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81
183화
박학도 사장은 자신을 찾아온 서진을 보고 삐딱하게 물었다.
“한성과 인수 합병을 진행하라는 게 회장님의 지시라고?”
“맞습니다. 일단 한성 전자를 우선적으로 합병하고 난 뒤 나머지를 순차적으로 흡수할 겁니다.”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셨다?”
“정확히는 한성을 먹으라 지시하셨고, 그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제가 세웠습니다.”
차분한 그 말을 듣고 박학도는 뭔가 어긋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재환은 KG 그룹을 성장시키되 다른 기업을 짓밟는 일은 하지 않았다.
여론을 이용해서 기업의 치부를 까발린 건 논외로 치더라도 말이다.
박학도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한성 전자 쪽의 반응은요?”
“반반으로 파악됩니다. 아무래도 한성 전자의 부진이 영향을 주고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한성 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음에도 내는 제품마다 죽을 쑤고 있기에 주가는 연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가전 기기가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니 윗선에서는 적자로 돌아서기 전에 팔아치우자는 얘기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나 이한철은 생각이 좀 달랐다.
“한성 전자를 팔면 한성에 남는 게 뭡니까.”
“화학도 있고, 물산도 있지 않습니까. 그 밖에 계열사들이….”
“어차피 물산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한성 아닙니까. 사실상 모기업인 한성 전자를 팔아버리면 한성이 공중분해 되는 건 조만간입니다. 아직 KG 그룹에서 얘기가 나온 게 없으니 이 루머에 대해서 흔들리지 마시죠.”
한성이 기울어져 가는 전자를 붙잡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어떻게든 신제품을 개발하고, 최대한 살려낼 방법을 찾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한성의 뜻이 어떻든 조만간 인수 합병을 진행할 겁니다.”
“강압적으로 진행할 거란 거군요.”
“네.”
서진의 말에 박학도는 인상을 쓰며 물었다.
“비서실장님, 저희가 언제부터 그렇게 깡패가 됐습니까.”
“깡패라뇨.”
“지금 국내 기업 중에 KG 기업을 넘어서는 기업은 없습니다. TBS란 거대 방송사까지 끼고 있으니 사실상 불가침 기업이나 마찬가지죠. 그럼에도 지금까지 저희가 견제를 받지 않고 있었던 건 회장님의 인성 덕분입니다.”
루머가 돌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재환에 대한 악담은 찾아 볼 수가 없게 됐다.
오히려 파도파도 미담만 나올 뿐이고, 신격화 되어가는 중인 게 재환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성을 강압적으로 합병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곧바로 언론사들의 비난이 날아들 게 분명하고, 독과점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됩니다.”
안 그래도 대통령 주도하에 주요 사업들에 독과점에 대한 문제가 있는 지 조사 중에 있다.
이런 시기에 이런 위험한 결단을 내리는 게 박학도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악수를 둘 필요가 있습니까? 비서실장님?”
“회장님의 뜻이니 저도 잘….”
“비서실장님, 저도 회장님을 좀 봐와서 압니다. 비밀이 많으신 분이고 저희같은 범인이 생각도 못할 일들을 현실화 시키는 분이라는 것도 알죠.”
박학도는 서진의 말을 딱 잘라내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지시하실 분이 아니란 것도 압니다. 그러니까 이건 비서실장님의 독단이라고 봐도 되겠죠.”
“……예리하시군요.”
“이건 월권행위입니다. 분명히 말이 나올 겁니다.”
서진은 담담히 고했다.
“제 독단으로 진행하는 거지만 이건 회장님의 뜻이기도 합니다.”
“무슨 의미죠?”
“최근 회장님께서 심적으로 고통 받으신다는 것 아십니까?”
“회장님이요?”
박학도는 그 사실을 알 리 없다.
전자 일만으로도 바쁘고, 최근 KG 그룹에 우환이라고 할 만한 일은 없으니까.
재환이 신경 쓸 일이 뭐가 있나 싶을 정도다.
“이번 중국 건으로 회장님은 여러 나라의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그 얘긴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죠. 저희 나라는 회장님을 배제하고 싶어 한단 것도 잘 알려졌고요.”
“지금 회장님 몰래 경호를 붙여뒀는데, 잡은 이만 벌써 열이 넘어갑니다.”
일전에 각국의 정상들을 모아두고 한 쇼가 큰 효력이 없었다.
서진은 이걸 알아차리자마자 경호를 붙여서 대응했다.
“뒤에 누가 있는지는 아십니까.”
“입이 무거워서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수는 넘어갔습니다. 소리소문 없이 묻은 이도 있으니까요.”
피비린내 나는 말에 박학도는 골을 부여잡았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단 사실이 꽤 통탄스러웠다.
“그런 일들 때문에 회장님이 골치가 아프시단 건 알겠습니다. 그래서 길게 휴가를 내신 거군요.”
한 달이나 세계 여행을 간단 사실에 적잖이 놀랐던 박학도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나보다 싶었지만, 진짜 휴가였을 줄은 몰랐지만.
“상황에 대해선 이해했습니다만, 여전히 비서실장님의 행동 방안에 대해선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각국의 견제를 받는 것과 회장님의 태도 변화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말이죠.”
“제 계획의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KG 그룹을 정상에 세울 겁니다. 국내가 아닌 세계 1위에 말이죠. 그걸 위한 초석이 한성을 먹는 겁니다.”
국내의 모든 기술력을 흡수하고, 그걸 바탕으로 기업을 키우고 다른 기업들을 잡아먹는다.
모든 물품들에 KG 그룹의 로고가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
그게 서진이 생각한 방법이다.
박학도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현실화 가능성이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독과점의 위험에 대해서 모르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독점을 할 때면 많은 법적 제도와 규제가 따르는 법이죠. 비서실장님이 그걸 모를 정도로 어수룩하진 않을 텐데요.”
“잘 알죠. 그럼에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서진의 덤덤한 표정을 본 박학도 사장은 삐딱하게 앉아 물었다.
“말해보시죠. 그 계획을.”
서진은 홀로 그려놨던 그림의 스케치를 박학도에게 처음으로 들려줬다.
꽤 긴 얘기였지만, 박학도는 표정 변화 없이 그 내용들을 모두 들었다.
서진의 말이 끝난 뒤 박학도는 한 마디만 했다.
“……가능은 하겠군요.”
“그렇죠?”
“확실히 KG 그룹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굴지의 기업으로 만드는 게 가능할 겁니다. 대신 좀 더 세세한 계획을 짜야겠군요. 지금은 너무 러프하니까요.”
“같이 해주시는 겁니까.”
서진의 질문에 박학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을 위한 길 아닙니까. 이 정도도 못할 이유 없죠.”
박학도가 돕기로 선언하고 그 날 사장실의 불은 늦게까지 꺼지지 않았다.
이 얘기가 오간 뒤 며칠 후 서진은 이한성과 따로 만났다.
“한성 전자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단순한 찌라시인 줄 알았는데 말야.”
그는 당연히 불쾌하다는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까놓고 말해서 지금의 말은 한성이 KG 밑이라는 걸 대놓고 말하는 것이니까.
이게 진실이라 하더라도 입 밖으로 내는 건 또 다른 일이다.
“당연히 거절할 것도 알고 있겠지?”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럼 더 말할 것도 없네. 괜히 시간만 버렸어.”
이한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마자 서진이 말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신 건 어느 정도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아닙니까? 부회장님도 지금의 전자가 계륵이란 걸 아신다는 거니까요.”
“남의 회사를 가지고 계륵이니 말하니 말하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거래라는 건 상호간에 거짓이 없어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너흴 밑으로 보고 있다.
이런 건 조금 거짓으로 말해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이한성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직접 말로 뱉지 않는 건 아직 보지 못한 패가 있단 확신이 있어서였다.
“그럼 그 말대로 무슨 패를 준비했는지 까보기나 해.”
“부회장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이미 부회장인 사람에게 부회장 자리를 주겠다.
굉장히 이상한 말이었지만, 이 말을 이해 못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KG로 완전히 넘어와라?”
“네.”
“야, 이거 이강철이 들으면 게거품 물고 넘어가겠는데.”
한성을 버리고 KG 그룹을 집어 삼키려던 게 예전 이강철의 계획이었다.
그걸 위해서 개고생을 했지만 남은 건 좌천이었는데,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이한철에게 이와 비슷한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회장 직이 아니라 부회장직이란 것이다.
“어떠십니까.”
“탐나네. 여기까지 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말야.”
이강철은 그리 말하고 비릿하게 웃었다.
“한성을 잡아먹고 덩치를 불려서 뭘 하겠다는 거야. 내가 KG 그룹 회장이라면 이런 판단은 절대 안하지.”
이한철은 돌려서 재환의 판단이 구리다고 욕하고 있었다.
서진은 그 비아냥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차분히 답했다.
“KG 그룹은 앞으로 세계화에 앞장서서 다른 국제 기업들과 상대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패를 준비해 둘 필요가 있죠.”
“이해는 하는데 말야. 굳이 한성을 먹으면서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거지.”
“필요 있습니다.”
서진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KG 그룹은 세상의 모든 물품을 생산해내는 기업이 될 거니까요.”
“……꿈이 크네?”
“원래 꿈은 크게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저희 회장님이 해오시던 것이죠.”
“그 회장에 그 비서구만.”
이한철은 한껏 비아냥댄 뒤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한성을 버리진 못하겠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군요.”
“차라리 그래. 강재환 회장이 와서 머리 숙이면서 부탁하면 들어줄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서진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짧은 신호음 뒤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어, 시작해.”
“……너 뭐 하냐?”
“제가 준비한 패가 이게 전부가 아니라서요.”
서진의 지시가 내려지자마자 이한철의 전화가 울렸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게 좋은 내용을 담진 않았으리란 건 알 수 있었다.
“뭔 개수작을 부린 거냐.”
“받아보시면 알 겁니다.”
서진의 말에 이한철은 걱정 반, 불안 반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 내용은 당연히 좋지 못했다.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고? 아니, 왜!”
“그게 물량이 한 번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성과 관련된 좋지 못한 소문도 퍼지기 시작한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어디서….”
말을 하다가 흠칫하고 앞에 있는 서진을 바라봤다.
어떤 미친놈이 한성 전자를 이용해서 작전을 펼쳤느냐. 그런 미친 자금을 가진 놈이 어딨느냐.
“너… 이 새끼…. 우리 주식을….”
“솔직히 이게 쉽진 않았습니다. 시간도 그렇고 돈도 많이 들어갔거든요.”
주가 대폭락이 가져오는 결과는 명확하다.
한성이란 이름이 있으니 휴지조각까지는 안 되겠지만, 앞으로의 경영에 큰 타격이 가리란 건 확실했다.
“어차피 버려질 거. 부회장 자리라도 가져가시겠습니까?”
“하…. 진짜 똑같네. 그 회장에 그 비서야.”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이한철은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서진이 내민 손을 붙잡는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가라앉는 배에 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도 이성적인 계산을 할 수 밖에 없다.
“나중에 이 일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그렇게 만들기엔 KG 그룹의 존재가 건드릴 수 없이 커져있을 겁니다.”
이 날, 재계를 쥐락펴락한 국내 거대 기업이 문을 닫을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