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918
290화 동업자들
“지금 장난해?”
성일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자 성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일단 참으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참아? 지금 저놈들이 하는 짓은 우리보다 더하다는 걸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해?”
마이클의 설명은 간단했다.
미 정보부의 한국 지부장을 억류했었는데 탈출했다. 설명은 간단했지만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막말로 뒤를 봐줄 수 있는 건수라 판단하고 일을 벌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 역시 대놓고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단지 한국 정보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을 이용한 줄 알았는데 말이다.
얼굴이 벌게진 성일에게 성원이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일은 이미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르신의 입지도 지금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어쨌든 지금 목표를 달성해야 뭐가 되도 될 겁니다. 그건 우리뿐만이 아닐 겁니다.”
성원이 마이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근덕거리던 성일이 자리에 앉았다. ‘그래. 뭔가 대비책이 있겠지.’하는 생각에서였다.
성일이 좀 가라앉자 마이클이 다시 설명을 이었다.
자세히는 일을 저지르고 난 뒤의 수습은 어떻게 한다 정도의 이야기였다. 그 와중에 중국에서 넘어온 북한 출신 군인들에 대한 내용까지 말이다.
“간첩? 지금이 쌍팔 년도 인 줄 알아!”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쌍팔 년도는 아니지만 여당 측에서 적절히 이용해 먹을 만한 것도 맞고요.”
“아무리 그래도…….”
“작업은 정치인들과 마이클의 뒷배라는 이들이 알아서 해 줄 겁니다. 다만 저 친구들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군요.”
“그건 무슨 말이야.”
“어떻게 되었든 저들 역시 상당히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밀어붙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일말의 책임은 있겠지요. 그 부분은 어르신께 일임하고 우리는 이들의 서포트를 제대로 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미치겠네.”
“어차피 포장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성원의 거듭된 설명에 성일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우리도 조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성일의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러자 마이클이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을 들은 성일이 우중만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도 지금 어쩔 수 없다.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었다. 죽어 나간 게 한둘도 아니었고, 또 이젠 경찰도 적으로 돌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럴 때는 국익이 될 만한 부분을 만드는 게 최선이었다.
그건 단순한 성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잘 생각해 보면 이 상황이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들의 지금 상황을 덮을 만한 패가 생긴 것이니까 말이다. 여기서 때로 죽어 나간 사건은 우중만 의원만으로 어떻게 덮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이걸 그들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어르신 접니다.”
* * *
우중만 의원이 벌떡 일어서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
안 그래도 더글라스 상원의원이 직접 전화해 줘서 약간 고무된 상황이었다. 그를 통해 미국의 군수회사의 커넥션에 한 발을 걸칠 수 있게 되리라는 꿈에 부풀었던 것이다.
그런데 천성일에게 걸려온 전화는 청천벽력이었다. 알고 보니 저들이 저지르는 일의 규모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뭐? 간첩?”
우 의원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될 거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간첩 관련해서 크게 떠들었던 적도 있다. 그와 연관해서 그림을 만들면 된다.
새삼 나쁠 것도 없었다. 지금 북한과는 화해 무드도 아니었다. 그리고 또 정치라는 게 뭔가. 건수가 있으면 이걸로도 타협이 가능했다. 심지어 북한과도 말이다.
그 건수는 미국에서 해야 할 것이다.
잃을 게 없다는 거다. 지금 연락이 닿은 더글라스 상원의원 같은 경우 자신과 달리 그 커넥션이 대단했다. 충분히 그럴 힘이 있는 존재였다.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을 정리한 우 의원이 나직한 음성을 내뱉었다.
“이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확보할 것만 확보해. 그리고 확실한 거지?”
우 의원의 말에 천성일이 약간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예. 확실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들을 돕기 위해 지원했던 우리 인원이 크게 상했습니다.]“뭐야? 뭘 또 어떤 실수를 한 거야!”
우 의원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빠르게 답변이 들려왔다. 마치 준비한 변명을 하듯 말이다.
[백오십 명이 한 명에게 당했습니다. 신병기의 실체를 확인한 셈입니다.]“허? 백오십? 장난해? 제대로 일을 저질렀구만. 후우. 어쩔 수 없지 일단 지방 병원에 분산해서 입원시키고…….”
[몇 명 빼고 다 죽었습니다.]“…….”
우 의원이 할 말을 잃었다. 백오십 명이 몇 명 빼고 다 죽었다는 말에 충격을 먹은 것이다. 그때 천성일의 음성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서 이들이 더 매달리는 겁니다. 대단한 것일수록 나눠 먹을 수 있는 것이 크잖습니까. 진통은 있지만 그건 제가 뒤집어쓰더라도 하는 게 맞습니다. 어차피 크게 걸고 크게 먹는 겁니다.]“허어…….”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이 뒤집어쓰겠다는 말에 우 의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미묘했다. 그 정도로 큰 건이라면 지금처럼 벼랑 끝에 몰린 자신의 처지를 확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죽인 게 아니라 죽은 거다.
아무리 조폭이라지만 죽였다면 모를까 죽은 거라면 수습이 가능하다. 또 그걸 빌미로 더 얻어 낼 만한 것이 있을 수 있었다.
“좋아. 단, 물건이든 사람이든 우리가 확보해야 해. 무슨 소린지 알지?”
[예, 놈들이 다른 소리 못하게 해야지요.]“그래. 알았어. 문제 생기면 바로 보고 하고. 지금 내가 해 줄게 뭐가 있지?”
우 의원의 말에 천성일이 약간 뜸들이다가 어렵게 말문을 이었다.
[그 형사가 탈출했습니다.]“뭐야!”
[아마도 그들이 빼낸 것 같습니다. 어르신을 노리는 게 그놈들이 분명합니다.]“으음.”
어느 정도 가능성이 높다 생각했다.
[경찰을 막아 주십시오. 정보부가 움직였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오래는 못해.”
[어차피 내일 안에 처리할 것입니다. 이쪽도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겁니다. 다만 소란은 어쩔 수 없습니다.]“결과만 따와! 전쟁이 벌어져도 그쪽이랑 이쪽이랑 함께 커버 치면 돼! 결과를 만들어!”
[명심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우 의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보좌관을 불렀다. 이제 바빠질 수밖에 없다. 말이 안 먹히면 지금까지 가진 패를 모두 써서 협박이라도 해야 했다.
여태 해 오던 일을 접더라도 말이다.
어차피 이 일은 더 할 수 없어졌다. 그가 하는 일이 안전하지 않다는 게 알려진 이상 누구도 그에게 아쉬운 부탁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큰 걸 쥐면 돼.”
우 의원이 눈을 빛냈다.
* * *
“예. 마이클이 제대로 미쳤습니다.”
[그 미친놈이 거기서 그런 짓을…….]“일본 쪽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존의 질문에 잠시 너머에서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고민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때 다시 말이 이어졌다.
[일단 일본 쪽 요원과 중국 쪽 요원을 보내지. 지금 위치는 어떻게 되지?]“일단 마이클의 눈을 피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다른 안가로 갈까 했지만 그쪽도 안전하지는 않아서 말입니다. 일단 이곳 요원들 중 마이클이 장난질해 놓은 이들을 불러 모으겠습니다.”
존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 고민하는 듯 조용해졌다.
“어떻게든 저지르려 할 겁니다.”
[그래도 본부의 말을 완전히 무시 할 수는 없는 거야.]“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존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트렌든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잘된 거야?”
“일단 주변에서 요원들을 받아서 움직이기로 했어. 그리고 본부에서도 마이클에게 연락을 하기로 했고.”
“그럼 다행이네.”
“그런데 나 좀 움직여야 하는데…….”
존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자 트렌든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글쎄. 위험하지 않을까?”
“마이클이 한국을 장악한 건 아니잖아.”
존의 말에 트렌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스미스를 이용해 요원들을 뿔뿔이 흩어놓았을 뿐이니까. 다만 작전에 들어간 이들을 다시 부르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다들 조용히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그 일을 컨트롤하는 이가 존이였다면 연락할 방법이 있겠지만 스미스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래서 미국에 연락해서 일본이나 중국 쪽 요원들을 부탁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일단 허락은 맡아야 해. 알지?”
“알지.”
트렌든의 말에 존은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처음 걱정했던 것처럼 그들이 존을 억류하거나 하려는 생각은 없어보였다.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저러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아닐까.”
그들을 바라보며 정말 슈트나 슈퍼 솔저는 없는 걸까 다시 고민했다. 눈으로는 도저히 구분이 안 갔다. 그렇다고 마법이나 타임머신을 믿기가 쉬운 것도 아니었다.
* * *
“멀리 숨지는 않았군.”
[그래. 다만 이 일의 책임은 져야 할 거야.]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이클이 쓴 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이 마당에 책임을 지지 못하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지. 은퇴식 화려하게 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프리로 뛰게 되면 그때 일 좀 주라고.”
[닥쳐 빌어먹을 자식. 그 일이나 잘 마무리해. 존 입이나 잘 막고.]“Sir!”
마이클이 전화를 끊자 스미스가 다가와 질문을 했다.
“존의 위치를 찾았습니까?”
“존이 벌써 본국에 연락을 했더군.”
“그런데 어떻게…….”
그러면 지금 마이클도 움직이기 곤란해진다.
여기서 독단으로 움직이는 거야 미국의 국익을 위해 현장의 판단을 우선했다고 하면 되지만 본국에서 직접 명령이 떨어진 것을 반항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그를 지우기 위해 요원들이 급파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스미스의 불안감을 읽은 마이클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뒷배만 믿고 움직이는 바보 같아? 마찬가지로 내 위에도 받아먹는 놈들이 있다고. 물론 그것도 더는 못 써먹겠지만.”
“아하!”
“뭐, 이 일 마치고 좀 쉬다가 프리로 가끔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나도 끼워 주는 거지?”
“당연하지. 같은 식구잖아?”
마이클이 스미스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에 알림 소리를 들으며 활짝 웃었다.
“이런 좌표가 왔군. 존 이 집나간 친구를 다시 되찾아 와야 할 시간이야.”
마이클의 말에 스미스가 약간 걱정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이 구했다고 했잖아.”
“음. 그런 걱정은 없을 거야.”
“왜?”
“일단 구한 건 그들이겠지만 내 보기에는 우릴 제어하기 위해 구출한 것으로 보이니까.”
마이클의 말에 스미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스미스에게 마이클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들과 있었다면 뭔가 딜을 할 만한 조건이 본부로 오가지 않았을까?”
“아!”
그럴 법했다. 그걸 못했으니 자신들을 제압하려는 것이고 말이다.
“물론 시간은 없어. 그들과 컨택 되어 있는 건 존이니까. 시간을 끌면 타협을 선택할 수 있다고. 우린 그 사이 존을 잡아서 그의 입을 열어야 해. 우리가 잡아야 할 사냥감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살필 필요도 있고 말이지.”
마이클의 말에 스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모르니까 일단 한 개팀과 저기 저 친구들에게 필리핀 친구들을 소개 받아서 데려가자고.”
필리핀 친구라는 말에 스미스가 살짝 걱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방해 되지는 않을까?”
“쓰기 나름이지 않겠어? 일단 우리가 모자란 건 인원수라고. 현지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여기 현장을 보니 필리핀 깽이라도 있어야 해.”
“하긴. 끔찍하긴 하지.”
“명심해. 한번 실패했어, 우린.”
마이클의 말에 스미스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한다고 동업자.”
스미스가 활짝 웃으며 마이클이 내미는 손을 맞잡았다.
(291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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