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0)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10화(10/246)
이카로스 (3)
1만 명의 관중, 그것도 한 나라의 국왕마저 직접 관람하는 가운데서 표표히 이륙한 한 대의 기계.
그것은 신호탄이었다.
그것은 인류의 비상이었다.
그것은 독일 민족이 전 인류를 통틀어 문명과 개척의 최선봉을 달리고 있다는, 거대한 상징이자 봉화였다.
이카로스는 밀랍이 녹아 추락사하는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수천 년 지나 나타난 게르만의 기수는 태양과 바람 모두에 맞서 완벽한 비행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자리엔.
무수한 기자들도 있었다.
“맙소사.”
“하늘을 날 수 있다니.”
“기구도 아니고, 비행선처럼 느리지도 않아.”
“마치 새처럼 날렵해. 저게 새가 아니면 뭐지?”
이곳을 찾은 기자들은 대개 ‘체펠린 백작의 두 번째 실패’를 쓰러 온 하이에나들이었다.
어리석은 실패자를 조롱하는 일은 언제나 수익이 남는 장사.
고상한 척하고픈 이들은 백작의 새로운 실패를 보며 혀를 찰 것이며, 통찰력 있는 척, 식견 있는 척하고픈 이들은 백작이 자신의 비행선 회사가 파산하는 걸 피하기 위해 부질없는 꿈틀거림을 시도했다고 으스대리라.
하지만 그들이 이곳에서 와서 본 것은.
서구 문명이 마침내 신화마저 꺾고 지구의 주인이 되는 모습이었다.
평생 볼 수 있으리라 꿈도 꾸지 못했던 장엄한 광경.
언덕을 가득 메운 군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울려 퍼지는 <독일인의 노래>.
이들 하이에나들조차,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자신들의 펜이 곧 인류의 시금석이 되리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신없이 펜을 휘갈겼고, 거대한 사진기를 지참해 온 이들은 일단 닥치고 눈앞의 광경을 조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촬영에 나섰다.
비행기가 성공적으로 착륙하고 조종사가 날개 위로 풀쩍 올라타 양손을 번쩍 치켜드는 순간.
천지가 떠나갈 듯한 거대한 함성이 요동쳤다.
***
“흠.”
“왜? 무슨 문제 있니?”
“아니오. 오늘 소시지가 조금 짠 것 같은데.”
“있어봐. 새로 해줄게.”
“당신은 가만 있어! 아들아, 내가 퍼뜩 시장 가서 하나 새로 사오마.”
아. 이것 참. 안 그러셔도 되는데.
어깨가 절로 으쓱으쓱 움직인다. 기침을 한 번 하면 아빠가 달려와 담배와 재떨이를 내밀고 어깨를 들썩이면 엄마가 달려와 곧장 안마를 해준다. 이게 바로 권력인가. 아아, 잘난 놈으로 태어난 죄가 이리도 깊단 말인가?
내가 누구?
하늘의 지배자 아르민 로젠바움. 크으. 타이틀 죽이네.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내내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와 악수를 하려 한다거나 포옹을 하려 한다거나 아기에게 덕담을 해달라거나··· 아이고 맙소사.
객차가 하도 소란스러웠는지 차장이 찾아왔었는데, 몇 분 뒤 나는 그 차장의 손에 붙들려 곧장 일등석으로 끌려갔다. 거기서도 삼등 객차에서와 똑같은 일이 끝없이 벌어졌고.
이 난리는 베를린에 도착하고서도 끝나지 않았다.
나와 동승한 승객들이 내리자마자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하늘의 정복자가 베를린에 왔다!” 하면서 소란을 떨어댔고, 그 소리를 들은 베를린의 할 일 없는 인간들이 죄다 뛰쳐나왔다.
당연히 인파가 북적북적하자 또 뭔 일이 있나 싶어서 구경꾼이 모이고, 구경꾼이 구경꾼을 부르고···. 나는 기마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고, 기마경찰들은 나를 집으로 보내주는 대신 서장의 집으로 배달해주었다. 이쯤 되면 진짜 징글징글하다.
“아들?”
“네, 아빠.”
“아빠가 말이다. 조만간 승진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와, 정말요? 축하드려요!”
“크흠. 흠흠. 그런데 말이다. 혹시 아빠가 일하는 곳에 와줄 수 있겠니? 행장님께서 우리 아들 얼굴이나 한번 보면 좋겠다고 하셔서 말이지.”
“얘야. 혹시 우리 모임에 잠깐 들렀다 갈 수 있겠니? 모임 아줌마들이 다들 보고 싶다고-”
인기남이란 정말 피곤하구만. 큰일이로다.
드디어 이 콩가루 로젠바움가에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찾아온 듯했다.
역시.
사람은 출세하고 봐야 했다.
***
<독일, 세상 가장 높은 곳에 독일!>
<마스에서 메멜까지, 땅에서 하늘까지!>
“호외요, 호외! 체펠린 백작이 비행기 개발에 성공!”
“스무 살도 안 된 대학생이 하늘을 날았답니다!”
“얘야, 얼른 한 부 내놓으렴! 거스름은 됐다!”
전 독일이 뒤집혔다.
독일인들은 끝없이 국뽕을 갈구했다.
어째서인가?
사회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어째서 나라는 강성해져 가는데 내 삶은 나아지지 않는 건지를 탐구하느니, 조금 더 위대한 강대국 독일이라는 뽕에 맞고 현실을 잊고 싶어 한다.’라고 분석했다.
또 누군가는 ‘간판만 하나의 독일제국이지 실상은 수십 수백 개의 나라가 자치를 하고 있는 걸레짝 판도를 잊고 싶고, 하나의 국가로서의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런 먹물쟁이들이나 할 법한 복잡한 고찰과는 아무 관련 없이, 그냥 자국민이 ‘비행’이라는 어마어마한 대위업을 이루어냈단 사실만으로 절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건 당연한 일.
“체펠린 비행선 주식회사 주식 삽니다!!”
“무슨 소리야, 내 꺼야!”
“백작! 닥치고 내 돈 좀 받아 가시오! 비행선 한 척 더 띄웁시다!!”
“크헤헤헤! 다임러 떡상! 다임러 떡사아아앙!!”
“다임러는 갑자기 왜?”
“비행기 엔진을 마이바흐가 만들었다 하지 않나! 그리고 마이바흐는 다임러 기술이사고!”
“여기 있는 돈만큼 모조리 다임러 주식 주시오!”
그리고 당연히 주식을 거래하는 이들이 바빠졌다.
이들 돈에 미친 자들은 재빨리 전 세계 각지로 이 황금 같은 정보를 뿌렸고, 누구보다 귀 큰 이들 경제인들은 런던, 파리, 뉴욕으로 이 놀라운 성과를 알렸다.
그들은 가능성을 보았다.
체펠린 백작은 미치광이 노인네가 아니라 선지자였다.
이제 하늘은 더 이상 빈 곳이 아니었다. 사람과 물자와 정보가 흐를 새로운 길이었다.
“당장 우리도 비행기를 만들어야 해!”
“이보시오, 교수. 독일인들이 비행기를 발명했소. 그, 우리 나라에서 비행기 연구하던 사람이 누가 있지?”
“윌버 라이트 씨. 우리도 비행기를 만들 수 있겠소?”
“샤누트 선생! 독일인들이 하늘의 지배자가 되기 전에 프랑스인을 위한 비행기가 필요합니다!”
수라장.
마치 21세기의 사업 아이템들이 무수한 눈먼 돈을 빨아먹으며 트렌드를 주도하듯, 비행기는 19세기 최후의 아이템이 되어 무수한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대중이 환호하고 자본가들을 미치게 만드는 사업 아이템이 있다면, 당연히 정치인들 또한 반응하는 법.
“폐하. 뷔르템베르크 국왕이 보는 앞에서 폐하의 신민이 제작한 비행기가 역사적인 비행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허. 그 소식을 이제 들었나보구려.”
독일 제국의 카이저, 빌헬름 2세.
그는 그 유명한 카이저 수염을 슬쩍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며 어깨를 쫙 폈다.
얼마 전 새로 취임한 뷜로(Bernhard von Bülow) 총리는 문득 카이저의 저 자신만만함에 불안함을 느꼈다.
“내가 더 놀라운 소식을 알려주리다. 인류 최초로 하늘을 꿰뚫고 나아간 그 비행기의 이름을 아시오? 바로 <빌헬름 대제>호요.”
“그것이 참이옵니까, 폐하?”
“그렇소. 젊은이가 참 성품까지 올바르더군. 그런 미래의 떡잎이 무럭무럭 자라나도록 지켜주고 도와주는 것이 바로 황제가 할 일 아니겠소? 기꺼이 그 이름을 빌려주었소.”
카이저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도 100% 구라였다.
아르민 로젠바움이라는 이름의 젊은이가 보낸 편지는 다른 무수한 편지들과 달리 카이저의 책상 앞에 놓이는 영광을 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체펠린 백작의 이름을 팔았으니까.
하지만 카이저는 체펠린 백작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돈이나 좀 챙겨 가려고 발버둥치는 멍청한 늙은이쯤으로 여겼다.
카이저의 비서들은 매일같이 독일과 세계 전역에서 후원 또는 지원을 요구하는 인간들의 편지를 끝없이 받고 있었고, 카이저는 황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그래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긴 해야 했다. 그것이 그에겐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로젠바움의 편지를 처음 읽었을 때, 카이저의 진실한 반응은 이러했다.
‘이 자식이 감히 그 위험천만한 기계 이름을 뭐 어쩌고 저째? 곤두박질쳐서 땅에 처박히면 황실 모독죄로 감방에 처넣어야 하나?’
그는 짜증을 토해내며 투덜거리긴 했지만 거기까지. 답장을 지시하지 않고 다음 편지를 집어 들었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지금.
비서들은 보관해 놓았던 그 편지를 다시 발굴하고, 얼른 답장을 쓰고 있었다. 당연히 그 답장의 날짜는 공개 비행일이었던 11월 10일 이전, 대충 10월 말쯤이 될 예정이었고.
결과적으로 대중들에게는 ‘비행선 실험이 실패해 낙심해 있던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심기일전해 비행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한 카이저 폐하’라는 훌륭한 그림이 삐라처럼 뿌려지리라.
“짐은 깨달았소. 독일 제국은 더 멀리, 더 높이 뻗어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겐 세계 최강의 용맹무비한 육군이 있으며, 저 영국인들에게 대적할 만한 거대한 함대 또한 갖춰지고 있소.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바로 하늘의 지배자가 되는 것뿐이오!”
“그, 그렇습니까, 폐하···.”
뷜로 총리는 크고 아름답고 거대한 함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카이저의 주장에 강력하게 동의하는 입장이었고, 이를 위해선 허리띠를 다소 졸라매야 한다는 데도 동의했다.
하지만 이제 비행기? 과연 그건 얼마나 또 돈 먹는 하마일지?
카이저의 괴팍한 성격과 꼴리는 대로 튀어나가는 지랄맞은 즉흥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총리는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빌며 슬그머니 주제를 돌리려 했다.
“젊은이라니, 그 비행기는 체펠린 백작이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렇소. 백작은 후원자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한 젊은 대학생이 만들었다더군. 이것 보시오. 아르민 로젠바움이라는 청년이오.”
“로젠바움이라. 유대계입니까?”
“그럴 리가 있나. 확인해 봤더니 순수한 게르만인이더군. 부친은 도이체방크에 있고 아들은 훌륭한 발명가. 독일 민족의 미래가 참 밝으이.”
하지만 그 순간.
뷜로가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했던 카이저의 럭비공 같은 심보가 퉁퉁 튕기며 희한한 곳으로 날아가버렸다.
“이 젊은 친구를 궁으로 불러야겠네.”
“격려차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황가를 공경하는 마음이 이토록 지극한데 내 어찌 격려하지 않을 수 있겠나. 밖에 누구 없나? 이 로젠바움이라는 친구를 불러오게!”
그래.
이 정도면 상정 범위 내였다.
비행기 이름을 빌헬름 대제 어쩌고로 짓는 솜씨를 보아하니 그 젊은 청년도 아부 좀 하는 모양인데, 그러면 카이저의 비위쯤이야 얼마든지 맞출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아니어도 안 맞추면 제놈이 어쩔 건데.
아니나 다를까.
“폐하를 뵙게 되어 소인,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나이다!!”
“흐하하하하!!”
엄청난 아부꾼이 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