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0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04화(104/246)
제국의 아침 (4)
모든 유럽의 인간들이 공유하는 수천 년 묵은 전통 스포츠.
그것은 바로 유대인 두들겨 패기.
틀림없이 처음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팔아넘긴 극악무도한 민족>이라는 명분으로 두들겨 팼건만, 계몽주의의 시대가 도래하고 종교가 약해진 20세기에도 반유대주의는 기세가 꺾이긴커녕 더욱 그 열기를 더해 갔다.
다른 민족이라고 조리돌림하고 패고 불도 지르는데 뭐 얼마나 차등이 있겠냐마는, 놀랍게도 칫솔수염의 등장 이전까지 독일의 반유대주의는 순한맛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 그런··· 가?
그렇지. 내가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교회 종이 뎅그렁뎅그렁 울리더니 골목골목에서 ‘유대인을 죽이자!’ 하면서 폭동이 일어나고, 어제까지 멀쩡히 시장에서 그 유대인한테 물건 사던 사람들이 각목 들고 쳐들어온 뒤 가게는 불태우고 사람은 두 자릿수 이상으로 죽여야 ‘이야 쟤들 참 유대인 혐오 심하구나. 아직 근대화가 덜 됐네.’ 소리를 듣는 게 20세기란 말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유대인에 대한 폭력이 꺾인 건 다 칫솔수염의 업적이다.
유대인 혐오가 ‘나치 같은 놈들이나 하는 짓’으로 낙인찍혔고,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유대인을 공격하는 놈들에게 보복할 국가 단위 세력이 생겼다. 멘탈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유대인을 보호할 무언가가 생긴 건 그만큼 이 인간백정 유럽인들조차 경악할 대학살이 벌어졌기 때문.
– 21세기 들어선 다시 슬금슬금 반유대주의가 나오긴 했지만···.
범석아, 그게 말도 안 되는 거라니까?
수천 년 묵은 전통 스포츠를 50년씩이나 금지했다고. 지금 저 말은 독일인에게 맥주를 금지했는데 그게 50년씩이나 지켜졌다는 소리다. 아무리 들어도 범석이가 구라치는 것 같지만 진짜라니까··· 그만큼 히틀러의 가스실이 상상을 초월했단 뜻이겠지.
하지만 내가 만든 이 새 독일을 봐라.
루덴도르프가 배후중상설로 좌판을 깔고 히틀러가 유대-볼셰비키의 이름으로 건물을 세운 반유대컴퍼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루덴도르프 – 히틀러 조합이 떠든 유대인 배후중상설 자리를 차지하고 독일의 핵심적인 메타를 차지하게 된 것은 바로 <융커 배후중상설>. 정작 루덴도르프 본인은 융커가 아니라는 게 우습지만, 그렇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미리 선을 긋자면, 내가 딱히 유대인을 실드친 적은 없다. 독일민족혁명당과 로젠바움주의는 <독일인>의 정체성을 가진 모든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독일인>이길 거부하고 <유대인>이길 원하는 자들에게 혹독한 건 똑같다. 그렇지만 국민국가는 원래 타인을 필요로 한단 말이지.
나치랑 뭐가 다르냐고? 걔들은 개종도 하고 자기가 유대인이란 인식조차 없던 사람들도 가스실로 보냈다. 미친 새끼들.
여하튼.
그래서 이 <뉴 이스라엘>이 끝내주는 아이디어다.
– 사악한 새끼.
너무하네. 이게 다 나라 없는 불쌍한 유대 민족조차 구원해주려는 위대한 사상가 로젠바움의 크나큰 자비심이건만.
1934년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반유대주의가 판치는 나라는 바로 폴란드다.
폴란드 전 국민의 약 10%가 유대인이고, 수도 바르샤바는 무려 시민 중 30%가 넘는 사람들이 유대인이다.
그리고 폴란드인들은 갓 독립해서 민족주의가 철철 흘러넘친다. 원래 지배당하던 사람들이 지배자가 됐을 때 가장 혹독해지고, 유대인은 제일 만만한 샌드백이다.
내가 소련에 전한 계획에 따르면, 폴란드는 멸망하지 않고 작은 국가로나마 존속하게 된다.
이 경우 폴란드인들은 고토 수복을 위해 온갖 난리를 다 피울 텐데··· 지금도 실시간으로 폴란드인에게 핍박당하고 있는 유대인을 우리의 고기방패로 삼으면 어떻게 될까?
‘이제 우리의 시대다! 폴란드 돼지들을 죽이자!’
‘우리 발밑에서 빌빌대던 유대인 놈들이 우리 땅을 뺏고 동포들을 괴롭히다니! 죽여!’
아주 멋진 개판이 된다.
유럽의 전투민족 삼대장 세르비아인, 불가리아인, 폴란드인 중 가장 독기 왕성한 폴란드인들을 다른 놈들과 싸움 붙인다는 것만으로 이 프로젝트는 할 만한 가치가 있다.
– 독일인은?
전쟁해서 지기만 하는 놈들이 무슨 전투민족이야. 이런 나약한 패배민족을 이끌고 있는 내가 불쌍해지는구만.
결과적으로 나는 유럽의 유대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위대한 인물이 되고, 유대인을 혐오하는 스탈린은 새로운 이스라엘이란 짬통에 소련 내 유대인을 전부 갖다 부어버릴 수 있다.
해외의 시온주의자들은 예루살렘이 아닌 엉뚱한 곳에 이스라엘을 갖다 박은 나를 저주하겠지만··· 글쎄올시다.
독일과 소련 사이에 끼어 있는 이스라엘은 그 존재 자체로도 인질로서의 가치가 충만하다.
만약 미국이 독일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흠. 어떻게 될까.
– 가끔 네 머리통을 까서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 좀 열어보고 싶다, 정말···.
너무하구만.
내가 이 불쌍한 독일놈들을 멱살 잡고 캐리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아?
조스비의 미래 지식에 따르면 소련이란 나라는 <쳐들어가면 확정으로 나라가 망하는> 마굴이다.
그리고 21세기의 전직 장군 조범석 씨의 의견에 따르면, 독일이 선제공격을 하는 대신 소련이 일방적으로 먼저 전쟁을 일으킨다면 훨씬 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 히틀러가 소련을 공격한 건 전략적으로 멍청하기 짝이 없는 선택이었지. 하지만, 독일이 소련을 가장 곤경에 처하게 만들 수 있고 전략적으로 유리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었던 개전 타이밍이 언제냐고 하면 그건 1941년이 확실해.
그리고 정치인인 나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발, 좆같은 나라. 뭘 해도 답이 없네.
비스마르크 씨. 당신은 이런 고통을 수십 년간 겪었던 겁니까? 누워만 있어도 위산이 역류하고 콩팥에 돌멩이가 샘솟는 듯한 이 끔찍한 고통을?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비스마르크의 독일> 다음 챕터명이 <비스마르크 체제의 몰락>인 것처럼, <로젠바움 독일> 다음 챕터명은 <로젠바움 체제의 몰락> 같단 말이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독일의 유럽 패권은···.
– 아무런 멋이 없지. 호응 제로.
팩트로 때리고 있네.
미국이나 소련처럼 시대를 풍미하고 외국인까지 공감하게 만드는 ‘이 나라의 지배에 순응해야 할 이유’가 마땅히 없다. 내가 그걸 만들기 위해 노력하곤 있지만, 잘될 것 같진 않다.
내가 몇 년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매력이라곤 없는 독일은 <공포와 힘에 의한 질서> 외에는 패권을 유지할 수단이 없다.
패권을 포기하면?
당연히 개같이 두들겨 맞고 나라 망하겠지. 유럽 한복판에 박힌 이 나라는 패왕이 되거나 패배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의 운명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독일인들에게 물려줄 만한 건 단 하나.
오직··· 주체의··· 핵탄···!
독일의 패권이 무너질 바에는··· 전 세계를··· 핵의, 불길로···!!
– 워. 워워. 진정해라, 진정해. 진정하세요, 로젠바움 군!
독일의 패권을 유지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이 결의가 중요하거든요?
– 안 된다고!
조스비! 믿어줘! 내가 미래를 바꿀게!
– 시발롬아, 그만 좀 하라고!
이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 건 오직 하나.
대머리 영감 놀리는 것뿐이다.
***
미래 지식에 따르면, 20세기는 이념의 시대였다.
결국 매력적인 이념과 사상으로 남의 나라 국민을 감염시키고, 같은 사상을 공유하는 프렌즈를 늘려야만 상시적인 패권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도대체 이 독일의 <로젠바움주의>는 족보가 어떻게 되는가? 어디에 속한단 말인가?
민족을 중시하니 일단 공산주의는 아니다.
무솔리니식 파시즘이라기엔 민주주의를 옹호한다.
‘독일식 민주주의’라고 하기엔 지도자 숭배가 섞여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만들 때부터 그럴듯한 건 다 때려넣은 괴작이다. 나도 청국장에 순살치킨과 초코파이와 페페로니피자를 섞어 넣는 주제에 맛있는 물건이 나오리란 기대 따윈 하지도 않았다.
아무튼, 로젠바움주의는 매일마다 날로 갱신되며 개선되고 있다.
좋은 말로 하면 개선이고, 나쁘게 말하면 노근본 잡탕이라 매일 매일 말이 바뀌고 있다.
“총통 각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아르민 로젠바움입니다. 미국에서 머나먼 길을 와주시니 더욱 반갑군요. 언론의 사명이란 참으로 무거운 듯합니다.”
“전미의 식자들과 교양인들이 각하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인터뷰를 청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제가 독일을 되살리고 있듯, 저의 절친한 친구 프랭크가 미합중국의 기나긴 고통을 끝내기 위해 새로운 거래(New Deal)를 제안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도 독일처럼 다시 떨쳐 일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는 아직도 눈만 감으면 미국인 여러분들이 제게 보내주던 그 환호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미국을 상대로 한 여론전에 최대한 집중하고 싶었다. 어지간하면 미국과 대립하고 싶진 않다.
그러니까, 사실 안에 아무것도 없는 공갈빵이더라도 최대한 있는 척을 해야 한다.
“각하께서 제창하신 로젠바움주의에 대해 조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제 입으로 ‘로젠바움주의’라고 말하기엔 조금 부끄럽군요. 저는 사업가였고 정치가지 사상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로젠바움주의라고 하겠습니다.”
“예.”
“로젠바움주의는 민주주의의 한 갈래입니다. 미국인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자유와 정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지요.”
나는 펜을 꺼내 든 기자 앞에서 당당하게 개소리를 지껄였다.
“끔찍했던 지난 대전쟁이 끝난 이후, 독일인들은 고통스러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만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렇지요.”
“그리고 연이은 반란으로 마침내 외세의 개입, 그리고 그 외세에 부역하던 매국노들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왜 저들은 매국에 가담했는가? 바로 도덕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도덕이요?”
나는 당황해하는 기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이지 않는 손>이 증명하듯,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입니다. 매국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거리낄 것 없이 나라를 팔아치울 겁니다. 다만 옛날에는 종교가 있었습니다. 지옥에 떨어진다는 두려움과 자선, 자비를 강조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하나의 족쇄가 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 말씀은-”
“계몽의 빛이 밝은 이 20세기에, 더 이상 종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인간의 방종과 이기심은 자본주의의 흐름을 타고 끝없이 커져만 갔고, 옛날의 소중한 가치들은 구태의연한 헛소리로 전락했습니다.
이 끔찍한 순환 구조 때문에 창궐하게 된 것이 바로 공산주의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끝이 없으니 사유재산을 압수하고 모두 평등해져야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으리란 사상입니다.”
기자의 펜대가 정신없이 움직였고, 나는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로젠바움주의는 바로 도덕을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입니다. 불량아들과 어울리는 자식들을 훈계하고 때로는 엄하게 다스리는 아버지가 당연한 것처럼, 국가가 아버지가 되어 못난 자식들을 계도하는 것입니다.”
“구시대적 가치로의 회귀를 뜻합니까?”
“그럴 순 없지요.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나는 잠깐 기자의 눈동자에서 어떤 반골 정신 같은 무언가를 읽었다. 저건 언론인의 줏대일까, 아니면 미국인의 에베벱-프론티어일까.
“그러면 총통 각하 집권의 당위성 또한 그 가부장적 권위에서 나옵니까?”
“틀렸습니다. 미국인 여러분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주주의 백지 위임장을 얻은 최고경영자가 더 적절하겠군요.
모든 개인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지만, 개개인은 생존을 위해 국가라는 거대 권력에게 조금씩 자신의 권리를 위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증유의 국난에 처한 독일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바로 저라는 개인에게 결정권을 위임했습니다. 독일인들이 이 위임을 멈추고자 하는 순간, 저는 언제든 이 자리에서 내려올 것입니다.”
내가 국가를 다스리는 게 아니다.
독일이 바로 나를 선택한 것이다.
98%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언제든지 내가 써먹기 좋은 만능 레퍼토리였고, 기자는 차마 내 앞에서 ‘그 선거 혹시 조작 아님?’ 같은 말을 꺼내진 못했다.
“그렇다면 총통께선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십니까?”
“제가 바라는 것은 평화. 오직 평화와 번영, 그리고 질서뿐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럽인들의 머릿속에 질서란 ‘자국이 주도하는 질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타국이 주도하는 질서? 그게 질서일 리가 없잖아?
전부 대가리를 깨놓지 않는 이상 말을 들어처먹을 리가 없다.
평화를 구축하려면, 전쟁은 필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