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0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06화(106/246)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2)
“오시면서 베를린 시민들의 분노를 충분히 구경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설마 독일의 위신을 실추시켜 놓고 아무 일도 없길 바라셨을까요?”
몇 번이고 강조했지만, 이탈리아와 독일 두 나라는 국경을 맞대지는 않고 있다. 이걸 보고 미래에선 전문 용어로 ‘그다지 멀지 않은 공중상의 거리’라고 한다던데.
전쟁은 불가능하다.
중간에 끼어 있는 오스트리아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단 으름장을 놓고 봤다.
그리고 대사는 순식간에 마인드 컨트롤을 마친 뒤 반격에 들어갔다.
“고작해야 공놀이 아닙니까? 축구로 무슨 전쟁입니까?”
“하지만 그들의 가슴에 독일의 깃발이 붙은 순간 그냥 공놀이가 아니게 된 것도 사실이지요.”
“그리고 지금 각하께서는 자연스럽게 우리 이탈리아가 무언가 협잡을 부린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이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국격을 훼손하는 발언입니다.”
대사님께선 참 상식적이군요.
하지만 1934년의 유럽이란 비상식이 판치는 외눈박이 세상이라고. 그 안일한 상식, 내가 부숴주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외교관께서 사죄의 의사를 표명하긴커녕 오히려 발뺌을 하시다니. 그들은 단순한 공 차는 재주꾼이 아니라 국가의 대표들이었습니다. 이탈리아는 명백히 주최국으로서의 권력을 남용했으며, 순수한 호의와 선의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우리 관광객들을 핍박했습니다.”
“저는 두 나라의 우호선린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이탈리아를 방문한 일부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은 것에 대해 유감의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정부의 귀책이라고 주장하신다면 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좋습니다. 앵무새를 상대로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요.”
나는 그에게 축객령을 내렸고, 대사는 마지막까지도 젠틀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지 않고 곧장 큰 소리로, 바깥에 있을 대사에게 다 들리도록 외쳤다.
“리히트호펜을, 아니지, 합동참모본부를 소집해! 당장!!”
혹시나 해서 다시 리마인드시켜주자면.
나는 항공의 창시자다.
대가리를 잘 굴려보라고, 이 친구들아.
***
전 독일은 극도로 흉흉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파스타 놈들을 죽이자!!”
“피자를 찢어버리자!!”
“티롤을 되찾자! 게르만족이여, 단결하라!!”
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독일에 사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치안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고, 민족혁명당의 조종을 받는 무수한 시민단체는 날이면 날마다 두체의 인형과 초상화를 거리로 들고 나와서는 불태우거나 까부수는 시위를 벌였다.
단순히 축구 좀 졌다고 분노한 시민들이 뛰쳐나와 고래고래 고함 지르고 불쑈 좀 하는 것은 어떠한 생산성도 없다. 그들은 잠깐 일그러진 분노를 표출하다가, 실적이 고픈 기마경찰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면 얌전히 집에 들어가거나 방망이에 뚝배기가 터지거나 둘 중 하나를 고르겠지.
하지만 저 넘치는 게르만의 에너지를 그리 허투루 쓸 수 있나.
분노한 독일인들의 시위는 점차 윗선에서의 지령에 영향을 받아 어떤 특정한 목적성을 띠게 되었다. 이거 안다. 내가 그들의 시위를 령도하기 전에는 그들은 다만 하나의 훌리건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들을 령도할 때 그들은 내게로 와서-
“두체 무솔리니야말로 독일의 적! 게르만 민족을 파괴하기 위해 수십 년째 횡보하는 악의 지도자 그 자체입니다!!”
“독일을 음해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 독일을 파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자!!”
“티롤! 티롤의 우리 동포를 구하자!”
“무솔리니의 손에서 동포를 구하자!!”
“오스트리아여! 우리의 동포들이여! 그대들은 같은 민족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가! 우리 동포들의 피눈물이 보이지 않는가!!”
전쟁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월드컵 대소동은 무솔리니도 무솔리니지만, 뜬금없이 집에서 발 닦고 자고 있던 오스트리아의 돌푸스가 게르만 민족주의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시달리게 되는 나비효과를 초래했다.
[방금 무슨 일이었죠?] [이탈리아 선수가 대놓고 사타구니를 걷어찼는데도 심판이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오스트리아, 슛, 골! 골입니다!!] [아. 아? 심판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선언했습니다!] [심판이 두 번째로 오스트리아의 골을 훔칩니다!! 전혀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던 골을 오프사이드로 판정했습니다!!] [이탈리아! 골!! 골 인!!!] [이탈리아가 오스트리아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합니다!!]“무솔리니가 오스트리아의 승리를 훔쳤다!!”
“게르만 민족이여, 언제까지 무솔리니에게 도적질을 당할 텐가!”
“우리의 땅, 우리의 자긍심, 우리의 모든 것을 돌려받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일을 상대로 승리한 이탈리아 대표팀은 4강전에서 오스트리아마저 격파하며 결승에 진출.
오스트리아 대표팀과 서포터즈들은 독일과 달리 크게 봉변을 겪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솔리니가 심판을 매수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야말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대참사였다.
한편.
독일군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연일 고함과 괴성이 쩌렁쩌렁 터져나오고 있었다.
“각하. 전쟁은 안 됩니다. 오스트리아건 이탈리아건, 현재 육군은 전쟁을 수행할 역량이 되지 않습니다. 1차 재무장이 완료되는 1936년까지는 가급적 군사적 행동을 옵션에서 배제했으면 합니다.”
브라우히치는 아직 오늘치 용기가 남아 있었고, 그 누구보다 강경하게 반전(反戰)을 부르짖었다.
“뭐, 융커 테마파크의 쿠데타 지망생들이 그러면 그렇지요. 베를린을 불태울 때만 헤라클레스가 되고 외적을 막아야 할 때면 순한 양이 되는 게 육군 아니겠습니까.”
“뭐라고, 시발아?”
옆사람에게 긁히기 전까지는.
브라우히치를 인정사정없이 벅벅 긁은 뵐케 공화국 수비대 사령관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각하. 저희 공화국 수비대를 진군의 선봉에 세워 주십시오. 총통 각하의 명령만 떨어진다면 단숨에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베네치아를 불태우겠습니다!!”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아주. 공화국 수비대가 왜 군대가 아니라 준군사조직인지 자알 알겠구만. 보급은 오스트리아인들이 다 해줄 테고 알프스는 좆으로 보이겠지?”
“지금 한 판 붙자는 겁니까?”
“혼잣말인데 왜 그러시는지? 혹시 군대도 아닌데 제복 입고 돌아다니다 보니 컴플렉스가 있습니까?”
저건 브라우히치가 이긴 것 같다. 어우. 저걸 저렇게 카운터를 날려버리네. 저게 그 기동방어란 거구만. 내가 뵐케였으면 오늘 밤에 분해서 맨정신으로 잠 못 잔다.
“각하.”
그래도 레더가 짬밥과 경륜이 좀 더 있긴 있으니 이 찰리 채플린 코미디 같은 개차반을 좀 수습해 주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만약 이탈리아 해군(Regiamarina)이 지중해를 뛰쳐나와 북해로 온다면 우리 해군은 결코 당해낼 수 없습니다. 무솔리니는 강력한 함대를 건설하기 위해 수십 년간 매진해 왔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가 이제 명백해진 셈입니다. 지금이야말로 강력한 전함을 건조하고 아울러 이탈리아의 통상파괴작전을 저지할 만한 구축함대를 건설해- 각하? 각하?”
음. 평소의 레더대로 예산 달라는 이야기였다. 기대한 내가 바보지.
– 조금만 더 숙성되면 구연동화 작가로 각성이라도 할 것 같은데.
첫째와 둘째 돼지의 집은 늑대에게 후 하고 날아가버렸지만 셋째의 강철 성채 KMS 비스마르크는 380mm 주포를 발사해 늑대를 찢어버렸어요··· 같은 이야기로 국민을 선동하는 데 성공하면 나는 괴벨스를 해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고 대신 레더를 괴벨스 후임으로 임명할 용의가 있다. 그 정도면 재능낭비잖아.
조금 미안하지만 전함을 뽑을 돈이 있으면 차라리 돔구장을 짓고 말겠다. 돔구장은 본전이라도 뽑을 것 같거든.
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 붉은 남작 리히트호펜 총장을 바라보았다.
“오스트리아 상공을 경유해 이탈리아에 대한 폭격을 감행할 수 있겠습니까?”
“명령이시라면 준비하겠습니다.”
폭격.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려면 역시 스크램블이 딱이지.
진짜로 폭격을 하진 않더라도, 독일 공군의 전투기가 떼를 지어 이탈리아 상공 근방을 스윽 찔러보기만 해도 무솔리니는 자신의 치핵이 자극당하는 끔찍한 감촉을 경험하게 되리라.
– 그딴 짓을 하면 돌푸스가 가만히 있진 않을 텐데?
바로 그게 목적이다.
돌푸스는 꽤··· 건방지단 말이지.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나?
원 역사대로라면 돌푸스는 나치당의 손에 암살당하고, 혼란에 빠진 오스트리아를 칫솔수염이 낼름 잡아먹어버린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안슐루스다.
하지만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 전역을 조증 환자처럼 들쑤셔대며 전 세계의 어그로를 혼자 끌어모은 히틀러와 달리, 나는 어그로 관리도 잘하고 평판작도 충실히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킬, 바로 함께 공격대 뛸 파티원 중 누가 A급이고 누가 폐급인지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단 말씀.
이탈리아는 병신이고 두체는 머저리다.
원 역사의 히틀러는 집요하게 자신의 발목을 붙들려던 이탈리아를 역으로 동맹으로 삼았지만, 나는 전혀 이탈리아와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
– 그러면, 설마···?
오스트리아 합병은 내 계획에 존재하지 않는다.
얻는 건 없고 잃는 것만 가득하지 않은가. 전 유럽의 어그로가 튀면서 동시에 가상적국 1호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다.
이탈리아군은 무섭지 않지만 알프스는 무섭다. 거기에 내 소중한 군대를 처박았을 때의 결과가 순전히 파스타 놈들이 얼마나 똥을 싸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더 무섭다. 예상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단 말이지.
그러니 오스트리아를 억지로 합병하는 대신.
그냥 돌푸스를 친독 중립으로 만드는 게 낫다.
지금 국민정서가 알프스 정상에서 끓인 라면처럼 애매모호하게 팔팔 끓고 있으니 돌푸스도 골머리를 앓고 있을 터. 각이 참 예쁘게 나왔다.
– 그럼 오스트리아는 계속해서 독립국으로 존속하는 건가?
무슨 소리야.
프랑스 대가리 깨고 나서 합병해야지.
독일을 위한 새로운 질서가 성립되고 나면, 독일인이 거주하는 유럽의 모든 땅은 독일령이 될 것이다.
바보병신칫솔수염은 그깟 땅 따위는 전쟁 이기고 나서 먹어도 된다는 걸 몰랐다. 나는 맛있는 건 아껴 먹는 타입이라 마시멜로 테스트도 통과하는 똑똑한 어른이고.
그건 그거고.
“공군과 공화국 수비대는 협력해서 새로운 병종을 훈련시킵니다. 낙하산을 통해 적진 한가운데로 강하하는 강력한 특수부대를 편성하겠습니다.”
“각하? 제 생각엔 그건 육군의 몫이어야 할 듯합니다만-”
“어허.”
“-공군 소속 지상부대라는 선례가 있는 만큼, 그들이 최고의 정예가 될 수 있도록 저희 육군이 기꺼이 훈련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치 용기가 고갈난 브라우히치가 곧장 납작 엎드렸다. 딱 좋군.
“각하. 정말 이탈리아와의 무력 충돌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나로서는 그러고 싶지만, 하나님의 천사께서 내게 계시를 내리길 조만간 독일에 슬픈 일이 일어날 터이니 함부로 흉하게 군을 움직이지 말라고 하더군.”
“···?”
“???”
저런. 다들 하나님의 뜻을 잘 모르나보군.
조만간 저들도 나의 크나큰 통찰력을 깨닫게 될 테니, 그때까지 굳이 내가 먼저 말해줄 필욘 없어 보였다.
우선 공군을 통해 긴장을 더 고조시키고, 겸사겸사 독일이 본격적으로 항공력을 키운다는 것을 과시한다.
다만 아직, 국제사회의 어그로가 무솔리니만을 욕하기보단 내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충분하단 게 문젠데.
여전히 ‘각하께서 최근 코카인을 빠시나?’라고 쑥덕대는 놈들을 뒤로하고 합참 회의를 마친 나는 곧장 괴벨스 박사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로젠바움사가 제작했던 다큐멘터리 중에 지금 꺼낼 만한 게 있는데, 기억하나?”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번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그 작품에 대상을 수여해주자고.”
괴벨스가 실로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
얼마 뒤.
“세계 최초로 영화를 통한 인류 평화, 그리고 예술의 위대함을 설파하기 위해 제정된 본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은 그 어떠한 외부의 압력도 없이 신중하게 심사를 거듭하였습니다.”
“1934년 올해의 단편영화상은 <시골에서의 하루>가 선정되었습니다! 본 작품은 독일민족혁명당의 부정부패와 형제단의 불법적 행위를 날카롭게 다루며, 독일의-”
구경꾼들이 술렁였다. 봐라. 이토록 로젠바움 정부가 관대하지 않은가. 통렬한 비판과 풍자조차 허용되다니, 아 관대하기도 하여라.
하지만 내가 무릎을 꿇는 까닭은.
“올해의 다큐멘터리상은··· <밤과 안개>입니다! 이탈리아 독재 정권 치하 남티롤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육과 인종청소를 다룬 작품으로, 무솔리니의 민족말살정책을 가감없이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본 작품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탈리아 독재 정권은 외국인에게도 무자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 이게 무슨, 무슨 개병신짓들이야? 한 놈은 스포츠 정신을 엿바꿔 먹고, 다른 놈은 예술을 정치질에 써먹고!
아니, 나랑 두체랑 동급으로 퉁쳐버리면 내가 억울하지.
그래도 나는 이탈리아 영화감독들 밥상에 설사약은 안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