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07)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07화(107/246)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3)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로,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제의 창설을 주도한 것 또한 아르민 로젠바움이었다.
<알프레드 노벨의 의지를 시상 위원회가 대변하듯, 이 영화제 또한 가장 숭고한 영화인의 전당이 되어야만 합니다.>
아직 대전쟁이 일어나기도 전 첫 영화제를 개최하며 로젠바움이 남긴 말이었다.
모두가 ‘고작 영화로 저렇게 거창한 멘트까지 한다고?’라고 생각했고 몇몇은 우습게 여기기도 했지만, 로젠바움은 대전쟁 기간 내내 프로파간다 영화에 시상하라는 독일 군부의 압력을 모두 무시하고 심사위원들의 공정성을 지켜냈다.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는 전설이 되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베를린 영화제는 만인의 주목을 받았다.
“<밤과 안개>는 로젠바움이 사실상 떠먹여 준 거 아닌가?”
“무슨 개소릴 쳐하고 있어. 뚫렸다고 전부 주둥인 줄 아나.”
“총통 각하가 니 친구냐?”
“너 <밤과 안개> 안 봤지? 내가 총알로 아가리 하나 더 만들어주기 전에 그냥 보고 와서나 씨불여.”
민족혁명당의 부조리와 <형제단>의 악행을 풍자한 영화.
그리고 남티롤에서 벌어지는 독일인 탄압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영화.
심사위원들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물결에도 굴하지 않았다.
“<밤과 안개>를 선정한 덴 그 어떠한 외압도 없었습니다.”
“당신들은 눈깔이 없습니까? 이건 혁명입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영화의 제작자들은 독재 정권의 총칼이 번뜩이는 곳에 카메라를 들고 잠입해서 촬영을 해왔습니다. 앞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전 세계의 모든 기자들은 <밤과 안개>를 봐야 할 겁니다.”
“만약 외압이 있었다면 차라리 이 영화에 상을 주지 말라는 외압이 있었겠지요. 이제 세상의 모든 독재자들과 뒤 구린 정치가들은 펜대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도 갖게 될 겁니다.”
돈과 시간이 넘쳐나는 한량들을 가리켜 흔히 ‘셀럽’이라고 부른다.
베를린까지 와서 영화제를 관람하는 이들 중엔 스스로 예술인입네 교양인입네 자부하는 자들이 상당수였고, 그런 그들은 <밤과 안개>를 보고 정신적 쇼크를 받은 뒤 온 동네방네에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보면서 구토를 참는다고 참 고역이었지.”
“어떻게 전쟁 때도 아닌데 이 유럽 한복판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이탈리아인들, 그렇게 야만스러울 줄은 몰랐단 말야.”
“그런데 대체 영화는 어떻게 찍은 거지?”
“그러게.”
<밤과 안개>는 대부분이 움직이는 영상보다는 사진 자료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연한 것이, 남티롤에서 영화 촬영용 카메라를 들고 활보하는 건 이래저래 위험한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뜩이는 감시의 눈길을 피해 사진을 찍었다는 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
“독일인들이 스파이 카메라를 만들었다는데?”
“저놈들은 관음의 민족인가? 대체 저런 소형 카메라는 왜 만든 거야?”
“뭐, 그야··· 용도야 뻔하지 않겠나.”
세계 각국의 첩보기관과 언론사가 미녹스(Minox)라는 소형 카메라 제조업체에 대해 파악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분 49프로가 로젠바움사 소유라고?”
“돈귀신이야. 돈귀신.”
“굳이 정치 같은 거 할 필요가 있나 모르겠네.”
“여러분. 저희 미녹스사는 독일 로젠바움사로부터 재무 투자를 받긴 했으나 경영은 독립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자사의 제품은 모두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오?”
“···이탈리아만 빼고요.”
이제 누가 봐도 이탈리아와 독일의 대립 구도는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유럽의 외교란 으레 가장 미운 놈 하나를 찍고 같이 그놈을 팰 다른 친구를 찾아 뭉치는 것.
두체로부터 심심할 때마다 ‘우리 땅 내놔 땅도둑아’ 소리를 듣고 있는 유고슬라비아가 <적의 적은 내 친구>라는 격언에 마음이 혹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봐, 프랑스야. 우리 독일이랑 좀 친해져도 될까?”
“무슨 개소리를 하세요 유고님. 님들 전쟁 나면 나랑 같이 독일 레이드해야 하는데 무슨 소리야?”
“독일이랑 우리랑은 애초에 국경도 안 접하고 있구만··· 우리는 독일보단 이탈리아가 더 급하거든?”
유고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친구가 하나라도 더 늘면 좋았다.
하지만 최고의 물주이자 후원자인 프랑스가 눈을 까뒤집고 독일이 얼마나 사악하고 피에 굶주렸고 악귀 같은 놈들인지를 역설하는 마당에, 쉽사리 친교를 다지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명분이 생겼다.
“무솔리니가 저토록 남티롤에서 끔찍한 짓을 자행하고 있었다니! 독일인이 저 정도로 핍박받으면 이탈리아 내 슬라브인들은 대체 얼마나 더 비참할까! 그렇지 않니, 프랑스야?”
“어? 응? 음? 그런가?”
“슬라브족을 대표하는 우리 유고와 게르만족을 대표하는 독일이 한번 만나서 회담을 좀 가져도 별말 없겠지?”
두체는 적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리고 이제 적들끼리 점점 친해지고 있었다.
***
[이곳은 지옥입니다. 지옥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이곳, 남티롤입니다.]최대한 무덤덤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나레이터의 목소리엔 희미한 분노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독일어를 할 줄 아는(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 무솔리니는 통역을 거치지 않아도 나레이터의 목소리에 깔린 감정을 캐치할 수 있었다. 탁월한 선동가인 그가 이걸 알아차리지 못하면 밥숟가락 놔야 한다.
[무수한 이탈리아인들을 이곳 남티롤로 올려보내고, 대신 원래 살던 독일인들에겐 엄청난 핍박이 가해지고 있습니다.이 노인 일가족을 보십시오. 카라비니에리(Carabinieri, 이탈리아 국가헌병대)들이 무자비하게 발길질과 폭력을 행사합니다. 팔순 노인이 독일어를 썼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며칠 뒤 구타의 후유증으로 죽었습니다···.]
“좆같이도 만들었군.”
입을 꽉 다문 채 영화가 흘러나오는 화면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무솔리니의 입에서 처음으로 말이 흘러나오자 통역은 입을 꽉 다물었다.
명백히 전문가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영화 전문가가 아니라, 선전선동의 전문가.
배경 음악에서부터 나레이션까지, 모두 음악의 대가가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듯 자연스럽게 보는 이들이 슬픔 – 비탄 – 분노 – 격정의 감정에 몸을 맡기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대체 누가 이런 사탄의 영화를 찍었단 말인가?
“이 영화의 이탈리아 내 상영을 막게.”
“이미 막고 있습니다만, 지하에서 암암리에 전파되고 있습니다. 공산당 놈들이-”
“또 공산당인가! 대체 그놈들은 밟아도 밟아도 끝이 없어!”
마침내 전지전능한 두체의 분노가 폭발했다.
“오스트리아에 알려. 국경 관리 똑바로 안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티롤의 모든 반역도들을 청소해버려. 모조리!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내륙으로 이주시켜버리고 그 자리에 우리 이탈리아인들을 보내!!”
어마어마한 국제적 문제가 되겠지만, 이미 위신에 깊은 상처를 입은 두체는 눈깔을 뒤집고 날뛰었다.
어차피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데 뭐 어쩌겠는가.
그러나 며칠 뒤.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면서 조금 이야기가 달라졌다.
<전진하라, 팔슈름야거Fallschirmjäger!>
[크헤헤헤. 이 천혜의 요새엔 그 누구도 올 수 없다. 너희들은 우리의 노예로 평생 일해야 한다!]군대의 힘으로 시민들을 억누르는 사악한 독재자 바나나토 마시멜로이니(Bananato Marshmallowini).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이 독재자를 타도하고 싶어 하지만, 그가 웅거한 곳은 너무나 접근이 어려워 그를 물리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때.
혜성같이 나타난 정의의 군대가 있었으니.
[세계 최고의 정예 부대, 팔슈름야거가 저 폭군을 해치우겠습니다!]달빛 하나 없는 야음.
산골짜기 깊숙한 곳까지 저공비행하는. 로젠바움사의 마크가 선명한 초거대 비행선.
그리고 비행선에서 수십 대의 수송기와 글라이더가 쏟아져나오고.
마침내 낙하산을 편 채 속속 강하하는 세계 최강의 군대!
“움직여, 신속히, 뛰어!!”
“낙하산 결합 해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공중에서의 습격에 우왕좌왕하는 독재자의 병사들.
“전차! 전차를 가져와라! 모조리 죽여버려!!”
“끄아아악!!”
“하늘에서 탱크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육중한 전차.
대포와 전차까지 동원된 치열한 전투 끝에 독재자는 붙잡히고, 시민들에게 거꾸로 매달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딱히 내용이라고는 없는 액션 영화였지만.
<본 영화는 로젠바움 그룹과 독일 공화국 수비대가 촬영에 협조했습니다>
“이보게들.”
“예, 두체.”
“영화라는 게, 하루아침에 뚝딱 나올 수 있는 물건이던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영화는 연 단위로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 저 팔슈름 뭐시기는··· 언제 찍어 놓은 거지?”
물론 영화이기에 가능한 연출이 상당수였다.
공화국 수비대의 하위부대로 창설된 팔슈름야거는 아직 숫자도 얼마 되지 않았고, 교리나 전술도 매일같이 육해공이 악을 쓰며 서로 투닥대고 있었고, 당연히 공중수송탱크도 무선조종폭탄도 공중항모비행선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만 본 사람들은 진실을 알 도리가 없었으니, 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구라인지 고심해야만 했다.
장내의 모두는 잠시 고민을 위해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금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진짜가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 진짜 같잖습니까?”
“공중을 통해 병력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조용히들 하게!!”
두체의 외침에 아웅다웅하던 졸개들이 모두 합죽이가 되었다.
“저깟 영화 따위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예!!”
“하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이탈리아가 독일인들의 천박한 도발에 어울려 줄 필요는 없지. 놈들에게 꼬투리를 내줄 이유가 없으니 남티롤은 당분간 내버려 두도록.”
“······알겠습니다!!”
그렇다.
이게 다 이탈리아가 너무 평화를 사랑해서다.
절대 이딴 저급한 공갈에 꺼림칙해져서가 아니다.
“그러고 보니 4월 말에 베네치아에서 예술 행사가 있지 않았나?”
“4월 30일부터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열릴 예정입니다.”
“독일도 참가하던가?”
“그렇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독재자가 다시 한번 이빨을 드러냈다.
“비엔날레 포스터에, 참가국들의 국기가 그려져 있군.”
“예, 그렇습니다!”
부하들의 입술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바짝바짝 말라붙었다.
대체 또 무슨 끔찍한 짓을 저질러서 외교를 나락으로 보낼 셈인가. 억류? 납치? 감금? 아니면 훨씬 더···.
“여기, 포스터의 독일 국기를··· 흑백적이 아니라 흑적금으로 그려버리게.”
“나약한 공화국 시절의 국기라니!”
“빨갱이 맛이 가득합니다!”
“과연 각하. 이토록 품위 있게 저들에게 굴욕감을 선사하시다니!!”
절대 쫀 게 아니었다.
귀찮아지기 싫었을 뿐이다.
독일이 이에 대해 항의하고, ‘인쇄 오류였다’ ‘민간의 실수다’로 이탈리아가 오리발을 내밀고.
다시금 으르렁대다가.
[조금 전, 독일의 전쟁영웅인 힌덴부르크 전 대통령이 영면에 들었습니다.] [힌덴부르크 전 대통령은 유서를 통해 ‘로젠바움 총통이 국가를 다잡아줘서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고, 앞으로도 전 국민이 일치단결해 총통을 옹위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특히 독일 육군은 오직 총통 각하의 영도 하에서만 존재의의가 있음을 명시하며 조건 없는 충성을 강조하셨습니다.]힌덴부르크의 사망.
“귀국의 영웅이 소천하신 데 대해 두체 무솔리니께서 직접 국장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셨습니다.”
“저 또한 이탈리아의 영웅인 두체를 뵙고 싶었습니다. 필시 돌아가신 힌덴부르크 전 대통령도 그분이 마지막 길을 장식해 주신다면 대단한 영광으로 여겼을 겁니다.”
이제 그만 어떠한 생산성도 없고 쓸데없이 서로 자존심만 실추되는 이 병신 같은 대결을 그만두고 싶었던 양측은, 마침내 그럴듯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반갑소. 베니토 무솔리니요.”
“찾아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리다. 베니토 무솔리니요. 바나나도 아니고, 마시멜로도 아니오.”
– 제대로 긁혔나 본데?
무솔리니는 정상회담이고 나발이고 있는 힘을 다해 악수 쥔 손을 꽈아악 잡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