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1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13화(113/246)
가지 많은 나무 (1)
독일과는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시베리아 깊숙한 곳.
독일군의 새로운 중추를 구성할 각종 실험과 훈련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발. 시발. 시발. 춥다. 추워.”
“으어어. 빨리 돌아가고 싶다!”
“한겨울에, 시베리아. 그놈의 진급이 뭐라고!!”
“로젠바움 개새끼···.”
“지금 뭐라고 했나, 만슈타인?”
“로젠바움 총통 각하의 은혜라고 말했습니다!”
로젠바움이 제시한 미래 육군의 비전은 거의 모든 독일군 장성들을 홀리고도 남았다.
수백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기관단총급의 화력을 퍼부어줄 수 있는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보병들.
각 분대별로 하나씩 지급되어 강력한 화망을 형성하는 기관총과 적대적인 벙커, 토치카 따위의 뚝배기를 날려버릴 로켓발사기 ‘판처파우스트’.
프랑스에 꿀리지 않을 막대한 야포 전력 확보. 대대적인 차량화와 기계화. 공중상의 화력 지원과 효율적인 합동 작전.
젝트가 직접 담금질한 독일군 최고의 참모들은 확신했다.
지금 이 시베리아에서 새롭게 정립되는 독일군은, 세계 모든 군대의 새로운 근간이자 모범 매뉴얼이 되리라고.
“이번 전차는 튼튼합니다. 꽤 오래 버티는데요?”
“로젠바움사 엔진을 전면 도입했다더니, 총통 각하의 가호라도 받는 건가.”
대숙청 이후, 독일 군부는 자신들의 새로운 입지와 역할을 받아들였다.
정치인이 목표를 설정한다.
군인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거부하는 자들을 모두 사형대나 다하우로 보낸 결과긴 하지만.
아무튼 드디어 독일은 문민통제를 이루어냈다.
독일군 장성들은 자신들이 잠재적 반란 분자로 간주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도청과 감청, 편지 검열 등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도 대강 눈치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고난을 참고 견디는 이유.
“몇 년만 더 있으면 된다.”
“틀림없이, 틀림없이!”
폴란드건, 프랑스건.
이 모든 준비가 갖춰진 뒤엔, 독일군의 군홧발 앞에 배겨날 적은 없으리라.
***
독일, 이탈리아, 일본.
원 역사에서 이들은 <추축국>이라는 이름하에 세계를 불태웠다.
그리고 이들의 결합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냥 어설프고 무능한 주제에 이기심은 아주 불어터진 면발만큼이나 퉁퉁한 놈들끼리 뭉친 팀플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당장 1차 대전 때의 연합국조차 서로 끝없는 트롤링을 해댔고 안다리 걸기가 횡행했다. 원래 국제 사회는 저게 정상이다.
흔히들 이탈리아가 똥볼을 찼다, 트롤이다, 독일의 대전략을 망쳤다고 비난하지만 그건 전지적 독일 시점에서의 이야기. 정말로 이탈리아가 적이 되었다면 지중해는 영국의 호수가 되고 독일은 심심할 때마다 아랫배에 영국제 칼침이 쑤셔 박혔을 게 뻔하다. 칫솔수염이 어떤 인간인데 설마 손해를 곧이곧대로 감수했을까?
지금 내가 이탈리아와 각을 세우는 것도 결국은 국익을 위해서다.
아직 독일은 왕따가 아니고, 이탈리아는 미칠 듯이 전쟁본능을 내뿜으며 무림공적의 길을 걷고 있다. 착한 독일이 굳이 저런 악적과 함께할 필요가 없잖아?
그러니까.
“에티오피아에 대해선 어떠한 논평도 내지 않습니다.”
무시.
두체의 성격상, 에티오피아를 먹는 데 훼방을 놨다간 정말 무슨 미친 짓을 할지 모른다. 어쩌면 내게 암살자를 보낼지도 모르지.
– 푸하하하하!!
웃어? 웃음이 나와? 죽은 유고 국왕도 웃었겠지 아마?
– ······그렇게 말하니까 좀 무섭네.
이번 암살극을 보니까 견적 나왔다. 슈타지에 쫓겨 지하 어딘가를 전전하고 있을 독일공산당 놈들이 마카로니 도시락 폭탄을 던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두체는··· 정말 막나가는 새끼라고.
웃음벨이 아니라 혹부리우스 일가 같은 사악한 독재자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내가 훅 간다.
1934년 11월.
이탈리아령 소말릴란드와 에티오피아의 국경 어드메, 정확히 누구의 땅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한 곳에서 양군의 대립이 있었다.
이탈리아군이 한 오아시스에 전초기지를 세운 것을 발견한 에티오피아군은 퇴거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이에 영국인들이 중재를 위해 개입했지만 이탈리아군의 강경한 태도에 결국 영국인들 또한 물러났다.
그리고 12월.
“에티오피아가 중기관총을 동원해 이탈리아 식민지 수비대를 공격했습니다!”
“이탈리아군이 전차와 항공기를 동원한 기습으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에티오피아가 선제 공격해 왔기에 우리는 반격했을 뿐입니다. 에티오피아의 군사적 도발이 먼저였습니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기대했던 두체는 유고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곧장 에티오피아에서 군사 도발을 자행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미치광이 같은 전쟁광에 불과하지만, 무솔리니 또한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가다.
<로마를 방문한 라발 프랑스 외무장관이 이탈리아의 두체 무솔리니를 만나 프랑스-이탈리아 협정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가 두메이라 섬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였으며, 리비아의 일부 땅과 해안에 대한 권리를 양도합니다. 이탈리아는 또한 지부티-아디스 아바바 철도의 지분을 갖게 되어 홍해로의 무역로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정부는 오스트리아의 독립이 위협받을 경우, 양국 정부 및 오스트리아 정부와 협의하기로 다시 한번 재확인하였습니다.>
“장관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무솔리니의 외교적 승리입니다.”
노이라트 외무 장관이 즉답했다.
“프랑스는 사실상 무솔리니가 에티오피아를 침략해도 묵인하겠다고 말한 바와 진배없습니다.”
– 이게 된다고? 혹시 무솔리니가 프랑스에 무슨 약점이라도 잡고 있어?
잡고 있지. 아주 단단히.
“무솔리니는 최근 우리 독일과 친밀해지는 태도를 취하며 자신의 몸값을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영국마저 우리와 해군 조약을 추진하면서 독자 행보를 걸었으니, 프랑스로서는 외교적 고립이 코앞까지 닥쳐온 셈입니다.”
“거기다 마침 외교부 장관까지 죽어서 교체됐고.”
“라발은 총리까지 지냈던 거물이니 성과에 일희일비할 인물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대독 포위망을 다시금 직조해야 한다는 두려움은 있었겠지요.”
노이라트의 말에 따르면 프랑스의 절박한 심경을 이용해 두체가 골수까지 짜먹은 셈이다.
오스트리아 독립 보장이라는 아갈질 몇 번 좀 털어주는 대가로 엄연한 주권국가인 에티오피아 침공을 묵인받다니. 말도 안 되는 트레이드. 유고슬라비아를 포기해서라도 어떻게든 열강인 이탈리아를 대독 전선에 끌어들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러면 다른 나라 하나도 붙잡아야 하는데.
“영국은?”
“영국은 반대로 우리와 해군 조약을 체결해 자신들의 안보를 보장받았으니 프랑스만큼 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문제는 무솔리니의 폭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제입니다. 이 사안에서도 국제 연맹이 무력하게 반응한다면 연맹은 유명무실해질 겁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저 엇박자를 보라. 원 역사의 추축국 보고 딱히 손가락질하기도 그렇지 않은가?
영국과 프랑스의 사이는 ‘너 나 없으면 독일이 유럽 정복하는 거 알지?’라고 서로 배를 째는 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어차피 정말 전쟁이 나면 결국 둘은 연합국이 되게 되어 있다. 그건 우주의 법칙 같은 거다.
– 이 자식. 벌써 전쟁할 생각이 그득그득하구만.
아니야. 그건 아니다. 나는 되도록 영국은 전쟁에 뛰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그런데 영국의 참전을 막으려면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벨기에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어이, 조스비.
– 왜.
정면으로 마지노선을 돌파할 비책을 내놔 봐.
– 그딴 게 어딨어?
21세기의 개쩌는 전략전술 같은 거 하나 내놔 달라고. 그러면 영국이랑 전쟁 안 해도 되는데.
– 베를린 교외 20km 떨어진 곳에 거대한 제단을 짓고 육망성을 그려 워프 포탈을 짓도록 하여라. 파리로 가는 게이트가 열릴지니.
하··· 결국 답이 없단 뜻이군. 해군 건설은 아무래도 오답이 아니었던 듯하다.
나는 조스비와의 만담을 이어나가는 대신 다시 장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그만 프랑스가 유럽 평화를 해치는 건 독일이 아니라 두체라는 사실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일은 세상이 멸망하는 일이 있어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나도 그런 생각은 한 적 없다고. 그런 모자란 칠뜨기 바라보는 듯한 눈은 좀 치워주세요.
“각하.”
“예. 장관.”
“총통 각하의 영도에 따라 우리 독일은 대공황과 내전의 상흔을 딛고 눈부시게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나는 그동안 그냥 관료 A로만 생각해 왔던 노이라트의 용비어천가에 잠깐 당황했다.
“이제 저희들에게도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각하께서 꿈꾸시는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신다면, 저희는 각하의 손발이 되어 이를 이행하겠습니다.”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폴란드를 무너뜨리고 프랑스와 일 대 일 대결. 이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장관의 안색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갔다.
말도 안 되는 난이도지? 한번 이행해 보시구려.
***
1935년 1월 13일.
과거 독일제국의 영토였지만 패전 이후 국제 연맹의 관리를 받고 있던 자르(Saar)에서 국민투표가 열렸다.
“여러분! 프랑스의 통치를 받아들입시다!”
“이 땅엔 15만 명이 넘는 프랑스인이 살고 있습니다. 자르는 프랑스의 품에 안겨 있어야만 평화로워질 수 있습니다!”
“좆이나 까라, 개자식들아!”
“친불 매국노를 모두 잡아죽이자!”
“로젠바움주의 만세!! 경애하는 총통 로젠바움 각하 만세!!”
“하일 로젠바움!!”
“하일 로젠바움!!”
프랑스는 잔뜩 약이 올라 어떻게든 이 땅을 합병하기 위해 찌라시를 뿌려댔고, 슈타지와 민족혁명당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도망쳤던 인사들도 자르에서 ‘로젠바움 OUT’을 외치며 연일 선거 유세를 벌였다.
하지만 자르 시민들의 판단은 냉정했다.
“93%의 시민들이 독일과의 통일을 선택했습니다. 6%는 현상 유지, 프랑스와의 통일은 0.4%···.”
“조작이다!!”
“로젠바움이 선거를 조작했다!! 부정선거다!!”
“자, 드디어 독일이 통일됩니다! 로젠바움주의의 승리입니다!”
프랑스가 발작하거나 말거나 통일은 기정사실이었다.
3월을 기해 자르는 다시 독일의 품으로 돌아왔고, 아르민 로젠바움 총통은 친히 자르로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날아가 무수한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한편.
이탈리아가 대놓고 군대를 아프리카로 보내며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유럽 곳곳에서는 앞으로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불길한 징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35년 4월.
폴란드에서는 피우수트스키가 개헌을 해 자신의 전제 독재 정권을 훨씬 공고히 만들었지만, 겨우 한 달 뒤인 5월에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지도자를 잃은 독재 정권은 서서히 폭주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도 좌익과 우익의 극한 대립이 공공연히 반란, 쿠데타,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양쪽 모두 ‘피를 보는 형태의 해결’을 원한단 사실이 명백해져만 갔다.
– 그래서, 이제 어떡할 셈이냐?
“스페인 내전은 아주 좋은 기회야. 무기든 교리든 장교단이든, 실전 테스트를 신나게 돌려볼 수 있겠지.”
– 그다음엔?
“폴란드의 독재자가 죽어버렸으니, 후임이 누가 되든 치적이 필요하겠지? 체코든 리투아니아든 반드시 어딘가에 시비를 걸 게 틀림없어. 그때 덜미를 잡는다. 전쟁 명분이 튀어나오면 최고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상관없어.”
전 세계 곳곳에 로젠바움주의의 복음이 퍼지고 있었다.
스페인에서도.
체코 주데텐에서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념의 힘은 생각도 못 한 이득을 선사해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애들 장가부터 보내야지.”
외교보다 이게 더 머리가 아프다.
로젠바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