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10)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10화(110/246)
크릭스마리네의 이상한 영광 (2)
전함은 전략병기이며, 동시에 국가의 자존심이다.
따라서 전함이 부질없다는 나의 판단은 더없이 합리적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멍청한 판단이었다. 조범석이의 21세기산 맹독이 내 뇌를 물들인 게 틀림없다.
– 아니, 여기서 내 탓을?!
그렇고말고. 내가 틀릴 리가 없잖아. 그러니 니 탓이지.
전함이란 두 글자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돈낭비로 느껴져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간지나는 이동형 랜드마크>라고 써넣어도 된다.
아니 세상에, 대포 달린 에펠탑과 타지마할이 바다를 떠다닌다니까? 이걸 어떻게 참지? 거기다 전 세계 국가들끼리 <가장 크고 아름다운 에펠탑 승부>까지 한다는데? 기동무투전 G-에펠탑을 참을 수 있다면 그건 남자가 아니다. 랩틸리언이 틀림없다. 아니, 랩틸리언도 ‘와, 지구인들은 개쩌는 걸 하는군요’ 하면서 팝콘을 들고 착석할 게 틀림없다···.
그렇다.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갬성의 영역.
국뽕의 영역.
그 효용성을 인정한 나는 크고 아름다운 영도자 아르민 로젠바움 전신 조각상과 장엄한 독일민족혁명궁전 건설 계획, 총통 전용 초대형 호화비행선 그라프 체펠린을 취소해 전함 예산안을 집행할 것을 건의했다.
“각하! 전 독일 국민들은 각하의 은총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어서 아우성입니다!”
“그깟 쇳덩어리 따위를 위해 각하를 칭송하는 사적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세요. 국가가 먼저여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성금을 걷는 와중에 어떻게 내가 내 얼굴에 금칠을 하겠습니까?”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시는 총통 각하의 영단에 말을 잇지 못하겠습니다.”
귀찮은 놈들.
내가 급하지 않은 것부터 예산을 줄이자, 갑자기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죄다 몰려와서는 대가리를 연신 박아대며 충성심을 어필해댔다.
– 네가 삔또 상했다고 느끼나 보지. 전함이야 나야? 이런 거.
어지럽다. 내가 지금 독일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도키도키 게르만 라이히를 플레이하고 있는 건가.
나는 다시 이놈들을 갈궈 충성심 테스트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우선순위 조정이라고 친절하게 정정해줬지만, 부하 놈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딸랑딸랑의 세계란 참으로··· 추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국방성금을 완벽하게 걷어 국비는 단 1마르크도 쓰지 않고 전함을 건조하겠습니다! 만약 1마르크라도 국비를 쓰게 된다면 저를 괴링이 아니라 마이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렇군요, 마이어 원내대표. 이제 알베르트 괴링 씨를 부를 때 괴링 씨라고만 부르면 되니 편해지긴 하겠군요.”
“대신 내가 해낸다면 네놈도 성을 바우어라고 갈아라! 요제프 바우어!”
니들끼리 놀아 좀.
한편, 예산 확보가 예정되자 본격적인 건함에 관한 의논이 서서히 실무적인 차원에서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
독일이 상실한 건 어디까지나 수십 년간 전혀 일감이 없던 군함의 설계 능력일 뿐, 독일이란 나라가 배를 만들 능력이 사라진 건 아니다. 독일이 무슨 바다 없는 내륙국이 된 건 아니라고?
하지만 해군에 대한 끝없는 자긍심으로 가득 찬 레더조차 차마 ‘독일 해군 설계국의 기술은 완벽하며 우리의 게르만 주체-기술로도 개쩌는 전함을 뽑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우리가 남미 같은 곳도 아닌데 전함을 통째로 타국에서 사오는 건 국격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설계도면, 그리고 약간의 기술적 도움만 받는다면 금방 독일 해군에 가장 안성맞춤인 전함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미국 전함에 대해서는 혹시 뭔가를 좀 아십니까?”
“우선 실무 단계에서의 논의를 진행한 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우리의 독자적인 설계 또한 진행하겠습니다.”
“그러시죠. 설계도나 기술 이전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조언을 구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신분을 숨긴 채 미국으로 해군 장교 몇 명이 바다를 건너고, 외교관들, 그리고 나의 친구 케네디 씨에게 전함에 관한 문의를 넣기 시작하자 곧장 낚시찌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미합중국 해군의 군함은 판매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민간의 정당한 상업 활동을 국가가 막을 수는 없지요!”
“혹시 우리 조선소가 일감이 없어서 놀고 있는데, 아예 건조까지 맡기면 어떨까요? 새끈하게 뽑아드릴 수 있습니다!”
“아. 독일도 이제 바다로 나올 생각이라면 양식 있는 해군국의 기본, 해군 군축조약에 참여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레더의 표정은 미국으로 파견 나간 이들의 보고가 쌓이면 쌓일수록 점점 어두워져만 가고 있었다.
“각하. 꼭 미제여야 합니까?”
“뭔가 문제 있습니까?”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함의 성능은 해군이 기대하는 바와는 다소 상이합니다.”
“흐음.”
어째서?
나는 미국 전함을 사랑하게 돼버렸는데?
“미국의 최신 전함인 콜로라도급 전함은 우선 속력이 느려-”
레더가 일장연설을 하는 것을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빠르게 보고서를 팔랑팔랑 넘겼다.
미국 전함들은 해군 군축조약을 준수하는 형태로 설계되었다. 성능에는 당연히 나사가 빠지게 됐지만, 그 대신 어그로가 덜 튀고 언제든 우리도 군축조약에 가입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의회가 돈 문제로 어마어마하게 들들 볶은 탓에 단가가 저렴하고, 미국과 친목을 다지기에도 좋다.
속도가 느려? 성능이 문제야? 아니, 어째서 에펠탑에 성능을 따지지? 보기만 좋고 멋지면 그만 아닌가?
영국 해군이랑 전쟁을 벌이면 미국 배가 아니라 야마토가 있어도 결국 북해 바다 밑바닥에 처박힌다는 결말은 똑같은데. 그럼 차라리 싼 거 사면 되는 거 아닌가.
“각하. 다시 한번만. 아니, 차라리 그냥 저희가 설계도를 제작하고 미국의 자문을 구하는 형태로-”
“그런 조건을 미국이 허용해 줄 리가 없잖습니까. 그냥 설계도 사와서 그걸 토대로 연구하는 게 낫지.”
그리고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
너무 스무스해서 무서울 만큼.
***
마침내 독일의 건함 계획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국인들은.
“끼아아아아아아악!!”
“훈족이! 훈족이 바다로 나온다!!”
“두 번째 카이저! 빌헬름 2세의 총신이 다시금 대양함대를 재건한다!! 티르피츠의 후계자가 런던을 불태우기 위해 돌아오려 한다!!”
“또 속았다! 멍청한 총리가 속아서 독일의 독재자를 용납해준 대가가 이렇게 돌아오는구나!!”
“국민 여러분, 이래서 정치는 보수당이 해야 하는 겁니다!”
난리가 났다.
영국의 외교관들은 가장 먼저 무솔리니를 들들 볶았지만, 들들 볶는다고 말을 들어먹으면 그건 무솔리니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다.
“아니, 내가 언제 전함을 판댔소?”
“저희는 이탈리아와 독일의 해군 관련 협력이 제법 궤도에 올랐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군축조약에도 가입하지 않은 만큼-”
“지금 소문만 가지고 그러시오? 거참. 자유로운 무역에 너무 뭐라고 하는군. 우리 이탈리아 해군은 독일과 특별히 거래를 할 의사가 없소.”
“정말이십니까?”
“아. 물론 우리 이탈리아 국민들의 자유로운 상거래 행위에 관해서는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을 게요.”
그들은 어떠한 소득도 얻지 못했다.
무솔리니는 대놓고 팔아먹을 기색이 가득했고, 영국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머리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누가 봐도 그냥 너희도 한번 엿먹어보란 태도잖은가?
하지만.
갑자기 미국발 괴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바뀌었다.
“미국은 또 왜 갑자기 거론되는 건데!!”
두체는 진노했다.
왜 본인이 차린 밥상에 신대륙 놈들이 나타나는가?
“미국인들은 본래 우리의 몫으로 예정되어 있던 땅을 빼앗아 저 더러운 유고슬라비아에 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군함 좀 팔아서 재미 보겠다는 것까지 훔쳐먹는다고?! 전쟁이다! 당장 미국과 전쟁이다!!”
“두체!! 고정하시옵소서!!”
“저 미국인들은 야만스러워 각하와 같은 품격이 없습니다!!”
무솔리니가 길길이 날뛰며 발광하는지 알 도리가 없는 미국에서는.
한창 뉴딜 정책을 진행하며 대공황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 루즈벨트가 있었다.
“대통령 각하. 독일은 한때 우리와 전쟁을 했던 적국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의회에서는 각하께서 과도한 친독 기질을 갖고 있어 그들에게 약점이 잡힌 게 아니냐는 별별 모욕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굳이 저들에게 빌미를 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해군을 무척 좋아했다. 아니, 좋아한다를 뛰어넘어 사랑했다.
그리고 그는 똑똑했다.
얼굴이 시뻘게져서 떽떽대는 영국인들을 잘 타일러 돌려보낸 그는, 자신의 똘마니들을 모아놓고 본론을 꺼냈다.
“자. 내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청하겠습니다.”
“우린 독일에 전함도, 설계도도, 그 무엇도 팔지 않겠습니다.”
장내의 해군과 외교 관계자들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행여나 대통령이 독일 로젠바움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에 판단을 그르칠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영국인들에게 슬며시 언질해봐요. 우리가 독일에 그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 대가로 우리에게 뭘 줄 수 있는지.”
“제 생각에 그들은 뭐든 해줄 것 같군요. 최대한 뜯어내겠습니다.”
“하지만 독일에겐 계속 희망의 끈을 남겨 놔야 합니다. 팔 것처럼, 조금만 기다리면 살 수 있을 것처럼 애간장을 잔뜩 태워야 한다 이 말입니다. 그래야 독일과 영국에게서 최대한 많은 양보를 받을 수 있겠지요.”
골수까지 짜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오케이했지만 의회가 막았다고 하면 그만 아닙니까.”
그렇다. ‘아, 저는 정말 팔고 싶었는데 이 대국을 볼 줄 모르는 의원 놈들이 막아버렸네요. 죄송해요. 팔 수 없게 됨 흑흑.’이라는 놀라운 수작질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그 의회는 사실상 FDR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그는 언제든 탈룰라가 가능한 S급 정치인이었다.
“독일인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우리가 독일에 전함을 팔면 영국도 화를 내고 이탈리아도 화를 내고 독일을 싫어하는 우리 유권자들도 화를 내잖아요?”
“맞습니다.”
“하지만 내게 표를 준 조선공들을 화나게 하기도 싫으니, 적당히 의회 이름 팔아서 희망고문이나 하다가 끝냅시다.”
그래서 파토 나면?
독일이 뭐 어쩔 건데? 전쟁이라도 하려고? 그 축축한 비 내리는 베를린에서 욕이나 하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냐고.
조오금 미안하긴 하지만, 원래 국제사회가 다 이런 것 아니겠나.
루즈벨트는 이번 기회에 ‘친독’ 꼬리표를 뗄까 말까를 고민하며 회의를 마쳤다.
그는 정치를 참 잘했다.
***
루즈벨트의 계획은 이론상으로는 완벽했다.
그러니까.
“독일에 전함을 판다니!! 미친 소립니다! 막아야 해요!”
“아, 그거? 너무 걱정하지 말게.”
“예? 설마?”
“자네만 알고 있게. 자네만.”
<너만 알고 있어>의 법칙이 적용되었다.
해군부 내에서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한 소문은 어느새 사교 클럽 등을 통해 상류층에 쫙 퍼져나갔고.
독일 외교관들과 파견 나온 슈타지가 이를 캐치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새끼들이 우릴 등쳐먹으려고 해? 내가 정치적으로 좆되지 않게 살려주기까지 했는데! 루즈벨트 네 이놈!!”
– 아니. 그걸 살려줬다고 하면 뭔가 너무 자의식 과잉 같은데.
시끄러, 조스비. 역시 그때 죽였어야 했어. 죽여야 했다고.
진짜 여기서 건함 중단하면 국민적, 전세계적 개망신이다. 이제 자력으로라도 건함은 해야 한다.
흠. 어쩔까.
“···송구합니다.”
내 앞에 있던 노이라트 외무 장관은 연신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다하우를 사랑하고 밤에 암살자를 보내는 호로자식은 아니라고. 왜 두려워하고 그러십니까.
“각하. 해군은 누구의 도움 없이 독일만의 전함을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내가 없어서 그래요. 내가 자신이 없다고.”
정녕 무솔리니뿐인가.
대단한 놈. 여기까지 설계한 건가? 역시 파시즘의 대부라는 타이틀은 장식이 아니었던 건가? 오로지 트롤링에 최적화된 인간이라니··· 실로 두려웠다.
그리고 그 순간.
“총통 각하, 슈미트입니다.”
“무슨 일인가?”
“일본 대사가 접촉해 왔습니다. 최신형 전함 설계도를 제공하겠답니다.”
흠.
일본을 키우면.
미국을 엿먹일 수가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