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0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03화(103/246)
제국의 아침 (3)
독일 남부 바이에른.
뮌헨에서 북서쪽으로 약 15km쯤 떨어진 곳, 다하우(Dachau)에서도 외곽.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한적한 교외에는 새롭게 정치범 수용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잡범들과 이들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교도 행정은 교화에 그 뜻을 두고 있으나, 이들은 정치적인 신념에 따라 범죄를 일으켰기 때문에 일반적인 형벌을 부여한다 하더라도 이들의 마음을 바꾸게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사법부는 이들만을 별도로 수용하는 곳을 개소하여 이들을 처벌함이 옳다고 보았습니다.”
다하우 수용소.
일반적인 교도소와는 달리, 오직 이번 국가 전복 음모에 관계된 이들만 수용된 곳.
다하우 수용소는 다시 제1수용소와 제2수용소로 나뉘었는데, 제1수용소는 직접적인 사건 가담자들을 수용하고 제2수용소는 제1수용소에 들어간 이들의 가족들이 주로 들어가게 되었다.
대놓고 연좌였지만, 이에 대해 무어라 하는 이는 없었다. 적어도 국내에는.
“소장님, 제2수용소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제2수용소라는 곳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용소장 파펜은 엄격 근엄 진지하게 기자의 말을 잘랐다.
“다하우 수용소는 그들 반역자들을 수용하는 공간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반역자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무수한 시민 여러분들의 의분으로 인해 법의 처벌이 다가서기도 전에 하나님의 처벌을 받으러 지옥으로 끌려간 이들이 수두룩하잖습니까.
이대로 있다간 반역도들의 가족들마저 해코지를 당할 것이 불을 보듯 훤하여, 정부에서는 그들의 신변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본 수용소를 건립하였습니다.”
우리는 절대 연좌제를 한 게 아니다.
연좌는 나쁜 것이니 절대 정부에서 그런 짓을 하진 않고, 어디까지나 시민들이 사적제재를 할까 봐 우리가 대신 이들을 모아서 ‘보호’해주는 것이다!
누가 들어도 웃을 만한 궤변이었지만, 여기서 정말로 웃는 놈이 있다면 오늘 다하우 수용소에는 신입이 하나 추가되리라. 그 가족들은 제2수용소에 보호되는 영광을 누릴 것이고.
당장 파펜만 해도 그러했다.
‘장관. 어째서 이러셨소.’
‘로, 로, 로, 로젠바움-’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 내 등에 칼을 꽂으셨소?’
‘-대통령 각하. 저는 절대! 절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는 굴복했다.
오직 인간의 자존심과 존엄을 꺾고 가장 미천한 노예로 만드는 데 특화된 슈타지의 악질적 고문은 단 하나도 그에게 베풀어지지 않았다.
다만.
눈시울을 붉히는 한 인간이 있었을 뿐이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졌습니다. 네. 맞습니다. 무임소 장관 자리조차 크나큰 실수를 저지른 제 분에 맞지 않는 자리였지만, 제가 권력에 눈이 어두워지고 말았습니다!’
원래 배신자야말로 가장 악랄해진다. 본인의 충성을 곱절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쿠데타가 거행되기 직전 변절한 파펜은 자신이 아는 모든 반란 계획과 가담자를 술술 불었고, 그의 배신은 안 그래도 모래알갱이 같던 음모가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갖고 놀게 만들 수 있었다.
피비린내 나는 한바탕 유혈극이 끝난 뒤.
파펜은 은화 서른 닢을 받았다.
“각하. 파펜도 이제 필요 없습니다.”
“한 번 배신한 놈은 영원한 배신자입니다. 언제 또다시 각하께 이빨을 드러낼지 모릅니다.”
“애초에 저자는 슐라이허와 한 패였습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슐라이허의 복수를 하겠노라 맹세할지도 모르는 놈을 그대로 둔다뇨? 살려 두면 후환이 될 겁니다.”
“그만들 하세요. 나는 이번에 끝없이 피를 뿌릴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 정권은 그 누구보다 관용적인 정권이 되어야만 합니다.”
아르민은 그 말대로 행동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거나 ‘증발’하긴 했지만, 아무튼 국가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처형된 이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당장 대역죄의 수괴이자 국가를 두 번씩이나 불태운 희대의 악적 아돌프 히틀러조차 사형 선고를 받지 않았다.
“아돌프 히틀러는 국가를 전복하려는 세력의 하수인에 불과했으며, 그 주체성은 거세된 마리오네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1919년 이래 루덴도르프와 국가 전복 세력의 지배를 받아온 일개 몸종에 불과하다.”
“본 법정은 하수인에 불과한 그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언도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히틀러에겐 대신 다른 많은 죄목이 추가되었다.
“나치당의 당비를 사사로이 횡령한 혐의, 유죄.”
“아냐! 아니라고!”
“<나의 투쟁>을 판매하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 유죄.”
“이 빌어먹을 놈들이-”
“조카를 납치, 감금하여 수시로 욕보이다 반항하자 살해한 혐의, 유죄.”
“모함이야! 나를 죽여라!! 나를 죽이란 말이다, 이 유대 자본가의 하수인들아!”
히틀러는 그렇게 ‘진짜 악의 무리들의 하수인’으로 격하당해 평생 다하우 자유 이용권을 지급받게 되었고, 대신 성범죄자라는 주홍글씨를 선물받았다. 다른 세계에서 영원한 악의 상징으로 거론되며 온 세상을 불태웠던 사람치고는 그야말로 비참한 몰락이었다.
다하우 수용소에선 비참한 강제노동이나 고문은 딱히 없었다.
자살을 원하는 일부 인원들에게 독방이나 구속복 같은 처방이 행해지긴 했지만, 이들은 말 그대로 ‘수용’되었을 뿐 일반적인 교도소보다 오히려 환경은 더욱 나은 편이었다.
다만.
제2수용소의 존재 자체가 이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수용소장으로 임명된 파펜 본인의 가족들조차 그곳에 입소했다는 것이 그나마 최소한 마음의 위안이라면 위안일 뿐.
“수용소 관련 정기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이상은 없나?”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면 됐네.”
그리고 당연히.
일반적인 교도소 공무원이나 경찰 대신 공화국 수비대가 경비 업무를 섰고.
내부의 직원, 간수, 심지어 죄수들 중에서도 슈타지에 포섭된 이들이 비밀리에 보고를 올렸다.
유사시.
수용소장 파펜을 포함한 모든 인원을 싸그리 파묻어버릴 계획은 존재했지만.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이 계획은 어디까지나 페이퍼플랜으로만 남아 있을 예정이었다.
***
소비에트 연방.
모스크바.
“숙청은 이렇게 하는 거야. 독일에도 영걸이 있었어, 영걸이.”
히틀러와 함께 인간백정계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는 남자.
이오시프 스탈린은 최근 감탄을 아끼는 날이 없었다.
“저걸 봐. 저게 바로 단호함이야. 정적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차르에 버금가는 힘을 거머쥐는 모습을 보라고. 저걸 우리가 배워야 하는데.”
“하지만 그는 수구파와 야합했다가 반대로 그들을-”
“바로 그거야. 적백 내전 때를 생각해 보라고. 차르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늙은 군인들이 대충 공산당에 충성하겠다고 서약만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부 포용해 주지 않았나? 저자는 독일 군사 귀족들이 자신을 거역할 것이라 판단하고 일찌감치 죽을 묫자리를 만들어 놓은 게야. 다 로젠바움이 짠 판에서 놀아난 거라고!”
독일민족혁명당은 누가 봐도 레닌을 비롯한 볼셰비키들이 그토록 입이 부르트도록 말한 ‘혁명의 전위당’이었다.
융커들은 생존을 위해 간을 보며 슬그머니 적군에 합류한 옛 차르의 신하들이었고, 히틀러와 그 무리들은 공산당에 대적하던 잡스러운 놈들, 이번에 같이 쓸려나간 사민당이나 기타 정당은 멘셰비키들을 연상케 했다.
그렇다.
청색이 남색에서 나오듯, 마치 지난 러시아 혁명을 선생 삼아 혼자 공부한 듯 쑥쑥 자라난 저 놀라운 우등생을 보라!
민주주의 같은 골치 아픈 개념을 이식한 바이마르 공화국은 소련의 지배 계층에게도 두통을 선사했다.
그들은 뻑하면 총리가 바뀌었고, 외무 장관도 심심하면 바뀌었다.
무슨 정책을 편다고 했다가 또 정권이 바뀌었으니 새 정책을 편다고 했고, 근데 또 그 와중에 폴란드에 대한 무역 전쟁은 정권이 몇 차례나 바뀌어도 잘만 유지되었다.
허심탄회하게 토로하자면, 이들은 독일을 상대로 한 외교가 조금··· 피곤했다.
“하지만 서기장 동지. 이제 독일의 전권을 쥐게 된 로젠바움이 반소, 반공적 행보를 걸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리 하는 겐가. 지금.”
스탈린은 이 어리석고 딱한 친구들을 향해 기꺼이 가르침을 내려주기로 했다.
“나약한 서방 놈들은 사람 죽어나가는 일에 극히 예민하지. 특히 로젠바움은 자신들의 이번 숙청극을 뭐라고 말하고 있나? <외세의 음모>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
어느 외세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요식행위에 불과했고, 로젠바움이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언론사들은 대놓고 <이탈리아의 개입 시도>니 <프랑스의 음모>라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렇게 기사 쓰라고 지령 내린 게 확실하잖은가?
“당연히 외교 관계는 경색될 수밖에 없네. 범인으로 지목받은 국가들은 이미 로젠바움 집권 극초기부터 관계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으니, 전쟁만 빼고 거의 모든 걸 다 하겠지.”
이탈리아와 프랑스.
이 두 나라가 어디 성격이 보통이던가? 진짜로 음모가 있었든 없었든, 아무튼 독일에게 싸대기를 처맞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아, 그렇습니다!”
“역시 서기장 동지의 혜안에 눈앞의 어둠이 사라지고 떠오르는 해를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과연!! 그렇다면 저들은 경색된 외교관계를 다른 곳에서 해소하기 위해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폴란드와의 관계 개선 시도도 마찬가지. 세상에, 독일인이 폴란드와 친하게 지낸다고? 그게 가능하면 나도 니콜라이와 우정을 쌓겠네. 아, 그건 좀 어렵나.”
숙달된 조교의 고인모독 시범이 이어지고, 잠시 웃고 떠드는 시간을 즐긴 뒤 다시 근엄한 얼굴로 돌아온 스탈린이 이어서 말했다.
“독일이 어째서 꾸준히 우리에게 호의를 보냈는지 이제 알겠군.”
“그렇다면 저들과 손을 잡아야겠습니까?”
“물론이지. 온 사방이 혁명의 적으로 가득한데, 비록 서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지만 명백한 필요성이 우리의 사이에 존재하잖은가.”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배신할 경우 정말 친구 없는 아싸 찐따가 되어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면? 조금 냄새도 나고 퀴퀴하고 말도 싸가지 없이 한다고 해서 얘를 버리긴 좀 그렇다. 혼자 노는 건 조금··· 그렇잖은가.
스탈린은 마침내 독일과의 관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거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독재 국가가 으레 그러하듯, 최고지도자의 결정은 굉장한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된다.
“시베리아에 거대한 실험 시설을 지어야 한다굽쇼?”
“그렇습니다. 아주, 아주 아주 큰 시설이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게 된다고?”
페르디난트 로젠바움은 전혀 자각하지 못했지만, 무려 <독일 독재자의 장남이 직접 소련까지 와서 진행하는 비밀 군사 프로젝트>라는 기나긴 문장은 무엇이든 되게 하는 마법의 힘을 갖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참는가? 대체 뭘 하는지 몰래 구경이라도 해야지?
“충분한 대가만 지불한다면 건설에 필요한 노동력과 자재를 모두 제공하겠습니다.”
“독일군의 새 교리와 새롭게 개발 중인 소형 화기, 전차, 전투용 차량, 항공기 등 저희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원하는 걸 말씀해주십시오.”
“신형 항공기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총통 각하께서 친히 설계해 훗날 공군의 중핵으로 쓰겠다 하셨습니다.”
메이드 바이 로젠바움 프리미엄까지 거하게 붙었다.
독일 – 소련 밀월관계는 순식간에 홍숫날 물 차오르는 것처럼 진전되었고, 일전에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되었던 <폴란드 분할>안까지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전권 대리인으로 모스크바에 오게 된 독일민족혁명당 대표 헤르만 괴링입니다.”
“이오시프 스탈린이오. 반갑소이다.”
“로젠바움 각하께선 <폴란드를 멸망시켜 독일과 소련이 국경을 맞대게 된다면 두 국가의 상잔을 바라는 타국이 반드시 개입하게 된다>라고 교시하셨습니다. 폴란드의 국체 자체는 보존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흐음. 그 뒤 다른 말은 없었소?”
“폴란드를 군사적으로 제압한 뒤 <바르샤바 공화국>으로 국가를 새로이 정의하고, 독일과 소련이 각기 서부와 동부 폴란드를 점령하자고 하셨습니다. 바르샤바 공화국은 완충지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가만. 여기 중간의 이 빈 곳은 무엇이오? 바르샤바 공화국은 아닌 듯한데.”
분할을 가정한 지도에 바르샤바 공화국도, 독일도, 소련도 아닌 4번째 국가가 존재하는 걸 확인한 스탈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 거긴 이스라엘입니다.”
“···?”
“<유럽의 짬통>을 만들어 냄새 나는 폴란드에 수용하면 전 유럽을 행복하게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셨습니다. 어디까지나 여러 안 중 하나에 불과하니-”
“흠. 마음에 드는군. 고려해 보리다.”
세계를 불태울 사악한 계획은.
착실하게 청신호를 받아 전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