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0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08화(108/246)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4)
비록 힌덴부르크의 국장이 성대하게 치러지긴 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힌덴부르크를 떠나 있었다.
중 한 명이었던 루덴도르프가 독일 멸망을 위해 암약하던 배신자였다.
물론 루덴도르프는 사형대로 끌려가기 전 ‘탄넨베르크 전쟁 당시엔 아직 암중세력에게 포섭되지 않았었다’라고 증언했고 힌덴부르크는 ‘그들’과 맞서 싸우지 않았다는 면죄부를 받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던가?
힌덴부르크의 생애 마지막 1년은, 그래서 ‘나는 반역자가 아니다’라는 자기변호와 로젠바움 찬양으로 가득 채워졌다.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과 아들이 물려받을 농장을 위해.
그 아들, 오스카어 폰 힌덴부르크는 그냥 병신이었다. 살다 보니 로또 1등에 당첨된 삶.
물론 이렇게 말하면 너무 잔인한 말일 수도 있지만, 사실인 걸 어쩌겠는가. 보통 사람 중 칠순이 다 되어 가던 부친이 갑자기 벼락출세했다고 자기 직장 때려치우고 아빠 보좌관으로 취직할 놈이 몇이나 있겠나? 배알도 정도껏 없어야지. 쓰레기 같은 놈.
힌덴부르크 신화는 막을 내렸다.
날이면 날마다 수염 허연 학자들이 대중 앞으로 나와서 어떻게 피할 수 있었던 전쟁을 융커들이 결행했는지, 벨기에는 왜 공격한 건지, 자기네 농장을 지키기 위해 병력을 돌렸는지, 그리고 어떻게 독일이 패배를 맞이했는지 낱낱이 까발렸다.
힌덴부르크가 잘나서가 아니다.
독일 민족은 우수했지만 군부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패하고 말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몇 년씩이나 인고해내고 러시아를 무너뜨린 게르만족이야말로 대단하지만, 융커들의 근시안적인 판단이 대국을 망쳤다.
자연스럽게 구시대의 귀족들은 저평가되었고,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인간미와 온정을 선보인 상생의 상징, 아르민 로젠바움은 무수한 음모가들과 구태 세력들의 공격에도 악착같이 독일인을 위해 버티고 또 버틴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 아, 정말 대단해.
그러니, 국장 또한 겉으로는 장중했으나 ‘결과가 어쨌든 노력이 가상하니 아무튼 대접은 해줌’ 정도의 느낌이 참석자 모두에게 알게 모르게 깔려 있었다. 그래도 남들 다 다하우로 끌려갈 때 본인은 침대에 누워서 죽었으니 호상 아닐까.
대강의 행사가 끝난 뒤.
진짜 스테이지인 두체와의 정상회담이 시작되었다.
***
우리의 두체 마시멜로이니는 확실히 매력적인 인간이었다.
– 너무 자연스럽게 마시멜로이니라고 부르는데. 그러다 실수할라.
아··· 맨날 마시멜로라고 부르니 본명보다 마시멜로가 더 익숙해져버렸다. 원래 이름이 뭐였지? 마카로니였나?
아무튼 이탈리아의 두체 베지밀 마카로니 씨는 맨손으로 한 나라를 집어삼킨 선동가답게 개인적 매력과 풍부한 교양, 이탈리아인다운 탁월한 패션 감각과 외국어 능력까지 가진 사람이었다. 물론 그게 국정 능력에 연동되지는 않는다는 게 실로 슬픈 일이지만.
그리고 그거 아는가? 베지밀 A와 베지밀 B는 사실 Adult와 Baby의 약자로 단맛이 더 강한 게 B라고 한다. 그러니 페페로니 씨를 위한 베지밀은 A와 B를 뛰어넘은 C, Childish한 두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 이 자식은 꼭 마셔본 것처럼 말하네. 베지밀 먹던 건 난데 왜 니가 난리야?
어허. 우린 기억을 공유하는 사이 아닌가. 그러면 당연히 나도 마신 거지.
혹시 아는가. 로마 재건에 미친 남자 벤또 짜파게티 씨가 K-베지밀을 맛보고 개과천선해서 바른 어른으로 개심할지.
– 아르민아··· 이제 이름에 흔적도 안 남았잖아···.
“총통께서 제창한 로젠바움주의가 무척 인상적이었소. 오랜만에 지적 희열이라는 걸 느꼈지.”
“좋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서구의 민주주의가 모순을 드러내고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지금, 제3의 길을 찾고자 하는 모두의 노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소. 시대는 바야흐로 새로운 답을 원하고 있소! 한낱 귀환병에 불과했던 남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모든 이탈리아인을 거느리게 된 것도 오직 그 답을 보여줬기 때문이오. 혹시, 로젠바움주의에도 내가 제창한 파시즘의 요소가 섞여 있소?”
눈빛 봐라. 답을 정해놨네. 정해놨어. 그 와중에 본인 이름에 악센트 넣는 것 봐라. 알았어. 베지터 파바로티. 제대로 기억했다.
“그야 물론입니다. 많은 이탈리아인들의 마음을 구한 영웅 두체의 파시즘 사상에 영향을 어떻게 받지 않았겠습니까? 선구자는 선구자인 것만으로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흐하하하!! 로젠바움 총통께서 이리 얼굴에 금칠을 해주다니, 참으로 오래 살고 볼 일이오!”
그리고 한동안 이런저런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길 한참.
베를린의 맛집 이야기를 하던 무솔리니는 이따 저녁밥 뭐냐고 묻듯 아무렇지도 않게 스윽 다른 화제를 던졌다.
“이번에 팔슈름야거 영화를 보고 감명받았소.”
“재밌는 액션 영화였지요. 저도 봤습니다.”
“독일이 벌써 그렇게 막강한 공수부대를 거느리고 있다니. 새삼 두렵소. 베르사유 조약에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립니까? 조약이라뇨. 허허.”
나는 손사래를 치며 두체의 잽을 피했다.
“설마 두체께서 영화를 현실과 혼동하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과장된 연출은 있을지언정 무에서 유를 만들긴 어렵지 않겠소?”
“왜 안 되겠습니까. 제가 영화 산업에서도 잔뼈가 굵어서 아는데, 무에서 유, 환상을 만드는 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에 그 <밤과 안개>인가 하는 영화처럼 말이구려.”
오. 역시 썩어도 준치인가. 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계기를 보라.
“그 영화는 제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워낙 민감하잖습니까.”
“그렇지요. 역시 총통께선 현명하십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으음. 아예 환상, 판타지를 다루는 것과 현실에 근간을 둔 것은 조금 다르지요.”
무솔리니는 집요하게도 양자택일을 강요했고 나는 말을 흐렸다.
어차피 여기서 우리 둘이서 떠드는 게 뭔가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요컨대 이건 하나의 기싸움.
– 결국 둘 중 하나는 인정하라는 거로군.
그렇지. 우리 범석이도 내 옆에서 몇십 년을 있었더니 풍월을 읊는구나.
어디서 한 수 접어주고 뭘 던져줘야 할지는 너무나 뻔하다.
“공수부대라는 게, 저희도 나름대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만 결과는 썩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렇소?”
“영화에서는 전차도 수송하고 대포도 수송하지만, 로젠바움사의 기술력으로도 그만큼 무거운 중장비를 실어나르긴 불가능합니다. 결국 공수부대는 고작 개인화기, 소총이나 수류탄 외엔 아무것도 들고 다닐 수 없단 뜻입니다.”
무솔리니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리아 군부의 머리통이 전부 1형 전투식량이 아닌 이상 여기까진 그들도 유추했으리.
“그래서 독일 군부가 아니라 국내 반역자와 치안을 담당하는 공화국 수비대의 몫으로 돌렸습니다.”
“그 용도면 굳이 거창하게 비행기를 날릴 이유가 있소? 굉장히, 낭비 같은데.”
“그럴 리가요. 일단 국민들, 그리고 역도들에게 과시할 수가 있지요. 두체께서도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 보이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슬슬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권총과 수류탄, 그리고 기관단총 정도로만 무장한 채 국내의 테러리스트와 반역도 토벌에 초점을 맞춘 부대. 화력은 미비하더라도 일단 간지가 넘치고, 육박전을 가정한 무술 훈련도 철저히 시킨다.
미래에 나올 대테러부대 개념과 적절히 짜깁기해서 나는 두체를 속이는 데 성공했다.
사실 속인 것도 아니다. 공화국 수비대 소속 팔슈름야거는 기마경찰에서 초진화한 공중강습경찰로 실존할 테니까.
군사적 의미의 팔슈름야거는 당연히 공군 소속.
전차까지는 무리지만 돌격소총, 박격포, 장갑차, 개발 중인 로켓발사기까지 다 안겨주면 얼추 고정 목표를 일시적으로 점령할 만한 화력은 확보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그땐 굉장했지. 정말.
나이 잡술 만큼 잡순 아저씨들이 빼에에엑 하는 걸 리얼 생중계로 보게 될 줄이야.
팔슈름야거는 어느 군종 것이 되어야 하느냐를 놓고 벌어진 말싸움은 결국 싸움(물리)로 진화했고, 공군의 존재와는 별개로 육군항공대와 해군항공대를 창설해 주기로 하는 선에서 대강 마무리 지었다. 오토자이로라든가 슈투카, 정찰기 같은 건 그냥 육해군 소속으로 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으니.
아무튼.
“이런 기밀 사항을 그대로 말해줘도 괜찮소?”
“딱히 기밀은 아닙니다. 조만간 열병식 행사를 열면서 온 세상에 공표할 테니까요.”
“흐음. 그래도 호의에 감사를 표하리다.”
그래야지.
앞으로 독일과 유럽에 놓인 복잡한 외교적 이벤트들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전혀 미지수다. 단순히 미래 지식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느냐는 정말 예측이 불가능한 관계로, 두체와의 관계를 개선해서 나쁠 건 없었다.
나는 두체에게 적당한 호의를 베풀어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놨고, 그는 은근히 <남티롤 떡밥 좀 그만하자>를 암시했다.
“나의 파시즘과 총통의 로젠바움주의 모두 각국의 민족성을 강조하고 있소. 특히 혈연이 아니라 국적,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곧 민족임을 명시하고 있지.”
“그렇습니다. 저 야만스러운 폴란드나 러시아처럼 유대인이라고 괴롭히고 집시라서 감방에 처넣고 하는 건 문명 국가의 도리가 아니지요.”
“흐하하. 과연. 역시 그대와 나야말로 이 어두컴컴한 유럽에 빛을 가져다줄 영걸들이오!”
빛? 화약의 폭발과 화끈한 방화도 빛은 빛인가? 불빛이네. 맞네.
나는 여기서 잽 대신 단숨에 어퍼컷을 날리기로 했다.
“그러니 로젠바움주의에 따라, 모든 게르만족은 맏형인 독일의 품에 안길 권리가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찾아오기까지 했는데 굳이 싸움을 벌이려 하시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리’입니다. 그들이 굳이 독일의 품에 오겠다 하지 않는다 해도 우린 개의치 않습니다.”
오스트리아가 자주적으로 독일과의 합병을 원치 않는 이상, 내가 주도적으로 공작을 하진 않겠다.
“과연! 그게 바로 내가 원하던 바요. 중유럽의 평화!”
의견 일치.
<두체의 축구교실> 파동으로 게르만 민족주의와 반이탈리아 감정이 대폭발한 오스트리아.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만 하고, 그 틈을 비집고 독일이 침을 바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싶어 했다.
– 그 말인즉슨 지금이 안슐루스 적기라는 뜻 아냐?
그러는 순간 무솔리니가 개지랄을 하겠지.
무엇보다.
1938년 칫솔수염이 일으킨 안슐루스와 달리, 1934년인 지금은 <자르Saar 보호령>이 아직 국제연맹 통치하에 묶여 있다.
내년에 국민투표를 열어 프랑스 또는 독일 중 어디에 귀속될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두체가 무슨 개같은 훼방을 놓는다면 굉장히 골치 아파진다.
오스트리아? 전혀 급하지 않다. 칫솔수염이 오스트리아에서 시한폭탄놀이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놈은 다하우 장조림이 됐다고.
“그래서 말입니다만. 독일의 자주성을 침해하던 베르사유 조약에 대해 부디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탈리아 또한 지난 전쟁에서 응분의 대가를 얻지 못하기로는 매한가지 아니었습니까?”
“하! 물론이다마다요. 전쟁에서 졌다 해서 군대를 키울 자유를 박탈하다니, 이는 국제법적으로도 대단히 옳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반역도들에게 나라가 무너질 뻔하지 않았습니까?”
그 반역도를 포장해서 남의 집에 던진 놈이 말하니 어이가 없지만, 원래 이게 외교고 정치다.
하지만 지금.
무솔리니는 오스트리아와 남티롤 문제에 대한 대가로 독일의 재무장을 전면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로이센 육군이야 원래부터 명성이 자자했고. 항공도 로젠바움 총통이 있는데 항공에 대해서 입을 떼면 내가 멍청이겠지.”
“좋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해군은. 흠. 모르긴 몰라도 꽤 피곤하겠소? 해군이라는 게 암묵지와 전통으로 굴러가는 부분이 꽤 많단 말이외다.”
해군에 대해 잘 모르는 한 사람과 한 귀신은 가만히 입을 다문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강력한 이탈리아 해군의 군함에 관심이 있지는 않소?”
“하하. 고민해 보겠습니다.”
“명심하시오. 강한 해군만이 국가의 생존을 보장하오. 최소한, 자국의 해안선을 지킬 만큼의 해군조차 없으면 비참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오!”
나는 막판에 보험 외판원이 되어 날뛰는 두체를 적당히 응대해주고, 며칠간 안간힘을 쓰는 그를 간신히 집에 보낼 수 있었다.
외교적 대승리.
이제 프랑스를 빼고 독일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이웃 국가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엇 말이오?”
“독일이 다시금 대양함대를 부활시킨답니다! 무솔리니가 독일에 전함을 팔기로 했어요!”
“세상에나. 독일이 다시 바다로 나온다고?”
“그렇습니다. 존경하는 프랑스의 의원 여러분! 당장 엄청난 전함을 건조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망합니다! 해군에 예산을!!”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갑자기 건함경쟁이 재개되었다.
아니, 전함 안 뽑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