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0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05화(105/246)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1)
어느 날 아침 아르민 로젠바움이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명의 위대한 총통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사기꾼.
조용히 해, 이 해파리 유령아. 사람이 폼 좀 잡는 꼴을 못 보는 것 봐라.
– 너는 저작권 위반이야, 이 표절범아. 카프카를 모욕하다 못해 부관참시하지 말라고. 저작권료를 납부하고 원출처를 밝혀야 바른 미래, 밝은 내일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정녕 부정할 테냐?
아니, 미래인한테 어떻게 저작권을 납부하란 말이야? 그리고 원출처? 지금 나더러 ‘권좌에서 내려와 앞으로 정신병원에서 여생을 살아주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본 건가?
– 으음. 출처 명기는 내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마. 하지만 나를 통해 배웠으니 나한테 저작권료를 내야지.
뭐지.
위대한 령도자이자 독일 민족의 영원한 어버이, 언제나 만민 만물을 자애로운 따스함으로 보듬는 참된 스승이자 길잡이 아르민 로젠바움이 하찮은 대머리 망령의 돈을 떼먹었다고 하면 체면이 서진 않는다. 그래, 대충 거울에 금박이라도 씌워주면 되려나.
– 거울이 내 거냐? 내가 원하는 걸 줘야 지불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
흠··· 귀신에겐 저작권료를 어떻게 내지?
축문을 쓰고 제사를 지내야 하나, 아니면 미래의 귀신을 위해 범석이 두마리 성당을 짓고 세인트 범서기우스라는 성인을 날조해야 하나?
– 그런 거 말고. 어? 원래 귀신은 말이야, 맺힌 한을 풀어주면 다 성불하게 되어 있다고. 장화홍련도 몰라? 하다못해 귀신조차 절차와 서식을 갖춰서 법원에 호소하는 K-관료제를 미개한 게르만 놈이 어떻게 알겠느냐마는-
오늘따라 지랄이 좀 긴데.
내가 한참 그 말을 묵묵하게 듣고 있자, 나와는 반대로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던 조스비가 슬며시 본론을 꺼냈다.
– 내가 성불할 만큼 아주 흡족하게, 그, 거 뭐냐. 저 머나먼 극동에, 끔찍한 폭정에 시달리며 광복의 그날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불쌍한 민족이 하나 있는데 말이지···.
미쳤네.
미쳤어 정말.
지금 유럽 대륙에 얌전히 붙어 있는 것 하나조차 어려워서 쩔쩔매는 이 독일더러 극동에 개입하라고?
정신줄 놨어?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으니 독재가 쉬워 보이지? 나도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대통령이든 대원수든 하면서 편하게 먹고 살았지 독재 같은 골 아픈 짓 안 했거든?
그리고 애초에 본인의 원저작물도 아니잖은가.
사회주의적 요소의 차용과 노동자 권리 중시 같은 건 페론주의에서.
국민투표를 통한 정당성 확보나 국가의 강력한 개입 같은 케이스는 드골주의에서.
권력층에 비하면 한없이 나약한 일반 대중이 사회의 주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주체이즘에서.
분열된 독일 민족이 외세의 음모를 분쇄하고 하나로 통일되는 그 순간까지는 부득이하게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위에 강력한 총통이 군림해야 한다는 논리는 유신헌법에서.
여기에 밑반찬과 소스처럼 곁들여진 무솔리니와 파시스트당의 간지나는 제복, 히틀러의 선전선동, 스탈린식 무자비한 숙청까지.
그야말로 궁극의 키메라!
이것이 20세기 완전체 잡탕사상!
다시 되새겨보니 범석이가 저작권료를 받을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그냥 커피잔에서 어푸어푸 수영이나 하라지. 조스비는 커피잔이 딱이야.
– 아니, 꼭 그, 백만 철기를 이끌고 열도를 불태운 뒤에 내가 해방을 시켜달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그냥 요점만 말하세요. 요즘 작대기 하나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이등병 계급장이 그립나 봐?
– 올림픽! 36년 베를린 올림픽! 그때 응? 뭐라도 좀 해주면 내가 아주 성불하겠구만!!
대체 뭘 해줘야 한단 말인가. 조선인 선수들과 뜨거운 포옹이라도 나눠? 아니면 김치에 스팸이라도 싸먹어?
일본이라.
갑자기 찝찝해진 나는 비서실을 호출했고, 허공답보를 하듯 실로 신속한 속도로 슈미트가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갑자기 하나 궁금해진 게 있어서 불렀네.”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일본인들은 나와 독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보고서를 오늘 내로 제출하면 되겠습니까?”
“아니, 자네는 따로 아는 바 없나?”
슈미트는 아주 잠깐 당황해하는 기색을 보이나 싶었지만 순식간에 그 감정을 지웠다.
“알고는 있습니다만 혹시나 틀릴지도 몰라-”
“그럼 일단 아는 것부터 말하고 오늘 내로 서면 보고서 하나 보내주게.”
“옙.”
콘라드 슈미트의 표정은 실로 득도, 아니, 오늘이 자신이 숙청당하는 날이기라도 한 듯 속세에 대한 미련을 끊고 최후를 겸허히 기다리는 듯한, 대체 왜? 꼴랑 이거 물어봤다고?
“일본인들은 각하를 증오하며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내가 뭘 했다고?
***
극동의 잽스들이 나를 저주하며 부두술을 하건 말건 내 알 바는 아니다.
틀림없이 나는 친절함과 관용을 발휘해 그들에게 항공기라는 문명의 이기를 베풀었건만, 이놈들은 이제 나한테 칼을 들이밀려 하고 있었다. 기가 막힌다. 역시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법칙은 바뀌지 않는 건가.
설마 대공황 직전에 일본 지사를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약간의 금융 기법을 돌려 소박한 수익을 거뒀다고 날 싫어할 린 없을 듯한데. 해당 거래는 철저하게 일본의 법률 절차를 준수했다고.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국내의 정치적 ‘개혁’을 마무리 짓고 외교전에 유리한 판도를 구성하는 것.
이미 독재 체제는 공고해졌고, 그 누구도 쉽사리 나의 권좌를 흔들 순 없다. 내가 엄청나게 치명적인 무언가를 말아먹기 전까지는.
우선 독일 특유의 지방자치제에 이제 종말을 고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각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사이의 힘싸움으로 꽤 몸살을 앓았었고, 나는 전혀 그 멍청한 실수를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무수히 많은 주가 따로국밥으로 놀던 바이마르 공화국 꼬락서니를 결코 좌시할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모든 주지사를 선거에 따라 선출되는 방식에서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임명제로 교체했고, 주 의회는 해산시키려다 고민 끝에 존속시켰다. 우리 당 사람들 감투는 남겨놔야지.
집권 기반이자 지방 통제의 핵심인 독일민족혁명당은 그 누구보다 충실한 신하인 헤르만 괴링이.
행정독재의 사령탑인 총통 비서실도 마찬가지로 신뢰할 수 있는 부하 콘라드 슈미트가.
내부의 적을 감시하고 도려내는 슈타지의 장관은 인척인 브란덴슈타인 백작. 마찬가지로 슈타지와 상호 견제하며 체제를 지키는 공화국 수비대 또한 마찬가지로 수십 년 전부터 함께한 뵐케의 몫.
공군은 공화국 수비대와 충성경쟁을 벌이는 로젠바움의 전통적 지지세력이며, 해군은 레더 제독이 몸소 총통에 대한 충성맹세를 박고 내부 숙청을 진행했다.
육군의 톱에 결코 배신할 수 없는 브라우히치를 앉히고 대대적인 계급장 뿌리기를 수행했으니, 이제 육군조차 내게 거스를 순 없다.
남은 적? 있나?
스탈린조차 ‘독일 공산당원들이 국가를 무너뜨릴 음모를 꾸몄다니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걔들은 사실 착한 공산당이 아니고 나쁜 서방의 유대-프락치임’이라고 말해줬으니, 나를 위협할 이들은 내부엔 없다고 확신한다.
그다음은··· 이런저런 준비들.
재무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경제를 되살리고 실업자를 구제한다.
시베리아에는 비밀 연구단지를 짓고 핵실험을 위한 밑단계 작업에 착수했다.
전 세계에 공산주의 광신도를 거느린 마교 소련이 탐하는 것 중 감히 못 가질 물건이 없으니, 우리가 백날 철저 기밀을 유지한다 한들 필연적으로 스탈린은 핵기술을 긴빠이칠 게 틀림없다. 소련의 첩자질은 인과역전의 신비한 권능이 있어 일단 ‘훔친다’라는 결과가 먼저 정해지고 그다음 원인이 생성되는 것···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지.
바이마르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일당 독재 체제에 돌입했지만, 문화나 예술 분야에서 무식하게 탄압을 하는 하책(下策)보다 어용 예술인에게 돈을 많이 뿌려주는 방안을 골랐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로젠바움사 주관 에어쇼와 베를린 국제 영화제.
거기에 끊임없는 문화 진흥책과 각종 대회 후원.
단순히 게르만 짱짱맨을 외치고 칫솔수염 마음에 들지 않는 예술은 ‘퇴폐’ 딱지 붙여서 줘패는 나치식 문화 통제는 정말 지능의 문제다. 그런 짓을 해서 대관절 어떻게 <게르만족의 위대함>을 어필한단 말인가?
폴란드나 다른 나라들이 반유대주의다 뭐다 패악질을 떨 때마다 독일로도 유대인들이 조금씩 흘러 들어왔다.
오스트리아의 돌푸스가 마침내 국가를 거머쥔 일당 독재자로 등극하면서 ‘조금 더 자유로워 보이는’ 독일로 탈출하는 이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바이마르 공화국의 흑적금 깃발이 내려가고 옛 제국 시절의 흑백적 깃발이 부활했지만, 이것이 신분제 국가 독일제국으로의 회귀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잘나가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에 가깝지.
이다음엔 뭘 해야 하냐면.
“조국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대전사들이여! 여러분의 가슴팍에 박힌 깃발의 의미를 가슴 깊이 새기십시오!”
스포츠.
1934년은.
이탈리아 월드컵의 해였다.
***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두체 베니토 무솔리니.
독재자에겐 치적이 필요했고, 폭압적으로 시민들을 짓누르려면 결국 그 가스를 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가스밸브는 대개 민족주의 – 국뽕에 호소하는 무언가가 가장 안성맞춤.
파시즘은 최강이고 두체는 신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무솔리니는 월드컵이라는 행사를 끔찍한 형태의 무언가로 완전히 사지절단해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에 귀화한다면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약속하겠네.”
“저는 항상 이탈리아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꼭 저도 이탈리아인이 되고 싶습니다!!”
이탈리아 축구 리그에서 활동하던 최고 성적의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리아로 국적을 바꾸고 이탈리아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합법의 영역.
“심판도 매수해버리지.”
“알겠습니다.”
“선수들에게 격투기 선생들을 붙여. 괜히 덤비는 놈들이 있으면 파쇼권법으로 전부 으깨버리라고 해버려.”
“각하의 탁월한 영도에 선수들이 날로 용기 백배하고 있습니다!”
“이래도 우승을 못 하면 전부 테베레강의 피라냐 밥으로 던져줘버려.”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자, 그 이름하야 무솔리니.
사실 두체로서도 이 지랄을 다 떨었는데 우승컵 하나 못 들면 자신의 권위가 추락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탈리아를 위해 죽어라!”
“이탈리아를 위해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그리고 고심 끝에.
두체의 검은 손길이 그의 위신과 자존심을 실추시켰던 보잘것없는 나라에도 향했다.
“독일.”
“예?”
“독일 국가 대표들을 비참한 처지로 만들어버리자고. 독일인들이, 게르만 놈들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연약한 것들인지 전 세계 만방에 과시해야만 해!”
그 결과.
“귀하의 입국을 불허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무튼 안 됩니다.”
응원을 위해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열성 관객의 경기장 입장엔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입국 과정에서 커트.
입국한 뒤 사소한 시비로 경찰에 연행.
교통편 지연.
갑작스러운 독일 응원단용 좌석의 문제 발생으로 인한 의자 철거.
독일 선수단을 위한 음식에 복통과 설사에 탁월한 각종 재료 첨가.
개판으로 연주된 독일 국가까지.
하나하나 실로 졸렬함의 끝을 달리는 접대가 벌어졌고, 피파마저 매수해버린 무솔리니는 그렇게 개판이 된 독일을 이탈리아와 대진시켰다.
“와아아아아!!”
“압도적 승리! 이탈리아가 독일을 격파하며 다음 라운드로 진출합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후예가 게르만족을 토벌합니다! 그들은 산산 조각나버려 자비를 구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체는 6:0이라는 결과에 대단히 만족했다.
‘꼴좋다. 로젠바움. 네 국민들에게 어디 한번 6:0을 설명해보라지.’
오랜만에 두체는 로젠바움을 마음껏 비웃으며 꿈나라로 향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아르민은 이탈리아 대사를 조용히 불러냈다.
“어인··· 일이십니까, 각하?”
“길게 말하지 않지요. 혹시 이탈리아는 독일과 전쟁이라도 하고 싶으십니까?”
대사의 등골을 타고 소름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