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1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16화(116/246)
전쟁을 알리는 징조 (1)
21세기.
서울.
얼마 전 한준현 대통령이 조범석 중장을 독대한 채 산낙지를 뜯어먹던 요정(料亭).
똑같은 가게, 똑같은 자리.
바뀐 것은 오직 사람뿐이었다.
“다들 모이셨습니까.”
한준현이 앉아 있던 상석에 앉아 있는 이는 조범석.
본인의 손으로 가족의 원수, 영원그룹 오너 일가족을 모조리 쏴죽인 그의 눈에선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 차마 마주 보기 두려운 오싹한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손수 사람을 죽여본 인간만이 내뿜을 수 있는 저릿저릿한 기운.
첫 살인은 권총이었을지언정 앞으로의 살인은 세 치 혀끝과 손가락이 될 터.
그의 온몸에선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시작부터 대뜸 모두의 머리통을 갈겼다.
“이제 우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역병으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죽은 그때, 우리가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기존 질서 또한 죽었습니다.”
미국은 중풍 환자가 되어 쓰러졌다.
중국은 정권이 무너지느니 차라리 전쟁을 벌이기로 결심했다.
미친 세상에선 미쳐야 한다.
그래.
이건 옳은 일이다.
이 불쌍한 조국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다.
“거사가 시작되는 대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을 장악하고 모든 언론, 통신기관, 발전소와 교통 요충지를 장악합니다.”
“거사일은 언제입니까?”
“조만간. 인터넷상으로 정체불명의 특수부대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 무장한 채 출몰했다는 거짓 정보를 무차별 살포할 계획이오. 그러면 군대가 움직이더라도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겠지. 우리는 질서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군을 움직일 것이오.”
그리고 곧장 비상계획을 발동하고, 요주의 인물들을 모조리 체포한 뒤 계엄을 선언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모두가 여기고 있다.
특수부대가 출몰했다고 하면 당연히 ‘아, 그놈들이 왔구나’ 생각하지 진위를 따지진 않으리라. 원래 사람들이란 학자의 발표는 의심해도 인터넷 글은 의심하지 않으니까.
모두가 알던 이야기. 굳이 다시 한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조범석은 먹지 못하는 고무 따위를 질겅질겅 씹어 삼키는 것처럼, 계획을 쭉 읊어나갔다.
그리고 그의 강철 같은 모습에 다른 이들이 호응했다.
“이번 기회에 나라를 싹 바로잡아야 합니다!”
“암요, 암요. 별 같잖은 것들이 설치니 나라가 이 모양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요즘 젊은 것들은 군인정신이 없어서 아주 해이해졌어요. 존경심이 부족하다 이겁니다.”
“일단 건방진 야당 놈들부터 싹 다 총살시킵시다!”
“하하하. 듣기만 해도 기분 좋습니다. 그다음에는-”
그렇게 장밋빛 미래와 누굴 죽이고 누굴 감방에 처넣을지에 대해 화기애애하게 논하길 한참.
개중 술이 잔뜩 들어가 불콰해진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조 장군님.”
“예.”
“혹시, 그 옆에 있는 젊은 친구는 누굽니까?”
조범석은 자신의 옆에 앉아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는 젊은 대위를 힐끗 보았다.
“김조윤 대위라고, 내 자식 같은 놈입니다. 이번 계획의 뼈대도 이 친구가 다 세웠지요.”
“허허! 이 나라에도 애국심 충만한 청년이 있었군요.”
“우리 아들도 좀 본을 받아야 할 텐데. 역시 청출어람이고 호랑이 밑에 호랑이 있다더니, 장군님 밑의 부하면 당연히 호랑이로군요!”
“흐하하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실상 정말 웃는 이는 얼마 되지 않았다. 벌써부터 대한민국이라는 먹음직스러운 케이크 중 얼마가 자신의 몫이 될지 저울을 까딱대고 있으리라.
회동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났고, 술과 산낙지와 공범의식을 위장에 가득 밀어넣은 쿠데타 가담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일어나지 않았다.
“장군님.”
“왜?”
“이게··· 이게 대체 다 뭡니까? 지금 뭘 하고 계시는 겁니까?”
“어쩔 수 없다. 전쟁을 피하려면 이 수단밖에 없어.”
“미쳤습니까? 이건 쿠데타잖아! 반란이라고!”
쾅!!
조범석은 김조윤의 고함소리를 파묻어 버릴 만큼 세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러면 서울에 핵이 꽂히는 꼬라지를 눈 뜨고 보고 있으라는 거냐!!”
“그걸 그러니까 왜 이딴 요정에서 술 처먹는 새끼들이 결정하냐고! 진짜 돌아버리셨습니까?!”
“너는 그냥 입 다물고 있어. 어른이 일하는데 어딜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가 끼어들고 있어.”
“아니 씨발, 입만 열면 민주 국가의 군인이 어쩌고 하던-”
“그러는 너는?”
이미 술이 가득 들어간 조범석은 이제 이죽대기 시작했다.
“이딴 나라 망해버렸으면. 개같은 나라 다 망했으면. 싹 다 망하고 리셋됐으면. 네 입버릇 아니었냐?”
“월요일 아침에 눈 뜨고 ‘회사에 불지르고 싶다’라고 중얼대는 사람더러 방화범이라고 하지 마시고. 제발 좀 똑바로 이야기 좀 합시다. 예?”
“이 나라! 이 세상 싫어하던 새낀 너잖아!”
“해도 내가 하지 왜 장군님이-”
김 대위는 그 순간 벼락을 맞은 것처럼 우뚝 멈춰버렸다.
“영원그룹.”
“······.”
“거기 일가족. 하루아침에 다 죽은 거.”
“그만해라.”
“설마. 죽인 겁니까? 장군님이?”
“그래. 속이 시원하더군. 진작 이랬어야 했어.”
“씨발. 미친. 씨발. 씨발. 안 돼. 무슨, 이딴.”
무릎 꿇고 앉아 있던 김 대위는 어기적어기적 그 자세 그대로 걸어와 조범석의 양 어깨를 붙들었다.
“자수합시다. 지금이라도. 예? 그 뒈져 마땅한 새끼들 죽였다고 해서 인생을 송두리째 하수구에 처박을 필욘 없어요!”
“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택이다! 그거랑은 관계 없어!”
“웃기지 마! 지금 자기 커리어랑 인생 좆돼서 자포자기한 거 아냐! 야!! 조범석이!!”
빠악!
온 힘을 다한 주먹질에 처맞은 김조윤이 저 멀리 날아가 방구석에 처박혔다.
“너. 휴가 내고 당분간 쉬고 있어라.”
“장군님. 이러시면 안 돼요. 씨발. 살인범이 차라리 낫지. 이건 이완용이잖아. 완용이도 형님 하겠네!”
“닥쳐! 너 같은 애새끼들 살리려고 내가, 이 조범석이가 한 몸 불태우고 있잖아!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이러지 마세요. 제발. 차라리 딴 새끼들 하라고 해요. 예?”
“중국 놈들이 약속했다. 내가 총대 메고 국내 단도리하면 쳐들어오지 않겠다고.”
“그걸 믿어요? 내가 중국군이면 그때 바로 쳐들어올걸?”
“걱정 마라. 다 대비가 돼 있으니까.”
코피를 질질 흘리는 김 대위를 힐끗 내려다본 범석은 미닫이문을 열었다.
그러자 바깥엔 아르민 로젠바움이 서 있었다.
– 이야. 융커들 욕할 게 못 되네, 이거.
“빌어먹을.”
조범석은 아르민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인생 최악의 순간을 재상영하는 기분은 참으로 끔찍했다.
***
하이, 조스비.
– ······.
어이. 응답 좀 하라고. (응답 없음) 뜬 거야? 블루스크린이야? 아니지, 대머리독수리도 블루스크린이 뜨던가? 메카 솔개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메카 독수리는.
– 뭐냐?
거. 그렇게 화내지 맙시다. 똑같은 새끼들끼리 왜 그래.
대충 알았다. 불쌍한 영감 같으니. 이래서 늦바람이 무섭다고들 하는구만.
젊어서 가족의 복수도 하고 사시미질도 좀 해보고 무자비한 수라의 길을 걸어 봤다면 고작 저만한 일로 우리 귀여운 범석이의 멘탈이 찢어졌을 리가 없다.
그리고 사나이의 웅대한 비전을 응원해주는 상남자 국가 프로이센의 법원이었다면 ‘가족의 복수를 했다고? 고놈 참 대견하구나! 집유 2년! 대신에 군대나 좀 다녀오고!’ 하면서 풀어줬으리라.
하지만 나약한 대한민국에서 바른 생활 어린이로 커오던 범석이는 너무나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나버렸고, 본인의 어둠의다크함을 받아들이지 못한 탓에 ‘아! 나는 사실 원래 나쁜놈이었구나! 그럼 더 나쁜 짓을 저질러야 해!’ 같은 말캉말캉한 헛소리나 하다가 반역도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하, 이런 센티멘탈한 늙은이 같으니. 늙어서 에스트로겐이 너무 많이 분비됐나.
– 닥쳐라 좀··· 니가 뭘 안다고···!
불쌍한 범석이.
부모 형제 운이라고는 나와 능히 겨룰 만큼 오지게 재수없었고, 새로 만든 가족은 비명에 가버렸다.
오로지 군인이라는 자긍심만으로 평생 살아왔는데, 그게 망가졌다?
그 한 뭐시기라는 놈. 여기까지 짐작했음이 틀림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 작품이었겠지. 기회가 되면 한 수 가르침이라도 청해보고 싶구만.
“실례합니다, 각하.”
문을 노크하고 슈미트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 흐음.
뭐. 왜. 뭐.
“이봐, 비서실장.”
“예, 각하. 지시하실 일이 있으십니까?”
깔깔해진 입에 억지로 침을 삼키곤, 말을 꺼냈다.
“자네 조카는 잘 지내고 있나?”
“그렇습니다. 각하께서 관심 있게 지켜봐주신 덕택에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웃으니까 보기 좋구만.
“혹시 말이야.”
“네.”
“···후회하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고른 길입니다.”
정말 그럴까.
내가 하나뿐인 길을 강요하고 본인의 선택이라 믿게 만든 게 아닐까 싶은데.
젠장. 일해야지. 일.
나는 기존의 바이마르 공화정 체제를 무너뜨리고 그 시체 위에 전제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그리고 전제(專制)라 함은 오직 꼭대기에 있는 단 한 놈에게 모든 힘이 집중된다는 뜻이고, 그 말인즉슨 그 한 놈이 잠시라도 노는 순간 사방에서 삐그덕대는 끔찍한 파열음이 울려 퍼진단 소리.
나는 스스로 불러온 서류의 재앙에 둘러싸였다. 더 슬픈 건 이 서류조차 신뢰할 수 없단 사실. 과연 여기 적힌 숫자와 문장 중 몇 퍼센트가 왜곡이고 몇 퍼센트가 가라일까?
공화국 수비대와 슈타지가 끊임없이 부패사범들을 잡는 대로 물리치료를 베풀어 주곤 있지만, 저 두 조직도 부패 카르텔에 결탁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무한한 불신과 편집증의 사이클이 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내면의 콧수염들이 ‘다 죽이고 다하우로 보내면 편해지지 않을까?’라고 속삭이는 걸 무시한 채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베를린 올림픽은 전례 없는 대성공을 거두어야만 해.”
“걱정 마십쇼.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올림픽 흥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년 올림픽은 로젠바움주의의 승리와 위업을 전 세계에 떨치는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아, 그리고. 타국 정상들을 최대한 많이 초대해 보자고. 단순한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외교의 장이 되어야만 하네.”
“예.”
폴란드 분할이라는 아름다운 목표를 상기하자 슈미트의 얼굴에 스산한 미소가 맺혔다.
북쪽의 리투아니아에겐 북쪽 빌뉴스.
남쪽의 체코에겐 슐레지엔의 일부.
일단 명색은 폴란드의 동맹인 루마니아에게도 끄트머리 한 움큼.
동쪽의 빨갱이들에겐 폴란드의 동쪽 절반.
어둠의 2천 년을 보낸 유대인들에겐 가운데 큼지막한 땅.
그리고 폴란드의 살점을 사이좋게 뜯어먹은 이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것은.
독일.
오직 독일.
세상 모든 것 위의 독일.