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0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09화(109/246)
크릭스마리네의 이상한 영광 (1)
1934년 8월.
힌덴부르크가 죽고, 이를 계기로 독일과 이탈리아의 험악했던 관계에 종지부가 찍혔다.
미국의 무관심, 영국의 방조, 폴란드의 묵인.
거기에 결정적으로 <오스트리아 불간섭>을 공인받은 이탈리아마저 ‘독일의 재무장은 독일이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적극적 찬성으로 선회하자.
안 그래도 쿠데타 음모다 반란 위기다 뭐다 하며 국내가 소란스럽던 프랑스는 독일에 개입할 모든 의욕이 꺾여버리고 말았다.
“프랑스 놈들. 완전히 흐물흐물해졌군. 저놈들 순 종이호랑이인가?”
무솔리니의 속내는 복잡했다.
독일의 성장을 방치하면 재미없다.
하지만 이탈리아 단독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
무솔리니의 기나긴 병림픽은 국내 지지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1순위였지만, 누구 하나라도 얼른 판에 뛰어들어서 같이 독일 좀 견제해보자는 통곡이기도 했다.
그러나 놀라울 정도로 누구도 관심을 가져다주지 않았고.
두체는 삐졌다.
“좋다. 다들 남 일이다 이거지? 이탈리아 또한 오스트리아 문제만 아니면 충분히 남 일인데도 세계 평화를 위해 독일을 막고자 했건만!!”
“두체의 영도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우리 이탈리아와 달리, 서방의 개돼지들은 표에 굶주렸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들은 각하와 같은 탁월한 리더가 없기 때문에 앞날을 전혀 모릅니다.”
“그러면 어디, 저놈들 발등에도 불똥을 좀 지져주자고.”
프랑스야 굳이 자극하지 않아도 된다. 독일을 안 때리는 게 아니라 못 때리는 거니까.
그러면 남은 나라는 하나.
도버 해협 뒤편에서 팔짱 낀 채 니나노 하며 구경만 하고 있는 놈들!
“독일이 건함경쟁을 재개한다!! 이탈리아가 전함을 판다!!”
양치기 무솔리니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온 유럽 주민들이 헐레벌떡 뛰쳐나와 지중해와 북해가 동시에 화르륵 불타올랐다.
결코 혼자 죽지 않는 남자.
바로 베니토 무솔리니.
건함 경쟁이라는 거대한 쥐불놀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싸그리 집중된 사이.
두체의 기나긴 팔은 쭈욱 뻗어나가.
유고슬라비아 국왕 암살이라는 새로운 음모를 준비했다.
***
히틀러의 선배, 세계를 불태우고 싶은 남자 무솔리니의 음모가 수면 아래에서 준비되고 있을 때.
무솔리니가 투척한 황금 사과는 제 위력을 충실히 발휘하고 있었다.
“대사님. 독일이 건함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게 사실입니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대사!! 독일이 이제 해군까지 재무장을 준비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정말 독일은 다시금 전쟁을 일으킬 속셈입니까?”
“전혀, 저는 정말 전혀 들은 게 없습니다.”
“장관님!! 외무장관님!! 독일이 이탈리아와 손잡고 프랑스를 상대로 한 공수동맹 밀약을 체결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제멋대로 떠들고 다니지 마세요! 설령 외국 기자라 하더라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외교 라인이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어지럽다.
무솔리니··· 이 정도였나. 실로 대단하다.
자기 나라 관리는 제대로 못 하지만 남을 엿먹일 때는 진심이 되는 남자. 뭐 이런 놈이 다 있단 말인가.
“무솔리니는 아마도 우리에게 전함을 판매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건함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그 자체가 진의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내 생각도 그렇습니다.”
여기까진 그래, 뭐 좋다.
딴 놈들이 우리의 해군 재육성을 염려한다면, 만들지도 않을 함대를 미끼 삼아 적당히 뜯어먹을 건 뜯어먹을 수 있을 테니.
그런데.
“오, 독일!! 독일!!!”
“대양함대가 부활한다! 마침내!!”
“로젠바움 총통 각하 만세!!”
“빛나는 과거로, 위대했던 시절로 돌아간다! 카이저여, 우린 그대 없이도 영광을 되찾으리!!”
민족주의에 불이 붙었다.
이 시대에 강력한 함대라는 건 그야말로 국가의 자존심.
원래 자존심 공급용 진통제로는 <식민지>라는 엄청난 물건이 존재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이런 나쁜 건 어른만 빨 수 있다면서 연합국에게 전부 압수당했다.
그 대신 로젠바움주의는 <식민지는 나쁜 것. 오직 사악한 나라들만이 식민지를 보유합니다>라고 선전해댔으니, 독일인들은 식민지는 맛도 없고 비윤리적이며 국력을 저해하기까지 하는 신포도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일까.
우리 국민들은 더더욱 함대 재건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미쳐 날뛰었다.
나는 곧바로 국정회의를 소집했다.
“지금 대체 이게 무슨 난리들입니까. 건함이라니? 대체 국민들이 저리 날뛰고 있는데 어째서 정부와 당은 가만히 손 놓고만 있지?”
“저, 각하.”
“말씀하세요.”
괴링은 쭈뼛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역시, 우리가 재무장도 선언했고, 가짜 군대 소리 듣다가 얼치기긴 해도 그럴듯한 군대 모양이라도 갖추기 시작했는데, 다 썩어가는 통통배 대신 최소한의 국격을 맞출 군함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명색이 나라라면, 제대로 된 전함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고, 여론이 너무 기세등등해서···.”
“중남미 국가들도 우리가 쓰는 전함은 줘도 싫다고 할 겁니다, 각하.”
“가장 신형 전함이 1908년에 나온 물건입니다.”
“아니, 포켓전함인가 하는 전함 있잖아?”
“그건 전함이 아니라 장갑함입니다!”
세상에. 내 부하들마저 해군에 미쳐 있다니.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혀도 이렇게 아프진 않을 텐데. 설마 진짜로 레더가 최면 능력자였다고?
누구보다 여론을 스스로 주물러야 할 놈들마저 해군뽕에 취해 있는 꼬락서니를 보니, 여기서 만약 내가 ‘해군 증강 따위는 없다’라고 하는 순간 지지도 하락은 필연인 듯했다. 역시 독재는 어렵다.
“국민성금 거둡시다.”
“알겠습니다!”
“전 국민을 독려해 건함 성금을 메꾸겠습니다!”
하늘이 내린 천재이자 위대한 영도자인 나도 세상만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는 않는 법.
회의를 끝낸 뒤 나는 얼른 AI 비서 조스비를 켰다. 자, 해군에 대해서 아는 걸 좀 떠들어 봐. 우리 국민들을 만족시키면서도, 동시에 재정에 너무 무리 안 가고 맨파워도 많이 잡아먹지 않고, 그러면서도 미래전의 트렌드에 가장 잘 따라갈 수 있는 방식으로다가.
– ······나도 잘, 모르는데?
네···?
– 내가 해군을 뭘 어떻게 알아, 망할 놈아.
여름이라 그런가. 덥네.
나는 조용히 창문을 활짝 열었다.
시발.
시발 어쩌지.
이걸 어쩐다?
***
– 어디 보자. 내 기억으로는, 나치 독일이 건조한 전함 비스마르크는 설계가 아주 개판이었다지? 전쟁 이전의 설계 능력을 상실해서 어마어마한 퇴보가 발생했다··· 고 국방일보에서 본 것 같은데.
수상함, 특히 전함은 구리다. 확인.
– 그리고, 유보트 300척만 있었으면 영국을 항복시킬 수 있었다고 되니츠라는 명장이 말했다더군.
유보트라.
– 그리고 미래전의 트렌드는 항공모함이지. 전함은 결국 도태되고 항모전단이 시대의 흐름이 된다. 7함대라고 들어나 봤냐. 미국이 강력했던 이유도 항모전단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나 강력한 무력을 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좋아. 유보트. 항모. 외웠다.
거봐라. 게을러터진 놈. 쥐어짜니까 답이 탁탁 튀어나오잖는가.
나는 레더, 그리고 되니츠를 집무실로 호출했다.
레더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당장이라도 꼬꼬마 동산의 햇님으로 승천할 것만 같았다.
“함대를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대규모 유보트 함대, 그리고 항공모함을 위시한 수상함 전력을-”
“?”
내 말에 레더와 되니츠 모두 외계인을 만난 듯한 얼굴이 되었다.
“혹시 뭔가 문제 있습니까?”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혹시 누가 각하께 그런 말을 꺼냈습니까?”
“음. 내 개인적인 조언자가 있소. 그자의 말로는 유보트 300척이면 영국과 전쟁을 벌이더라도 이길 수 있다던데.”
“미친 소립니다.”
레더가 말을 하기도 전에 옆에 앉아 있던 되니츠가 단호하게 말했다. 야, 니가 한 대사라고 미래 귀신이 떠들었다고!! 조범석이! 어떻게 된 거야!!
– 나한테 묻지 마라··· 나는 최선을 다했다···.
“일단 저희는 그만한 숫자의 유보트를 건조할 조선 능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유보트가 통상파괴전을 하려면 적 함대를 붙잡아 둘 정말 최소한의 함대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잠수함의 건조는 영국과의 극한 대립을 야기할 것입니다. 각하. 혹시 근시일 내에 영국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무슨 소리들이야, 지금.
“현시 효과가 있는 수상함과 달리, 잠수함이라는 병기는 근본적으로 암습용 비수와 마찬가지입니다. 전면전, 총력전을 상정해야만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지요.
특히 영국은 지난번 전쟁에서 잠수함으로 어마어마한 고초를 치렀던 만큼, 잠수함대의 건설 시도 자체를 중대한 전쟁 도발로 간주할 겁니다.”
이봐. 범석이. 어떻게 된 거지?
– 아니, 내가 군인 할 땐 장보고급이니 뭐니 잘만 잠수함 만들어서 자랑하고 다녔다고. 애초에 1930년대가 니 전문이지 내 전문이야?! 니가 알아서 잘 판단해야지!
이제 도로 나한테 화까지 낸다. 어이가 없어가지고, 정말.
그럼 항공모함은?
“저희야 항공기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혜안을 가진 각하의 말씀이시니 그 부분에 관해서는 차마 논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해의 끔찍하리만치 거친 환경을 고려하자면, 함재기를 제대로 이륙시킬 기술력이 있는지부터 미지수이고 설령 제대로 만든다 하더라도 많은 수의 함재기를 싣긴 어려울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 각하, 육상에서 발진하는 일반적인 항공기와 해상을 염두에 둔 항공기는 꽤 다를 텐데, 그 항공기가 함선을 격침시킬 만큼의 역량이 되겠습니까?”
나는 잠깐 침묵한 채 커피잔만 열심히 노려보았다.
– 야! 이제 항공기는 니 전공이잖아! 나한테 뭐라고 하면 안 되지!!
역시 주체의 핵탄뿐인가? 사실 원자폭탄은 만병통치약이어서 뭐든지 핵공격이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닐까?
– 정신줄 잡아라!
“두체가 제안한 전함 설계도 판매도 저희는 모르겠습니다. 이탈리아 해군이 상정하는 지중해에서의 작전이 과연 북해를 염두에 둬야 하는 저희와 얼마나 맞아떨어질지···.”
“그렇습니까. 일단, 최소한의 국격을 유지할 만한 전함 보유는 고민해 보겠습니다. 함재기는 로젠바움사에 발주를 의뢰하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레더는 틀림없이 절도 있게 경례를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내 눈에는 그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빙글빙글 트리플 악셀을 밟는 듯이 걸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자. 어디 보자.
항공모함이 의미가 있으려면 함재기를 별도로 개발해야 하고, 그 함재기가 군함, 특히 전함을 용궁으로 처넣을 강력한 펀치력을 보유해야 한다. 뇌격기와 급강하폭격기가 필요하다는 뜻.
잠수함은··· 일단 보류. 내 목표를 달성하려면 영국과 전쟁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 지금도 영국의 분노 수치가 어느 수준일지 간을 봐야 하는데, 잠수함 = 폭발이라는 증언을 들었으니 굳이 등신짓을 할 생각은 없다.
뭣보다 잠수함, 생각보다 엄청 비싸더라고. 단순 단가도 단가지만 강재와 인력이 어마어마하게 잡아먹힌다. 견적서를 보는 순간 ‘그 돈이면 씨발’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니까? 국민들 가오도 못 채워주는데 경제성 나쁘고 영국과 싸우게 되는 걸 왜 뽑나.
그리고 전함.
간지나는 전함.
전함 이름은 정해 놨다. 당연히 <아르미니우스>급이다.
– 미친놈··· 자기과시에 미쳐버린 놈··· 전함 왜 뽑냐고 하던 놈이 바로 이름 붙이는 것 좀 봐. 어우, 세상에.
조용히 해. 2번함 이름을 ‘대머리 범서기우스’로 붙이기 전에.
전함을 건조하는 건 건조하더라도.
두체의 깜찍한 장난에 내가 일방적으로 당할 순 없다.
나는 고민 끝에 외무장관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예. 전함 관련 건으로 불렀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영국은 겉으로는 난리를 피우고 있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할 용의가 있는 듯합니다.”
“그거 좋군요. 그럼 말입니다.”
나는 슬며시 서류 몇 장을 내밀며 그에게 말했다.
“미국에서 전함 설계도를 사올 수 있겠습니까?”
– 아! 경쟁 입찰! 듣기만 해도 입에서 침이 고이네. 라팔아, 팔렸니, 아니오-
두체는 거기서 경쟁자 역할이나 해.
나는 미제 사올 테니까.
(참고)
1. 미녹스(Minox)사는 실존했던 회사이며, 35~36년에 길이 약 8cm의 소형 카메라를 개발해 판매했습니다.
2. 1934년 10월, 유고슬라비아 국왕 알렉산다르 1세는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으나 마르세유에서 암살당합니다. 복잡한 배경은 추후 다루겠지만, 이 암살엔 무솔리니의 조력도 일부 섞여 있었습니다. 유고는 사건을 키우기 싫었던 프랑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국제연맹에 제소하는 걸 포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