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917
289화 대화가 필요해
“shit…….”
마이클이 안색을 구겼다.
연락을 받고 돌아와 보니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잡아 두었던 존은 없고 지키라고 두었던 요원들은 마치 RPG게임의 악당들 마냥 복도에 줄줄이 나자빠져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감시카메라 영상이 있는 곳에 도착해서 확인을 했다. 기억에 있는 인물이다.
“제다이…….”
섬에서 마치 광선검처럼 빛나는 칼을 들고 휘둘렀던 금발의 사내다. 문제는 그가 어떻게 여길 알고 덮쳤냐는 것이다.
“벌써 존과 교감이라도 있었나?”
만약 그렇다면 존을 구해 간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 스미스가 안색을 굳히며 되묻자 마이클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며 대답했다.
“망하는 거지.”
“젠장!”
마이클의 말에 스미스가 바닥을 발로 콱콱 밟으며 소리를 쳤다. 만약 존이 먼저 선점을 했다면 자신의 쓰임새는 사라진다. 이미 사고는 쳤다. 온전히 일을 수습해도 위에서의 징계를 피하기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더 답이 없다.
“어떻게 하지?”
스미스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묻자 마이클이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며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강행해야지.”
“다 들통났을 건데?”
“그러니까.”
“무슨 수가 있는 거야?”
마이클의 대답에 스미스가 뭔가 희망이라도 본 듯 되물었다. 그러자 마이클이 서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은퇴 자금이나 받아야지.”
“뭐?”
“처음 계획대로 쓸어버리고 딜을 해서 끝내는 거야. 그냥 알아서 징계 받고 현금 좀 챙기고 프리로 움직이는 게 최선이지.”
“젠장.”
마이클의 대안에 스미스는 다시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마저도 우리가 확보 못하면 뒤는 없다고.”
“젠장 알고 있다고!”
“그럼 추적할 수 있다면 해야지. 마침 명산에서 그들 일행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마피아들을 보냈다고 하니까.”
그때 뒤에서 누가 뛰어오더니 마이클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한국 경찰이? 명산을 왜? 미스터 우가 커버하기로 했잖아.”
귀엣말을 들은 마이클이 얼굴을 굳히며 되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스미스가 안색을 굳히며 물었다.
“뭐 무슨 문제 있는 거야?”
“한국 경찰이 명산실업을 타깃 삼았다더군.”
“왜?”
스미스의 반문에 마이클이 그 소식을 가져온 요원을 바라보았다. 스미스의 시선 역시 그를 향했다.
“한국 경찰을 납치했다가 실패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의 가족 역시 납치하려다 실패했습니다.”
“흐음. 그건 조금 곤란하긴 하겠지만 그걸 가지고…….”
“납치했던 인원들이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양쪽 모두요.”
“…….”
마이클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납치 미수가 아니라 납치하러 간 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도 그렇겠지만 특히 한국은 이런 강력 사건에 민감하다. 물론 그 덕에 세계에서 꼽히는 범인 검거율을 자랑하는 것이지만.
“이런 머저리 같은 놈들.”
안색을 굳힌 마이클이 전화를 들었다. 몇 번의 신호가 간 뒤 받는 소리가 났다.
“미스터 유.”
[예, 유성원입니다.]“지금 뭐하는 건가.”
[…….]답변이 없었다. 미간을 찌푸린 마이클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자의 수하들을 잡아들이는 건 어떻게 됐나.”
[문제가 있습니다.]“경찰에 표적이 된 거 말하나? 그건 나도 알고 있다고! 일 처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빌어먹을 상황을 만드는 거야!”
마이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건너편에서 넘어오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러는 그쪽도 지금 문제가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그의 말에 마이클이 얼굴을 구겼다.
“여길 감시했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유성원의 대답에 마이클이 이를 악물고 되물었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한 명을 잡기 위해 백오십이 동원되었습니다.]“뭐? 그런데? 설마 놓쳤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머저리라는 걸 광고하는 거라고.”
마이클이 으르렁거렸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마이클의 말에 할 말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달랐다.
[일곱 빼고 다 죽었습니다. 그중 다섯은 아직 깨어날지 모르는 상황이고.]“뭐?”
[제 영어 발음이 이상합니까? 죽었다는 말 발음이 이상한가 보군요.]“일곱이 죽었다고?”
마이클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투박하지만 마치 어린아이들이 학교에서 발표 하는 것 같은 어투로 단어를 또박또박 끊어 가며 대답해 왔다.
[7명. 빼고. 전부. 죽었습니다.]“What…….”
그 순간 누군가가 전화기를 뺏으며 한국말로 거칠게 퍼부었다.
[다 죽었다고 이 개새끼야! 그러니 징징 대지 말라고! 니들도 처 발린 거 아니까 좀 닥치고!]“…….”
마이클은 멍했다.
한국말로 들려온 말 때문은 아니었다. 분명 중간에 욕설이 섞인 것 같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다시 전화기가 되돌아갔는지 유성원의 음성이 다시 이어졌다.
[농담이면 좋겠지만 사실입니다. 그것도 한 명에게 다 죽은 겁니다.]그 대답에 마이클이 웃었다. 어이없음에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온 것이다. 스미스가 물었다.
“왜? 놓쳤대?”
“비슷한데.”
“이런 병신들!”
스미스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스미스에게 마이클이 이게 믿어지느냐는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백오십 명 중 일곱 빼고 다 죽었다는데.”
“일곱이 죽은 거겠지.”
“…….”
스미스의 말에 마이클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를 보며 스미스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걸 말이라고 해? 저쪽 중동에서 폭격을 해도 그만큼 죽지 않는다고!”
“일단 현장을 봐야겠어.”
마이클이 얼굴을 굳히고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 * *
“후우.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
창고 밖에 앉아 있는 천성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수습을 말했지만 이건 수습의 범위를 넘어섰다. 따지면 그들이 피해자는 맞는데 이 상황에서 피해자라고 떠들기도 힘들었다.
그때 저 멀리서 자동차 불빛이 보였다. 그의 수하들이 잔뜩 긴장한 채 우루루 몰려나왔다.
차는 한 대가 아니었다. 여러 대의 차가 멈추며 건장한 사내들이 차에서 내렸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한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던 성일이 목소리를 높였다.
“거기! 들여보내!”
성일의 말에 조직원들이 허리를 꾸벅 숙이더니 물러섰다. 그러자 마이클과 스미스 그리고 처음 보는 자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현장은?”
마이클의 질문에 유성원이 착잡한 얼굴로 그들에게 따라오라며 손짓을 했다.
“Oh my God…….”
누군가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흘렸다. 맨 앞에 현장을 목격한 마이클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대체 뭘로 이렇게 만든 거야? 창고에 가둬 놓고 기관총이라도 갈긴 거야?”
용병들 중 하나가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떠들어 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이클은 한쪽 무릎을 꿇고 시신을 확인했다.
“칼이야…….”
그때 누군가가 뭔가를 집어 올리며 대답했다.
“그런 것 같긴 한데. 이게 가능해?”
용병이 들어 올린 것은 누군가의 팔이 분명했다. 절단면이 깔끔했다. 다들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저건 또 뭐야! 곤충표본도 아니고!”
그 놀란 외침에 마이클이 시선을 돌려보니 창문 아래에 쇠파이프로 고정되어 매달려 있는 시신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한 명이 한 게 맞다고?”
마이클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하자 뒤에서 묵묵히 서 있던 성원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장난쳐? 그걸 믿으라고?”
용병 하나가 거칠게 말을 내뱉으며 다가왔다. 그러나 성원은 담담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생존자의 증언이었습니다. 그리고 밖에 서 있는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한 명만 들어가는 게 찍혀 있었습니다.”
“혹시 그자 아닌가?”
“고진천은 아닙니다.”
“슈트! 그래! 슈트를 입었을 거야!”
스미스의 말에 몇몇 용병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하지만 성원은 모호한 얼굴로 손에 들린 태블릿을 보여 주었다.
“가슴팍에 빛이 나는 그 슈트는 아닙니다. 이게 슈트라면 모를까.”
성원이 들려준 태블릿에서는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에서 창고 입구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계웅삼은 갑주를 입고 있었다.
“이것도 일종의 슈트 아닐까?”
“알 수 없지.”
용병들이 태블릿을 보며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사이 마이클은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었다. 뭔가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었다. 이건 세계적 이슈거리다. 이정도 인원이 살해당한 건 금세기 들어 유일할 수 있었다.
하루나 이틀.
그 안에 잘 마무리해야 했다.
“할 수 없지.”
마이클이 안색을 굳히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밖으로 향했다. 담배를 연신 피워 대고 있는 성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모르는 다른 일이 또 있나?”
“그러는 나도 좀 알아야겠어. 거긴 또 무슨 일이야.”
성일 역시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성일의 모습이 가소롭다는 듯 마이클이 입을 열었다.
“그건 알 필요 없지 않나?”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다 까놓고 이야기하자고.”
중간에 통역을 하는 성원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순화해서 통역을 할 수도 없었다. 뉘앙스라던지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그게 가능하지도 않았다.
그때 마이클의 뒤에서 스미스가 권총을 꺼내며 굳은 얼굴로 끼어들었다.
“이거 봐. 우린 저런 몽둥이 가지고 장난이나 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그 순간 멀리서 철컥하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왔다. 동시에 창고에 있던 용병들이 일제히 각자 소지한 총기를 뽑아 들었다. 그러는 사이 어둠에서 이 긴장을 만들어 낸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남아인?”
마이클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질문하듯 말을 내뱉었다.
동남아인들이 각자 총기를 들고 이쪽을 향해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뿐 아니라 한국 조직원들 역시 다들 총기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워우. 총은 장난감이 아니라고.”
스미스가 약간 굳은 얼굴로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동남아인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알아. 그리고 지금 서로 방아쇠를 당기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거라는 것도.”
그 대답을 한 것은 아킬리노였다. 그리고 또 다른 대답은 성원에게서 나왔다.
“여기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은 기본적으로 군사훈련이라는 걸 받습니다. 그걸 아실 텐데요. 총이 신기한 줄 아는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 말에 마이클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총 내려.”
“마이클…….”
“저 친구들도 준비가 철저하니 더욱 긴밀히 협조할 필요가 생겼어.”
마이클의 말에 스미스는 물론이고 용병들도 총을 내렸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이들이 다시 물러갔다.
분위기가 다시 소강상태로 변하자 성원이 입을 열었다.
“비록 총기가 동원되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은 아직도 꿈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서로 뭔가를 숨기고 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겁니다.”
성원의 차분한 말에 마이클이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군. 일단 듣는 이들이 좀 적었으면 좋겠어.”
마이클의 말에 성일이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성원이 그를 제지했다. 그리고는 먼저 앞서며 말했다.
“이쪽에 조용한 공간이 있습니다.”
마이클은 스미스만을 대리고 이동했다. 그리고 성일은 성원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밖의 용병들과 조직원들은 아직도 서로를 경계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창고에 딸린 경비원들 숙소였는지 퀴퀴한 냄새가 났다. 먼저 들어선 성일이 물었다.
“왜 말려?”
성일은 굳이 이 안으로 들어올 필요가 있나 싶은 모양이었다. 밖이라면 자신들이 좀 더 유리한 상황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그러자 성원이 말했다.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 저쪽에 문제가 있으니 들어오자는 걸 겁니다.”
“그래?”
“그리고 우린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고요.”
그사이 마이클과 스미스가 안으로 들어섰다.
(290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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