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927
299화 산을 나온 호랑이
“이런 빌어먹을.”
한국 정보부 요원들로 파악되는 이들이 덮쳐드는 모습에 미 정보부 요원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우려했던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일을 저지르는 것과 한국 정보부 요원들과 충돌하는 건 일의 차원이 달랐다. 명산실업에서 나온 조직원들이 기를 쓰고 덤벼들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멍청한 놈들! 명산실업이란 곳에서 나온 이들 중에 수배자가 섞여서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거랍니다!”
“경찰?”
사태를 알아보고 온 요원의 보고에 고개를 돌려보니 욕지거리를 던지며 난투를 벌이는 이들이 보였다. 경찰이라고 한 것이 아마도 그들인 듯 했다.
경찰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한국 정보부 요원들은 그들과 함께 파고든 것이고 말이다.
“저 필리핀 인들도 수배가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젠장.”
이를 악물은 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일단 필리핀 조직원들을 뒤로 빼.”
“어디로 말입니까?”
“본부와 함께 움직이라고 해. 우린 여기에 없는 거잖아. 하지만 미 정보부를 대놓고 건드리지는 못할 거야.”
“우리도 빠집니까? 포위를 풀라는 지시는 없었잖습니까.”
머리가 아파왔다. 자신들이 빠진다 해도 문제였다.
“젠장 일단 저 필리핀 조직부터 물려! 시간을 끌어 볼 테니까.”
“어떻게요!”
“보스가 알아서 하겠지!”
버럭 소리를 지른 요원이 마이클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우중만 의원의 얼굴이 벌게졌다.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걸려온 전화로 마이클의 성난 질책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현장 차단을 하기로 한 것은 바로 우 의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이클과 통화를 끊은 우 의원이 보좌관을 향해 머그컵을 집어던지며 외쳤다.
“일이 어떻게 된 거야!”
머그컵이 보좌관을 스치고 날아가 벽면과 들이 받고 박살이 났다. 보좌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명산실업에서 동원한 이들 중 수배자가 있었는데 경찰 하나가 그 조직원을 물고 늘어지며 현장을 범죄 현장이라 단정 짓고 덮친 모양입니다.”
“고작 경찰 하나 때문이라고 하는 거야? 장난해!”
“그게…… 명산에서 납치해서 입을 막기로 했던 이가 바로 그였습니다.”
“뭐?”
“명산실업에서 미리 알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진행 중인 작전이 몇 군데에서 어그러져서…… 하지만 그쪽도 잘한 게 없습니다. 헬기까지 띄웠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지 않았습니까. 그 난리가 나는데도 아무도 안 와 본다면 그것도 말이 안…….”
이어지는 보좌관의 설명에 결국 우중만 의원이 폭발을 했다.
“지금 누가 잘못했는지 그걸 알고 싶다고 했어! 이대로 끝장나고 싶어!”
“죄, 죄송합니다.”
보좌관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의 말마따나 지금 중요한 것은 누구의 잘못이냐가 아니다. 어차피 지금 그들은 한배를 탄 운명이었고, 침몰하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몰락할 것이 분명했다.
“명산에…… 아니야 내가 연락하지.”
우 의원이 이를 악물며 스마트 폰을 들어올렸다.
* * *
쾅!
스마트 폰이 박살 났다.
천성일이 스마트폰을 집어던졌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허리에 손을 얹고 씩씩거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 앞에 있던 유성원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믿었던 미 정보부 요원들과 용병들은 물론이고, 헬기까지 공중에서 폭파되었다는 보고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개 같은 늙은이. 내가 어떻게 해 왔는데!”
성일이 우중만 의원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다였다. 어찌 되었든 이쪽에서 일을 처리 못했던 것이 빌미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서 경장을 놓친 것도…… 계웅삼을 노렸다가 안 되었던 것도 심지어 NS엔터의 박연우의 일까지도.
그야말로 명산실업은 풍전등화였다. 그렇게 거친 호흡을 내쉬며 분기를 누르던 성일이 성원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됐어?”
“경찰 쪽은 모르고 있던 눈치였습니다.”
“제대로 미친 새끼구나.”
“아무래도 한국 정보국이 따라 붙으니 일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서준모라는 형사, 유명하잖습니까.”
그의 이름이 거론되자 성일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가 예전 명산실업과 같은 위치의 거대 조직을 날려 버린 사람이라는 걸, 납치한 뒤에 알게 되었다.
그것도 무식하게 권총으로 뽕마왕이라 불리던 이의 숨통을 끊어 버린 건 이 바닥에서 유명했다. 하지만 그 일로 그의 소문이 잠잠해져서 잊고 있었기도 했다.
실제 서준모 경장은 그 이후 강등을 연이어 하면서 경찰에 회의를 느껴 그냥 적당히 돌아다니기도 했고 말이다.
“정보부야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니까…… 그 마이클이란 친구는 뭐래?”
“지금 그쪽도 계속 통화중입니다. 메시지를 남겨 놨으니 연락 올 겁니다. 일단 현장에서 최대한 막으라고 명령은 해 놨습니다. 어차피 서 경장이란 자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상황이었고 정보국의 인원들이야 소수니까 어떻게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시간 가지고 될까? 이목이 너무 집중되고 있어.”
이미 일은 벌어졌다. 일단 어떻게든 마이클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해야 미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일로 조직원들의 상당수를 희생시켜야 할 판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일이 풀리기만 하면 오히려 더 좋은 도약의 시기를 노릴 수도 있었다.
“일단 어태커 파는 그들의 요청대로 마이클 쪽으로 보냈습니다. 현장에 있다가는 더한 빌미가 될 수 있으니까요.”
“후우. 그러면 일단 경찰 쪽으로 항의를 해서 그 미친놈 빼 가라고 하고…….”
그때 성원의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렸다.
성원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전화를 받았다. 현장에서 온 전화였기 때문이었다.
“뭐?”
순간 성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 변화에 성일이 덩달아 얼굴을 굳히며 질문을 던졌다.
“뭔데? 또 뭐야!”
“뛰쳐나왔답니다.”
“누가? 이번엔 또 누…….”
“고진천입니다.”
성원의 말에 성일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외쳤다.
“거기 틀어박혀 놓고 왜! 대체 무슨 생각으로 뛰쳐나온 거야!”
* * *
“갓뎀!”
요원들은 물론이고 명산실업의 조직원들까지 당황했다.
말 그대로 갑자기였다. 갑자기 뛰쳐나온 고진천과 그 일당들이 아무런 말도 경고도 없이 들이닥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행위였다.
오랜 시간동안 현장을 경험해 보았던 요원이지만, 여기가 중동이나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곳에서 거침없이 손을 쓰는 건 처음이었다.
총을 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달려들더니 베어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들의 대응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었다. 선공은 이쪽에서 했고 헬기까지 동원도 했다. 죽이자고 달려든 것은 이쪽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쪽은 적어도 외부의 눈을 가린 후에 작전을 취한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대놓고 대응을 한 것이다.
마치 테러범들이 뒤는 없다는 식으로 달려들듯이 말이다.
저들이 그냥 그런 이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두에서 달려오는 고진천이라는 이는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핫한 배우였다. 심지어 지금 인터넷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뮤직드라마의 주연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걸 생각해서 숨었을 것이라 판단했는데 지금 보면 그게 아니었다.
“너무 몰아붙인 건가?”
요원 하나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곁에 있던 요원이 씹어뱉듯 외쳤다.
“몰아붙이긴! 저기 들어간 우리 인원들이 어찌 됐는지 연락도 안 될 정도로 당했다고! 헬기까지 이상한 빛으로 격추시킨 놈들이야!”
그의 말에 요원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나왔으니 잡자고. 숨었을 때 두려운 거지 나왔을 때 두려운게 아니야. 저 고대 무사 흉내 내는 미친놈들 따위는 말이야.”
무장을 갖춘 이들이 그대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아악!”
바리케이트 역할을 하던 조직원들은 이미 막아설 만한 상태가 되지 못했다. 고진천의 악명은 그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심지어 계웅삼까지도 알음알음 소문이 돌아 버렸다.
오히려 진천보다 웅삼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전날 있었던 백오십여 명을 학살한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최대한 함구를 시켰지만 이곳에 있는 인원들 일부는 그 현장을 목격했던 이들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튀어나오자마자 사람을 마치 두부라도 베듯 칼로 썩둑썩둑 베어 버리자, 말 그대로 ‘어?’ 하는 사이에 십여 명이 나뒹굴었다. 그걸 보자 대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일부 용감한 이들이 쇠파이프나 일본도 같은 걸로 대들었지만, 그들 역시 순식간에 당했다.
아니 달려든 만큼 먼저 죽어 나갔다.
이쯤 되자 명산실업에서 동원된 조직원들이 이리저리 비명을 지르며 도주를 시작했다. 그나마 일부 정예들은 미국 정보요원들을 믿고 버티고 있었지만 말이다.
고진천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대로 뚫고 간다.”
진천의 울림 있는 외침에 주변에 몰려들었던 이들이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고진천이다!”
“와!”
“고진천 주연인가?”
멀찍하게 떨어져 있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구경꾼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찍으며 탄성을 터트렸다. 그때 일부는 이렇게 외쳤다.
“태왕기 뮤직드라마 방송 시작했는데 그거 홍보 중인가 봐!”
그 외침에 몇몇이 스마트폰을 들어 생방을 시작한 태왕기 뮤직드라마를 틀었다.
“저, 저 사람!”
한국 정보국 소속 요원이 조직폭력배들과 드잡이 질을 하다가 입을 떡 벌렸다. 서준모 경장 역시 입가의 피를 쓸어 내며 그쪽을 바라보곤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저럴까 봐 이쪽으로 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당당했기에 불안했었다. 서 경장이 서둘러 말했다.
“절대 손을 쓰면 안 됩니다.”
서 경장의 말에 요원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안됩니다. 그의 신병을 확보하라는 명령이 이미 떨어졌습니다.”
“젠장, 누가 그런 걸 예상 못해서 이러는 줄 알아! 저 양반들이 당신들이라고 봐줄 줄 아느냐고!”
“뭐요?”
서 경장의 말에 요원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경장을 바라보았다. 그때 귀청을 울리는 소음이 터져 나왔다. 반사적으로 요원들이 몸을 숙이며 각자 소지하고 있던 권총들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이내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 저건 뭐야…….”
한 요원이 얼떨떨한 목소리를 흘리자 서 경장이 씹어뱉듯이 말했다.
“뭐긴 여태 저 양반이 티비에서 보인 건 예능이 아니라 다큐였다고. 조상님이 제대로 노한 거지.”
서 경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제압해!”
미 정보부 요원의 외침에 각자 준비한 화기를 쏘아 냈다. 그리고 명산실업의 조직원들 중 그들의 통제하에 있던 이들 역시 미리 가지고 있던 총기를 이용해 쏘아 대었다.
타타탕! 타탕!
마치 전장을 방불케 하는 소음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총을 쏘기가 무섭게 시야에서 사라진 그들은 이리저리 흩어지는 조직원들을 방패 삼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주차되어 있던 차가 날아왔다.
“우아악!”
“피, 피해!”
콰앙!
차가 날아와 또 다른 차에 처박히며 굉음을 터트렸다. 그 주변에 있던 이들이 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이리저리 흩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뒤로 또 다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컥!”
미국 요원들 일부와 저격수 경험이 있던 조직원들이 저마다 화살에 맞아 고꾸라져 내렸다.
역으로 저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뭔가 명령을 내리던 요원 역시 화살에 맞아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그 모습에 총질을 하던 조직원들이 제일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괴, 괴물이야!”
“에이 씨팔!”
그나마 총기를 들어 든든한 마음을 가졌던 조직원들의 멘탈이 무너지며 도주를 시작했다. 누군가 막을 그럴 시간도 없었다. 아니 그럴 만한 이들이 없었다.
전투는 전열이 무너지면 끝인 것이다.
(300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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