 섞인 음성을 질문을 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알아서 하시겠지. 뭐 눈 밖에 난 형사 하나 어떻게 된다고 문제 될 일도 아니야.”
“그렇다면야…….”
“가자고. 아직 처리할 게 많잖아.”
“예.”
성일이 차에 타며 투덜거렸다.
“쓸 만한 놈들을 다른 곳으로 돌렸더니 꼬라지가 개판이야.”
“어쩔 수 없잖습니까.”
“준비는?”
성일의 질문에 성원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끝났습니다. 오더만 내리시면 됩니다.”
“그래? 그럼 동시에 시작하라고 해. 지금.”
“알겠습니다.”
성일의 명령에 성원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274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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