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932
304화 저격
“이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이클의 옆에 있던 요원이 약간 걸리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마이클은 빙글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가 할 걱정은 아니야. 미스터 우가 할 일이고……. 또 이건 군사 작전이잖아.”
“전시작전권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이건 약간 좀…….”
“해석하기 나름 아니겠어? 엄연히 이 나라의 주적인 북한 군인이 상대란 말이야.”
마이클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의사를 표현했던 요원이 피식 웃었다. 하긴 눈 가리고 아웅이기는 했다. 처음 이들이 온 이유도 미국의 최신병기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탈출한 테러분자를 색출하기 위함이란 말로 포장했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작전 역시 그 일환이라고 할 예정인 것이다.
처음에 탈북자 특수부대원에게 희생당한 탈북자의 신원 역시 과학자다. 물론 그리 큰 연관은 없었지만 어차피 그의 희생은 적당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포석일 뿐이었다.
“어쨌든 최대한 빨리 일을 마무리해야 해.”
마이클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질문을 던졌던 요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미 정보부 작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작전에 투입된 인원들은 용병들과 필리핀 갱이었다. 지금 작전에 투입된 요원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우중만이라는 한국의 정치인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시간을 버는 게 전부일 것이다. 첫 번째 작전에서 한국의 요원들의 개입을 확인한 이상 시간은 이쪽의 편이 아니니까.
그 뿐 아니라 저들의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지금 엄청나게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생각을 하던 요원의 표정위로 아쉬움이 번졌다.
‘태왕기. 젠장. 그냥 배우나 할 것이지.’
한국에서 근무하며 한국 드라마를 꽤 접했다.
그런 그에게 태왕기라는 뮤직드라마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어릴 때 닌자 영화나 사무라이 영화를 보고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가졌던 그때의 충격 이상이었다.
개인적으로 팬이었다. 솔직히 마음으로는 총질이 아니라 종이와 팬을 가지고 들어가 사인을 받고 싶었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이 다 오네?”
아만도가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킬리노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그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정신 바짝차려. 우린 놈들에게 던져 주는 미끼니까.”
“나도 안다고.”
아킬리노의 말에 아만도가 히죽 웃었다. 어차피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입장들이었다. 사실 미끼라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장비를 가질 수 있었고, 한국의 공권력으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일을 하청 받는 일 아닌가. 한국 조직들의 하청을 받아 움직이던 때와 비교한다면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단 숨어 다니던 때보다는 나았다. 미끼라지만 오히려 장비나 전력 면에서 상승을 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었다.
다 깨어진 창문 안으로 함께 섞여 들어온 요원들이 뭔가를 집어던져 넣었다. 섬광탄이었다. 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귓가로 시끄러운 명령소리가 들려왔다.
“Go! Go! Go!”
명령과 함께 아킬리노와 아만도가 조직원들을 앞세우며 진입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미끼 역할을 한 이들의 최후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 앞에 있던 이들은 온 몸이 벌집이 되어 나자빠져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허망함만이 남아 있었다.
“아킬리노.”
“보고 있어.”
아만도의 부름에 아킬리노가 얼굴을 굳혔다.
앞쪽의 시신들은 분명 총에 맞아 죽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안쪽의 시체들은 달랐다. 일부는 화살에 맞아 죽었고 일부는 손도끼가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도검류에 맞아죽은 모습. 그것도 일격이었다.
“놈이야.”
아킬리노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아만도는 다른 것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인질이 없어.”
“그 사이에 옮겼다는 건가?”
“처음 진입할 때 상황으로는 그럴 만한 틈이 없었을 건데.”
아만도는 여간 신경 쓰인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때 안을 살피던 요원 역시 상황을 파악했는지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어 용병들이 신속히 안으로 진입했다. 일부는 아직 밖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 다른 헬기 소리가 위쪽에서 울려왔다.
옥상에서부터 진입하는 인원들이었다.
회관 건물 하나에 과한 병력이었다. 하지만 고진천을 겪어 봤던 그들로써는 이 정도 인원이 과하다고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특히 아킬리노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긴장과는 달리 소총을 움켜쥐며 이번은 다를 거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까지 피할 수 있나 보자.”
오십 미터만 떨어져도 던져서 맞추는 것과 비슷한 확률을 가진 힘든 권총과 소총은 사거리나 연사력 등 비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안에 있던 이들 역시 소총으로 무장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자, 가자고.”
요원의 손짓이 아니어도 아킬리노는 자신의 먹잇감을 남에게 넘겨주기 싫었다.
인질을 무시한 작전에 흥분하고 있던 경찰특공대원들에게 낭보가 전해진 것은 그때 즈음이었다.
“뭐 인질들이?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그, 그건 모르겠습니다. 인질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입니다.”
“허?”
인질들이 밖에서 발견이 되었다는 보고였던 것이다.
분명 자신의 눈으로 망원경으로 안을 살필 때 인질들을 보았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발견되었다는 말에 특공대를 이끄는 특공대장은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거 맞아?”
“예! 지금 기자들이 그쪽으로 향했답니다. 그 걸그룹 멤버들을 비롯해 모두 건강한 상태로 발견되었답니다.”
그때 특공대원 중 하나가 질문을 했다.
“대장님, 혹시 고진천 씨는 나왔답니까?”
고진천 이야기가 나오자 특공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대원이 버럭 소릴 질렀다.
“그럼 다 나온 게 아니잖습니까!”
“맞습니다! 고진천 씨가 동료 배우들을 구하러 들어갔잖습니까! 그의 안전도 확보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그때 대장이 이를 갈며 말했다.
“대기명령이다.”
“대장님!”
“젠장.”
대원들의 외침에 대장은 욕설을 내뱉는 걸로 그의 마음을 대변했다. 그때 대원 하나가 안쪽을 살피다가 대장에게 말을 건냈다.
“이상합니다. 지금 입구 쪽의 테러리스트들은 모두 제압된 것 같은데 안쪽으로 들어가는 인원이 과하게 많습니다. 오히려 효율이 안 나올 것 같은데 왜 저러는지…….”
“씨팔 낸들 아냐. 무슨 짓거리들을 하려는지.”
그때 안쪽에서 총성이 다시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긴장해라. 외부에 아직 코드명 머슬아이가 저격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낮게 깔려오는 경고성에 저격수는 대답 대신 마이크 부분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툭! 툭툭!
이따금씩 저격수들끼리 주고받는 손가락 신호만 울려왔다. 그저 일정한 패턴으로 무전마이크 부분을 툭툭 건드리는 것뿐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충분히 담기고도 남았다.
저격수들은 지금 돌입중인 이들과는 다르게 긴장의 끈을 놓고 있지 못했다. 왜냐면 먼저 투입된 두 팀의 저격수들이 가장 먼저 당한 것으로 추측된다는 현장보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저격수들은 그 무기가 활이라 해서 경시하거나 하지 않았다.
이미 소총의 사거리를 넘는 활 역시 일부지만 운용이 되고 있었고, 또 화약 냄새와 소리를 완벽히 감출 수 있는 병기라는 측면에서 무시 못 할 무기가 활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만큼 다루기 위해서는 보통 노력으로는 가능하지 않는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문제는 지금 그들이 상대하는 이들이 바로 그런 단점을 극복한 인물이라는 점에 있었다.
심지어 상대해 보지 못한 유형의 저격수였다.
[드론 떴다.]담벼락에 엄폐를 한 채 테블릿을 살폈다. 시가전에서나 가능한 행동이었다. 드론 운용 요원이 드론을 띠우고 저격수가 해당 드론의 시야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이것이 만능은 아니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은 나름 기존 시야에서 얻지 못하는 것들을 얻게 해 줬다.
“흡!”
순간 드론을 보던 저격수의 동공이 커졌다. 점과 같은 게 날아와 관통하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총알은 아니었다. 화살이 분명했다. 보고 중에서 고고도의 드론을 격추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거짓말이 아닌 듯했다.
더 중요한 것은 드론이 격추된 위치로 보건데 지금 그들이 있는 부근이 분명했다. 고민하던 저격수는 특수 처리된 거울을 들어 올렸다. 물론 햇빛이 반사되지 않게 된 것이다.
장난 같지만 꽤 안전하고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는 도구였다. 하지만 그걸 들어 올리고 얼마 안 지나서 자신의 조심성에 대해 스스로 감사 인사를 하게 되었다.
파삭!
날아온 화살이 담벼락 위로 올려서 비추던 거울을 박살 냈기 때문이었다. 빛이 반사되지 않게 처리를 했음에도 포착한 것이 경이로웠다. 다행인 건 화살이 날아온 곳으로 보건데 이곳보다 낮은 건물이 분명했다.
이럴 땐 담벼락을 방패 삼으면 된다.
물론 담벼락에 붙어서 기대는 짓은 하지 않았다. 대물 저격총이라던지 혹시 그에 준하는 관통력을 가진 걸 가지고 있지 않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몸을 숙이고 무장을 확인하며 다른 이들과 신호를 주고받았다.
일단 그가 아닌 다른 쪽에서 제압하기로 했다. 자신은 여기서 시선을 끄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몸을 비스듬히 누인 채 심호흡을 했다. 너무 티 나지 않게 적당히 눈길을 끌면 되는 일이다.
“흡?”
호흡이 거칠게 끌어올려지는 순간이었다.
퍼억!
몸이 퍼득거렸다. 저격수의 눈동자에 허탈한 감정이 서렸다. 그는 그의 몸뚱이에 박힌 화살대를 잡았다. 심장 어림을 맞아서인지 왠지 힘이 안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마치 옥상에서 녹아떨어지는 고드름처럼 떨어져 내리는 화살들이 점점 가까워져 왔다.
“갓 뎀…….”
피할 수도 없었다. 몸통을 꿰뚫은 화살대가 바닥까지 박힌 것이었다. 한숨이 나왔다. 화살은 곡사 무기라는 걸 잊은 게 이렇게 뼈아플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니 그것을 떠나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알았을까…….
퍼퍽! 퍽!
의문만 남기고 그렇게 두어 대의 화살을 더 맞은 뒤 그대로 생각을 멈추었다.
“맞았구먼.”
일단 하나를 잡은 우루가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숲이나 벌판 혹은 산등의 자연에서 싸우는 것과 이렇게 회색빛 도심에서 싸우는 건 꽤 많은 차이가 있었다.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느껴지는 기척부터가 달랐다. 이렇게 서로를 죽이는 것도 모른 채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 투성이였다.
물론 공성전을 벌일 때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건물과 이렇게 많은 소음 그리고 밀집된 인간들의 숨소리와 소음은 생소했다. 그나마 구분이 가능한 것은 누군가를 향한 살기.
순간 우루가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우루가 있던 자리에 돌이 튀었다.
퍼퍽! 퍽!
뒤이어 저 멀리서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총성.
“쯧.”
우루가 빠르게 몸을 날렸다. 동시에 또다시 서너 발의 총탄이 튀었다. 하지만 몸을 날리는 순간 화살을 빼들며 활에 재었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서기 전에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이런!”
저격수가 빠르게 몸을 숙였다. 그가 있던 곳 주변으로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신기하군. 이게 박혀?”
어디 박물관에서나 가 봐야 볼 수 있을 것 같은 화살이었다. 그런데 어김없이 단단한 콘크리트를 뚫고 박혔다. 거리도 이백여 미터는 떨어졌는데 말이다.
물론 저격수들에게 이백여 미터가 먼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울의 지형 특성상 먼 거리의 저격이 쉽지 않았다. 들쑥날쑥 올라온 빌딩숲. 먼 거리가 확보되지 않는 지형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복잡해서 쉽게 상대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연락이 하나가 끊어졌다.
그게 이상했다. 분명 화살의 위력이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쉽게 당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담벼락에 숨어 이동을 하려던 그의 시야에 누군가 버리기 위해 옥상 위에 올려놓은 깨진 거울이 들어왔다.
“헙!”
거울을 보는 것과 동시에 그의 몸이 앞으로 미끄러지듯 굴렀다.
그가 자리를 비운 곳으로 또다시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젠장, 곡사라니!”
무의식적으로 거울을 보지 않았다면 화살에 꼬치가 꿰인 것처럼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후욱! 대체 내 위치를 어떻게 안거지?”
방향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총을 쏘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담벼락에 몸을 숨긴 상태에서 어떻게 곡사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는지가 더 궁금했다. 일단 위치가 탄로 났으니 자리를 옮겨야 했다. 물론 저격수가 그 하나만 있는 게 아니기에 대충 위치만 옮겨도 무방할 것 같았지만 정석대로 하기로 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가 아니라고 본능이 외쳤기 때문이었다. 장비를 챙긴 저격수가 빠르게 이동해 옥상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두꺼운 뭔가가 목을 휘감아 왔다.
“큭!”
목이 감기는 것과 동시에 옆구리의 대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목을 조여 왔다. 이어 대검을 뽑아 들던 손목을 잡아 틀었다. 그 괴력에 놀랄 틈도 없었다.
우둑!
우둑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이 뽑은 대검이 옆구리를 쑤시고 들어왔다. 마치 자해를 한 것처럼. 자신의 손목을 꺽은 이가 옆구리를 쑤신 것이다.
“끄으…….”
대체 누군가 싶어 시선을 돌려봤다. 하지만 목이 단단한 팔에 감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는 순간 그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트, 트렌든?”
“딩동댕!”
정답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목이 돌아갔다. 우둑하는 소리와 함께 정답자의 입에서 혀가 길게 빠져 나왔다.
시체를 떨군 트렌든이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게 정상이라니까. 저 양반들이 괴물인 거고.”
트렌든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옮겼다.
(30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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